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81
“어째서죠?”
단호한 유현의 태도에 송가연이 눈썹을 찡그렸다.
그녀의 반응이 이러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아직 그녀는 경험이 부족하다. 자신의 정령이 모험가들에게 요격당할 수 있다는 생각은 안하는 것이다.
미정령의 흐릿한 불빛에 곧게 반짝이는 그녀의 검은 눈동자를 응시하며 유현은 혹시 모를 불안을 이야기했다. 유현의 이야기를 송가연은 차분하게 새겨들었다.
그리고는 몇 분후 알았다는 것처럼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수도 있겠군요.”
송가연은 유현의 이야기를 이해했다.
생각해 보면 로베리아에서 리아나에게 훈련을 받을 때 지금 같은 이야기를 들은 것 같기도 하다. 모험가들을 상대할 때는 정령들을 다루는 걸 조심하라고. 자신의 힘을 너무 믿지 말라고 했다.
몬스터들은 정령들의 움직임을 잘 눈치 채지 못하지만 모험가들은 달랐다. 마력을 다룰 수 있는 이들이 있다면 정령의 움직임을 어렵지 않게 눈치 챌 수도 있다.
유현이 마력을 퍼뜨려 존재를 인지하듯 그건 다른 모험가들도 마찬가지였다. 특히 마력덩어리인 정령은 마력 감지에 너무나도 쉽게 걸리는 존재였다.
그걸 유현이 설명하고 나서야 깨달았다는 사실에 송가연은 가슴이 쓰렸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유현이 정령에 대해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란다.
송가연의 반응을 살피고서 유현은 뒤를 돌아봤다.
지금 이야기를 들었을 테니 다른 일행도 어느 정도 상황파악이 되었을 터.
그래도 혹시 모르니 유현은 일행에게 저게 뭔지 정확히 설명했다. 그러자 약간 어리둥절한 얼굴을 하던 일행들이 모두 얼굴에 힘을 주는 걸 볼 수 있었다.
“…어쨌든 확인해 볼 필요는 있겠군요. 유현의 말대로라면 저기 안에 모험가들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니까요.”
랑샤셴이 차분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전투태세를 갖추었다. 그녀의 행동에 다른 일행도 영향을 받았는지 무기를 강하게 쥐어 잡기 시작했다.
준비가 끝나자 유현이 말했다.
“모두들 알았을 테니 긴장하고 따라와.”
마치 벽이 갈라지며 생겨난 것 같은 비좁은 틈새 같은 곳을 유현이 제일 먼저 들어갔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경우 제일 먼저 대처할 수 있는 건 유현이었다.
미궁의 골목길 안은 불쾌한 습기를 머금고 있었다. 벽을 잘 살펴보니 이끼 같은 것들이 가득 메우고 있다. 피부가 살짝 닿자 소름 돋는 미끌미끌한 감촉이 느껴졌다.
길의 폭은 무척이나 좁다. 두 사람 정도가 어깨를 같이 하며 걸으면 벽에 어깨가 닿을 정도였다. 그래서 유현은 한명씩 줄을 세우며 안으로 들어갔다.
무슨 일이 일어났을 때 검을 휘두를 수 있는 공간 정도는 확보해놔야 했다. 싸움을 제대로 하기 힘든 환경 탓인지 일행들이 조마조마한 얼굴을 하며 유현의 뒤를 따랐다.
골목길은 생각 이상으로 길었다. 가면 갈수록 점점 비좁아지는 듯한 착각과 함께 숨이 막혀올 정도였다. 가슴이 답답해지는 건 습기를 머금은 쾌쾌한 냄새 때문일지도 모른다.
이 정도 되면 몬스터가 들어오고 싶어도 들어올 수 없는 곳이었다. 어떻게 보면 고블린들에게 안성맞춤인 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종족이니.
유현이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
무언가 소리가 들렸다.
그건 유현뿐만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귀에도 들렸는지 유현이 말하지도 않았는데 모두들 동시에 발걸음을 멈추었다. 유현은 발소리를 낮추라는 신호를 보내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습기를 머금은 골목길 안의 불쾌한 공기가 일행의 긴장감을 높였다. 뒷덜미로 끈적끈적한 땀이 흐르는 걸 느끼며 일행은 유현의 등을 쫓았다.
이윽고 유현이 신호를 보낸 건 알 수 없는 소리가 들리고서 1분도 안되었을 때였다.
주변의 공기에 녹아들 것만 같은 낮은 목소리로 유현이 말을 꺼냈다.
“안에 녀석들이 있다.”
“……..!”
녀석들, 굳이 정확하게 지칭하지 않아도 상대가 누군지는 모두가 안다.
고블린이다. 이 안에 있을 건 고블린 밖에 없었다.
문제는 그 숫자가 어느 정도 되는지가 중요했다.
그걸 확인하기 위해 유현이 좀 더 몸을 내미려고 할 때였다.
“유현, 그 이상 가는 건 위험합니다.”
류트가 유현의 어깨를 잡으며 말렸다.
고개를 돌리니 무언가 발견한 듯한 류트의 얼굴이 보였다.
시선을 조금만 더 내려 보자 그의 손에 광채가 어려 있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어느새 인가 마법을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다. 뭘 사용하고 있는 거지.
“주위를 탐지해본 결과 이 앞부터는 결계가 있습니다. 다행히 아슬아슬한 타이밍에 발견할 수 있었군요. 이 이상 접근하면 녀석들이 눈치를 챌 겁니다.”
….탐지마법인가.
역시 송가연의 정령을 먼저 보내지 않은 걸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유현은 고민했다.
이 앞으로 고블린들이 있는 건 확실했다.
결계까지 있으니 소리를 잘못 들었다고 할 수도 없는 상황.
“일단 아무리 못해 고블린 주술사 또는 마법사가 있는 건가.”
“…아마 그렇겠죠.”
결계를 만들 수 있는 건 주술사와 마법사들뿐이다.
물론 결계를 형성하는 아티팩트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런 것들을 일반적인 고블린 파티가 들고 다닌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마법의 힘이 담긴 도구는 엄청난 고가의 물건이었다. 이런 저층에서 돌아다니는 수준의 파티가 그런 걸 들고 다니기에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물건.
“쯧. 완벽한 기습은 불가능한 건가.”
일이 쉽게만 풀릴 거라고 생각은 안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을 없애는 건 어려운 일이다.
“결국 답은 하나 밖에 없군요.”
류트가 묘한 웃음을 흘리며 말했다. 어쩐지 지금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이는 류트의 눈을 보며 유현은 나직이 한숨을 흘렸다. 녀석은 정말 즐거운 걸지도 모른다.
딱 보니 모험가들과 싸우는 걸 좋아하고 있었다. 물론 유현도 싫은 건 아니다. 어차피 녀석들과 싸우기 위해 이쪽 구역까지 지난 시간 동안 열심히 움직인 거 아닌가.
“모두들 준비해. 녀석들이 제대로 태세를 갖추기 전에 먼저 선공한다.”
완벽한 기습은 물 건너갔지만 그렇다고 아예 나쁜 건 아니었다.
뭐가 되었든 아직 이 안에 있는 고블린들은 이쪽의 존재를 전혀 모른다. 그건 싸움에 있어서 엄청난 이점이다. 녀석들이 제대로 태세를 갖추기 전에 공격하면 사실상 기습 아닌가.
“송가연이랑 이서연은 안에 문제없이 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할 수 있는 마법을 부탁해. 그 후에는 원래 포지션을 유지해주고.”
한 마디로 말하면 쓸 수 있는 제일 강력한 마법을 쓰라는 것이었다.
송가연 같은 경우는 모험가들의 시선을 어지럽히게 할 만큼 강력한 공격 기술이 가능했고, 이서연 같은 경우는 든든한 방어막을 만들 수 있다.
유현의 말에 송가연이 정령을 소환하고, 이서연이 지팡이를 쥔 채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유현은 랑샤셴을 쳐다봤다.
“우리가 진입할 때면 아직 녀석들은 제대로 태세를 갖추지 못한 상태일 거야. 랑샤셴은 적들이 아직 혼란스러운 상황일 때 마법사를 저격해줘. 가능하겠어?”
“네.”
결연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는 랑샤셴을 확인한 후 유현은 다른 셋을 쳐다봤다.
남은 건 남궁민, 길유미, 류트뿐이었다.
….류트는 어떻게 할까. 어떻게 보면 만능이라고 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
“류트는 평소대로 움직여줘. 누군가 위험해지면 많이 다치지 않게 알아서 돕고.”
“알겠습니다. 리더.”
평상시에 잘 쓰지 않는 단어에 유현은 미간을 찡그렸다.
“…리더? 그거 상당히 낯간지러운 말인데.”
“후후. 맞는 말이지 않습니까? 나중에 인원이 많아지면 무리의 대장으로서 권위를 내세우는 건 나름 중요한 일이라고요?”
장난스러운 웃음을 흘리는 녀석을 보며 유현은 피식 웃고는 남궁민과 길유미를 쳐다봤다.
차례대로 주어지는 역할에 조금 긴장이 되는 건지 입을 꾹 닫은 채 눈에 힘을 주고 있다. 마치 그 모습이 갗 입대한 신병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평상시에는 이렇게 역할을 주지 않았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지 모르겠다. 몬스터를 상대할 때는 언제나 자신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하게 했다.
“둘은 너무 긴장할 거 없어. 내가 먼저 진입하면 조금 늦게 따라오면 되는 거니까.”
“…그거 오빠만 너무 위험하지 않아요? 역시 저희도..”
도대체 누구를 걱정하는 걸까.
유현은 걱정하는 눈초리로 올려다보는 길유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그건 둘이 좀 더 성장하고 나면 부탁할게.”
“..네.”
그녀의 대답을 들으며 유현은 몸을 돌렸다.
나지막이 내려앉아 있는 어둠을 응시한다.
이 비좁은 통로에는 미정령들의 숫자도 적은 탓인지 공포 영화의 한 장면처럼 얕은 어둠을 머금고 있었다. 불빛 없어도 움직일 수는 있지만 그래도 어딘가 불안한-.
‘몇이나 되는 녀석들이 있을까.’
아직 안쪽으로는 길이 더 있어서 그런 건지 주위로 감지를 사용하는 거로는 인기척이 잡히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는 건 안쪽으로 상당한 거리가 더 있다는 건데.
유현은 진입에 앞서 마지막으로 말을 한 가지 더 했다.
“안에 숫자가 얼마나 있던 간에 너무 겁먹지 말고 자신이 해야 할 일을 해.”
그 말을 끝으로 유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류트가 경계했던 라인을 넘자 수초도 안 되어 안 쪽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달리면서 내용을 들어보니 적들이 침입해 왔다는 그런 내용들이었다.
반응이 빠르다. 결계가 있었다고는 하지만 느슨함은 풀지 않았던 걸까.
유현이 기분 나쁜 공기를 가로지르며 통로를 돌파하자-.
“과연…”
그 끝에는 꽤나 규모 있는 공동이 만들어져 있었다. 수십 명이 모여 있어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그 크기가 컸다. 유현은 안으로 진입하자마자 피부가 떨려오는 걸 느꼈다.
마력의 파동이었다. 녀석들은 결계가 반응하자마자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유현은 여기 있는 이들이 나름 실력 있는 파티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상황판단이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키릭!? 인간인가!?”
진입하는 즉시에 수십 쌍의 시선들이 유현에게 꽂혔다. 안에는 한 파티가 아닌 여러 개의 파티가 섞여 있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어느 파티는 이미 전투 태세를 갖추었지만 어느 파티는 혼란에 빠져 멍청한 모습을 하고 있다.
“적이다! 적이 들어왔다! 모두들 공격해!”
고성과 함께 떨려오던 마력의 파동이 절정에 이르렀다. 눈앞으로 뿜어지고 있는 마력을 보고도 유현은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오히려 더욱 속도를 높였다.
-미친놈인가?
그걸 보며 소리치던 고블린이 눈을 크게 뜬다.
거리를 빠르게 좁히는 유현을 향해 준비된 화살과 마법이 비처럼 쏟아졌다.
그리고 동시에 이서연의 힘 찬 목소리가 공동을 울렸다.
“홀리 가드(holy guard)!”
유현은 자신이 달리는 속도보다 앞서 눈앞으로 뻗어져 나오는 새하얀 방벽을 보았다.
홀리 가드, 이서연의 마법이었다.
========== 작품 후기 ==========
다른 분들 보니까 이벤트를 많이 하더군요.
그래서 저도 이벤트 하나 하려고 합니다.
2018년 02월 27일(화) 91건 437건
여기서 437건은 제가 추천 받은 수입니다.
그러면 오늘 2월 28일 제가 받을 추천 수는 총 몇개 정도 될까요?
근접하게 맞추시는 분에게 딱지 50개 드리겠습니다. 😀
시간 기한은 오후 6시이며.
오후 6시 이후 댓글을 전부 복사해서 보관했다가 확인 후 근접한 분에게 드리겠습니다.
혹시라도 숫자가 중복되거나 판정이 애매할 경우 먼저 댓글을 쓴 순서로 하겠습니다.
*댓글 수정은 오후 6시 전까지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