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 the only S-class summon RAW novel - Chapter 256
나 혼자 S급 소환수 256화
종전 (1)
진도윤이 시련을 극복하기 얼마 전.
공간, 타르타로스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스멀스멀.
검은 기운이 피어올랐고.
자연스럽게 에레보스와 닉스가 가이아의 양옆을 지켰다.
꿀꺽.
그들은 어두운 낯빛으로 침을 삼켰다.
신들마저 긴장시킬 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완전체의 블랙홀, ‘파괴의 종주’였다.
“여기까진…… 어쩐 일인가요?”
-오랜만이군, 가이아.
둘은 구면이었다.
몇백 년 전부터 우주의 법칙에 따라 지구를 파괴하겠다 선언해왔으니, 모를 수가 없었다.
“결국 봉인에 풀려났군요?”
-어차피 수년도 안 가 풀릴 임시방편에 불과했지 않은가?
“그건 그렇지요.”
가이아는 깔끔하게 인정했다.
블랙홀은 고작 ‘행성’에 불과한 자신의 힘으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의 ‘힘’이 아니다.
적어도 빛을 낼 수 있는 ‘별’급은 되어야 비벼볼 만하다.
‘……끝났군.’
그가 나타난 이상 지구는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10악마? 천신?
이런 것들은 이제 하등 중요치 않다.
어차피 조금 있으면, 한 톨 먼지로 화할 것이기에.
그때, 데몰리션이 물었다.
-우주의 운명을 누구보다 잘 아는 네가 갑자기 욕심을 부렸던 건…… 역시 문명의 발전 때문인가? 이제 꽃을 피우려 하는데 아쉬워서?
“……그것보다 인류는 제 삶의 0.1%도 살지 못했어요.”
-그건 내가 알 바 아니지.
“…….”
가이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솔직히 막아내고 싶었다.
모든 힘을 쥐어짜, 인류를 지키고 싶었다.
일종의 모성애.
하지만 전성기 시절에도 간신히 막아냈던 저 막대한 힘을 현재로선 막아낼 방법이 없다.
‘과연, 숙명은 숙명인 것인가.’
별이 정해놓은 운명을 거스르는 일이 쉬울 리 없었다.
-하지만, 그대의 욕심이 통했어.
“……?”
갑작스러운 데몰리션의 선언에.
가이아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진도윤, 그자가 ‘신’의 시련에 들었다. 그리고 이내 곧 성공할 것 같더군.
“……네? 그게 무슨?”
가이아가 눈을 부릅떴다.
옆에 있던 닉스와 에레보스도 놀란 눈치였다.
새하얀 홀에 있는 커다란 영상.
그곳엔 아직도 진도윤과 10악마가 대치 중이다.
데몰리션이 ‘지구’를 멈춰놓았기에.
가이아의 시간도 흐르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신의 시련이라면……?”
가이아는 과거를 떠올렸다.
46억 년 전, 아무것도 없던 우주에서 오랫동안 창조를 하던 자신의 모습을.
동시에 깨달았다.
이미 자신이 데몰리션에게 먹혔음을.
시간의 흐름을 통제당하고.
그의 판단 하, 진도윤을 따로 시험했음을.
하지만, 기분이 나쁘거나 하진 않았다.
오히려 후련하면서도, 호기심이 들었다.
“그가 정말 해냈나요?”
-엄청나지. 잘하면 그대와 달리, ‘별’의 주인이 될 수도 있겠어. 절대 포기하지 않더군.
“별……!”
홀로 빛을 내는 존재.
가이아는 그 힘이 얼마나 대단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의 동료들 또한 함께 성장했어. 진도윤, 그만큼은 아니겠지만, 그들 역시 너희와 같은 고유의 힘을 지니겠지.
“아아…….”
가이아가 진하게 미소 지었다.
다행이었다.
지구 관리를 대행할 수 있다는 건, 이곳이 파괴되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니.
그녀는 목숨에 미련이 없다.
이미 그런 것에 초월할 만큼 오래 살았으며.
그녀를 움직이는 원동력은 오직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었으니.
“진짜, 다행이네. 그럼 우리 대신에 앞으로 걔네가 ‘신’이 되는 거네?”
옆에 있던 닉스 역시 웃었다.
“나쁜 상황은 아니군.”
에레보스 역시 씁쓸히 미소 지었다.
그러고는 화면을 쳐다봤다.
이미 시간의 축이 뒤틀린 건지.
전부 멈춰 있는 서울역의 상황.
가이아 역시 애틋한 표정을 지었다.
“데몰리션.”
-불렀는가.
“고마워요. 기회를 줘서.”
-그대 때문은 아니니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그래도요.”
-……준비는 됐는가?
데몰리션은 가타부타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저 법칙대로.
이제 영원한 휴식을 위한 준비가 되었는지, 물을 뿐이었다.
“네, 이제 후련히 쉴 수 있겠네요.”
가이아가 싱긋 웃었다.
닉스도 에레보스도.
온몸에 힘을 풀었다.
수십억 년 만에 찾아오는 영면이었다.
* * *
“흐읍……!”
거친 숨소리와 함께 진도윤의 눈이 떠졌다.
‘여기는……!’
그 답답하던 어둠의 공간이 아니다.
과거, 10악마와 대치하던 그 공간이다.
그의 입장에선, 아주 먼 옛날이었지만.
놀랍게도 기억이 명확히 났다.
‘이것이 신의 힘.’
신은 완전무결한 존재.
어떠한 것도 잊지 않기 때문.
정신력 또한 굳건하기에, 일종의 매너리즘 같은 것에 빠지지도 않았다.
“지, 진도윤! 갑자기 분위기가……?”
옆에 있던 엘라임이 두 눈을 부릅떴다.
자신의 계약자가, 더 이상 인간이 아님을 본능적으로 느낀 것이다.
자신을 창조했던 ‘신’, 아니, 그보다 더 위대한 힘을 지닌 존재.
“……이대로 그냥 넘겨받는 건가?”
눈을 뜬 진도윤은 깨달았다.
이 세계의 주축을 이루던 가이아가 사라졌음을.
그리고 이 세계, 지구의 뿌리 ‘세계수’가 자신의 육체와 연결되었음을.
그야말로 새로운 신의 강림(降臨).
진도윤은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봤다.
작은 데몰리션.
엘라임, 피닉스, 소울 콜렉터.
둠 나이트까지.
오랜만에 보는 소환수들을 보니 절로 웃음이 지어졌다.
다행히 ‘신’이 되어도 감정이란 게 남아 있긴 한가 보다.
하긴, 가이아도 분명히 인간을 ‘사랑’했으니.
“쉬고 싶은 것 또한 여전하네.”
‘신’이 되었지만.
진도윤은 관리에 큰 미련이 없었다.
그저 함께했던 동료들과 여가를 보내며 휴식을 취하고 싶을 뿐.
특히, 근래 정신적으로 너무 힘들었었다.
시련이 끝나고 나서 정신이 원래대로 복구되었기에 망정이지.
그게 없었다면 아직도 ‘멍’한 상태였을 거다.
‘그래도 인간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진도윤이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원했기 때문 아닐까?
-……갑자기 무슨 여유를 부리고 있느냐!
눈앞의 노인, 바알이 몸을 비틀며 서슬 퍼런 손날을 뻗은 것은 그때였다.
촤아아악!
순식간에 그의 몸을 뚫어버리는 광속의 공격.
“…….”
하지만, 진도윤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그저 무표정으로 바알을 쳐다봤다.
“가이아와 그녀의 창조물들이 만든 부정적인 감정들이 모여 탄생한 잡종인가?”
뚫린 피부에서는 피가 나오지도 않았으며.
그저 평온하게 바알을 ‘관찰’했다.
“흐음, 굉장히 정교하게 창조되었군. 이런 점은 배울 만하네.”
-무, 무슨 헛소리냐!
일순간, 당황한 바알이 재차 손을 뻗었지만.
‘얘는 아직 모르는 건가?’
진도윤은 무심한 표정으로 기운을 슬쩍 꺼냈다.
수억 번이나 반복해 쌓아두었던 그 고유의 기운을.
-끄아아아아아아!
아주 미량의 기운만으로도.
온몸이 뭉개지는 느낌을 받은 바알이 괴성을 질렀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거력이!
“겨우 이걸 보고 거력이라니.”
바알이 온 힘을 다해 발을 굴렀다.
동시에 가진 모든 필살 기술을 동원하여 진도윤을 겨냥했다.
-역시 숨겨놓은 힘이 있었구나. 하지만, 그 정도 힘이면 네놈도 제약이 따르겠지?
“글쎄…….”
-지금이라도 우리 진영으로 넘어오는 것은 어떠냐. 내 친히……!
“시끄러.”
꽈악!
진도윤은 시크하게 기운을 뻗어, 바알의 몸을 낚아챘다.
솔직히 옆에서 뀨웅거리는 데몰리션만으로도 다 정리할 수 있긴 한데, 그러다 지구가 날아갈 수도 있다.
그냥 정교하게 조절할 수 있는 자신이 하는 게 나았다.
진도윤은 마치 탁자 위 휴대폰을 잡듯, 간결한 동작으로 바알을 잡아 들어 올렸다.
그러고는 기운으로 녀석의 몸뚱이를 툭툭- 건드렸다.
“넘어올 거면 네가 넘어와야지. 잘됐네. 마침 긴 시간 동안 관리할 노예들이 필요한 참이었는데.”
-흐읍……?
바알은 정신이 없었다.
마치 자신을 가지고 노는 외계인의 장난감이 되어버린 기분이었다.
도대체 이게 어찌 된 거지?
어떻게 몇 초 전까지 약했던 놈이.
저런 힘을 가질 수 있는 거지?
아무리 세상이 신비한 일이 많다지만.
바알은 현 상황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다른 10악마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지원 온 서머너들도.
전 세계로 송출되는 화면을 바라보는 일반 시민들도.
천사군과 대천사들도.
“…….”
그저 입 벌리고 서머너 마스터의 활약을 지켜보는 중이었다.
-끄으으으윽!
바알이 온 힘을 다해 벗어나려 해봤지만.
진도윤의 기운은 견고하고 단단했다.
문득, 바알은 불안한 생각이 들었다.
‘설마 이대로…… 정말 이대로 인간 하나에게 대계가 무너지는 건 아니겠지?’
그럴 리가 없다.
이 세상에 전성기 ‘가이아’보다 센 존재는 없다.
게다가 자신은 ‘천신’까지 먹은 상태인데.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바알의 눈동자는 사시나무처럼 떨렸다.
두려움.
그는 난생처음으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흐으.
온몸이 묶인 바알이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10악마들 역시, 대책 없이 당하고 있었다.
놀랍게도, 서머너 마스터가 아닌 다른 인간에 의해.
“마스터, 우리도 돕겠다. 목소리를 듣는 건…… 오랜만이군.”
제프리가 손을 뻗어 아가레스와 마르바스를 압박하고 있었으며.
“후, 그간 말하고 싶어서 얼마나 입이 근질거렸는지 알아?”
유리아 역시 손쉽게 발레포르를 상대하고 있었다.
“……저도요.”
유아린은 부에르를.
놀랍게도 그들은 전부 소환수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직, 본인 고유의 힘들로 10악마를 능수능란하게 상대했다.
그들 또한 시련과 함께하며, 자연스럽게 ‘신’이 된 것이다.
“좋네, 결국. 이기는 건 우리지.”
진도윤이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손을 하늘로 뻗어 올렸다.
고오오오…….
10악마 주변으로 엄청난 기운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본능대로 용솟음치는 광포한 고유의 기운.
“우선, 너희는.”
진도윤이 싸늘하게 10악마들을 쳐다봤다.
악마들은 감히 그를 쳐다보지도 못했다.
판데모니엄에서도 서열을 정하는 그들, 강자존(强者存)의 법칙을 따르는 그들답게.
거대한 힘에 절로 복종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일인자라 불렸던 바알조차도.
그저 몸을 굽신 숙인 채, 반항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여기, 소울 콜렉터에 들어가 있어라. 너희의 죄는 추후에 묻겠다.”
그것으로 끝이었다.
진도윤이 주먹을 쥠과 동시에.
-커, 커허억!
-사, 살려……!
그들은 비명도 채 지르지 못한 채, 녹아내렸다.
흘러내린 피부 사이로 튀어나온 악마의 영혼은 곧바로 ‘아세브라도’로 딸려 들어왔다.
“키이이!”
소울 콜렉터가 기쁘게 그것들을 받아냈다.
이들은 나중에 다시 마계에 풀어놓을 예정이다.
없어진 육체는 ‘창조’로 다시 만들어 줘야겠지.
어차피 마계는 필수 불가결한 공간이다.
지구가 정상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삼계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
진도윤은 그 사실을 본능적으로 깨달았다.
또 배신하면 어쩌냐고?
‘저들은 나한테 못 덤벼.’
어떤 방법을 쓰던 그들은 자신을 이길 수 없다.
냉동실 얼음조각이 태양의 온도를 낮출 수 없는 것처럼.
‘뭐, 가이아처럼 몇십억 년 늙으면 그땐 또 모르겠지만.’
진도윤은 황폐해진 주변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다 끝난 건가……?’
인류가 변했던 모든 비밀을 깨달았다.
동시에 악의 근원들을 모조리 정리하고, 이 세계 최강자가 되었다.
특히, 마지막 시련은.
다시 하라면 자살을 선택할 만큼 끔찍한 순간이었지만.
“그래도 속 시원하네.”
그의 입꼬리가 슬쩍 올라갔다.
살짝 허무한 느낌도 들긴 했지만, 어쨌든.
결과는 판데모니엄의 완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