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93
“키..키릭! 해치운 건가!?”
화염구가 각인되어 있던 주문서를 찢은 고블린이 눈에 힘을 주며 소리쳤다.
폭발로 인해 뿜어져 나오는 열기가 사납게 안면을 두들긴다.
고블린은 고열로 달아오른 공기가 거칠게 불어오는 걸 손으로 막으며, 손가락 틈새로 결과를 확인했다.
바람을 막고 있지만 손가락 틈새로도 비집고 들어오는 열기 때문인지 눈이 아프다.
하지만 상대가 죽었다고 생각하니 그 아픔도 충분히 참을 만 했다.
‘끄.. 끝난 거겠지?’
폭발로 솟아난 먼지 때문인지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확인하기 어렵다. 그래도 인간들이 화염구를 맞고도 살아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춤추듯 대기 위를 돌아다니는 뜨거운 열기-.
이 열기만 해도 피부가 화상을 입을 것만 같은데 그런 걸 정면에서 맞았다면 지금쯤이면 온몸이 까맣게 타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그런 고블린의 생각을 가볍게 짓뭉개듯-.
열기로 달아오른 먼지 안개 속에서 무언가 빠르게 튀어나왔다.
“컥!”
앞에서 결과를 확인하던 고블린 모험가들 중 하나가 바닥에 쓰러졌다. 그의 가슴에 화살이 박히는 걸 못 본 고블린은 없었다. 하지만 다행히 동료는 죽지 않았다.
“끄으어억.. 죽여버리겠어..!”
날아오는 화살을 본 순간 바로 몸을 비틀어 급소를 피한 것이다. 화살이 박힌 고블린은 품속에서 빠르게 포션을 꺼내고는 화살을 뽑아 상처에 포션을 뿌렸다.
초보 모험가들로서는 보일 수 없는 깔끔하면서도 노련한 응급 치료였다. 포션을 뿌리자 화살이 박혔던 건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뽀얀 녹색 피부가 재생이 되었다.
상처가 회복된 걸 확인한 고블린은 즉시 자리에서 무기를 뽑은 채 일어섰다.
동료의 재동에 안도하면서도 고블린 모험가들은 정면을 바라봤다. 화살이 날아왔다는 건 아직 상대가 죽지 않았다는 뜻이다.
“키..키릭, 녀..녀석들 안 죽었어!”
“키릭?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이건 무려 20골드짜리 주문서라고!”
“모두들 시끄러워! 어쨌든 아직 녀석들은 살아 있다고!”
스스로 어느 정도 실력이 있다는 걸 알리듯 고블린 모험가들은 빠르게 태세를 갖추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일그러진 얼굴로 아직 흔들거리는 먼지 안개를 직시한다.
내심 구하기도 힘들고 가격도 무지막지한 마법 주문서를 사용한 게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괜찮다. 눈앞에 있는 인간들만 잡으면 손해는 충분히 메우고도 남는다.
“….녀석들만 잡으면 주문서 가격은 충분히 커버할 수 있어. 그러니까 모두들 정신 똑바로 차려. 저 녀석들의 목에는 200골드가 걸려 있으니까.”
그 사실을 말하자 모두들 침착한 얼굴을 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먼지안개가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 고블린 모험가들은 길게 숨을 내쉬며 타이밍을 노렸다. 먼저 공격을 한다.
언제 또 다시 화살이 날아올지 몰라 한 고블린은 등에 걸고 있던 방패를 들었다.
쏴아아아-.
그 순간 먼지 안개를 가르며 무언가 튀어나왔다. 화살 따위가 아니다. 인간이다. 고블린들은 즉각 반응해 진형을 짜고는 인간의 공격에 그대로 맞부딪쳤다.
카아앙!
“크억!”
방패를 들고 있던 고블린이 해머에 얻어맞은 것처럼 뒷걸음쳤다. 경악스러운 얼굴로 상대를 쳐다본다. 분명 상대가 사용한 무기는 검이다. 하지만 이 둔탁한 느낌은 뭘까.
“흐음.”
뒷걸음치던 몸을 겨우 추스르며 방패를 놓치지 않고 들어 올리는 고블린의 모습에 검을 휘둘렀던 유현은 작게 감탄했다. 생각보다 실력이 있는 놈이다.
갑작스러운 공격에도 이렇게 빠르게 반응해 공격을 잘 막아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요행 따위로는 해낼 수 없는 결과물에 유현은 피식 웃고는 몸을 낮추었다.
그러자 몸을 낮춘 유현의 바로 머리 위로 마법이 스쳐지나갔다. 조금만 늦었어도 마법에 맞는 건 유현이었다.
하지만 그걸 노렸다는 것처럼 유현이 자연스럽게 피하자-.
“키..키릭!?”
그런 건 생각 못한 방패를 든 고블린이 눈을 크게 뜨며 비명을 질렀다.
다음 공격을 대비하기 위해 자세를 취하고 있었기에 마법에 대응 할 수 있는 타이밍 아니었다. 하던 동작을 급히 바꾸어 보려고 하지만 마법은 이미 바로 앞에 와 있었다.
안면에 그대로 마법 공격을 허용한 고블린은 즉사했다. 쓰고 있던 투구가 마법에 짓뭉개지며 그대로 뒤로 튕겨나간다. 목이 꺾인 채 바닥을 구르던 고블린은 움직임이 없었다.
‘일단 하나는 처리 했고.’
어쨌든 일단 하나는 처리했다는 생각에 조금 여유를 갖춘 채 유현은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일행이 어떻게 싸우고 있는지 한 눈에 들어왔다.
실력이 있는 고블린이라고 생각했던 게 틀리진 않았는지 근접전을 벌이고 있는 남궁민과 길유미가 표정을 찡그린 채 무기를 부딪치고 있었다.
분명 둘이 이기는 모양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압도하는 것도 아니었다. 결국 언젠가는 둘이 이기더라도 깔끔한 승리는 아니라고 생각 되었다.
애초에 송가연과 랑샤셴의 보조를 받고 있는데도 이기지 않으면 곤란했다. 그 동안 상대한 모험가들이 몇인데 오히려 조금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거기서 유현은 자신이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신전의 의뢰를 받고 미궁에 들어왔을 때와 지금을 비교하면 유현도 놀랄 정도로 엄청난 성장을 보이지 않았는가.
‘내가 너무 욕심이 많은가.’
하나를 가르치면 열 가지를 알기를 바라는 건 확실히 너무했다고 유현은 스스로 인정했다.
남궁민과 길유미는 하나를 가르치면 열 가지를 알진 못해도 세, 네 가지는 아는 재능을 가지고 있었다. 그 정도면 충분히 유능한 존재였다.
유현은 다른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근접 클래스의 모험가들은 아직 버티고 있는 중이지만, 고블린 마법사나 궁수들은 이미 전부 쓰러져 있는 상태였다.
아까부터 송가연과 랑샤셴이 길유미와 남궁민을 돕고 있다는 걸 생각하면 시작과 동시에 제압을 한 듯하다.
죽은 고블린들의 몸에 마법과 화살에 당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은 고블린은 일행에게 맡기기로 하며 그저 지켜보고만 있을 때였다.
“무난하게 이긴 듯 하군요.”
털썩-.
류트가 작게 숨을 토하며 무언가 바닥에 던져놓았다.
그게 뭔가 싶어 쳐다보니 아직 죽지 않은 고블린이었다. 류트에게 꽤나 험한 꼴을 당했는지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고블린의 눈동자에 전의는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보이는 건 두려움 뿐.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걸까. 그게 조금 알고 싶었지만.
유현은 류트가 일부러 살려놓은 듯한 고블린을 보며 의아한 얼굴을 했다.
“왜 안 죽였어?”
“이 녀석들한테 뭔가 있는 거 같더군요. 그게 영 신경 쓰여야지 말입니다. 그래서 심문이라도 하려고 일부러 살려두었습니다. 제압하는 데 꽤나 고생했다고요?”
칭찬을 해달라는 것처럼 마지막 말에 힘을 담자 유현은 피식 웃고는 몸을 굽혔다.
그러자 쓰러져 있던 고블린이 기겁하며 거리를 벌렸다. 하지만 류트가 이미 다리를 박살 낸 상태라 그런지 그다지 멀리 가지 못하고 끙끙 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두 손으로 땅을 기어봤자 얼마나 가겠는가.
그래도 꽤나 근성이 있던 놈인지 5m 정도 도망친 고블린을 보며 유현은 중얼거렸다.
“흐음. 확실히 이상한 놈들이기는 했어.”
갑자기 화염구가 날아올 때는 내심 유현도 놀랐었다.
영창 없이 곧 바로 마법을 사용한 거니까. 녀석들 중에 무영창 주문을 할 수 있는 마법사가 있을 리는 없을 테니 떠오르는 건 마법 주문서 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건 꽤나 비싼 물건이다. 보통은 위기의 순간 역전의 한발로 사용하는 물건이었다.
하지만 녀석들은 귀한 마법 주문서를 선공 하는데 망설임 없이 썼다. 그건 그만큼 상대가 위협적이라는 걸 알고 있다는 뜻이었다.
“음? 그 녀석은 왜 살려놨어요?”
때 마침 전투가 끝났는지 저벅저벅 땀을 닦으며 걸어오던 남궁민이 물었다.
“뭐 좀 알아보려고 말입니다. 마침 전투도 끝났으니 작업에 들어가 보죠.”
류트가 답하고는 도망가려던 고블린의 앞을 막아섰다.
고블린의 얼굴에 그늘이 진다. 아무래도 도망가는 걸 포기한 듯 싶다.
“키..키릭.. 뭐..뭐냐! 왜 나를 살려 둔거지!?”
고블린이 소리친다. 류트는 어깨를 으쓱이고는 품속에서 자연스럽게 단검을 꺼냈다.
“딱 보면 모르시겠습니까? 뭐 좀 물어보려고 말입니다. 참고로 이건 그저 꺼내놨을 뿐이니 너무 겁먹지 말아주십시오.”
“키..키릭!”
단검이 파삭, 하고 바로 고블린 손 옆에 내리꽂혔다. 반쯤 전력이 담긴 탓인지 단검은 바닥을 꿰뚫었다. 돌바닥을 꿰뚫는 그 어마어마한 힘에 보고 있던 고블린이 침을 꿀꺽 삼켰다.
유현은 그런 류트를 보며 무심코 웃음이 나왔다.
“…저 녀석 역시 모험가를 생각 이상으로 혐오하는 군.”
모험가를 사냥하면서 생각하던 거였다. 다른 일행과 달리 류트는 모험가를 사냥하는데 어딘가 사심이 잔뜩 담겨 있었다. 거주민이라서 그런 걸까.
거주민 원정군 병사로서 경력이 많은 놈이 그럴 만하다고 생각하며 유현은 류트를 지켜보았다. 다른 일행도 류트가 뭘 물어보려고 하는 건지 궁금한 듯 관심을 가졌다.
“일단 첫 번째 질문입니다.”
사늘하게 빛나는 류트의 눈빛이 두려운지 고블린이 창백한 얼굴을 했다.
이윽고 고블린의 긴장감이 절정에 이를 때 쯤 류트가 물었다.
“저희 목에 200골드가 걸려 있다는 게 무슨 뜻입니까?”
========== 작품 후기 ==========
열심히 연참하는 보람에 맞게 당일 최신화를 보는 분들의 수가 늘어나네요. ㅊㅊ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