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28
“저건…. 신호 마법인가.”
유현이 던전으로 돌아왔을 때 제일 먼저 발견한 것은 하늘 높이 치솟고 있는 마법이었다.
붉은 빛 덩어리가 긴 꼬리를 흘리며 하늘 높이 오르더니, 화려한 색을 흩날리며 터졌다.
그건 단순히 강한 빛만을 뿜어내고는 사라졌다.
공격을 위한 마법이 아닌 자신들의 위치를 알리기 위한 신호 마법이 분명했다.
유현은 신호 마법을 보며 눈을 가늘게 하고는 얼굴을 찡그렸다.
현재 플레이어들 사이에서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건 류트뿐이다. 하지만 류트가 저런 신호 마법을 쓸 이유는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남은 건 모험가들뿐인가.
“역시 고블린들이 안에 들어온 건가.”
그러면 상황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 거지. 아직도 하늘에 흔적을 남기고 있는 마법을 바라보며 유현은 머릿속이 복잡해지고 있었다. 저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진다.
유현은 신호탄이 쏘아 올려진 곳을 쫓아 움직였다.
신호탄이 쏘아진 곳은 다행히 그다지 멀지 않았다.
마력을 힘껏 담아 땅을 박차고는 믿기 어려운 속도로 숲 안을 질주한다. 장애물처럼 막아서는 나무는 유현에게 별 방해가 되지 않았다. 숨이 조금 가빠진다고 느낄 때쯤일까.
이윽고 유현은 신호 마법이 쏘아진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나무 위에 올라 유현은 그곳을 확인했다.
역시나, 거기에는 고블린들이 있었다. 신호 마법을 쏘아올린 것처럼 생각되는 고블린이 지팡이로 바닥을 툭툭 두들기고는 어깨를 풀고 있었다. 꽤나 지친 표정이다.
유현의 시선이 마법사의 주위를 훑는다.
고블린 마법사 말고도 다른 고블린들이 더 보이고 있었다.
숫자는 총 14명 정도로 파티 하나 치고는 나름 규모가 있었다.
그런 고블린들 사이로 플레이어들이 포박된 채 사로잡혀 있다. 싸움은 방금 전에 끝난 건지 고블린들은 지친 숨을 토해내며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그럼 방금 그 신호탄은 플레이어들을 붙잡는데 성공했다는 걸 알리기 위한 것이었나.
‘그나마 아직 살아 있어서 다행인 건가.’
고블린들은 다행히 플레이어들을 죽일 생각이 없어 보인다. 붙잡아서 무슨 짓을 할지는 아직 잘 알 수 없지만.
유현은 나무에서 땅으로 착지했다. 가벼운 착지음이 나직이 울린다.
유현은 일단 플레이어들을 구해낼 생각이었다.
지금 상황에 대해서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저들을 구해낼 필요가 있었다.
생각이 끝나는 순간 이미 유현의 몸은 움직이고 있었다. 숲속에서 뛰쳐나와 고블린들을 향해 달려든다. 그 신속한 움직임에 고블린들은 놀란 얼굴을 한 채 아무런 반응도 못했다.
“기…기습이다!”
동료 셋이 쓰러지고 나서야 고블린들이 급히 정신을 차리며 소리를 질렀다.
근처에 있던 고블린 전사들이 동시에 달려들며 유현에게 검을 내질렀다. 피하기는 어려운 상황에 유현은 망설임 없이 그들의 공격과 맞부딪쳤다.
유현과 검을 부딪친 고블린들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둘이서 동시에 달려들었지만 유현의 검은 전혀 밀려나지 않고 있었다.
“키..키릭! 무슨 힘이..!”
오히려 밀리고 있는 건 고블린 전사 둘이었다. 고블린들 사이에서 강한 힘을 자랑하고 있던 둘은 부끄러움과 당혹스러움에 얼굴이 붉게 물들어갔다.
거기서, 유현은 고블린 전사 둘을 힘으로 완전히 밀어냈다.
힘에 압도당했다는 것에 놀랄 겨를도 없이 고블린들이 튕겨나간다. 유현과 검을 맞대던 고블린 전사 둘은 한심할 정도로 엉망진창이 된 채 바닥을 굴렀다.
“키..커억!”
고블린들이 겨우 정신을 차리며 고개를 들었을 때 유현의 검은 깨끗한 선을 그리며 고블린의 목을 베어냈다. 별 반항도 못하고 고블린 전사 둘이 목숨을 잃었다.
“………”
순식간에 죽은 동료의 모습에 일순 무거운 적막이 주위를 맴돌았다.
유현은 곁눈질 하며 다른 고블린들을 쳐다보고는 땅을 박찼다.
건틀릿을 통해 강력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유현은 고블린들을 일방적으로 몰아붙였다. 고블린들이 고함을 지르며 여럿이서 달려들지만 유현의 검을 받아내는 건 무리였다.
달려들던 고블린 전사들이 모두 쓰러지자, 주위에서 원거리 지원을 하던 고블린들은 유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이윽고 유현을 막아설 고블린들이 전부 쓰러지니 학살에 가까운 광경이 펼쳐졌다.
그 광경을 붙잡혀 있던 플레이어들은 멍하니 바라봤다.
뭔가 꿈을 꾸는 것만 같았다. 작은 몸집을 가지고 있지만 강하다고 느꼈던 고블린들이 인간 하나에게 일방적으로 학살당하고 있으니 직접 보고 있어도 믿기가 어려웠다.
엄청난 숫자가 죽어서 그럴까.
고블린들의 핏물이 긴 선을 그리며 붙잡혀 있던 플레이어들의 발끝에서도 닿고 있었다.
고블린들이 흘린 붉은 피를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을 때였다.
싸움이 끝난 건지 위에서 담담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 가지 물어보고 싶은 게 있는데.”
*
밤이 찾아와 시선이 잘 닿지 않는 곳에서 유현과 플레이어들은 모닥불을 피웠다.
고블린들도 밤에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모닥불을 쫓아 공격해올 녀석들은 기껏 해봐야 에이리어에 살아가고 있는 몬스터들 정도뿐이었다.
구해준 플레이어들은 유현의 물음에 순순히 대답해 주었다. 목숨을 구해주었으니 질문에 답해주는 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이런 것 밖에 해줄 수 없어 미안했다.
그렇기에 그들은 유현에게 최대한 도움이 되도록 열심히 답했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유현은 이들이 비전투 플레이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그건 즉 던전 밖에서 모험가들과 싸우던 그룹 출신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들이 이렇게 모험가들에게 쫓기고 있던 이유는 하나였다.
마을이 습격당했다. 유현으로서는 제일 생각하기 싫었던 결과였다.
다행히 미궁에 있던 그룹들 중 하나가 빠르게 눈치채며 소식을 알렸지만 모험가들 또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덕분에 급히 도망치던 중 꼬리가 잡혔던 모양이다.
이들은 마을에서 겨우 살아 도망친 생존자들. 실제로 그 탓인지 유현이 구한 사람들 중에는 플레이어들뿐만이 아니라 거주민들도 있었다.
그런 상태로 도망치기 시작한지 벌써 4일 정도가 지났다고 한다. 유현으로서는 최대한 빨리 온 거지만 이미 시간은 많이 지난 상태였다.
유현은 지금까지 나온 이야기들을 정리하고는 그들에게 물었다.
“고블린들 사이에서 유독 엄청난 힘을 가진 고블린이 있었다는 겁니까?”
“그..그렇습니다. 녀석은 괴물이었어요. 몇 명에서 달려들던 모두 1초를 버티지 못했어요.”
그건 즉 모험가 길드장이라는 걸까. 굳이 길드장이 아니더라도 가능한 모험가들은 몇 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래도 역시 유현은 길드장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나온 플레이어들의 진술 때문이었다.
“녀석은 사람을 찾고 있던 거 같았어요.”
“사람을 찾고 있었다는 건 누구를?”
“그..그게. 당신이나 우리 같은 플레이어들이 아닌 거주민인 거 같더군요.”
“거주민을 말입니까?”
플레이어는 몸을 떨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꽤나 끔찍한 일을 겪은 듯하다. 그럼에도 어떻게든 살아남아 여기에 있지만. 여전히 안색이 좋지 않은 얼굴로 플레이어는 입을 열었다.
“….마스터. 아.. 녀석은, 마스터 클래스의 인간을 알고 있냐고 물었어요. 저번에 당한 걸 갚아 주겠다는 것처럼. 하지만 녀석이 찾는 인간을 우리가 알고 있을 리가 없죠.”
마스터 클래스…
유현은 그 단어에 피가 차갑게 식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녀석은 누구를 찾고 있는 거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10개월 정도 전에 있었던 로렐라이 공략을 실패했던 것에 꽤나 원한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그래도 길게 생각을 해보니 마스터 클래스라는 단어에 생각나는 사람이 하나 있기는 했다.
아란스 디페로우.
원정군의 대장을 하고 있으니 강한 힘을 가지고는 있을 터. 하지만 그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유현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어쩌면 마스터 클래스가 아닐지도 모른다.
유현은 이 이야기에서 드워프가 했던 말이 사실임을 알 수 있었다.
‘길드장은 분명하군.’
모험가 길드장이 움직였다.
변방의 미궁에서 활동하는 모험가가 겁도 없이 마스터 클래스를 쫓는 건 쉽게 상상이 되지 않는다. 그러면 그럴 수 있는 존재는 미궁 도시를 담당하는 길드장 정도뿐이었다.
그럼 역시 길드장의 힘도 마스터에 이르렀다는 건가.
유현은 오른팔에 착용하고 있는 건틀릿을 바라봤다.
강력한 힘을 부여하는 좋은 무기다. 하지만 그래도 이런 무기 하나로 마스터를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상대가 고블린인 이상 이 건틀릿을 이용하면 힘에서 이길 수는 있을 거다.
하지만 단순히 힘이 쌔다고 마스터를 이기는 건 말이 안 되었다.
마스터의 힘을 잘 알고 있는 유현으로서는 더더욱 현실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이 건틀릿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마력과 체력을 많이 잡아먹는 물건이었다.
한 번 힘을 발휘할 때마다 온몸의 피가 빨려가는 듯한 감각이었다. 다른 오버드 웨폰이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건틀릿은 마력뿐만이 아니라 기력도 빨아먹는 듯하다.
그래서 생각이상으로 건틀릿을 오랫동안 사용하는 건 불가능했다.
유현은 이 건틀릿을 사용하던 드워프가 신기할 정도였다.
이런 걸 몇 번이나 반복해서 사용하며 바득바득 싸웠다.
상념에 잠겨 있는 유현에게 남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저기요. 한 가지 물어봐도 괜찮겠습니까?”
“네.”
유현이 고개를 끄덕이자 남자는 진지한 얼굴을 했다.
“당신은 이제부터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
그 물음에 유현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생각할 게 많다. 현재 던전의 상황을 모두가 알고는 있는 걸까. 지금도 미궁에서 모험가들을 찾아 움직이고 있는 그룹이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상황을 알고 있는 그룹이 있다면 그들은 지금 어떻게 움직이고 있지.
유현이 말이 없자 남자는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희랑 같이 움직일 생각은 없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