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00
“그럼 우리는 이만 가볼게.”
아침이 찾아오자 미샤는 그렇게 말하며 싱긋 웃었다. 가볍게 아침만 해결하고서 미샤의 파티는 벌써 떠나려고 하는 듯 하다.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심해서 돌아가. 이 근방은 모험가들이 많이 움직이고 있으니까.”
“…뭐야. 걱정해주는 거야? 그런 거면 걱정 마. 소변동이 있었지만 그래도 이 근방의 미궁은 우리의 앞마당 같은 곳이니까.”
미샤가 보기 좋을 정도로 탄력 있는 가슴을 당당히 내밀며 자신감 있는 얼굴을 한다. 하지만 정작 유현은 그런 그녀의 자신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것도 예전 이야기겠지. 다른 곳에 있던 수많은 몬스터들이 몰려 온 상황 속에서 그런 말이 나오나? 너희들도 지금 미궁은 이질적일 텐데.”
유현의 차가운 말에 미샤는 쓴웃음을 지었다. 맞는 이야기다. 실제로 여기까지 오면서 온갖 몬스터들을 보았다. 그리고 그것들은 전부 처음 보는 몬스터들 뿐이었다.
이제 자신이 알고 있던 미궁이라고 볼 수가 없었다.
“…그렇기는 한데. 그래도 여기까지 잘 찾아왔는데 돌아갈 때도 그렇겠지.”
그걸로 이야기는 끝이라는 것처럼 미샤는 등을 돌렸다. 이미 준비가 되어 있던 미샤의 파티도 유현의 일행에게 작별의 인사를 하며 떠날 준비를 했다.
유현은 미샤의 뒷모습을 보며 나직이 말했다.
“어쨌든 마지막으로 충고하나 하지.”
“충고?”
미샤는 낮게 깔리는 유현의 목소리에 고개만 돌려 유현의 얼굴을 응시했다.
“드워프들을 조심해라. 혹시라도 미궁에서 드워프를 만나게 되면 도망치는 걸 추천하지. 싸우는 건 정말로 어쩔 수 없다고 판단이 될 때뿐이다.”
“······.검은 강철 때문이야?”
미샤는 진지한 얼굴로 유현을 응시했다. 검은 강철에 대해서는 밤 동안 지겹도록 들었다. 처음에는 길게 설명하지 않으려고 하던 유현이지만 설명이 필요하다고 느꼈는지 상세히 이야기 해주었다.
쉽게 상상이 되는 상대는 아니다. 애초에 미샤는 드워프라는 종족도 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유현의 분위기만 보더라도 꽤나 곤란한 상대인 건 알 수 있다.
“그렇지. 지금 여기서 드워프를 만난다는 것 검은 강철을 만나는 것과 똑같으니까. 너희들 실력으로는 녀석들을 상대하는 게 불가능할 거야.”
“흐음. 마치 우리의 실력을 아는 것처럼 말하네.”
“딱히 너희를 무시하려고 하는 말은 아니야. 그저 현실적인 충고일 뿐이지.”
“오케이. 어쨌든 드워프를 조심하라는 거잖아. 만나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망칠게.”
미샤는 다시 한 번 싱긋 웃고는 작별의 인사를 알리듯 손을 흔들었다. 그대로 멀어져 가는 미샤의 파티를 보며 유현의 일행은 중얼거렸다.
“…뭔가 재미있는 분들이었네요.”
그 말에 유현은 어깨를 으쓱이고는 등을 돌렸다.
*
미샤의 파티와 만난 건 조금 예상치 못한 일이었지만 유현의 움직임에는 변함이 없었다.
그래도 한 밤 동안뿐이지만 다른 사람들과 만났던 게 좋았는지 일행의 뺨이 조금 느슨해져 있었다. 게다가 재미있게도 랑샤셴은 미샤의 파티원에게 화살을 보급 받았다.
쓴 화살을 몇 번이나 재사용 한 탓인지 화살촉이 뭉툭해져 있었는데 이번에 사용한 적 없는 화살을 잔뜩 받을 수 있어 그녀는 기분이 좋아보였다.
“다행히 우리가 없는 동안에도 마을에는 큰 문제가 없었나 보네요.”
문득 옆에서 같이 걷고 있던 송가연이 말했다. 어젯밤 동안 미샤의 파티원들과 제일 많이 이야기를 나누더니 마을의 상황을 물어보고 있던 걸까.
“그래도 조금 이상한 게 있다면 로베리아에서 너무 반응이 늦다는 걸까요. 사실 이쯤이면 로베리아에서 연락이 와야 하는 게 아닐까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그 말에 유현도 동의했다.
“현재 로베리아에 무언가 일이라도 있나보지. 그래도 녀석들 입장에서는 우리를 버릴 수가 없어. 우리와 접촉하기 위해 지금 쯤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을 걸.”
“버릴 수 없다라… 그 이유가 뭔지 물어볼 수 있을까요?”
천천히 고개를 올려 유현의 눈을 응시한 채 송가연이 물었다. 유현은 그녀의 깨끗한 검은 눈동자 안에서 호기심과 의문심이 잔뜩 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 망설이듯 뜸들이던 유현은 그녀의 물음에 답했다.
“우리가 소환된 플레이어들 중 첫 번째 세대니까.”
“…단지 그것뿐인가요?”
무언가 엄청난 대답을 원했던 건지 송가연이 눈썹을 찡그렸다.
하지만 제일 큰 이유로는 이것 밖에 없었다.
물론 다른 것도 따지고 들어가면 대답할 게 더 있겠지만 그래도 역시 제일 큰 이유는 하나였다. 첫 번째 플레이어라는 건 상당히 상징성 있는 존재들이었다.
이미 두 번 째 플레이어들이 소환되어 훈련소에서 나올 때가 된 지금 시기에서 첫 번째 플레이어들이 모두 몰살당했다는 이야기를 전하면 어떻게 될까.
두 번째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요정에 대한 불신이 하늘을 뚫고 나갈 것이다.
그리고 그 불신은 세 번째, 즉 3기 플레이어들한테도 그대로 전달되어 어떻게 막을 수 없는 거대한 흐름을 차례대로 낳게 될 게 뻔한 일이었다.
무언가 더 설명을 원하는 송가연에게 이런 유현의 생각을 전하자 그녀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히 설명은 만족스러웠나 보다. 입가에 작은 미소도 지어져 있었다.
“역시 오빠는 대단하네요. 상황을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요.”
“..그런가?”
송가연이 감탄한 듯 칭찬하지만 유현으로서는 글쎄, 였다.
만약 유현이 회귀 하지 않고 지금 상황을 직면하고 있었다면 요정들의 불안을 얼마나 눈치 챘을까. 단지 이대로 버려져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직면하고 있었을 것이다.
옆에서 송가연과의 이야기를 들은 걸까.
“으음… 어쨌든 오빠는 로베리아에서 우리를 버릴 이유가 없다는 거죠?”
이서연이 어딘가 안심한 듯한 얼굴을 한 채 유현을 응시했다.
유현은 방금 전에 했던 대답을 되풀이하며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그러면 다행이네요. 사실 그 동안 많이 불안했거든요.”
그 동안 그런 걸 걱정하고 있던 걸까. 어쩐지 표정이 밝아지는 그녀의 모습에서 짐작에 미리 말해주지 않은 게 조금 후회가 되었다.
거기서 유현은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걱정 말라고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러자 그녀의 얼굴이 작게 붉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었는데 아무래도 부끄러웠나 싶다. 무심코 한 행동의 결과에 유현은 쓴웃음을 지으며 급히 손을 치웠다.
미샤와 헤어진 후로 모험가들의 공격은 끊이지 않았다.
그 동안 네 개의 파티와 싸움이 있었다. 네 파티 전부가 유현의 파티를 쫓아온 현상금 사냥꾼들이었지만 문제없이 모두 격파하며 승리를 축하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이어지는 싸움이 힘들었는지 마지막 파티는 조금 고전해야 했다. 체력적으로 지친 탓에 평상시의 실력이 나오지 못한 것이다.
유현은 일행에게 활력 포션을 마시도록 하고는 휴식을 취하도록 했다. 이제는 모두 담담한 얼굴로 원샷을 하는 터프함을 보여주고 있었다.
활력 포션을 마시자 한 층 나아진 얼굴이 되었다.
디아나의 포션은 맛이 없어도 효과는 보장이 되는 놈이었다.
“그런데 이게 마지막이네요.”
그 효과를 여러 번 느낀 탓인지 길유미가 아쉽다는 얼굴로 말했다. 그녀의 손에 내용물이 빈 포션병이 쥐어져 있었다. 방금 전까지 활력 포션이 담긴 병이었다.
미궁에 꽤나 오래 있었다. 덕분에 미궁에 진입했을 때 가지고 있던 대부분의 소모품들은 전부 사용한 상황이었다. 그 중에는 활력 포션도 당연히 끼어 있었다.
“맛은 없었지만… 효과는 뛰어났으니까 조금 아쉽네요.”
랑샤셴도 길유미와 비슷한 얼굴을 한 채 말했다. 활력 포션을 처음 마셨을 때 보여주었던 그녀의 표정은 쉽게 잊혀 지지가 않는다. 그녀의 반응에 모두가 웃었다.
하지만 그것도 벌써 3주 정도 전 이야기.
어느새 무겁던 배낭도 많이 가벼워져 있었다. 거기서 유현은 미샤의 얼굴을 떠올렸다.
얼마나 더 있을 거라는 그녀의 질문에 유현의 대답은 이랬다.
-3일 정도 더 있을 거야.
사실 검은 강철에 대한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면 미샤를 따라 로렐라이로 돌아갔을 지도 모른다. 어느 정도 설정해두었던 목표는 달성한 상태였으니까.
오늘 만났던 모험가들에게 심문 이라는 단어 아래에서 여러 질문을 해보니 현재 모험가들은 아이언 호른을 쫓는 걸 상당히 어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언호른들이 본래 있던 구역에서 꽤나 멀리 움직인 것도 이유겠지만 가는 길 중간에 악마에게 살해당한 모험가들이 워낙 많았던 탓이다.
지금 상황에서 3계층으로 향하는 건 명예와 돈을 위해 악마 사냥을 노리는 현상금 사냥꾼들 밖에 없다고 했다.
모험가들의 이야기로 판단한 현재 결과는 만족스럽다.
아무리 늦어도 로베리아에서 접촉해 올 시간은 유현의 생각으로는 40일 정도였다.
40일 안이면 무조건 접촉이 온다. 그런 점에서 지금 결과면 로베리아에서 접촉이 올 때까지 충분히 버틸 만 했다. 적어도 유현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유현이 미궁에 좀 더 있기를 고집하는 건 신경 쓰이는 게 있기 때문이었다.
검은 강철.
그 녀석들이 무슨 생각으로 여기에 관심을 보이는 건지 알아야만 했다.
그래서 유현은 녀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반응이 없다면 유현은 3일 안으로 로렐라이에 돌아 갈 생각이었다. 그 이상은 시간 낭비라고 생각되니까.
“녀석들이 그 표식을 발견 했을까요.”
류트가 묻자 유현은 어깨를 으쓱였다.
“글쎄. 하지만 검은 강철이 맞다면 그 표식을 보고도 우리에게 관심이 없을 수가 없겠지.”
유현의 확신에 류트는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한 채 물었다.
“도대체 그 표식은 뭡니까? 일단 유현의 말대로 새기고는 있지만 뭘 의미하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군요.”
“검은 강철에게 있어 상당히 거슬리는 표식이라고만 해두지.”
“으으음…”
애매하게 말만 흘리는 유현의 태도에 류트가 더더욱 의문을 품을 때였다.
“오빠. 모험가들이에요.”
이번에도 무언가 감지했는지 송가연이 말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어요.”
그런데 이어지는 그녀의 말에 흔들림이 느껴지자 유현이 의아한 표정을 했다.
송가연은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한 듯 침을 꿀꺽 삼키며 말했다.
“숫자가 50이 넘어요.”
그 말에 휴식을 취하고 있던 유현의 일행이 잔뜩 굳은 얼굴을 했다.
그리고 그건 유현도 마찬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