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39
39화-뭐가 있는데 그래
옥상 문 앞에는 마원주와 궁사로 보이는 각성자 몇 명이 쓰러져 있었다.
천막과 텃밭은 좀비 까마귀의 공격을 받은 듯 찢어져 있거나 흙이 헤쳐져 있었고, 바닥엔 좀비 까마귀의 사체들도 즐비했다.
그리고 양일석과 몇 명의 일행이 이세훈 일당과 대치하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도 싸우고 있었는지 양일석은 누군가를 부축하고 있었다.
이세훈 일당이 서 있는 자리엔 큰 불덩이가 떨어진 자국이 있었고 아직도 연기가 조금씩 피어오르고 있었다.
내 등장이 이들을 잠시 멈춰 세운 것이다.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쿵-! 쿵-! 쿵-!
다가가는 나에게 이세훈이 소리쳤다.
“거기 멈춰-! 더 이상 다가오지 마!”
나는 멈추지 않았다.
쿵-! 쿵-! 쿵-!
“네, 네가 곧 떠날 거라고 했잖아! 우리 일에 상관하지 마!”
나는 여전히 멈추지 않고 다가갔고 이세훈이 들고 있는 일본도를 휘둘렀다.
쿵-! 쿵-! 쿵-!
쒸이이익-! 챙-! 콰드득-!
일본도를 손으로 잡아 구긴 후 이세훈의 몸통을 잡아들어 올렸다.
“커억-!”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사람들 모두 대응하지 못하고 쳐다만 봤다.
이세훈은 아직도 정신 못 차리고 버둥거렸다.
“이, 이거 놔-! 네, 네가 뭔데 이러는 거야-!”
내 목소리가 차가워졌다.
“자기 집안에 좀비를 끌어들이는 미친놈 말을 내가 왜 들어야 하지?”
차가운 내 말에 이세훈은 당황했다.
“우, 우리 일이야-! 넌 떠날 사람이잖아-!”
“떠날 사람이니 무고한 사람들이나 아이들 죽는 걸 그냥 보고만 있으라고? 정말 너 미친놈이냐?”
“어린놈이! 니, 니가 뭘 알아!”
정신 나간 인간의 말을 듣기도 싫었다.
“시끄러워! 이런 게 나이 따라 알고 모르고 할 일이야?”
나는 이세훈을 잡은 손을 꽉 쥐었다.
콰악-!
“끄으윽! 사, 살려···.”
괴로워하는 이세훈을 보는 내 눈이 더 차가워졌다.
“아래엔 너 때문에 살려달라는 말도 못 하고 죽은 사람들이 있어-!”
콰드득-!
“끄어어억-!”
움켜쥔 내 손에 이세훈의 가슴의 뼈들이 부러져 어딘가를 찢었는지 아주 잠깐 버둥거리다 곧 축 늘어졌다.
“···!!”
“어? 어?”
“이, 이게 뭐야?”
“주, 죽었어?”
“진짜야?”
이세훈 일당인 주형진과 팔에 붕대를 한 양홍섭 그리고 무기를 들고 있는 십여 명의 각성자들은 자기들 대장이 죽자 충격을 받았는지 아무 말도 못 하고 있었다.
털썩-!
나는 축 늘어진 이세훈의 시체를 던지듯 내려놓고 그 일당들 앞에 섰다.
“또 누구 할 말 있는 싶은 사람 있나?”
아무도 말하지 못했다.
“피를 볼 각오를 한 거 아니야? 설마 너희들은 피를 안 흘릴 줄 알았나?”
이런 인간들이 좀비를 유인해 하루 전까지도 자기편이었던 사람들을 공격하게 한 것이다.
“비겁한 인간들!”
나는 슬쩍 고개를 돌려 양일석에게 물었다.
“그쪽이 원하는 건 뭐요?”
양일석이 아닌 40대 남자가 대신 대답했다.
“쿠, 쿨럭! 저자들이 이 지역을 떠나면 됩니다. 가족과 함께 여길 떠나서 다시 안 보이면 아무 일도 없을 겁니다. 쿨럭!”
마음에 들지 않았다.
너무 관대했다.
“당신이 대장이라는 사람이죠?”
“쿠, 쿨럭! 맞아요. 안도혁입니다.”
“저 사람들 살려둔다고 고마워할 것 같지 않은데 죽이지는 않더라도 어디 하나 망가트리고 보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서슬이 퍼런 내 말에 이세훈 일당은 계속 움찔거렸다.
그리고 들고 있던 무기들도 다 집어넣었다.
“쿨럭! 진웅 씨, 말이 백번 지당하지만, 미운 정도 정이라고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습니다. 가족들도 있으니까요. 다만 다시는 이 근처로 오지 않을 걸 약속 해야 합니다.”
안도혁의 대답에 나는 다시 이세훈 일당을 봤다.
“가족을 데리고 여길 떠나서 다시는 접근하지 말아야 한다. 접근하면 이쪽은 다시는 안 봐줄 거고. 이해했지? 약속할 수 있나?”
이세훈 일당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안전한 장소를 떠나는 건 두려울 수밖에 없다.
더구나 가족들과 함께라니 더 그럴 것이다.
쭈뼛대던 사람 중 한 명이 용기 내서 질문했다.
“가, 가족은 놔두고 우리만 나가면 안 됩니까? 잘못한 건 우리지, 가족들은 죄가 없습니다.”
가족들은 죄가 없는 게 맞다.
본인들 잘못으로 가족들이 고통받는 것이다.
그 정도도 각오하지 않고 사람을 공격했다면 멍청한 것이다.
“웃기는 소리! 가족을 여기 두면 당신들이 이 주변을 떠나지 않을 게 뻔한데 놔두고 가겠다고? 언제 또 습격할 줄 어떻게 알아? 그건 안 되지. 가족들이 위험하다고? 그 정도 생각도 없이 좀비에게 본거지를 열어줬다고? 멍청한 선택도 그 책임은 져야지!”
“하지만, 가족은 죄가 없습니다!”
“둘 중의 하나야! 당신들 어디 한군데 부러지고 나가던가, 그냥 나가던가. 정해.”
내 단호한 말에 이세훈 일당들은 사색이 됐고 누워있는 안도혁이 입을 열었다.
“쿠, 쿨럭! 그, 그래도 어디 하나 부러트리는 건 좀···.”
안도혁의 말에 확 짜증이 더 났다.
“닥치세요! 당신이 여기 대장이지 내 대장이 아니에요. 그따위로 우유부단하게 관리하니까 배신당하는 겁니다. 이런 세상에 리더가 그따위로 무르기만 하니까 사람들이 다른 마음을 먹는 거라고요!”
내 말에 안도혁의 얼굴에 그늘이 졌다.
“자기 집안에 좀비를 끌어들이는 저런 미친놈들한테 무슨 약한 소립니까?”
안도혁에게 소리치는데 이세훈 일당이 오히려 더 위축됐다.
안도혁도 할 말이 없는지 아무 말도 못 하는 상황이었다.
“···.”
그때 옥상 문으로 도형만이 거칠게 들어왔다.
“대장! 이분 말이 맞아요! 저놈들 때문에, 외부 순찰하던 동료 3명이 죽었어요. 사람들을 위해 좀비들과 싸우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들도 가족이 있어요. 대장, 마음 약해지면 안 됩니다.”
“쿠, 쿨럭! 형만아.”
“대장. 저놈들 가족을 그대로 지내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반발할 겁니다. 가족들에게 복수하려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런 갈등의 씨앗은 애초에 남겨두는 게 아닙니다. 다 보내야 해요. 안가겠다고 해도 강제로라도 내보내야 합니다. 그래야 남은 사람들을 지킬 수 있어요.”
“···.”
안도혁은 달리 대답할 말이 없는지 고개를 끄덕이고 푹 숙였다.
안도혁과 도형만의 대화를 들은 이세훈 일당들도 모두 포기했는지 도형만과 다른 사람들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상황을 알고 분노하기 전에 가족들을 데리고 도망치듯 사라졌다.
나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서 옥상에 쓰러진 천막을 세우고 텃밭 정리를 도왔다.
그건 이외에 내부 정리에는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
성장통이 되려면 이 그룹 스스로가 정리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더 단단해진다.
***
스타몰과 주변을 정리하는데 사흘이 지났다.
남은 사람들은 내부의 공격으로 인해 방어막이 무너졌고 가담한 사람들이 추방당했다는 데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사람들은 배신감에 무력해졌다.
난 처음 베어랜드에서부터 배신하거나 뒤통수치는 일들을 봐와서 크게 감흥이 없는데 이곳에 남은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듯했다.
내가 참견할 일은 아니지만, 어차피 언젠가는 겪을 일이다.
다른 어른들보다 중학생인 지유재가 다른 각성자에게 공격받았던 적이 있어서인지 몰라도 오히려 멀쩡했다.
스타몰 주변의 장애물을 다시 정리하고 난 뒤에 나는 갑옷을 강화하기 위해 신경일을 찾았다.
직업이 상인이라는 아주머니가 와서 내 포인트를 신경일에게 넘겨주었다.
포인트 이전은 아주 쉽고, 금방이었다.
아주머니는 이런 포인트 중개도 경험치가 올라간다며 좋아했다.
천막 앞에 모루를 준비해 놓은 신경일은 나에게 갑옷을 입고 모루에 손을 내밀고 있으라고 한 뒤에 망치로 계속 양손을 두드렸다.
땅! 땅! 땅! 땅! 땅!
난 이 행동이 너무 이해가 안 돼서 신경일에게 질문했다.
“대장장이면 무언가 쇠를 녹이고 망치로 두드리고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이건 아무것도 없이 그냥 망치로 두드리는 거잖아요. 이래도 되는 거 맞아요?”
신경일은 계속 망치로 두드리며 대답했다.
땅! 땅! 땅! 땅! 땅!
“자네가 진짜 기사가 아닌 것처럼, 내가 진짜 대장장이가 아니잖아. 난 원래 고장 난 노트북이나 컴퓨터를 수리하던 사람이라고. 대장장이라는 타이틀은 그나마 비슷한 일을 하는 사람에게 붙는 거라고.”
“그럼, 어떻게 하시는 건데요?”
땅! 땅! 땅! 땅! 땅!
“강화를 시작하면 내 눈에만 보이는 지시선이 나타나거든. 그 지시선이 가리키는 위치에 알려준 힘만큼 마력을 이용해서 계속 두드리는 거야. 정확하게 때리면 OK라고 글자가 뜨고, 틀리면 NO라고 뜨거든. 그게 빨라. 타이밍 맞춰서 그걸 계속하다 보면 마지막에 클리어라고 뜨면서 강화가 끝나.”
신경일의 대답에 나는 잠시 멍해졌다.
“그거 무슨 리듬 게임 하는 것 같은데 아니에요?”
“리듬 게임? 안 해봐서 모르겠다.”
하긴 곰돌이 인형 탈을 뒤집어쓴 내가 기사인데 뭐가 안 될까 싶었다.
그런 걸 따지는 게 피곤했다.
땅! 땅! 땅! 땅! 땅!
모두 포기하고 모루 앞에 앉아 모루에 양손을 올려놓고 규칙적이고 경쾌한 망치 소리를 한참 듣다 보니 스르륵 잠이 들었다.
땅! 땅! 땅! 땅! 땅!
·
·
·
땅! 땅! 땅! 땅! 땅! 땅-!!
망치 소리가 멈췄다.
나는 살짝 졸다가 망치 소리가 멈추자 눈을 뜨고 일어났다.
“다 끝난 건가요?”
신경일은 지쳤는지 땀을 닦으며 앉아있었다.
“아이고, 힘드네. 다 끝났어.”
“예, 수고 많으셨습니다.”
“망치질에 마력이 다 달았어. 강화 끝내자마자 내 포인트도 오르더라. 한번 확인해봐.”
“어떻게 확인하죠?”
“손을 들고 손톱이 나온다고 각하면서 집중해 봐.”
나는 곰돌이 갑옷의 동글동글한 손을 들고 손끝에서 손톱이 나온다고 생각하며 집중했다.
스스스릉-!
10cm 정도의 강철 손톱이 튀어나왔다.
다시 집중하니 쏙 들어갔고, 나온다고 생각하니 쑥하고 다시 튀어나왔다.
그리고 장비창을 열었다.
무기: 없음.
방어구: 곰 갑옷 세트(SSS) 레벨 2
투구(희귀) 갑옷(희귀) 장갑+1(희귀)
바지(희귀) 부츠(희귀)
세트 효과: 공격+80+8 방어+80
등급 포인트: 1
효과: 회피 확률 10% 증가
방어 확률 10% 증가
공격 속도 10% 증가
체력 회복 10% 증가
이동 속도 10% 증가
장갑에 +1이란 표시가 붙고 공격력에는 80에 8이 더 붙었다.
공격력이 10% 향상될 거라더니 정말 올라갔다.
등급 포인트는 이세훈을 죽이고 얻은 것이다.
등급을 하나 올리려면 포인트가 2개 필요해서 그냥 놔두었다.
다음으로 상태창을 열었다.
이름: 진웅(24세)
레벨: 2
직업: 기사
힘:20 민첩:20 체력:20 마력: 8/20
공격력:108(20+80+8) 방어력:100(20+80)
분배 가능 포인트:0
이 정도면 수치상으로도 많이 강해졌다.
실제로 싸워보면 더 실감이 날 것 같았다.
내 생각엔 수치보다 훨씬 더 강해졌을 것 같았다.
지금까지는 좀비를 때리거나 잡아서 찢거나 터트리는 방식으로 처리했다.
하지만 이제는 베거나 찌르고 지나갈 수 있어서 더 깔끔하게 처리가 가능할 것이다.
당장이라도 써 먹어보고 싶었지만, 앞으로 지겹도록 쓸 것이라 꾹 참았다.
내가 내 상태창을 확인하는 동안 신경일은 피곤하다며 천막으로 들어갔다.
“소환 해제-!”
슈욱-!
갑옷을 벗은 나는 안도혁을 만나러 갔다.
떠나기 전에 할 말이 있으니 들리라는 당부를 들었기 때문이다.
·
·
·
양일석을 만났던 작은 사무실에 안도혁이 있었다.
여러 명에게 공격받아 상처를 입었었지만, 사흘 만에 움직이는 데에는 무리 없을 정도로 회복됐다.
물론 팔과 복부에는 붕대를 동여맨 상태였다.
“괜찮으십니까?”
“이게, 보기보다는 괜찮습니다. 각성이라는 게 놀랍네요.”
“예, 큰 상처였던 것 같은데 며칠 만에 움직이는 게 놀랍습니다.”
“다치지 말아야 하겠지만 부득이하게 다친다고 해도 금방 회복될 겁니다. 이게 오히려 무섭네요.”
“무모해질까 봐 걱정되십니까?”
“이 몸이나 힘에 취하면 그렇게 될 것도 같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 또한 항상 생각해 왔던 일이다.
아직은 스스로 조심하자는 결론 이상을 찾을 수 없었다.
“진웅 씨가 떠나기 전에 만나려는 이유는 저희를 도와주셔서 고마워서 인사도 드리고 선물도 하나 드리려고 한 겁니다.”
“아이템 강화를 위해서 머물다가 그렇게 된 거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그래도 고마운 건 고마운 거죠.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제 안일한 마음가짐을 질책해 주셔서 반성 많이 했습니다. 그 고마움도 있습니다.”
“제가 말을 너무 막한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아닙니다. 정신 차리는 데 더 도움이 됐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안도혁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저한테 열쇠가 있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습니까?”
“무슨 재난 물자창고 이야기는 들은 적 있습니다.”
“그게 실제로 있습니다.”
“재난 물자가요?”
“예, 본사에서 무슨 이유로 비축했는지 몰라도 재난 물자가 있고 저는 그 물자를 관리하기 위해 파견된 직원입니다.”
나는 의아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게 있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다.
“스타몰, 아니 스타그룹은 이런 사태를 예상한 건 아니지만 자회사들에 막대한 물자를 비축하고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어떤 형태로든 아포칼립스가 도래할 걸 믿고 한 것 같습니다.”
“믿기 힘든 이야기네요. 있다고 하시니 믿을 수밖에요. 그런데 물자를 가지고 뭐 하시려는 겁니까?”
“제가 받은 명령은 물자를 본사로 옮기는 겁니다.”
“예? 어떻게요? 차량도 없잖아요?”
안도혁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래서 본사가 이런 일은 예상하지 못하고 물자만 모았다는 겁니다. 저도 처음엔 관리만 할 생각이었는데 여기에 사람들이 모이고 사람들의 지도자가 되어 보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모인 사람들을 위해 써야겠어요. 그래서 본사와 관계없이 독자적으로 움직일 생각입니다. 그런 이유로 아래쪽에 논밭이 있는 곳에 진출하려는 것이고요.”
이를테면 본사가 비축해 놓은 물자로 독자 세력화하겠다는 것인데 이해도 됐지만 걱정도 됐다.
“그런데 누군가 물자를 찾으러 오면 어떡합니까?”
“부끄럽지만 그런 마음 때문에 사람들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고 배신할 걸 알아도 강하게 대하지 못하다가 이런 사단이 난 겁니다. 반성 많이 했습니다. 이제부터는 배신하지 않을 사람들로 가려서 받아들이고 모든 걸 공유할 생각입니다.”
“어려운 결심 하셨네요. 잘 되길 바랍니다.”
안도혁이 살짝 웃었다.
“그래서 창고를 사람들에게 알려주기 전에 진웅 씨한테 먼저 개방해 주려고 합니다.”
“예? 저한테요? 굳이 그러실 필요가 없습니다.”
공짜를 마다할 생각은 없지만 조금 부담스러웠다.
“아니요. 거절하지 마시고요. 개인적인 선물입니다. 안에 보시면 생각보다 필요한 물건이 좀 있을 겁니다.”
안도혁은 뭔가 의미심장하게 미소를 지었다.
웬만큼 생활에 필요한 물자들이나 식량은 충분했다.
더 있으면야 좋겠지만 재난 물자라는 게 특별한 것도 없는데 저렇게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하는 게 궁금하기도 했다.
‘한 번 구경이나 해볼까?’
안도혁이 벌떡 일어났다.
“이야기한 김에 지금 바로 가시죠.”
“예?”
안도혁은 내가 말할 새도 없이 밖으로 나갔고 나는 말을 할 타이밍을 놓친 채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뭐가 있는데 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