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321
류트에게 페르시한테 전해들은 이야기를 전하자 그는 놀란 얼굴을 숨기지 못했다.
“···그게 정말입니까? 페르시 씨가 마도병에 대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게?”
“그 마도병을 만든 사람이 페르시의 여동생이야.”
“·········”
놀란 얼굴 다음에는 심각한 얼굴이었다.
류트는 무언가 고민하듯 턱을 매만지며 상념에 잠기고는 말이 없어졌다. 심각한 얼굴을 하니 분위기도 저절로 무겁게 변했다. 어차피 예상한 일이다.
유현의 옆에는 페르시가 앉아서 류트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엇을 말해도 받아들이겠다는 것처럼 그녀는 침착한 얼굴을 하고 있다. 숨기지 않겠다는 거겠지.
이윽고 류트가 날카로운 시선으로 페르시를 쳐다봤다. 거기에는 동료라는 감정보다는 적을 보는 듯한 칼날 같은 무서움이 있었다. 페르시는 시선을 피하지 않고 류트를 쳐다봤다.
“페르시 씨. 한 가지 물어보겠습니다.”
베일 것만 같은 날이 선 목소리. 지금 여기에 있는 건 능청맞은 류트가 아니었다. 냉철한 눈으로 상대를 조이는 지금의 류트야 말로 어쩌면 진정한 모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의 여동생은 저지르면 안 될 일을 저질렀습니다.”
그렇게 말하면서도 류트는 유현의 눈치를 살폈다.
하지만 괜찮다고 판단한 건지 류트는 숨김없이 말했다.
“유현 씨를 공격한 것···. 플레이어를 죽인 것···. 그리고 마지막···”
마지막은 역시 그것인가.
“요정 로베리아 이리아스를 죽인 것입니다.”
“·········”
지금 이야기에 유현 또한 류트처럼 심각한 얼굴로 변했다. 가볍게 흘려들을 이야기가 아니었다. 요정을 죽였다는 건 플레이어를 죽였다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무거운 이야기.
아이리스에게 예전에 이미 한 번 듣기는 했지만.
하지만 그게 페르시의 여동생 혼자서 가능한 일인가.
유현은 페르시를 쳐다봤다. 페르시는 혈색이 없는 얼굴을 하면서도 의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피하지 않겠다는 거겠지.
“아마 그럴지도 몰라. 하지만 혼자서는 불가능해.”
“···그렇겠죠. 그럼 누군가 도왔다는 겁니까?”
“이그니아스 학파···. 라고 들어봤어?”
그 때 리치가 이그니아스 학파라는 단어를 꺼냈을 때 류트도 아는 얼굴을 했다. 그런 유현의 생각에 맞게 류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알고 있습니다. 설마 그들이 개입해 있던 겁니까?”
“아무리 내 여동생이라도 혼자 던전을 붕괴시키는 건 불가능 했을 거야. 지금이라면 당시 로베리아를 무너뜨리는 건 어렵지 않을 일이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그 때는 말이 안돼.”
확신에 어린 찬 눈빛으로 페르시는 말한다. 류트도 어느 정도 동의는 되는지 크게 의문을 가지는 기색은 아니었다. 대신에 그는 다른 걸 물었다.
“그러면 어째서 로베리아를 공격한 겁니까? 목적이 있는 겁니까? 던전을 붕괴시켜서 그들이 무엇을 얻으려고 한 것이죠?”
“···그건. 아마 요정의 던전 하트가 아닐까.”
“······. 그걸 얻어서 어떻게 쓰겠다는 겁니까? 그건 요정 밖에 쓸 수 없습니다.”
페르시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류트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런···. 정말로 머리가 아프군요. 안 그래도 마도병일로 요정을 만나고 온 후였으니까요.”
고개를 절래절래 저으며 이마를 짚는 류트는 피곤해 보였다. 그다지 좋은 이야기를 듣지는 못한 듯했다. 아이리스를 만난 걸까. 아니면 다른 요정일까.
나무 의자 뒤에 등을 기대며 한숨을 쉬는 류트에게 유현은 물었다.
“그래서 무언가 알아낸 건 있어?”
“네. 오히려 큰 성과를 냈더군요.”
“큰 성과라면?”
“로베리아에서 도망친 마도병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냈습니다.”
그건 분명 좋은 일이다. 하지만 류트의 표정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귀찮은 걸 껴안은 것마냥 페르시를 복잡한 눈초리로 쳐다보고 있을 뿐.
잠시 뜸들이던 류트는 마저 이야기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마도병들이 비스마르크의 구역으로 도망쳤다는 겁니다.”
“비스마르크라면···.”
거기서 유현을 대신해서 페르시가 먼저 반응했다.
“···다른 요정의 세력으로 도망쳤다는 거네.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야. 계속 이리아스의 구역에 있다가는 계속 흔적을 쫓길 테니까. 거기라면 이리아스의 요정들이 쫓기 힘들겠지.”
미궁 전역에 존재하는 요정들은 각자 세력이 있었다. 몇몇 요정들은 중립을 표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로렐라이가 처음에는 중립을 유지했었다.
다만 나중에 이리아스에 소속이 된 케이스라고 할 수 있었다.
어쨌든 마도병이 비스마르크로 도망쳤다는 건 추적하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만약에 그곳에서 추적을 계속했다가는 나중에 비스마르크 세력의 요정이 어떻게 반응할지 모른다.
하지만 류트는 놀라운 이야기를 계속했다.
“그렇지만 마도병 추적대는 비스마르크의 영역까지 들어가 추적을 계속했다고 하더군요.”
“아이리스가 허락한 일인가?”
“아니요. 그런 허락을 내린 기억은 없다고 하십니다. 아마 마도병 추적대가 그 때 상황판단 하에 허락 없이 진입한 거겠죠. 거기서 소식을 보내 허락을 구했다가는 놓쳤을 테니.”
“·········”
골치가 아프겠군. 마도병 추적대의 행동에 아이리스는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아무리 그녀라도 다른 요정의 세력과 충돌하는 건 피하고 싶을 것이다.
각 요정들의 세력마다 서로 절대 친하다고 할 수가 없었다. 단지 서로 무시하고 지낼 뿐이지만 몇 번이나 갈등은 있다. 그 중에서도 비스마르크는 적대 관계라고 할 수 있다.
만약 허락 없이 구역에 들어와 행동했다는 걸 아면 그쪽에서 시비를 걸 명분이 생긴다.
“어쨌든···. 다음 이야기입니다만. 비스마르크 안에서 ‘데페르라’ 라고 불리는 던전이 모험가들에게 함락 되었다고 하더군요.”
“흐음. 함락이 되었다라.”
이상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모험가들이 던전을 함락했다는 이야기는 생각보다 흔하게 들려온다. 게이트웨이가 있으니 수성에 집중하면 괜찮지 않을까, 싶을 수도 있지만.
생각보다 게이트웨이를 가지고 있지 않은 던전들은 많았다. 오히려 게이트웨이를 가지고 있는 던전이 더 적다고 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밀릴 경우 소식을 전하기도 전에 함락 당하는 던전들이 간혹 있었다. 지금 나온 데페르라처럼 말이다.
한숨을 쉬던 류트는 험악한 얼굴을 했다.
“마도병들이 최종적으로 모습을 감춘 곳은 ‘데페르라’ 라는 던전입니다. 거기서 추적을 계속하려고 했지만 모험가들이 점령한 탓에 그 이상의 추적은 불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소식을 들어보니 요정 데페르라가 모험가들에게 협력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호오. 협력을 하고 있다고?”
“아마 목숨을 살려준다는 식으로 협박을 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간혹 그런 경우가 있으니까요. 그래서 현재 함락된 던전 근처에 있는 비스마르크 소속의 여러 던전이 어떻게 할지 고민이라고 합니다.”
함락된 던전을 거점으로 하여 주위의 다른 던전을 공격할 수도 있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위에 모험가들의 활동량이 늘어나는 것도 문제겠지.
함락된 던전 근처에 있는 다른 던전들은 아마 불편한 이웃과 동거하는 느낌이 강할 것이다. 언제든지 칼과 방패를 들고 문을 깨부수고 들어올지 모를 무서운 손님.
어쨌든···. 솔직히 말해서 비스마르크 계열의 던전이 함락되든 말든 유현에게는 상관 없다. 류트도 그다지 신경 쓰는 얼굴은 아니다. 그가 걱정하는 건 다른 거겠지.
“이렇게 되면 조사가 상당히 어려워집니다. 게다가 꽤나 거리가 있는 탓에 위험하기도 하고요. 대충 거리만 해도 1달은 넘게 이동해야 하는 거리입니다.”
상당한 거리다. 비스마르크의 협력 없이는 이 이상 조사를 진행하는 건 힘들겠지. 만약 무언가 일이 생겨 추적대가 전멸이라도 하면 그 소식을 아는 것도 불가능했다.
“비스마르크 쪽에 협력을 구하는 건 힘들겠지?”
“네. 아마도요. 만약 한다고 하더라도 그쪽에서 무언가 요구할 확률이 큽니다.”
즉 그냥은 도와주지 않는다는 거군. 유현은 힐끗 페르시를 쳐다봤다.
그녀가 무슨 표정을 할지 궁금했다. 하지만 재미있게도 페르시도 유현을 쳐다보고 있었다. 무언가 망설이듯 입술을 달싹이는 그녀의 모습에 유현이 먼저 말을 했다.
“현재 네 여동생의 위치는 파악이 되었어. 그리고 아마 아이리스라면 어떻게든 죽이려고 하겠지. 요정을 죽인 일을 가만히 둘 수는 없으니까.”
“·········”
“이대로 류트가 신전에 돌아가면 아이리스는 네 여동생에 대한 정보를 요구하게 될 거야.”
“응···.”
전에는 죽여도 된다고 거리낌 없이 말했으면서 정작 지금이 되니 복잡한 듯했다.
류트도 페르시가 심란한 얼굴을 하자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 기다렸다.
방금 전까지 그렇게 무서운 얼굴을 하고 있으면서 어느새 풀려 있다. 하기야 페르시를 압박하는 건 의미가 없다고 그도 느꼈을 것이다. 이래뵈도 페르시는 마스터급 마법사였으니까.
더욱이 류트는 그녀의 밑에서 마법을 배우고 있는 중이지도 않은가. 아무리 류트라도 페르시를 압박하는 건 힘든 일이었을 거다.
페르시가 눈을 감고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갑자기 유현의 옷자락을 슬쩍 잡아당기기 시작했다. 살짝 고개를 들어 쳐다보는 그녀의 눈동자가 애처롭게 흔들리나 싶더니.
“같이 나랑 신전에 가줄 수 있을까? 그냥 옆에 있어주기만 하면 돼.”
···여린 목소리로 그런 부탁을 해왔다.
그러자 앞에서 류트가 작게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하. 같이 가주시는 게 어떻습니까? 사랑스러운 연인이 그렇게 부탁을 해오는데.”
류트의 말에 유현은 약간 당혹스러운 표정을 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네? 이미 갈 데까지 간 사이 아니었습니까? 란슬렛 누님의 여관에서 이미 사고를···.”
“그만.”
능청스럽게 말을 하는 류트의 모습은 무척이나 얄밉다. 녀석이 그 일을 어떻게 아는 걸까. 란슬렛이 류트에가 말해준 걸까. 아니, 류트라면 눈치챘던 걸지도 모른다.
갑자기 류트가 기분 나쁠 정도로 입가를 당기며 씨익 웃었다.
“그러니 흔적을 잘 치우셨어야죠. 제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는 걸 잘 아시지 않습니까? 안 그래도 로베리아 원정군 시절 주위를 탐색하는 게 제 일이었는데 너무 방심하셨습니다.”
유현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옆에 있던 페르시도 조금 당혹스러운 건지 약간 얼굴을 붉히고는 고개를 푹 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