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95
클랜은 미궁 탐사를 위해 모험가들이 모여 집단이 된 걸 말한다. 클랜의 최고 목표는 미궁의 탐사였고, 다른 모험가들이 도달하지 못한 미지를 탐색하는 것이다.
굳이 좀 더 깊은 곳에 가는 게 아니더라도 미궁에서 활동하기 위해 모인 집단이라면 모두 클랜이라고 칭했다. 클랜의 근본은 결국 모험가들이었으니까.
….기본적인 상식으로는 이렇다.
그런 점에서 검은 강철은 여러 클랜들 사이에서도 매우 특이한 존재였다.
한 종족만으로도 이루어진 클랜이야 다른 곳도 많았기에 그다지 특이한 점이라고 할 수 없었지만, 문제는 검은 강철을 구성하고 있는 드워프들 그 자체에 있었다.
“여러 분들은 모험가들에게 있어 클랜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류트는 일행에게 물었다.
류트의 물음에 모두들 잠시 고민해 보고는 그 답을 내놨다.
“으음.. 녀석들 입장에서는 모험가들이 모여 있는 곳을 클랜이라고 하는 거 아닌가?”
“…우리는 인간이니까 확실하게 말할 수는 없겠지만 미궁 탐사를 전문적으로 하는 집단?”
“모험가들 중에서 서로 같은 성향을 가진 이들이 모여 만들어진 게 클랜 아닐까요?”
온갖 대답들이 나왔지만 류트는 그 어느 것도 부정하지 않은 채 은은한 미소를 흘렸다. 나온 대답들 중에서 틀린 게 있다고는 할 수 없었다.
각자 생각하는 것들이 전부 정답이다.
그렇기에 류트는 다음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그렇게 만들어진 클랜들은 결국 무엇을 위해 모인 겁니까?”
“…그거야. 모험가들이 모여 만들어졌으니까 당연히 미궁 탐사가 아닐까?”
남궁민의 말에 류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렇습니다. 결국 뭐가 되었든 클랜은 미궁 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단체죠. 클랜을 이루는 건 다양한 모험가들이고, 언제나 그들의 중심에는 미궁 탐사가 있습니다.”
미궁 도시에서 단체를 이루는 이유는 미궁 때문이었다.
클랜이란 결국 좀 더 전문적으로 미궁을 탐사하기 위해 능력이 맞는 이들이 모인 것이다. 처음에는 파티 단위로 시작해 그것에 한계를 느끼며 그 수를 늘린게 클랜이다..
그것이 나중에 힘과 권력이 되는 경우가 있지만 그 모든 건 미궁에서 나온다. 미궁이 없다면 클랜이 존재 할 이유가 없다. 오로지 미궁 탐사를 위해 만들어진 무력 단체.
그래서, 검은 강철은 이상하다고 할 수 있었다.
류트는 검은 강철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봤다.
솔직히 류트도 검은 강철에 대해 잘 안다고는 할 수 없었다. 류트가 알고 있는 건 단지 예전 상관들에게 전해들은 것들뿐이었다.
조금은 오래 된 기억인지라 약간 시간을 들여 다시 한 번 정리하고서 류트는 말했다.
“제가 앞서 말했을 겁니다. 검은 강철은 제대로 된 모험가 집단이 아니라고요.”
“…그렇다는 건?”
“클랜은 본래 미궁 탐사를 위해 모인 곳.. 그에 대해서는 여러 분들도 전부 이해하고 있을 겁니다. 그래서 이것 때문에 검은 강철을 클랜이라고 할 수 있는지 애매하다고 할 수 있죠.”
말하면서도 류트는 힐끗 옆에서 구경하고 있는 유현을 쳐다봤다. 방금 전의 반응을 볼 때 유현도 어느 정도 검은 강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하지만 그가 그저 이야기를 듣고만 있자 류트는 결국 혼자서 모두 설명하기로 했다.
“다른 클랜들과 달리 그들은 미궁을 탐사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가 아닙니다. 그들이 클랜을 만든 이유는 미궁을 탐사하기 보다는 미궁을 그들의 목적을 위해 이용하기 위해서죠.”
“…목적? 녀석들이 가진 목적이 뭔데.”
그 물음에 류트는 입술을 여는 동시에 차가운 얼굴을 했다.
“무기 제작 및 실험입니다. 녀석들은 만든 무기를 시험하기 위해 미궁을 탐사하죠. 강한 적들과 싸우면 싸울수록 자신들이 만든 무기의 힘도 알 수 있으니까요.”
“무기 실험? 여기서 무언가 무기를 실험할 게 있나.”
류트의 대답에 일행은 의아한 얼굴을 했다.
무기 실험이라 하면 자신들의 기억으로는 폭탄이나 총 같은 것들 밖에 떠오르는 게 없었다.
아니면 굳이 그게 아니더라도.
전차, 헬기, 전투기-. 머리에 떠오르는 건 대충 그 정도뿐이었다.
지구에 대한 지식들이 상식이 되어 있는 그들에게는 여기서 무기 실험을 할 것이 뭐가 있나 싶었다.
이 세계를 무시하는 건 아니지만 결국 무기라고는 활이나 검 같은 냉병기들 아닌가.
모두들 뚱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류트는 괜찮았다.
어차피 지금 같은 일행의 반응은 처음부터 예상하고 있었다.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인지라 류트는 그저 웃으며 넘기기로 했다.
“나중에 한 번 보시면 알게 될 겁니다. 그들은 조금 특이한 무기를 다루니까요.”
예전에 상관도 그렇게 말했다. 정작 류트도 그들이 어떤 무기를 다루는 지는 직접 본적이 없었다. 드워프들을 본 적은 있지만 그 때 그들은 검은 강철 소속이 아니었다.
드워프라고 모두 같은 드워프들은 아닌 것이다. 인간이 모두 다른 것처럼. 드워프들에게도 각자 다른 세력이 있었다.
어쩌면 이번에 처음으로 검은 강철들을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별로 기쁜 소식은 아니겠지. 내심 걱정도 되었다. 꽤나 곤란한 놈들이 여기에 왔구나 하고.
애매모호하게 말을 끝내는 류트의 웃음에 이야기를 듣던 일행은 미간을 찌푸렸다.
“처음에 검은 강철이라는 녀석들 위험하다고 하지 않았어…? 그런데 웃음이 나와?”
“설마.. 여러분들이 죽기라도 하겠습니까? 저는 여러분들을 믿습니다.”
진심이 담긴 것 같기도 하고 어딘가 농락하듯 빈 말인 듯 하기도 한 류트의 말투에 일행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냥 한숨만 쉬었다.
확실한 건 류트의 반응을 볼 때 검은 강철이라는 놈들이 쉬운 상대는 아니라는 정도다.
미궁에 밤이 찾아왔다.
어쩌다보니 조금 뒤숭숭한 이야기를 알게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자 아무렇지 않게 되었다. 일행들도 미궁을 탐사하는데 집중하다보니 어느새 신경 쓰지 않게 되었을 정도다.
정신을 잃은 것처럼 잠을 자고 있는 그 모습에 걱정하는 분위기는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평소와 똑같아서 오늘 하루 주위를 잔뜩 경계하고 있던 자신이 바보처럼 느껴질 정도다.
“으으음…”
남궁민이 무언가 먹는 꿈이라도 꾸는 건지 입맛을 다신다. 귀를 기울이자 정말로 맛있는 걸 먹는 꿈이라도 꾸는 듯싶다.
작은 호기심에 오물오물 거리는 입모양을 읽어보니 한 그릇 더 라는 말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런 남궁민을 보자니 유현은 무심코 마른 미소를 지어버렸다.
‘확실히 조금 오래 있었군.’
그가 저런 꿈을 꾸는 것도 이해가 된다.
미궁에서 맛있는 음식 같은 걸 기대하는 건 무리였다. 물론 가끔씩 일행의 체력을 위해 먹을 수 있는 몬스터를 사냥해 고기를 구워 먹기도 했다.
하지만 미궁에 사는 몬스터의 고기가 맛있을 리가 없다. 그 퍽퍽한 고기는 고무를 씹는 것처럼 질겼고 맛이 없었다. 유현이야 괜찮게 먹었지만 다른 일행은 아니었나 보다.
몇 번 시도를 한 후에는 몬스터 고기를 먹자는 말을 그 누구도 하지 않을 정도다.
결국 초기에 가지고 나온 잘 건조된 식량들로 배를 채울 수밖에 없었다. 그것도 이제는 전부 떨어져 모험가들한테서 뺏은 걸 먹고 있는 중이었다.
3계층이 깊은 계층은 아니더라도 얕은 계층은 아니었다. 그렇기에 모험가들의 식량 주머니에는 항상 먹을 음식들이 충분히 있었는데 덕분에 배를 굶을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험가들이 가져온 식량이 맛있는 건 아니다. 유현이 던전을 떠날 때 챙긴 식량과 비교하면 맛이 없으면 없었지 맛있다고 평가할 만한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아예 몬스터 고기를 포기하는 건 아닌 듯 이서연이 따로 요리법을 찾아보겠다고 결연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녀의 결의에 모두가 박수를 치며 응원했다.
유현도 내심 기대하는 중이었다. 예전에 몬스터 고기를 맛있게 조리하는 플레이어가 있었다는 정도는 기억하고 있다. 아쉽게도 그 요리법은 전혀 모르지만.
쓸데없는 생각으로 하염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그리고 보니 유현 씨랑 밤을 지키는 건 이번 탐사에서 처음이군요.”
근처에서 미궁의 돌 벽에 등을 기댄 체 서있던 류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마치 주변에 있는 일행이 잠이라도 깰까봐 걱정하는 것처럼.
굳이 저렇게 작은 목소리를 하지 않아도 잠에서 깰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건 없기에 유현도 류트와 비슷한 음량으로 말했다.
“그런가? 굳이 생각해 본 적이 없어서 몰랐네.”
“후후. 저는 유현과 같이 밤을 보내는 걸 내심 기대하고 있었으니까요.”
“…네가 웃으면서 그렇게 말하니 정말로 오싹한데. 지금 그 말 농담이겠지?”
여전히 웃는 얼굴로 글쎄요, 라고 류트가 말하자 유현은 등줄기로 오한이 쓰윽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온 몸을 훑고 지나간 오한은 미궁의 밤이 가진 한기보다도 추웠다.
그대로 류트가 접근해 오자 유현은 자기도 모르게 검에 손을 대었다.
그러자 류트가 움찔하며 뒷걸음쳤다.
“….장난입니다. 장난. 방금 그거 정말로 살기가 느껴졌는데요,”
“더 왔으면 정말로 베었겠지.”
거짓이 아닌 듯 미약하게 흘러나오는 검기에 류트는 약간 창백한 얼굴을 하고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당신과 저의 관계가 겨우 이 정도뿐입니까?”
“나는 남자에 관심 없어서 말이야.”
“흐음. 그런 것 치고는 여성진들에게 너무 무관심해 보이더군요. 아름다운 분들도 충분히 많은데 말입니다.”
“쓸데없는 말은 집어치워. 그래서 정말로 하고 싶은 이야기는 뭐야?”
살기를 풀자 어느새 류트는 바로 옆에 와 있었다.
어딘가 꺼름칙했지만 유현은 일단 류트의 행동을 지켜보았다.
류트의 손이 움직인다. 하지만 소리는 죽인 채 손만 움직여 허공에 마법진을 완성하고는 마법을 사용했다. 저런 것도 가능하구나, 하며 유현은 작게 감탄했다.
마법이 발현되자 주위의 공기가 탁, 가라앉더니 미묘해졌다. 대기의 흐름이 시간이 정지한 것처럼 멈췄다고 해야 할까. 거기서 유현은 류트가 무슨 마법을 사용했는지 눈치 챘다.
“흠. 사일런스인가.”
“정답입니다.”
류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거리를 좁힌 건 아무래도 이것 때문이었나 보다. 넓은 범위를 유지하기에는 마력 소모가 클테니까. 그래서 공간을 좁힌 것이다.
이런 마법을 사용 했다는 건 곧-.
“…둘이서 비밀스럽게 이야기라도 하고 싶은 거야?”
유현이 묻자 류트는 이번에도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