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94
“저희 목에 200골드가 걸려 있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류트의 질문에 놀란 건 오히려 고블린이 아닌 주위에 있던 일행이었다. 그가 잘못 들은 게 아니면 지금 유현의 일행이 모험가들 사이에서 현상금이 걸려 있다는 소리 아닌가.
일순 고블린의 얼굴에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운지 고블린은 긴장하는 듯한 얼굴을 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키..키릭. 말 그대로다. 너희들의 목에 현재 엄청난 액수의 현상금이 걸려있는 상태지. 우리 뿐만이 아니라 다른 고블린들도 전부 너희를 노리고 있다!”
처음에는 모기가 윙윙 거리는 듯한 소리로 말하더니 나중에는 귀가 아파올 정도로 소리를 질렀다. 마치 다른 고블린들이 대신 복수를 해줄거라는 것처럼.
원념 비스무리한 감정마저도 맺힌 듯한 고블린의 눈동자에 일행은 서로의 얼굴을 힐끗 쳐다보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200골드 정도면 꽤나 큰 액수였다. 문제는 모험가들이 쓰는 돈과 인간들이 쓰는 돈이 같은 건지가 문제였지만 말하는 어조로 볼 때 꽤나 큰 금액인 듯 싶다.
그런 금액이 자신들에게 걸려있다?
이건 어떻게 보면 유현이 원하는 목표대로 일이 이루어진 게 아닐까, 유현이 원하던 건 모험가들의 관심을 끌어 모험가들을 끌어 모으는 것이었다.
‘성공인가?’
모두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고블린은 계속해서 발광했다.
“너희들은 절대로 살아남을 수 없다! 이 미궁의 괴물들!”
“…………”
그 소리에 일행은 그 누구도 화를 내지 않았다. 화가 나기에는 류트의 발밑에 있는 고블린의 모습이 너무나 처참했다. 오히려 불쌍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여기서 살아나가도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서연은 씁쓸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은 채 고블린을 외면했다. 고블린들의 입장에서 보면 확실히 자신들은 학살자였다. 그렇다고 그것에 후회는 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그래야 한다는 걸 이서연은 잘 이해하고 있었다.
“키릭.. 지금 나를 불쌍하게 쳐다보는 것이냐!”
고블린은 일행의 눈초리에 흉측할 정도로 얼굴을 찌푸렸다.
분노가, 눈앞에 검게 침침해지는 듯한 강렬한 분노가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지금 여기가 자신의 최후가 될 장소라는 걸 알아서 그럴까. 이제는 겁이 사라졌다.
고블린은 더욱 소리를 높였다. 악을 지르는 그 모습을 류트는 가만히 지켜보았다.
감정이 치솟으면 좀 더 많은 것들을 자기도 모르게 토해내기 마련이다.
어떻게 보면 지금 같은 상태가 류트가 원하던 것이었다.
그래서 류트는 고블린을 조이고 있던 살기를 천천히 풀어놓았다. 녀석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그 결과는 나름 효과 만점이었다.
고블린은 그런 류트의 생각을 전혀 읽지 못한 채 계속 떠들어 댔다.
“비록 우리는 이렇게 실패했지만, 앞으로 너희들은 수많은 모험가들의 공격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밤에 제대로 잠을 잘 생각도 하지 못할 걸? 케케케케!”
고블린이 시원하게 웃는다. 스스로 숨이 막혀올 정도로 고블린은 웃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이 있다. 그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으니 너희는 이제 끝난 거야!”
무엇을 상상하는 건지 고블린이 입술을 비틀며 불쾌히 웃는다. 무언가 강한 신뢰가 담긴 듯한 고블린의 말에 상대하고 있던 류트는 눈썹을 약간 찡그렸다.
“그들이라면?”
혹시 유명한 고블린 클랜에서 움직임이라도 있던 걸까.
클랜 단위로 덤벼 온다면 확실히 위협적이기는 했다. 저번처럼 한 번에 여러 파티를 몰살 시키는 것과는 난이도가 완전히 틀리다.
류트로서는 대충 그런 것만을 생각하고 있던 찰나였다.
고블린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류트가 생각하던 것과 아득히 거리가 멀었다.
“검은 강철!”
처음에는 그게 뭔가 싶었다. 하지만 뇌리에 빠르게 스치는 게 하나 있었다.
“…..검은 강철이라면. 설마 드워프들 말입니까?”
생각지 못하게 아는 이름이 나와서 류트는 놀란 얼굴을 했다. 검은 강철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게 한 가지 있기는 한데, 자신이 생각하고 있는 그게 맞는지 의문이었다.
그리고 그건 유현도 마찬가지였다. 옆에서 가만히 이야기를 듣다가 몸이 움찔거렸다. 크게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누군가 계속해서 유현을 지켜보고 있었다면 눈치 챌 만한 반응이었다.
‘검은 강철이라고? 어째서 그게 여기서-.’
유현도 류트와 비슷한 얼굴을 한 채 고블린을 응시했다.
검은 강철.
그건 이쪽 미궁에서 들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이름이었다.
고블린 도시가 있는 미궁에서 갑자기 왜 드워프와 관련된 이름이 나온 거지.
검은 강철은 드워프들이 만든 클랜이었다. 그 규모는 엄청나서 우스갯소리로 그들 혼자서도 대도시급 던전 하나를 어렵지 않게 공략할 수 있다고 할 정도였다.
누군가는 말한다. 그들이 던전을 공략하기로 마음을 먹는다면 미궁 안에서 공성 무기들이 돌아다니는 걸 구경할 수 있을 거라고. 마치 농담 같은 이야기다.
하지만 그게 농담이 아니라서 더 문제였다. 녀석들이라면 실제로도 그럴 놈들이었다.
어쨌든 확실한 건 검은 강철이란 집단은 가볍게 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그들이 지닌 힘은 엄청났고, 유현도 몇 번이나 검은 강철의 드워프들과 싸워봤다.
싸울 때마다 식은땀을 흘리게 하는 놈들이다. 게다가 화약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집단이기도 했다. 다행히 화약 쪽으로 집중적인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그렇지.
‘그 귀찮은 놈들이 어째서?’
무심코 심각한 표정을 해버려서 그럴까. 유현을 보고 일행도 덩달아 심각한 분위기를 했다. 류트와 유현이 무언가 아는 듯한 얼굴을 하는데 별로 좋아 보이는 얼굴이 아니었다.
그 사실이 일행을 불안하게 했다.
마지못해 지켜보고만 있던 랑샤셴이 참지 못하고 둘에게 물었다.
“…도대체 검은 강철이 뭐길래 그러시는 거죠? 유현도, 류트도 안색이 별로 좋지 않군요.”
“……음. 그게.”
류트는 볼을 긁적이며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고민했다.
고블린이 말하는 분위기로 볼 때 류트가 아는 검은 강철이 맞는 거 같기도 하다. 하지만 어째서 그들이 지금 이야기에 나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확신을 할 수가 없다. 좀 더 단서가 필요하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검은 강철이 맞다는 단서가 좀 더 필요했다. 함부로 납득하기에는 꽤나 무거운 이야기였다.
“좀 더 기다려봐. 아직 이야기를 더 들어봐야 하니까.”
유현은 궁금해 하는 일행과 랑샤셴에게 담담히 말하며 류트에게 눈짓했다.
계속해서 심문을 하라는 유현의 눈짓에 류트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가볍게 시작되었던 것이 어쩐지 무거운 분위기로 바뀌었다. 어딘가 장난스럽게 보이던 미소도 모두 지워버린 채 류트는 차가운 눈으로 고블린을 쳐다봤다.
이 이상부터는 진지해져야 한다.
류트가 눈빛을 바꾸자 방금 전 신나게 떠들었던 고블린의 안색이 새하얗게 변했다. 고블린은 그제야 깨달았다. 상대가 일부러 풀어주고 있었다는 걸.
“키..키릭!?”
류트는 핏물이 마르지 않은 단검의 날을 고블린의 눈앞까지 가져다 댔다. 유쾌하게만 느껴지던 신사의 모습은 더 이상 없었다.
“….자. 조금 질문이 많을 겁니다. 부디 친절하게 대답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고블린은 후회했다. 자신이 쓸데없는 이야기를 했다는 걸 깨달은 채.
30분 정도가 지났을까.
고블린에게서 얻을 만한 정보는 모두 얻고서 류트는 망설임 없이 고블린의 목숨을 끊었다. 죽기 직전 고블린은 이미 반 쯤 죽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사실상 시체를 한 번 더 죽인 듯한 느낌이지만…
“…음. 그러니까.. 그 검은 강철이라는 놈들이 상당히 위험한 놈들이라는 거죠?”
남궁민이 류트와 유현의 분위기를 살피며 넌지시 말을 꺼냈다.
류트의 등 뒤에서 고블린의 이야기를 같이 들었던 남궁민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얼마나 위험한 놈들인지는 잘 모르는 상태다.
애초에 그럴 수밖에 없다.
남궁민이 그 동안 봐온 이종족이라고는 고블린과 튜토리얼에서 만난 짐승뿐이었다. 갑자기 드워프라는 단어가 튀어나와도 그 심각성을 이해 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검은 강철이 드워프들로 이루어진 집단이라는 것만 이해 한 상황.
남궁민의 물음에 유현은 일행을 둘러보았다.
분위기 때문인지 모두들 가라앉은 얼굴을 하지만 그다지 뭘 아는 듯한 눈치는 아니다. 송가연도, 랑샤셴도 그저 말없이 이야기를 꺼내주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음.”
그들의 모습에 유현은 무심코 검은 강철에 대해 설명을 하려고 했지만, 이야기가 목구멍 밖으로 흘러나오기 전에 간신히 멈추었다.
분명 검은 강철에 대해 나름대로 알고 있는 편이라 할 수 있지만 그걸 설명하자면 나중에 있을 일행의 시선이 골치가 아팠다.
어디서 검은 강철에 대해 알게 되었냐고 물으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예전의 자잘한 정보들은 송가연이 읽던 책에서 알게 되었다고 하면 그만이었지만-.
‘역시 이건 조금 아니겠지.’
알고 있는 정보에도 나름대로 선이 있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유현은 이번 일을 류트에게 맡기기로 했다. 다행히 류트가 어느 정도 검은 강철에 아는 듯한 눈치였으니까.
그가 고블린에게 보였던 그 심각한 표정을 유현은 놓치지 않고 보았다. 그건 다른 일행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아마, 자신도 류트와 비슷한 표정을 했겠지.
한 동안 뜸들이던 류트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뭐… 모두들 궁금하실 겁니다. 어째서 검은 강철이라는 말에 제가 심각한 표정을 했는지.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조금 부끄러워질 정도입니다.”
말을 하면서 류트는 조금 거리가 있는 곳에 누워있는 고블린의 시체를 응시했다. 지금도 내심 고블린이 제대로 알고 짓거린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흠, 작게 한숨을 내쉬며 류트는 말을 이었다.
“검은 강철은 드워프들이 만든 클랜입니다. 클랜을 이루는 구성원 전부가 드워프들이죠. 하지만 문제는 녀석들이 클랜이지만 클랜이라고 볼 수 없는 곳이라는 겁니다.”
“…음? 그게 무슨 소리야?”
이상하게 느껴지는 류트의 말에 길유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녀의 반응에 류트는 쓴웃음을 짓고는 말했다.
“단순하게 말하면 그들은 제대로 된 모험가 집단이 아니라는 뜻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