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257
나 혼자 S급 소환수 257화
종전 (2)
10악마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공간을 뒤덮고 있던 사악한 기운도 완전히 사라졌다.
감회가 새롭다고 해야 하나?
아니면, 홀가분하다 해야 하나?
과정은 제쳐두고 일단은 후련한 게 제일 컸다.
후우웅!
허공에 뜬 진도윤은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 시원한 바람을 맞았다.
그런 그의 뒤로 낯익은 얼굴이 다가왔다.
“여, 제프리.”
“마스터, 그간 고생 많았다.”
제프리가 진심으로 격려했다.
이제 어엿한 하나의 ‘신’이 된 동료의 모습.
“고생은 무슨, 너희 덕분에 견딜 수 있었지.”
진도윤이 활짝 웃었다.
최후의 미궁에서부터, 지금까지.
저들이 없었다면 자신은 이미 진즉에 죽었을 거다.
인류 역시 정해진 운명대로, 우주의 먼지로 화했겠지.
사실, 죽음에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면서도.
진도윤은 무언가 보람차면서도 뿌듯했다.
“유후! 마스터~”
“……드디어 다 끝났군요.”
허공 위로 유리아와 유아린도 다가왔다.
각자 고유의 힘을 가진 동료들이라니.
뭔가 낯설면서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영생을 사는 것보다, 누군가와 ‘함께’하는 것이 그나마 외로움이 덜할 테니까.
유리아가 싱긋 웃으며 다가왔다.
“마스터, 이제 어떡할 거야?”
“뭘 어떡해?”
“저기 날아다니는 헬기들이랑 서머너들 봐라. 대충 감 오지 않아?”
“아…….”
진도윤은 유리아가 무슨 말을 하는지, 단박에 이해했다.
슬쩍 눈을 감고.
귀를 살짝 열어두는 것만으로도.
-와아아아아!
-우리가 이겼다!
-서머너 마스터! 서머너 마스터!
-살았다! 살았어! 흐흐흐흑!
전 세계가 환호 소리로 들썩이고 있었으니까.
온 지구의 긍정적인 기운이 가득 차고 있었다.
희망과 기쁨, 안도의 감정이 샘솟고 있었다.
-정말 프리덤이 다 죽은 겁니까?
-그 괴물들은요! CG 아닙니까? 정말 서머너 마스터가 한 방에 다 죽인 거예요? 어찌 이럴 수가!
-흐흑,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신이시여.
-서머너 마스터를 세계적인 위인으로 모셔야 합니다!
-물론입니다! 그 동료들도요!
다양한 언어로 들려오는 감사 인사와 물음들이 진도윤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하긴, 이해는 했다.
인류 전체의 삶을 통제하겠다는 프리덤의 선전 포고.
그리고 이어지는 그들의 잔인한 학살들.
그것은 일반인들을 좌절과 공포에 빠뜨리기 충분했으니까.
전 세계 서머너들이 모여도 답 없던 상황을 한 번에 처리해 줬으니 그들 처지에선 고맙겠지.
“으음.”
하지만, 문제는 진도윤이 이러한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
자신의 정체를 감추기 위해 가면까지 썼던 사람이니, 말 다 한 상황이다.
후웅!
손을 한번 휘저은 진도윤은 청각의 증폭을 끊어냈다.
이제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그러자, 이번엔 미카엘 포함 네 대천사가 다가왔다.
“으, 은인…… 아니, 신이시여.”
먼저, 라파엘이 고개를 숙인다.
그러자 미카엘, 우리엘, 가브리엘도 따라 고개를 숙였다.
“뭐야, 갑자기? 부담스럽게.”
진도윤이 피식 웃었지만, 이들은 진지했다.
대천사뿐만 아니라, 남은 잔여 천사들도 무기를 내려놓고 예를 표했다.
천계의 종족들이 동시에 한 존재에게 존경을 표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장관.
지이잉!
물론, 그 장면 역시 각종 방송국 카메라가 담아내고 있었다.
진도윤이 난감하단 표정을 지었다.
“일단, 돌아가라. 상황은 잘 마무리됐으니, 이제 뒷정리해야지.”
“분부 받들겠습니다.”
미카엘이 머리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천사들을 이끌고 차원문을 통해 돌아섰다.
“후우.”
그 모습을 보며 진도윤은 고개를 젖혔다.
비록 폐허가 되어버린 서울역이지만.
하늘만큼은 깨끗하고 맑다.
마침내, 평화가 찾아온 것이다.
와글와글-
잠시 후, 진도윤의 밑으로 사람들이 하나둘 몰려들었다.
빅3의 서머너들부터, 상황이 종료됨을 알고 먼 곳에서 달려온 민간인들까지.
“다들 손잡자.”
역시나, 도망가야겠다고 생각한 진도윤은.
동료들과 함께 차원문을 넘었다.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천천히 해나가면 된다.
시간은 충분하니까.
* * *
닉스의 은신처로 돌아온 진도윤은 동료들과 회의를 했다.
과거, 타르타로스에서 가이아가 했던 회의가 이러했을까?
안건은 앞으로의 인류에 대한 간섭 방향이었다.
‘인류는 우리가 신이 되었는지 모른다.’
그냥 엄청나게 세진 서머너 중 하나로만 알겠지.
나쁘지 않았다.
과한 정보는 화를 부르는 법이니.
원래 인류의 모습대로 살아가는 게 훨씬 자연스럽고 깔끔하다.
“마스터.”
“응?”
유리아의 목소리였다.
그녀는 아까부터 천천히 해나가야 할 일을 하나하나 정리해 말해주고 있었다.
“던전이랑 소환수 시스템은 어떡할 거야? 마스터가 원하면 다 지운 상태로 옛날처럼 돌아갈 수 있는데. 소환수와 던전이 없는 시대.”
그녀의 말이 맞았다.
시스템은 가이아의 산물.
그녀의 정신은 영면을 취했지만, 아직 인간계에 남아 있는 잔재들은 여전했다.
자신이 조금의 힘만 쓰면, 그 잔재 따위 지우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냥 내버려 두자.”
진도윤이 고개를 흔들었다.
“역시, 그렇지?”
유리아 역시 빙긋 웃었다.
이유는 단순했다.
“뀨웅!”
“진도유운~”
철컥!
“키이이!”
“끼루루루…….”
순서대로 데몰리션, 엘라임, 둠 나이트, 소울 콜렉터, 피닉스.
진도윤에게 이 다섯 소환수를 버릴 수 있냐 묻는다면?
‘절대 불가.’
이미 소환수들은 서머너에게 가족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연결고리를 일방적으로 끊어내긴 싫었다.
자신이 애틋한 만큼 다른 서머너들도 애틋할 테니.
‘게다가, 이건 좀 다른 얘기지만.’
던전이 사라지면.
전쟁 중에 열심히 천계 상점을 꾸린 털보가 얼마나 슬퍼할지 짐작조차 되질 않는다.
제 목숨이 떨어져 나갈 수 있는 그 순간에도 장사 생각만 했던 녀석 아니던가.
‘그 녀석도 열심히 했으니, 챙겨줘야지.’
진도윤은 돈에 미련이 없다.
세상 모든 것을 가질 수 있고, 만들 수 있는 위치이니.
다만, 자신을 도와줬던 자들의 삶이 끝날 때까지는.
그들의 행복을 파괴하기 싫었다.
“다음은 천계랑 마계, 그리고 정령계인데. 여기 봐, 대충 이런 시스템으로 흘러간 거 같아. 이대로 갈까? 아니면 손 좀 볼까?”
유리아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제프리도, 유아린도.
서로의 의견을 구하며 조율해 나갔다.
새로 등장한 지구의 초보 ‘신’들.
진도윤은 딴청 피우며 슬며시 미소 지었다.
대충 좀 하지.
왜 이리 열심히들 하는 거야?
진도윤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추구하는 신이었다.
그냥 관심 끄고 내버려 두면 세상은 알아서 잘 돌아간다.
* * *
신으로서 할 일?
딱히 없었다.
휘익! 처억!
커다랗고 맑은 저수지 근처.
미끼를 하나 끼운 진도윤이 낚싯대를 던졌다.
“끼루루루…….”
옆에는 피닉스가 모닥불을 선사한 채, 골골거리며 수면을 청하고 있었고.
“진도유운! 이번엔 뭐 잡을 거야? 붕어? 잉어? 향어?”
그의 어깨 위에는 엘라임이 앉아 호들갑을 떨고 있었다.
둠은 그럴 필요도 없는데, 본능적으로 진도윤의 곁을 지키고 있었으며.
(그의 힘으로 둠은 이미 예전 바알보다 강한 상태였다.)
“뀨웅.”
데몰리션은 지루하다는 듯, 하품했다.
전투에 환장한 놈인데.
평화가 찾아오니, 견디질 못하는 거다.
그래도 걱정은 없었다.
가끔 다른 차원으로 가 우주의 법칙이니 뭐니 떠들며, 행성 몇 개를 파괴하고 오는 듯했으니까.
그야말로 X라 짱 쎈 파괴룡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키이이이!”
소울 콜렉터 녀석.
이 녀석은 아직도 잡아놨던 10악마들의 영혼과 루시퍼를 괴롭히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징하기도 했다.
-끄아아악!
-꺼내줘! 꺼내줘! 그만 좀!
-나, 나한테 기회 한 번만 줘!
간혹가다 랜턴 속에서 들려오는 절규 소리.
진도윤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그때.
“마스터.”
스스슷!
유령 소리와 함께 제프리가 나타났다.
“마계의 영물들이 말썽 피운다는 데 어떻게 처리할까.”
“그래? 잠시만.”
그의 말에 진도윤이 낚싯대를 놓았다.
그러고는 랜턴을 향해 다가가 속삭였다.
“마계 영물 처리할 놈? 기한은 일주일 준다.”
그의 말에 랜턴이 들썩였다.
-나! 나!
-제발!
-저요! 제가 잘할 수 있어요!
-닥치거라! 어딜 위아래도 없이! 나 바알이 해결하겠다!
앞다투어 나가겠다고 소리 지르는 악마들.
거기엔 한껏 무게 잡던 바알까지 있었다.
-시끄러, 새꺄. 여기 기수제인 거 잊었냐? 네가 대계, 대계 거리지만 않았어도 이 모양 이 꼴이 됐겠어?
-뭐라?! 이 잡놈이?
-뭐? 잡놈? 소울 콜렉터님! 쟤 하극상하는데요?
-크응……. 조, 조용히 하거라.
과거 판데모니엄의 서열은 이미 무용지물인 상태.
과거 마계 일인자였던 바알이 소울 콜렉터의 고문에 꼬리를 내릴 정도였다.
그만큼, 무섭다는 걸 테지.
잠깐 고민하던 진도윤은 결정을 내렸다.
“저번엔 아몬이 했으니까, 이번엔 가미긴이 하자.”
-아싸!
-크으윽! 제기랄!
이들이 선택받기 원하는 이유는 단순했다.
밖에 있는 시간만큼은 고문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스르륵!
진도윤이 손을 떨쳤다.
그러자 자연스럽게 육체가 만들어진다.
과거 물의 힘을 사용했던 흑마, 가미긴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이내.
랜턴에서 흘러나온 가미긴의 영혼이 자연스레 육체에 스며들었다.
그 힘 역시, 과거 전성기 때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한층 업그레이드된 진도윤의 창조 능력이었다.
“잘 처리하고 와. 그리고 너희들. 한 1,000년만 고생해 봐. 혹시 알아? 그때 되면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줄 수도.”
“최, 최선을 다해 처리하겠습니다!”
“늦으면 알지? 일주일이다?”
“물론입니다!”
스슥!
순식간에 사라지는 가미긴.
어깨를 으쓱인 진도윤이 다시 낚싯대를 잡았다.
역시, 골치 아픈 일 있을 때는 적당한 10악마 하나 보내는 게 최고다.
나름 연륜 있는 놈들이라 해결 방식들도 남달랐으니까.
그 옆에 제프리가 슬쩍 앉았다.
“후우, 좋아 보이는구먼?”
“그치, 이게 여가지.”
진도윤이 씩 웃었다.
“거기에 라면이 딱이고?”
“크, 역시 뭘 아는구만? 제프리.”
“별말씀을.”
그의 칭찬에 제프리가 마주 웃으며 무언갈 주섬주섬 꺼냈다.
컵라면이었다.
“여기, 컵라면은 김치랑 같이 먹어야 맛있는 거 알아요?”
그때, 뒤에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신’이 된 이후, 미모가 한결 더 빛나진 그녀.
얼음 공주, 유아린이었다.
갑작스러운 파티가 시작됐다.
이윽고 하늘에서 목소리까지 들려왔으니.
-어딜, 날 빼놓고 즐기시려고?
천계에서 일을 보고 있던 유리아까지 등장했다.
그렇게 다 함께 시작된 요리.
쑹쑹쑹!
도마에 파가 썰리고.
풍덩!
날달걀이 냄비 속을 헤엄친다.
부글부글!
피닉스가 피운 모닥불에, 엘라임이 선별한 식수를 끓이니.
“크으.”
탱탱하게 익은 면발에 진도윤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이게 바로 천국이 아니겠는가?
신선들이 노닐 것 같은 평화로운 저수지.
그리고 마치 도원결의라도 하듯 끈끈한 네 명의 ‘신’.
그들이 짓는 미소는 마치 온 세상을 축복하는 듯 아름다운 웃음이었다.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