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18
18화-빨리 끝내기로 했다
아침을 먹는 동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던 안성희가 밥을 다 먹고 나와 조과장을 불렀다.
나는 궁금한 얼굴로 쳐다봤다.
“지도에 외부인이 보여.”
“지금?”
깜짝 놀란 나는 밖을 보려고 벌떡 일어났다.
“아니! 지금은 아니야. 앉아.”
“아, 그래?”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자리에 앉았다.
며칠 이동하면서 계속 신경을 썼던 터라 내가 좀 성급해졌던 것 같다.
“지난 3일 동안 외부인이 아주 잠깐씩 보였거든. 처음엔 너무 잠깐이라 우리를 따라오는 건지 확신이 없었는데 3일 동안 계속 주변을 맴도는 걸 보면 확신을 안 할 수 없어서 지금 이야기하는 거야.”
“며칠 동안 우리 주위를 맴돌며 관찰한 건가?”
“내 생각엔 그런 것 같아.”
조과장이 턱을 쓸면서 의문을 표했다.
“왜 관찰만 하고 공격하지 않았을까?”
“조과장님이 궁수일 거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원거리 공격 특화라 기회만 엿보다가 공격 못한 것 아닐까요?”
“음, 직접 공격이 어려운 능력이라면 그럴 수 있겠군.”
거기에 안성희가 자기 생각을 덧붙였다.
“그런 것도 있고 우리가 3일 동안 이런 폐가 같은 데서만 자서 공격하기 어려웠을 거야.”
“음, 성희 씨말이 맞는 것 같아. 주유소는 외부에서 좀비들을 유인하기 쉬운 장소이고 아무래도 여기는 문만 잘 막으면 좀비들이 들어오기 어려운 구조라서 안 한 것 같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주유소를 발견 하면 그곳에서 대비하고 유인해 보는 게 좋겠네요.”
“좀비의 침입을 막는 게 관건이겠어.”
“일단 유인할만한 주유소나 비슷한 건물을 찾는 게 우선이고요. 좀비가 달려들어도 막을 수 있게 통로를 봉쇄하는 게 그다음입니다. 그것도 관찰하는 외부인이 모르게 해야 합니다.”
“쉽지는 않겠어.”
“그리고 두 분이 막는 동안 빠져나가 제가 외부인을 제압하겠습니다.”
“진웅이 자네가 강한 건 알고 있지만 좀비의 시선을 피해서 외부인을 제압하는 게 가능하겠어?”
조과장의 질문에 나는 조과장과 안성희를 보며 웃었다.
“제가 빨리 한번 해볼게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잠시 멈추었다가 두 사람에게 물었다.
“이쯤 되면 확실히 외부의 그 사람이 적대적인 거 맞죠?”
안성희와 조과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맞아.”
우리는 이야기를 마치고 밖으로 나와서 길을 따라 이동했다.
지난 3일 동안 주유소 건물을 찾지 못한 것은 아니다.
주로 대낮에 찾았기 때문에 안에 남은 물자가 있는지만 살펴보고 이동해 왔다.
며칠 전 주유소처럼 2층에 간이침대라도 있었으면 자리 잡고 잠을 잤을 테지만 그런 주유소는 없었기 때문에 수색만 하고 바로 나왔다.
이번에 또 주유소를 찾게 된다면 방어에 중점을 두고 크게 문제없으면 자리 잡아야겠다고 생각했다.
·
·
·
“키에에엑-!”
슈아악-! 퍼억-!
“키익-!”
빠루에 달려드는 좀비의 머리가 깨졌다.
이제 서성이는 좀비들 정도는 물리는 것만 조심하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속도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웬만큼 운이 없지 않고서는 물릴 일은 거의 없었다.
위험한 건 무리 지어 움직이는 좀비였다.
하지만 좀비 무리도 안성희가 미리 감지해서 피해 갈 수 있었다.
안성희의 말로는 자신의 감지 거리를 벗어난 곳에서도 좀비 무리가 움직이면 그 움직임을 어렴풋이 느낀다고 했다.
감 비슷한 거라서 정확하지는 않다고 말했지만, 괜히 불길한 방향으로 갈 필요는 없었기에 우리는 안성희의 감을 따랐다.
덕분인지 몰라도 안성희가 지시한 방향을 따라가는 동안은 좀비 무리를 만나지 않았다.
“진웅아! 조과장님! 잠깐 멈추세요!”
서성거리는 좀비를 마저 처리하고 나니 안성희가 우리를 불러 세웠다.
“성희 씨. 무슨 일인데?”
“저기 길 건너 비닐하우스 너머에 좀비 무리가 보여요.”
나는 발끈하는 척했다.
“네가 이쪽엔 좀비 무리가 없을 거라며?”
“감이 정확하진 않다고 했잖아. 그리고 이쪽이 아니라 저 밭 너머에 있으니 내가 틀린 것도 아니야.”
조과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고, 나도 동의했다.
“음, 그건 성희 씨말이 맞아.”
“예, 알겠습니다. 그런 것 같네요.”
우리는 멈춰서서 몸을 낮추고 주변을 경계하며 천천히 움직였다.
좀비 무리와는 거리가 있어서 시선만 끌지 않으면 큰 문제는 없어 보였다.
다만 우리를 쫓아 오면서 해코지하려는 외부인이 하나 있어서 가능하면 이 자리를 빨리 이동해야 했다.
그래서 오리걸음으로 한 30여 분 이동하다 보니 앞쪽에 작은 주유소가 보였다.
조과장이 땀을 뻘뻘 흘리며 주유소를 반겼다.
아무리 신체 능력이 나아졌어도 40대에게 오리걸음 30분은 너무 힘들었다.
도착한 주유소는 며칠 전 주유소의 절반 정도 크기로 주유기도 딱 절반인 3개뿐이었다.
정면에 매점이라는 글씨가 새겨진 큰 유리문이 있고 화장실은 오른쪽 옆 왼쪽에는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다.
외관부터가 오래되어 보이는 건물이고 실제로 아주 허름해 보였다.
그리고 가장 마음에 드는 한 가지는 뒤편에 야트막한 담이 있다는 것이다.
뒤쪽의 담 덕분에 좀비들이 몰리더라도 뒤쪽으로 돌아오는 좀비는 없을 거라는 게 마음에 들었다.
1층의 유리창이 깨져서 좀비가 몰려들더라도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만 잘 막으면 한동안 버틸 수 있을 것이다.
“여기 괜찮을 것 같은데?”
“응, 괜찮네.”
좀비 사태가 일어나자마자 문을 잠그고 떠났는지 정면의 유리문엔 자전거 자물쇠가 걸려 있었다.
나는 자물쇠에 빠루를 끼워 넣고 돌려서 끊어냈다.
이전이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아무한테도 말은 안 하지만 거침없이 자물쇠를 뜯어내면서 나 혼자서만 굉장히 만족하고 있었다.
작은 매대 몇 개 있는 매점은 물과 과자, 껌같이 간단한 간식과 컵라면들이 있었다.
오른쪽의 화장실은 역시나 물이 나오지 않았다.
1층에 사무실과 옆에 붙어 있는 작은 창고에는 역시나 휴지와 물티슈가 쌓여 있었다.
우린 물과 간식, 휴지와 물티슈까지 나눠서 인벤토리에 집어넣었다.
그리고서 나는 외부 계단으로 2층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자물쇠로 잠겨 있어서 문을 부수지 않고 자물쇠만 뜯어내고 문을 열었다.
직원이나 사장이 합숙이라도 한 것 같이 간이침대가 아니라 오래됐지만 제대로 된 침대와 소파가 있었고 작은 옷장도 있었다.
우리는 옷장의 옷을 나눠 가진 뒤 옷장을 옮겨 창문을 막았다.
건물 자체가 작아서 창문을 막고 문 앞에 소파를 옮겨 놓는 데 시간도 얼마 걸리지 않았다.
우린 숙소에 들어온 김에 날이 어두워질 때까지 누워서 자기로 했다.
피곤한 것도 있고, 좀비가 나타난 이후 12일 만에 처음으로 본 침대에 그냥 눕고 싶었다.
조과장이나 안성희도 같은 생각인지 침대에 누웠다.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 누우니 불침번 같은 걸 설 생각도 없이 우린 모두 금방 깊은 잠에 빠졌다.
***
툭-!
“진웅아! 일어나 봐!”
“으, 응.”
잘 자다가 안성희가 다리를 툭툭 치며 깨우는 바람에 깨어났다.
오랜만에 눕게 된 푹신한 잠자리라 일어나기 싫었지만 일어나 안성희를 봤다.
“왜? 시간이 얼마나 지났어?”
“이제 저녁이야.”
“그래? 시간 가는 줄 모르고 푹 잤네. 침대 푹신한 게 너무 좋지 않냐?”
“인벤토리에 넣을 수만 있다면 침대랑 매트리스를 넣어가고 싶지.”
“한번 넣어볼까?”
“내가 일어나서 해봤는데 안 되더라. 침대랑 위에 매트리스랑 일체형이야. 나중에 매트리스만 따로 있는 침대를 발견하면 인벤토리에 넣어놓고 다닐 거야.”
“어, 해봤구나?”
“당연하지. 각성했어도 맨바닥은 등이 아프다고.”
“하하, 그거야 그렇지.”
“일어나서 계속 지도를 봤는데 잠깐씩 외부인이 나타났다가 사라졌어.”
“주로 어디에서 많이 나타나는지 알 수 있어?”
“들어올 때 이 주유소 맞은편에 비닐하우스 있었잖아? 대략 그 근처에서 몸을 숨기고 있는 것 같아. 다행히 높은 언덕 같은 건 없어서 발견만 하면 따라가기엔 어렵지 않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뒤쪽 창문으로 내려가서 대기하고 있다가 유리창이 깨지기 시작하면 바로 외부인을 잡으러 갈게.”
“그래. 조과장님하고 문을 막고 있을 테니 빨리 잡아 와.”
조과장도 방금 일어났는지 반쯤 졸면서 나와 안성희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윽-!
나는 바로 뒤편의 창문을 열고 아래로 내려왔다.
뒤편의 창문은 둘러쳐진 담 때문에, 좀비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위치이고 외부인도 보기 어려운 위치다.
담 밑에서 몸을 숨기도 있는데 창문 밖으로 안성희가 고개를 내밀고 이야기했다.
“내가 일어난 지 조금 됐거든? 그 시간 동안은 계속 좀비 무리를 보지 못했어. 좀비들은 계속 돌아다닐 테니까 오래 기다리지 않아도 될 거야.”
“충분히 자서 오래 기다려도 괜찮아. 열흘 만에 이제 노숙에도 익숙해졌다.”
“하하, 그래. 편해 보인다. 고생해.”
안성희는 고개를 끄덕하며 안으로 들어갔고 나는 앉아서 주변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한 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주변의 공기가 달라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 썩은 냄새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베어랜드의 좀비들은 돌아다니고 며칠 안 돼서 다 처리해서 알지 못했지만, 좀비들은 오래될수록 악취가 심해진다.
이렇게 외부에서 돌아다니는 좀비들은 누구의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열흘 넘게 돌아다녀서인지 점점 썩은 냄새가 심해졌다.
어쩌면 안성희는 감이 좋아서 좀비 무리를 알아채는 게 아니라 냄새를 잘 맡아서 미리 알아내는 것일지도 몰랐다.
또 그런 냄새가 심한 좀비들은 다른 좀비들보다 관절이나 신체 자체가 더 흐물흐물해져서 무기로 타격할 때 체액이 더 훨씬 많이 튀어서 매우 불쾌했다.
이제 5월도 끝나가는 시점이라 앞으로 점점 더워질 것이다.
몇 개월 뒤 여름이 되면 악취로 고생이 심할 것 같아 걱정이 들었다.
크르르르르르-!
아직은 그래도 버틸만한 악취가 나면서 좀비 무리가 주유소를 지나고 있었고, 나는 쓸데없는 생각을 멈췄다.
순간.
쐐애애액-!
무언가 빠르게 날아드는 소리가 들렸다.
쐐애액-! 쨍-! 쨍그랑-!
1층과 2층 창문이 연달아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키에에에에엑-!”
그리고 그 소리에 반응한 수백 마리의 좀비들이 주유소로 몰려들었다.
“케에에에에엑-!”
그리고 나는 빠루를 꺼내서 몸을 낮추고 옆으로 크게 돌아서 길을 건넜다.
어둑어둑해지는 초저녁이다.
해는 넘어갔지만, 아직 별은 뜨지 않은 시간이라 매우 어두웠다.
각성하고 신체 능력이 향상되었다는 건 전반적으로 다 개선되었다는 이야기이고 밤눈을 밝아졌다는 이야기다.
샤샤샤샥-!
어두웠지만 거침없이 걸어서 비닐하우스에 가까워졌다.
10동 정도의 작은 비닐하우스가 줄지어 서 있었다.
비닐하우스를 빠르게 지나가는데 중간에서 검은 형체가 쑥 튀어나왔다.
촤악-! 쐐액-! 쐐애액-!
“···!”
나는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돌멩이 두 개를 고개 확 뒤로 젖히며 피해냈다.
쐐애애액-! 깡-! 까깡-!
다시 빠르게 날아오는 돌멩이는 빠루로 급히 쳐냈다.
타타탓-!
적은 돌을 던지고 내가 돌을 쳐내자 바로 몸을 숨기며 거리를 벌렸다.
아직은 어두운 형체로만 보였다.
쉬이익-! 쉬익-! 까까강-!
적은 돌멩이를 던지고 거리를 벌려 도망치기를 반복했다.
쐐애애애액-!! 깡-! 까깡-!
이러다가 돌을 쳐내는 소리에 주유소 인근에 모인 좀비들이 이쪽으로 유인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빨리 끝내기로 했다.
“갑옷소환!”
쐐애액-! 쐐애액-! 투툭-! 툭-!
날아오던 돌멩이는 곰돌이의 분홍털옷에 막혀 툭 하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헉···!”
적은 이전에 내 갑옷을 보지 못했었던 것 같다.
나를 보고 뒷걸음치다가 당황했는지 발이 꼬였다.
꽈당-!
쿵쿵쿵-!
나는 넘어진 적을 향해 달려갔고 다급히 일어나려던 적을 팔로 눌러 주저앉혔다.
콱-! 꽈드득-!
“허억-!”
엎드린 채 내 팔에 등이 눌린 적은 팔다리를 버둥거렸지만 빠져나가지 못했다.
“움직이면 그대로 눌러버릴 거야!”
나는 단호하게 말하며 지그시 눌렀다.
꾸욱-!
“···!”
등에서 느껴지는 압박감에 적은 버둥거리다가 이내 손발에서 힘을 뺐다.
나는 그 상태로 잠시 더 기다렸다.
잠시 후 어둠에 더 익숙해지고 달이 떠오르자 내 팔에 잡힌 적의 모습이 점점 제대로 보였다.
잡힌 사람은 20대 중반의 남자였고 내가 지금 입고 있는 주유소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당신, 주유소 알바야?”
“···.”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나는 살짝 더 힘을 줘서 등을 눌렀다.
꾸욱-!
남자는 버티려는 듯 이를 악물고 참았지만 어쩔 수 없이 신음이 새어 나왔다.
“끄윽···.”
나는 계속 친절히 물었다.
“다시 물을게. 당신, 주유소 알바냐고.”
“···그, 그래. 맞다. 주유소 알바다!”
“왜 우릴 계속 따라오고, 왜 우리를 공격했지? 우린 모르는 사이잖아?”
“···.”
남자는 다시 입을 다물었고 나는 다시 남자를 꾹 눌렀다.
꽈악-!
“큭···너, 너희들이 그 양아치들 일당이라서 미행했다!”
“일당? 우리가?”
“양아치들하고 만나서 무사히 나간 거면 일당이지.”
“우리는 무사히 나왔지만 남은 덩치들은 무사하지 않았는데?”
“뭐? 무슨 소리냐?”
“뭐, 그건 못 봤다면 잘못 알 수도 있지. 일단 그건 그렇다고 치고.”
“사실이면 사실이지, 그렇다고 치는 게 어디 있어!”
다는 다시 남자의 등을 꾹 눌렀다.
이러다 가슴이 너무 강하게 압박되는 건 아닌지 내가 오히려 걱정될 정도였다.
“큭···.”
“먼저 묻고 싶은 게 있으니 일단 그냥 그렇다고 치자고. 질문하는 사람은 나라는 걸 명심 해.”
“···.”
“그 덩치 일행하고 무슨 이유가 있어서 그들을 죽게 했지?”
“···.”
“말 안 해? 이렇게 계속 누르면 죽을 텐데 괜찮나?”
내 질문에 남자는 다급히 대답했다.
“보, 복수다!”
“복수? 무엇에 대한 복수지?”
남자는 뭔가 생각하듯이 눈을 감았다 뜨고 입을 열었다.
“조, 좀비 사태가 터지고 문을 잠그고 숨은 주유소에 양아치들이 애를 앞세우고 문을 두드렸고, 우리 사장님은 애가 불쌍하다고 문을 열어줬어.”
남자는 이야기하면서 점점 말 속도가 빨라졌다.
“그런데 그 양아치들은 사장님과 나하고 같이 알바 하던 형, 이 3명을 두들겨 패고 밖으로 쫓아냈어. 결국 형하고 사장님은 좀비들에게 물려 죽었고 나만 혼자 겨우 살아남았다!”
그리고 목소리까지 커지기 시작했다.
“이 정도면 복수 할 만하지 않아? 누가 나를 욕하겠어? 누가 봐도 내가 정의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