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199
유현의 대답에 미샤는 표정을 흐렸다. 이런 대답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어째서? 나는 네가 충분히 노력했다고 생각하는데…? 최근 들어 모험가들의 접근도 많이 줄어들었어. 덕분에 우리 쪽에서도 막기 수월해졌고.”
유현의 파티가 미궁에서 싸우고 있는 동안 미샤의 파티도 미궁에서 싸우고 있었다.
다만 큰 차이가 하나 있다면 유현의 파티는 로렐라이에서 상당히 떨어진 길목을 막고 있었고, 미샤의 파티는 로렐라이의 근처에서 모험가들을 막고 있었다.
미샤는 유현의 파티를 추적하면서도 내심 어이가 없을 정도였다. 도대체 이들은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것이지.
깊이 파고들수록 미샤는 유현의 파티가 전멸했을 거라고 생각 했을 정도였다. 모험가들 중 누군가 유현의 파티를 전멸시키고서 미궁의 나침반을 갈취한 걸로 의심해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 정도로 유현의 파티는 로렐라이와 먼 곳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너는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거야? 로렐라이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해? 단순히 여기까지 오는 데만 5일이 넘게 걸렸어.”
“5일? 생각 보다 빨리 왔는데.”
유현의 말에 미샤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빠르다고? 그야 당연하겠지. 우리야 너희를 쫓으려고 일부러 몬스터들을 피해서 계속 움직였으니까. 일반적인 속도였다면 1주일은 걸렸을지도 몰라.”
유현이 짧다고는 했지만 그 거리는 모험가들이 움직여야 할 거리이기도 했다. 거리가 멀수록 모험가들에게서 로렐라이는 안전해 질 수가 있었다.
미샤는 유현의 표정에서 몇 번을 말해도 생각을 바꿀 의지는 없다는 걸 느꼈다. 그건 즉 그가 이렇게 움직일 만한 계획 같은 게 있다는 소리. 미샤는 한숨을 쉬었다.
“하아. 그러면 그 이유나 들어보자. 무슨 계획 같은 게 있는 거야?”
“계획을 설명하기 이전에 너는 지금 모험가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지?”
“음? 모험가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냐고?”
무슨 의미로 묻는 건지 미샤는 잘 알 수가 없었다.
모험가들과는 많이 싸워봤다. 하지만 그런 의미로 묻는 것 같지는 않다. 유현이 물어보는 건 모험가들과 싸운 경험이 아닌 다른 무언가였다.
유현은 미샤의 표정을 보고서 그녀가 아무것도 모른다는 걸 눈치 챘다.
“보아하니 하나도 모르는 거 같네.”
“……….”
유현의 낮은 목소리에 미샤는 미간을 찌푸렸다.
어쩐지 유현이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였지만 그녀는 인내했다. 여기서 화를 낸다면 그건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그녀는 그저 유현의 말을 기다렸다.
하지만 유현은 말을 하는 것 대신에 고개를 올려 천장을 바라봤다.
미정령의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다. 빛이 벌써 약해지고 있었다.
“벌써 밤이 찾아오려나 본데. 이쪽은 미정령들이 빨리 잠드는 구역인가 보군.”
미샤는 유현이 말하고 싶은 게 뭔지 어렵지 않게 알았다.
“…일단 야영지부터 찾자?”
“그러는 게 좋겠어.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이야기가 길어질 것이다.
야영지를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모험가들과 싸우기 전에 이미 주위를 돌아다니면서 어디서 밤을 보낼지 이미 물색을 해놨었다.
야영 할 준비가 끝나자 유현의 일행은 미샤의 파티에 관심을 보였다. 미샤의 파티도 관심이 아예 없던 건 아니었는데, 그들은 주로 류트에게 관심을 보였다.
거주민 출신의 병사가 플레이어들과 같이 움직이는 게 신기했던 것이다. 특히 류트는 로베리아 출신의 병사였다. 그것만으로도 관심이 안 갈수가 없었다.
“자. 그래서 이야기 할 게 뭐야?”
타닥타닥, 모닥불이 타오르는 가운데 미샤가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팔짱을 끼며 노려보는 것이 나름 위압감을 내보이고 싶은 거 같은데 무섭기보다는 귀엽게 느껴질 뿐이었다.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
그것을 중얼거리고서 유현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이언 호른부터 시작하면 될 듯하다.
무엇을 이야기 할지 정리하던 유현은 이야기를 시작했다. 일행이 처음에 아이언 호른을 만났던 것부터 시작해 아이언 호른을 추적하던 모험가들에 대한 이야기.
아이언 호른과 관련되어 있는 드워프들과 함께 검은 강철에 대해서도 전부 이야기 했다.
길게 이어지던 이야기가 모두 끝나자 미샤는 어딘가 벙 찐 얼굴을 했다
“모..몰랐어. 모험가들 사이에서 그런 일이 있었다니.”
확실히 2주 전까지는 이상할 정도로 모험가들이 많이 몰려들었다. 몬스터들의 움직임에 이상을 느꼈다고 해도 로렐라이에 몰려들던 모험가들의 수가 심상치 않았던 것이다.
덕분에 하루 종일 어디선가 흘러들어오는 모험가들과 싸워야 했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조금 지나자 줄어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게 유현의 파티가 만들어낸 결과라니. 미샤는 유현이 대단하다고 느낄 수밖에 없었다.
“…엄청난 걸. 역시 너는.”
무심코 유현에 대해 공포마저 느낀다.
미친놈이라는 생각 밖에 안 들었다. 공포로 모험가들의 접근을 막는 다는 생각은 아무나 할 수가 없었다. 발상까진 쉽게 하더라도 실행하는 게 문제였다.
거기서 미샤는 의문이 들었다.
‘그러면 이 녀석들은 도대체 얼마나 많은 고블린들을 죽인 거지?’
모험가들 사이에서 이야기가 퍼지려면 그 만한 행동을 보여야 했다.
유현이 자세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짧게 이야기한 활동 내용만 들어봐도 어마어마한 숫자를 학살한 걸 알 수 있었다. 이쯤 되면 고블린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벌써 세 자리 수가 넘는 숫자를 죽였는데 그게 악마가 아니면 뭐라 말인가.
모험가들이 유현을 악마라 부르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봐도 좋겠어?”
유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조금 의아한 게 하나 있었다. 유현은 심각하게 말하지만 미샤로서는 처음 듣는 단어인지라 그 심각성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검은 강철. 그 녀석들이 도대체 뭐하는 놈들이야?”
“….맙소사.”
그리고 그런 미샤의 물음에 유현은 이마를 짚고 말았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로렐라이가 있는 위치를 생각하면 상당히 외딴 곳이었다. 다른 던전들과의 교류도 상당히 적을 수밖에 없겠지.
그러다 보면 모험가들에 대한 이야기도 잘 모를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렇지만 검은 강철을 모르는 건가. 검은 강철에 대한 이야기가 닿지 않을 정도로 로렐라이는 외딴 곳이었나 보다. 그럼 이건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하는 걸까.
“뭐..뭐야. 내가 이상한 질문이라도 한 거야? 모를 수도 있지…”
“설명하면 길다. 일단 드워프들이 모인 집단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
유현의 반응에 미샤는 얼굴을 붉혔다. 생각해보면 조금 부끄럽게 느껴지기도 했다. 플레이어가 아는 걸 이곳 사람인 자신이 모르는 건 어딘가 이상하다.
하지만 그래도 모르는 건 모르는 거다. 미샤가 살아온 세계는 무척이나 좁았다. 그녀가 내려갔던 계층도 5계층 정도가 전부였다. 그것도 로렐라이가 멀쩡한 시절-.
고블린들에게 습격당하기 전의 시절이었다. 그 때 많은 병사들이 죽었다. 어쩐지 그걸 떠올리니 가슴이 답답해지며 우울해졌지만 유현의 목소리가 그녀를 끄집어냈다.
“그것보다 아직 로베리아 쪽에서는 접촉이 없는 건가?”
“응? 아. 그렇지. 벌써 1달이 다 되고 있는데. 하아.”
“…조금 늦는데.”
로베리아 쪽과 접촉이 되면 검은 강철에 대해서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었다. 정 안되면 로베리아를 버리면 되는 일이었다. 요정이 없는 던전은 제대로 된 던전이 아니다.
로베리아에서 연락이 닿는 건 앞으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
깊게 가라앉은 얼굴을 하는 유현을 미샤는 물끄러미 쳐다봤다.
미샤, 자신이 직접 의뢰를 하기는 했지만 유현이 그토록 로렐라이를 도와줄지는 몰랐다. 그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지만 듣고 있던 그녀의 입장에서는 유현이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한 동안 생각에 잠겨 있던 유현이 고개를 들었다.
“그런데 너희들이 지금 여기에 있으면 로렐라이를 지키는 건 누가 하고 있는 거지? 아무리 주변을 돌아다니는 모험가들이 줄어도 너무 방심하고 있는 거 아닌가.”
이쪽은 위치를 들키는 것만으로도 게임이 끝나는 쪽이었다.
앞쪽에서는 유현의 파티가 지키고 있었다면 뒤쪽에서는 미샤가 막고 있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뒤쪽에 있던 미샤가 여기에 왔으니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 그거? 걱정 안 해도 돼. 플레이어들이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너무 많이 움직이면 오히려 안 좋을 테니까 정예들만 모아서 다섯 팀이 움직이고 있나봐. 나름 제대로 하고 있던데. 벌써 플레이어들이 죽인 모험가 파티만 해도 10개가 넘어.”
“흐음.”
그런 건가. 미샤의 말이 맞다면 나름 성과를 내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래도 조금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다. 플레이어들이 모험가 파티를 완전히 전멸 시키지 못하고 놓치기라도 한다면 그 후에 후폭풍이 밀려 올 것이다.
“그나저나 요즘 플레이어들 덕분에 살고 있어.”
미샤가 부드러운 웃음을 흘리며 몸에 힘을 푼다. 그녀의 몸짓만으로도 말에 진심이 담겼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모닥불의 온기 때문일까. 그녀의 뺨이 느슨해져 있었다.
기분이 좋아 보인다.
그 후로 그녀는 그 동안 유현이 없는 사이 마을에서 일어난 일들을 설명해 주었다.
유현은 그녀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들었다.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어떤 분위기가 흘러 다니고 있는지 거주민인 미샤의 시선으로 듣는 건 흥미로웠다.
가끔씩 플레이어들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투덜거렸지만, 그건 그녀가 거주민이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게 상황이 흘러가고 있는 듯하다.
*
아무래도 벌써 밤이 찾아왔나 보다.
그들은 미정령들의 빛이 사그라지는 걸 확인하며 오늘은 여기서 멈추기로 했다.
탁탁, 하고 부싯돌을 부딪치며 길 중심에서 아무렇지 않게 불을 피웠다.
그건 마치 몬스터들의 공격 따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다는 것처럼 보였다.
불의 온기를 느끼는 그들의 얼굴에는 그 어떤 걱정도 없다.
모두들 말없이 온기를 느끼고 있을 때 하나가 지루함을 느낀 나머지 입을 열었다.
-그거 아나? 이 근처에는 미궁의 악마라는 놈이 있다고 하더군.
-뭐? 미궁의 악마? 네임드 몬스터인가?
-흠. 나도 몰라. 하지만 고블린 녀석들이 아주 학을 떨던데.
-킥킥. 고블린들이 무서워하는 정도라면 별 볼이 없는 녀석이겠군.
그 후로 고블린들을 비웃는 듯한 이야기가 계속 되었다.
이야기가 길어질 수록 호쾌한 웃음소리가 미궁을 울린다.
시끄럽게 웃는 그들의 모습에서 긴장감은 없어보였다.
내일 아침, 그들은 다시 아이언 호른을 쫓을 것이다.
========== 작품 후기 ==========
추천 코멘트 쿠폰 감사합니다~!
대학생 여러분들 개강하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