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ocalypse became the strongest Alba RAW novel - Chapter 74
74화-끝내는 거야
통신이라는 말은 지난 일 년 동안 잊었던 말이다.
“핸드폰이나 인터넷 같은 통신 말입니까?”
“그것보다는 편지에 가깝습니다.”
“인편으로 전하는 건 아니겠죠?”
“실시간까지는 아니지만 인편으로 오가는 것보다는 빠릅니다.”
힐러에 마법사라고 이야기했으니 뭔가 마법적인 방법으로 소식을 주고받는 것 같았다.
신기하긴 한데 굳이 그런 사람을 곁에 둘 이유가 있을까 싶었다.
“아니, 아무래도···.”
“제가 간 적 있고 본 적 있는 사람에게라면 소식을 전할 수 있습니다! 쓸모가 많을 겁니다!”
간절해 보였다.
권호창과 눈이 마주쳤다.
“형님, 방도 남았는데 괜찮지 않나요?”
“방이야, 많지. 그 방을 아무한테나 줄 수 없어서 그렇지.”
나연제가 다급히 이야기했다.
“한 달 정도만 시간을 주시면 제 가치를 보여드리겠습니다. 분명 제가 필요하실 겁니다.”
“나 중위님이 필요할 거라고요?”
“예, 한 달이면 확인하실 수 있을 겁니다.”
“왜 그런지 알려주시겠습니까?”
나연제는 긴 숨을 쉬고 이야기했다.
“저희가 게이트를 발견했다는 건 많은 사람이 알고 있습니다. 접근이 안 되자 여러 세력에 도움을 요청했기 때문입니다. 그중에 명성그룹이 다리를 놓아서 진웅 씨가 오게 된 겁니다.”
“그 말은.”
“예, 게이트가 파괴됐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게 될 겁니다. 다른 세력들을 게이트를 찾으면서 그걸 파괴한 유일한 사람인 진웅 씨를 귀찮게 할 거예요.”
“나 중위님이 그걸 막을 수 있습니까?”
“저는 못 막지만, 명성그룹과 저희 1군단은 막을 수 있습니다.”
“1군단이요?”
“강원도를 중심으로 병력이 모인 저희가 1군단, 충청도 중심은 2군단, 경상도 중심은 3군단, 전라도 중심으로는 4군단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서울이나 수도권은 없나요?”
“일부 모인 그룹은 있어도 큰 세력을 이루지는 못했습니다. 좀비 사태 초기에 피해가 너무 컸습니다.”
“그렇군요.”
나연제의 말만 들으면 여러 세력에서 다 나를 찾을 것처럼 이야기하는 데 과연 그 정도일지 의문이 생겼다.
“설마 그 정도일지 의문은 들지만 일단 한 달은 지켜보도록 하죠.”
“예, 감사합니다. 한 달 안에 제 말이 사실인 걸 아시게 될 겁니다.”
당연히 좀 과장이 섞인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사람들이 귀찮게 한다고 해도 통신 마법을 사용하는 나연제가 나한테는 별 쓸모가 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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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흘 만에 북한산 카페 건물에 도착했다.
도착해서 조금 쉬려고 했는데 서윤재가 기다렸다는 듯 찾아왔다.
“게이트를 파괴하셨다고요?”
옥상에서 편의점 테이블 의자에 앉아 솔잎 음료를 마시고 있는데 찾아온 서윤재가 인사도 없이 물었다.
“바로 돌아왔는데 벌써 아셨네요?”
“원래 소식은 사람보다 빠릅니다.”
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럼, 그 게이트가 완전하지 않은 게이트였다는 것도 들으셨겠네요.”
“예,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불완전하다고 해도 게이트입니다. 제가 알기로 게이트를 발견한 것도 처음이고 파괴한 것도 처음입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림음에서 세계 최초라고 알려 줬으니 처음이 맞기는 하다.
“그건 맞습니다만, 이게 우연히 발견된 게이트라서 두 번은 힘든 일 입니다.”
“존재를 모르고 파괴할 수 있다는 걸 몰라서 못 찾은 겁니다. 앞으로 사람들이 찾기 시작하면 분명 머지않아 찾는 방법이 밝혀지고 게이트를 찾아낼 겁니다. 찾아내기 시작하면 진웅 씨는 귀찮아질 겁니다.”
“게이트를 찾아내도 완전한 게이트는 아직 제 능력으로는 파괴하기 힘듭니다. 금방 다들 알게 될 겁니다.”
“반쪽짜리라고 해도 진웅 씨는 성공했습니다. 그게 중요한 겁니다. 여러 세력이 진웅 씨와의 만남을 원할 겁니다.”
“음···.”
서윤재의 말을 들으니 의외로 귀찮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나연제 중위의 말이 맞아 가는 것 같았다.
“그렇게 되면 이 카페 건물과 산에 함부로 들어 오지는 못하겠네요.”
“아, 예, 맞네요.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렇게 하기를 잘한 것 같습니다. 우리 명신하고 대화, 태산이 진웅 씨 영역을 보장해 주니까 다른 세력들이 함부로 들어오기 어렵습니다.”
“그건 다행이네요.”
이 산은 내 것이 되었고 세 세력이 그걸 보증해 준다.
다른 세력들이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냥 내 욕심에 요구한 것인데 결과적으로는 잘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 그룹들이 열심히 게이트를 찾고 있습니다. 만약 찾게 되면 도움을 요청해도 되겠습니까?”
“···.”
이런 상황은 조금 난감했다.
자기들 덕분에 덜 귀찮아졌으니 도와 달라는 걸 거절하기 어려운 타이밍에 부탁했다.
“아직 게이트를 발견한 게 아니니 시간은 많습니다. 그때 다시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그때 상황을 한번 보죠.”
그렇게 이야기가 마무리되며 서윤재를 떠났다.
‘정말 잘못하면 귀찮아질 것 같은데?’
게이트를 찾고 파괴하는 게 싫은 게 아니다.
능력만 있다면 파괴하는 게 생존을 위해서 파괴하는 게 좋다.
하지만 아직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벌써 세력에 엮였다가는 피곤해질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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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 나갔다가 귀찮아질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일주일을 카페 건물에서 나가지 않고 조용히 지냈는데 그게 오히려 피곤했다.
사람들이 강화를 받겠다며 임효영을 계속 찾아왔다.
그래 놓고서는 강화는 받지 않고 감정만 받고 옥상에서 계속 서성이며 내가 나오길 기다리다가 말을 걸었다.
임효영에게 감정을 받는데도 포인트가 소모된다.
그래서 임효영과 김규왕은 은근히 좋아했지만 나는 좀 피곤해졌다.
그래서 새벽에 아무도 모르게 밖으로 나왔다.
***
슈카카카카카칵-!
손톱을 좌우로 휘두르며 좀비 무리 사이를 헤쳐갔다.
“크에에엑-!”
좀비 사태 초기를 빼고는 이렇게 일반 좀비들만 가득한 모습은 처음이었다.
워리어나 자이언트 같은 다른 괴물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좀비들 수천 마리가 줄지어 걸어가는데 난 그사이를 헤집고 다니며 길을 만들고 있었다.
슈카칵-!
손톱을 한번 휘두를 때마다 좀비들 십여 마리가 십여 개의 조각으로 변해 쓰려졌다.
“크에에엑-!”
사람들이 찾아오고 귀찮게 해서 무작정 새벽에 나와서 북쪽으로 올라왔다.
북한지역은 좀비 사태 초기에 이미 점령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쪽을 향한 것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곳은 파주를 지나 조금 더 위로 올라 온 곳이다.
이 지역 지도가 없어서 여기가 휴전선 인근인지 북한지역인지도 확실하지 않았다.
그냥 열흘 정도 올라오니 좀비만 가득했다.
그 후로 또 열흘 동안 좀비들을 손톱으로 썰고 발로 밟으며 길을 냈다.
콰득-! 콰드득-!
한참 좀비들을 오가며 썰고 다니다 보니 또 한 무리의 좀비를 정리했다.
내 주변엔 좀비의 시체와 흐른 핏물들만 가득했다.
인적이 없는 곳에서 한 번도 공격받지 않은 좀비들은 처음의 일반 좀비인 상태로 이렇게 무리를 지어 다닌다는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이런 식으로 계속 토벌당하면 워리어나 자이언트, 그리고 각종 좀비 짐승이 나타나게 되는 것 같다.
내가 이 녀석들을 썰고 다녀도 반복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서 아직은 이렇게 토벌하는 수준으로 처리하고 다닐 수 있었다.
이미 레벨이 높아진 상태라 일반 좀비로는 포인트가 잘 오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일반 좀비도 이 정도로 썰고 다니면 포인트가 조금씩은 오를 수밖에 없다.
상태창을 열어 포인트를 올리고 나서도 포인트는 여유분이 충분했다.
나중에 히든 아이템을 흡수할 수도 있어서 남겨 두는 여유분이다.
이름: 진웅(25세)
레벨: 6
직업: 기사
힘:60 민첩:60 체력:60 마력: 10/60
공격력:384(60+240+48+12+12+12)
방어력:360(60+240+24+12+12+12)
분배 가능 포인트: 15
무기: 없음.
방어구: 곰 갑옷 세트(SSS) 레벨 6
투구(신화)+1 갑옷(신화)+1 장갑+2(신화)
바지(신화)+1 부츠(신화)+1
세트 효과:
공격+240+48+12+12+12
방어+240+24+12+12+12
등급 포인트: 95
효과: 회피 확률 100% 증가
방어 확률 100% 증가
공격 속도 100% 증가
체력 회복 100% 증가
이동 속도 100% 증가
레벨이 올라갈수록 신기한 건 감각이 확장되는 느낌이 드는 것이다.
금방 익숙해지긴 하지만 처음 하루 이틀은 이전 느낌과의 괴리 때문에 움직이는데 어색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마침 노을이 지고 있는 시간이라 잠자리를 찾기 위해 이동했다.
이 지역에 도착해서는 빈집을 찾을 수 없어서 너무 늦기 전에 잠자리를 마련하러 돌아다녔다.
갑옷으로 땅을 깊숙이 파고 나무로 지붕을 만들었다.
그 안에 풀이나 잔가지를 깔고 다시 위에 흙으로 살짝 덮은 후 텐트를 폈다.
갑옷이 없었다면 힘이 있어도 이런 쾌적한 은신처를 만들 생각을 못했을 텐데 갑옷 덕분에 너무 편했다.
은신처를 깊이 파 놓고 불을 피울 구멍도 파 놓아서 불을 피워도 연기가 밖에서는 잘 안 보이게 만들 두었다.
은신처에 불을 피워놓고 물을 올려 즉석밥과 간편식을 데워먹었다.
인벤토리에 많이 쌓아둬서 하려고만 한다면 이런 오지에서 몇 개월에서 일 년은 버틸 수 있을 것 같다.
밥을 먹고 쉬는데 기묘한 감각이 느껴졌다.
뭔가 다가오는데 사람도 아니고 좀비 같은 위협도 아니다.
나는 잔가지로 막아놓은 입구를 살짝 들어 올리고 주변을 살펴봤다.
많이 어두워진 하늘에 나비가 나는 게 보였다.
‘나비? 이 시간에?’
자세히 보니 나비가 아니다.
팔랑팔랑 나는 종이학이다.
‘내가 미쳤나? 종이학이 나는 게 보인다고?’
종이학은 내 앞으로 오더니 생명력을 잃은 듯 서서히 땅에 떨어졌다.
나는 종이학을 집어 들고 은신처에 피워놓은 불 앞으로 와서 펼쳐봤다.
아이들이 쓰는 색종이 크기의 종이였고 안쪽에 글이 적혀 있었다.
[나연제 중위입니다. 소식 전하겠습니다. 답장은 안 됩니다. 찾아오는 손님은 많지만 별다른 이상은 없습니다. 게이트에 관한 새로운 소식이 생기면 바로 전달하겠습니다. -7월 19일-]이 글을 적은 게 19일이고 오늘은 25일이다.
내가 이곳에서 북한산 카페 건물까지 쉬지 않고 전력으로 이동하면 10일 안에는 이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쉬지도 않고 자지도 않고 이동하는 건 불가능하니 확실히 사람이 움직이는 것보다는 빠른 통신수단이 맞긴 했다.
나연제에 대한 평가가 올라갔다.
‘의외로 쓸만할 수도 있네.’
지금은 단방향 통신이지만 이걸 쌍방향으로 할 수 있다면 훨씬 유용할 것이다.
별다른 일이 없으니 식량이 허락하는 한계까지 조금 더 위로 올라가 보기로 했다.
***
두 달이 지났다.
여름이 지나 가을에 접어든 9월 중순이다.
게이트를 파괴한 것도 6월 중순의 일이다.
게이트를 찾는 사람도 한두 명이 아닌데 아직 게이트에 관한 소식은 없다.
나연제가 보내오는 소식도 계속 받아봤다.
북한산 카페는 별문제 없이 계속 찾아오는 사람은 많다고 했다.
지난 두 달간 좀비들을 계속 처리하면서 천천히 이동했다.
그리고 그동안 사람의 흔적을 전혀 찾지 못했다.
정말 모두 전멸한 것처럼 보였다.
레벨도 8까지 올리긴 했는데 그 이후로 포인트도 거의 올라가지 않아서 아직 식량이 충분할 때 돌아가기로 했다.
왔던 길로 돌아가는 길이라 큰 문제 없었다.
쉬는 것도 이전에 만들어 둔 은신처를 이용해서 잠잘 곳을 찾으려고 시간을 허비하지 않아도 돼서 편했다.
일찍 쉴 자리를 마련해놓고 밥 먹고 잠깐 바람 쐬러 나와서 솔잎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이제 인벤토리 안에 솔잎 음료도 거의 남지 않았다.
넓은 벌판에 서서 음료를 마시며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봤다.
노을 지는 하늘과 구름이 주황색으로 보였다.
구름 중 지상과 유독 가까운 구름이 하나 눈에 띄었다.
어두운 보라색과 주황색이 섞인 기묘한 구름은 빠르게 움직였다.
그뿐만 아니라 뭔가 꿈틀대는 것처럼 보였다.
구름은 점점 빠르게 이동해서 머리 위를 지나갔다.
구름이 머리 위를 지나가는 동안 숨도 쉬지 못했다.
지나가는 공간에 공기가 없어진 듯 그냥 손끝 하나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이 너무 당연하게 들었다.
그냥 원래 그런 존재를 보는 것 같았다.
수십 미터 크기의 꿈틀대는 살덩이였다.
손인지 발인지 촉수인지 모르겠지만 무수히 많은 징그러운 게 꿈틀대고 있었다.
지금까지 본 좀비나 괴물 중 가장 징그러운 존재인데 징그러운 느낌보다는 뭔가 대단한 존재를 보는듯한 느낌이 들었다.
눈이 휘둥그레질 정도로 멋있는 자연 풍경을 볼 때의 경외감과 비슷했다.
이해가 가지 않았다.
숨도 못 쉬고 지나가는 걸 지켜만 보다가 거대한 살덩이가 지나가고 나서야 숨이 쉬어졌다.
“후우···!”
긴장했는지 손발이 미세하게 떨렸다.
나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살덩이를 쫓았다.
근처에 가도 상대도 안 될 것 같았지만 쫓아갔다.
저놈의 실체를 파악하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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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길에 좀비들이 없는 건지 모르겠지만 좀비들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자이언트 근처에 좀비들이 보이지 않는 것처럼 밀어내는 걸지도 모르겠다.
하늘을 날던 살덩이는 아침이 돼서야 서서히 땅으로 내려왔다.
가까이 가진 못하고 멀리서만 보는데 살덩이가 내려앉은 자리 주변 수백 미터의 땅바닥은 땅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마치 생물체의 내장이나 수천 마리의 좀비가 한자리에서 터진 것 같이 진득거리는 핏물이 가득했다.
잠시 뒤 정확한 시간은 모르겠지만 거의 아침 9시쯤 되는 시간에 살덩이와 내장 바닥이 숨 쉬는 것처럼 커졌다 줄어들었다 하더니 바닥이 넓어졌다.
그러다가 잠시 후 살덩이는 다시 하늘로 떠 올라 저 멀리 사라졌다.
나는 천천히 살덩이가 내려앉아 있던 뭐라고 부를 수 없는 바닥으로 향했다.
정말 생명체의 가죽을 벗겨 뒤집어 넣은 것처럼 생겼다.
발로 밟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인벤토리에 넣어 놓은 소시지를 뜯어서 바닥에 던졌다.
바닥에 떨어진 소시지는 처음엔 멀쩡했다.
그런데 바닥에서 아주 미세한 촉수 같은 게 나와서 소시지를 누에고치처럼 감싸더니 바닥으로 흡수했다.
‘이런 바닥이 넓어지면 생명체는 다 이 바닥에 흡수될 거야.’
저항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이런 오지 같은 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알고 있던 좀비가 다가 아닌 것 같다.
나는 이 이상한 바닥을 조금 더 살펴보고 은신처로 돌아와 조금 쉬었다가 바로 서울로 향했다.
저 하늘을 날아다니는 살덩이는 상대할 엄두도 나지 않았다.
언젠가는 상대할 날이 올지 모르겠지만 아무래도 먼 훗날에나 가능할 것 같았다.
***
“크에에엑-!”
백여 개의 손을 가지고 있는 헤카톤이 커다란 몸을 질질 끌며 사람들을 향해 손을 휘두르고 있었다.
“잡히면 안 돼! 뒤로 빠져!”
“팔 하나를 자르면 빠르게 지나가라고!”
“크윽! 잡혔어!”
“저기 구해줘야 해!”
날이 있는 무기를 든 여섯 명의 전사가 헤카톤을 번갈아 가면서 공격하고 있었다.
슈아악-!
“키이익-!”
여섯 명이 서로 도와가며 헤카톤의 팔을 하나씩 착실하게 자르고 있었고, 그 뒤에 마법사인 것 같은 남자 하나가 언제라도 마법을 부릴 수 있게 자세를 잡고 있었다.
‘일곱 명으로 이루어진 헤카톤 공략 팀이라, 잘만하면 잡겠네.’
팔을 자르는 데 시간이 걸리겠지만 큰 실수만 없으면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처음 헤카톤이 등장했을 때 나는 물론 혼자 잡을 수 있었지만, 일반 각성자들은 20명 정도가 붙어야 헤카톤 공략이 가능했다.
그랬던 게 몇 개월 만에 필요 인원이 확 줄어들었다.
각성자들이 전체적으로 강해진 것이다.
출발한 지 13일 만에 파주와 고양시 사이에 도착했는데, 도착하자마자 헤카톤을 공략하는 각성자들을 만난 것이다.
알아서 잘하는 것 같아서 조용히 비켜서 지나갔다.
헤카톤은 좀비들의 시체가 많아서 산처럼 쌓였을 때 나타난다.
북쪽에서 좀비들을 무수히 썰 때는 안 나타난 걸 보면 토벌의 횟수나 각성자들의 밀도 같은 것도 영향을 주는 것 같았다.
한마디로 사람이 많을 때는 헤카톤 같은 괴물이 생겨나고 반대로 전혀 없을 때는 하늘을 나는 살덩이 같은 괴물이 생겨난다.
둘 다 극복해야 할 대상이다.
헤카톤과 싸우는 장소를 피해 돌아가는데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렸다.
콰아아아아앙-!
“헤카톤이 변한다!”
“좀비 시체들이 달라붙고 있어!”
“킬리오이다!”
“우리가 상대 못 해!”
“도망쳐!”
헤카톤은 백 개의 손이 달린 괴물이다.
킬리오이는 천 개의 손이 달렸다는 헤카톤에서 변한 괴물인데 실제로는 그 정도는 아니다.
헤카톤이 동그란 모양의 괴물이고 킬리오이는 헤카톤이 두세 마리가 붙어 애벌레처럼 기어 다니는 괴물이다.
몸에 달린 손은 헤카톤의 두세 배 정도이지만 빠르게 기어 다니며 공격하기 때문에 훨씬 더 위험했다.
나는 돌아가다가 킬리오이를 향해 달려갔다.
“키에에엑-!”
드러난 공간에는 좀비 시체가 가득했고 10m 정도 길이의 킬리오이가 빠르게 이동하면서 각성자들을 공격하고 있었고, 몇 명은 몸이 찢긴 채 바닥에 쓰러졌다.
“갑옷소환-!”
슈우웅-!
나는 손톱을 뽑고 킬리오이를 향해 달려들었다.
두 달 넘게 일반 좀비들과만 싸웠는데 이번 괴물과는 어느 정도로 싸울 수 있을지 시험해 볼 좋은 기회였다.
‘최대한 빨리 끝내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