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290
란슬렛에게서 이야기를 듣고 한숨 자고나니 여관에는 손님이 와 있었다. 정갈한 차림새로 이리샤는 테이블에 앉아 있었다. 발소리를 들은 건지 고개를 돌린다.
“다행히 무사히 돌아오셨군요.”
이리샤가 작게 안도하고는 말한다. 풍만한 가슴에 손을 얹으며 안도하는 그 모습에 유현은 어색한 미소를 짓고는 그녀가 있는 테이블 쪽에 합석했다.
“···단순히 놀러 온 건 아닌 거 같네.”
유현이 묻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끄덕이는 동시에 그녀는 어두운 얼굴을 했다. 근심에 잠긴 그녀의 얼굴은 그다지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다. 누가 봐도 그녀는 우울해 보였다. 얼굴에 혈색이 없다.
마치 로렐라이 때처럼.
“예전에 부탁하셨죠. 조사대에 대한 소식이 들어오면 곧 바로 알려달라고.”
“그랬지. 그럼 지금 이렇게 온 건 그것 때문인 건가?”
“그것도 있지만···. 사실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다른 이유?”
“네. 하지만 지금은 먼저 최근 일어난 일들에 대해 알려드리겠습니다.”
“···그 중에는 조사대에 대한 정보도 있는 건가?”
란슬렛에게 듣기로 길드는 조사대에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고 했다. 그런 그들의 결정 상 아무리 이리샤라도 길드의 결정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길드의 의지는 곧 요정의 의지.
길드는 결국 요정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진 곳이었다.
이리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유현님에게는 모든 정보를 건네도 된다고 카르나덴님에게 허락을 맡은 상황입니다. 어차피 며칠 후면 모든 원정대 분들에게 정보를 제공할 거니까요.”
···그건 카르나덴이 이번 일에 대해 어느 정도 판단이 섰다는 걸까.
“현재 에이리어의 전역에서 언데드가 돌아다니고 있습니다. 대다수가 좀비나 스켈레톤 정도의 하급 언데드지만 간혹 구울 같은 중급 언데드도 발견되고 있습니다.”
구울-.
생전보다 육체 능력이 많이 떨어지는 좀비와 달리 구울은 생전의 모습에서 많이 변형되어 강한 힘을 얻은 개체였다.
게다가 시체를 파먹는 걸 통해 육체를 회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그 덕에 흑마법사가 지속적으로 마력을 공급하지 않아도 단독행동이 가능한 개체였다.
구울까지 모습을 드러냈다는 이야기에 유현은 눈썹을 찌푸렸다.
구울부터는 어수룩한 흑마법사들이 만들어낼 수 있는 개체가 아니었다. 한 번에 여러 개체를 만들어낼 수 있는 좀비나 스켈레톤과 달리 구울은 의식이 필요한 특수한 개체였다.
“발견된 언데드들의 숫자로 파악컨대 현재 던전 안에 있는 흑마법사들은 수십이 넘을 거라고 생각됩니다. 게다가 준비도 꽤나 오랫동안 진행된 걸로 확인 되고요.”
“오랫동안 진행이 되었다라···. 그럼 역시 결계를 치고 은밀히 움직이고 있던 건가.”
“저희도 현재 그렇게 파악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마 유현님이 발견했던 결계는 하나가 아닐 테죠. 에이리어 곳곳에 숨어 있을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카르나덴이 꽤나 분해하겠네.”
“···네. 그 동안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계셨으니까요.”
자신의 던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은밀한 계획을 눈치채지 못한 건 확실히 자신의 무능을 드러내는 꼴이나 다름없었다.
어떻게 보면 요정을 속일 만큼 녀석들이 철저했다고 볼 수 있지만···.
그래도 상대가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해서 이해 받을 만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한 것들이 쌓이다 보면 결국 로렐라이 같은 사태가 벌어지는 거니까.
어쩌면 이리샤는 로렐라이에서 느꼈던 불안감을 지금도 느끼고 있을지도 모른다.
“현재 숨겨진 결계를 찾는 계획을 진행 중입니다. 유현님이 예전에 보고했던 내용을 참고해서 말이죠.”
“내 보고를 참고해서? 정확히 무슨 방법을 쓰겠다는 거지?”
“몬스터들의 이상 행동입니다. 유현님은 아스파다의 뱀이 자신의 서식지에서 벗어나 이상 행동을 벌인 이유가 결계 때문이라고 보고하셨죠?”
그건 즉 아스파다의 뱀 같은 이상한 일이 더 있다는 걸까.
길드 내에서 원정대들의 보고서를 정리하던 이리샤였으니 뭔가 알고 있을 것이다.
“에이리어 여기저기에서 아스파다의 뱀 같은 일이 몇 번 발견되었습니다. 위험한 몬스터들은 아니었기에 중요하게 여겨지는 일은 아니었지만요. 덕분에 저도 신경쓰지 않고 있었죠.”
이리샤는 지도를 한 장 꺼냈다.
어딘가 눈에 익은 지도라 뭔가 싶었는데, 란슬렛이 보여준 지도랑 거의 똑같았다.
···우연인 걸까.
에이리어의 전역이 상세하게 표시된 지도에는 란슬렛의 지도에서 봤던 거랑 비슷하게 동그라미가 여기저기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화살표가 찍찍 그어져 있다.
“사실 유현님이 올렸던 보고서를 읽고서 지난 1달 동안 개인적으로 조사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지도에 표시된 건 본래 발견되는 몬스터의 위치와 현재 발견된 위치를 비교해 놓은 거죠.”
확실히 아스파다의 뱀으로 생각되는 표시도 있었다.
둥글둥글한 모양으로 뱀을 표현한게 조금 재미있지만-.
어쨌든 그녀는 이런 걸 지난 1달 동안 혼자 조사하고 있던 건가.
“아직 확실하지는 않지만 이걸 통해 숨겨진 결계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알아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는 중입니다. 카르나덴님도 동의하셨고요.”
지도를 물끄러미 쳐다보며 유현은 말했다.
“노력했군.”
그러자 이리샤는 표정을 흐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는 여전히 슬픈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아니요. 만약 제가 조금 더 빨리 카르나덴님에게 보고를 올렸다면 지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제가 늦은 사이 결국 일이 이렇게 진행된 거지요.”
그녀는 자책하듯이 말한다.
평소에 보여주던 의연함이 더 이상 보이지가 않는다. 조금만 건들면 부서질 것만 같은 유리처럼 유현은 그녀가 위태롭다고 느껴졌다.
글쎄, 그녀는 그렇게 말하고 있지만 유현은 이리샤가 유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녀에게는 좀 더 시간이 필요했던 거겠지. 시간이 맞지 않았을 뿐이다.
“···이제부터 조사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오늘 오셨으니 조사대의 귀환에 대해 유현님은 잘 모르고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란슬렛에게 어느 정도 들었지만 길드의 접수원의 입장에서 새로 듣는 것이 유현은 더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입을 다물었다. 이리샤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조사대는 실패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돌아온 인원은 46명으로 본래 출발했던 인원이 309명이라는 걸 생각하면 거의 전멸이라 할 수 있죠.”
···귀환자 46명.
그녀의 말대로 309명의 숫자 중에서 46명이 돌아왔다는 선 사실상 전멸이었다.
유현은 그녀에게 물었다.
“미샤는 어떻게 되었지?”
“·········”
대답은 없다. 어쩌면 말하기 싫은 걸지도 모른다.
유현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며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인형처럼 기다란 속눈썹이 파르르 떨리고 있었다.
말을 하는 게 무서운 건지 그녀는 떨리는 눈동자로 바닥만을 쳐다보고 있다. 정중하게 무릎 위에 올라가 있던 두 손이 옷자락을 꽈악 쥐고 있다.
···굳이 듣지 않아도 결과는 알 수 있다.
귀환한 인원 중에 미샤는 없다.
이 이상으로 힘들 게 할 필요는 없어 이야기를 넘기려고 하던 찰나였다.
바닥을 쳐다보던 고개를 천천히 들며 그녀는 입을 열었다.
“귀환한 조사대의 이야기에 따르면 현재 결계 안에서 항전 중이라 합니다.”
항전 중이라는 건 아직 살아있다는 건가.
그것에 안심하면서도 유현은 미간을 찌푸렸다.
“···결계? 혹시 그 결계가-.”
“아마 유현님이 겪었던 결계가 아닐까 싶습니다. 귀환자들의 보고에 따르면 미로에 빠진 것처럼 정글을 헤매며 끊임없이 언데드들과 싸웠다고 하더군요.”
결계가 살아난 건가. 유현은 작게 혀를 찼다.
“하지만 조사대에 있던 분들은 언데드에게 쉽게 당할 분들이 아니었습니다. 유현 님은 잘 모르시겠지만 어느정도 명성을 떨치고 있던 원정대 분들이 많이 참가하셨으니까요.”
“그러면 다른 무언가가 또 있었다는 건가.”
“···네.”
이리샤는 힘을 주고 힘겹게 대답했다.
“귀환한 조사대 분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1주일간 계속된 언데드의 공격에도 큰 문제가 없었다고 합니다. 죽은 사람 없이 언데드의 공격을 모두 무사히 막아냈다고 하더군요.”
그 만큼 원정대의 힘이 강했다는 것도 있겠지만 유현과 싸웠던 언데드도 그렇게 강한 편은 아니었다. 썩어가는 몸체로 굼뜬 움직임을 보여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하급 언데드의 무서움은 각 개체의 강함이 아닌 숫자 그 자체에 있었다.
아무리 언데드가 많아봤자 조사대의 인원도 상당했으니 쉽게 당할 리는 없겠지.
···하지만 결과는 이렇다.
돌아온 숫자는 46명. 그 마저도 어떻게 돌아온 건지 조금 궁금하지만.
이리샤가 말을 계속한다.
“문제는 1주일이 지난 다음 날이었습니다. 조사대 분들은 악몽이 모습을 드러냈다고 하더군요. 보통의 언데드하고는 존재감부터가 다른 초월적인 존재.”
말을 하고 있는 그녀의 목소리는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조사대 앞으로 뭐가 나타났던 거지?”
“리치입니다.”
“···리치? 최악이네.”
유현도 탄식이 절로 나왔다.
리치라 하면은 언데드의 군주 같은 존재였다.
마법사가 죽음을 초월하기 위해 스스로 언데드가 된 존재.
보통의 언데드하고는 근본부터가 완전히 다르다고 할 수 있었다.
죽음을 초월한 마법사는 생전보다도 더욱 강력한 힘을 가지게 된다.
살아있는 육체라는 족쇄에서 벗어난 흑마법사의 힘은-.
‘최소한 마스터인가.’
리치는 아무나 될 수가 없다. 생전에도 이미 마스터급에 이르던 마법사일 확률이 높았다.
아니면 이미 마스터의 경지를 넘어섰거나.
그런 존재가 있는데 과연 돌아오지 못한 조사대가 아직 살아 있을까.
···기대하기에는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