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342
“이서연 씨가 목에 걸고 있는 펜던트는 아시다시피 평범한 물건은 아닙니다. 요정이 자신의 사제에게 내리는 특별한 물건이지요. 상징적으로도 의미가 큽니다.”
이건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다. 아이리스한테도 똑같은 이야기를 들었었으니까.
“본래 그런 신물들에는 요정의 밑에서 일했던 전대 사제들의 지식들과 힘이 깃들어 있습니다. 새로 지정된 전속 사제들은 신물을 통해 빠르게 힘과 지식을 익힐 수 있게 되죠.”
흔히 영령의 힘을 잇는다는 거겠지. 영웅들의 안식처에서 영령들과 계약을 맺는 것과 비슷한 개념일까. 깊게 생각해 보니 그런 것보다도 더 강력한 것일지도 모른다.
영령과의 계약은 계약자에게 단순히 씨앗만 심어준다는 느낌이었다면 지금 나오는 신물들은 전속 사제들이 빠르게 강해질 수 있도록 직접 길을 안내해주는 느낌이었다.
“그렇다는 건 로베리아의 펜던트에도 그런 힘이 있다는 건가?”
로베리아의 밑에서 일하던 전속 사제들의 지식과 힘이 깃들어 있다는 건 상당히 매력적인 일이었다. 그걸 빠르게 익히면 이서연은 빠르게 강해질 것이다.
그런데 에덴마이어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요. 로베리아님의 펜던트를 지식과 힘을 후대에 전하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럼 뭐지?”
“그 펜던트는 무언가를 봉인하기 위한 그릇입니다.”
“············”
그의 입 밖으로 알 수 없는 말이 나왔다고 유현은 생각한다. 너무나도 뜬금없는 이야기. 그런 유현의 표정을 보고도 에덴마이어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무언가 일이 없었다면 지금도 펜던트 안에는 강력한 힘을 가진 무언가가 봉인되어 있을 겁니다. 천벌의 쇠사슬이라는 마왕의 유물에 묶여 속박당한 상태로 말이죠.”
···마왕의 유물.
그건 또 왜 여기서 나오는 걸까. 유현은 가슴이 싸늘해지는 걸 느꼈다.
딱 봐도 위험한 무언가가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자신은 그런 걸 선물했던 건가.
그리고 아이리스는 몰랐던 건가. 어쩌면 정말로 몰랐던 걸지도 모른다. 그녀도 로베리아의 죽음에 자세히 아는 건 없었다. 펜던트가 정확히 무엇인지 모르는 것도 이상하지 않다.
“그거 괜찮은 거야? 이야기를 들어보니 위험한 물건 같은데.”
“···위험하다라. 솔직히 거기까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나름 말이 통하는 존재인거 같더군요. 로베리아님은 너무 무서워할 거 없다고 하셨습니다.”
“말이 통한다고?”
“네. 전속 사제의 조건이 펜던트 안에 있는 존재와 계약을 맺는 것이었으니까요. 로베리아님이 마지막까지 전속 사제를 구하지 못했던 그 때문입니다.”
계약을 맺는 다라. 정체불명의 존재와?
유현은 고민이 되었다. 지금 에덴마이어의 말을 믿어도 좋은 건지.
가끔 이서연에게 뭔가 징후가 없는지 살펴보고는 있지만 특이한 건 보이지 않았다. 그녀도 펜던트가 어떤 물건인지 알고는 있기에 답답한 느낌이었지만.
유현은 눈을 가늘게 했다.
“한 가지 물어보지. 어째서 그렇게 잘 알고 있는 거지? 아무리 로베리아의 밑에서 일했다고 하지만 너무 자세하게 알고 있는 거 같은데.”
“그건···.”
에덴마이어는 표정을 흐렸다. 괴로운 얼굴이다. 남자의 얼굴을 보고서 애달프다는 감정이 드는 건 정말로 드문 일이겠지. 하지만 그 정도로 에덴마이어는 슬픈 얼굴을 했다.
이윽고 입술을 달싹이며 망설이던 그가 말했다.
“제가 로베리아님의 계약자였기 때문입니다.”
“···계약자?”
유현은 에덴마이어를 조심스레 훑었다. 젊다. 로베리아의 죽음이 언제였지.
그 때 당시 에덴마이어는 어린 소년이었을 터.
소년인데 요정의 가호를 받는 다라. 그 만큼 에덴마이어의 재능이 뛰어났다는 걸까.
···뭐든 좋다. 유현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저 입을 닫았다.
괜히 여기서 무언가 말하면 에덴마이어에게 상처를 줄 것 같았으니까.
에덴마이어는 빠르게 감정을 추슬렀다. 평소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죄송합니다. 제가 이상한 모습을 보여드렸군요.”
“···아니. 됐어. 신경 안 쓰니까 너무 깊게 생각 하지마.”
그럼에도 에덴마이어는 꾸벅 숙이고 있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정말이지 여러가지로 불편한 녀석이다. 이걸 싫어 할 수도 없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물어봐도 좋을까?”
마도병 조사대가 떠나려는 움직임이 보인다. 모든 준비를 끝냈는지 짐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빠진 게 없다는 걸 확인하면 곧 바로 움직이겠지. 에덴마이어는 고개를 끄덕였다.
“괜찮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많이 없군요.”
그도 대충 떠날 분위기는 눈치채고 있는 듯하다.
“계약을 맺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되는 거지?”
“···그건.”
에덴마이어는 깊게 생각하는 듯 상념에 잠겼지만 고개를 저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거기까지는 물어본 적이 없으니까요.”
···흠. 그런가. 유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웠어. 며칠 후에도 무사히 볼 수 있도록 기대할게.”
에덴마이어는 고개를 숙여 인사하고는 등을 돌렸다. 마도병 조사대가 떠나는 모습이 보인다. 에덴마이어는 그 뒷열에 자연스럽게 합류했다. 이윽고 그들이 떠났다.
*
마도병 조사대는 조용히 여관을 떠났다. 지금쯤이면 에이리어를 헤쳐 나가고 있겠지. 그들이라면 하루 안에 미궁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유현은 이서연과 페르시를 불렀다.
이서연을 부른 건 펜던트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고, 페르시는 그 확인을 도와달라고 하기 위해서였다. 그녀라면 무언가 아는 게 있을지도 모른다. 유현은 기대 했다.
다행히 페르시는 기분 좋은 얼굴로 부탁을 받아주었다. 잠에서 깨어난 그녀는 그 어느 때보다 기분이 좋아보였다. 발걸음부터가 경쾌했다. 반대로 유현은 피곤했지만.
“···그러니까 펜던트 안에 무언가 있을지도 모른다고요?”
이야기를 해주니 이서연은 조금 놀란 얼굴을 했다. 그러면서도 펜던트를 꼬옥 손에 쥔다.
그녀는 고민하듯 땅을 쳐다보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혹시···. 위험하니까 펜던트를 버려야 한다는 이야기 같은 건 아니겠죠?”
조심스레 묻는 그녀의 목소리는 겁에 질린 것처럼 떨리고 있었다. 순진해 보이는 커다란 눈방울도 지진이 난 것만 같다. 위험해도 꼭 쥐고 있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그렇게 좋았던 걸까. 유현은 속으로 쓰게 웃었다.
이러니까 기껏 선물해놓고 뺏어 가는 나쁜 남자가 된 것만 같다. 하지만 다행히 그녀가 상상하는 일은 없을 거다. 돌려달라고 그녀를 부른 게 아니었으니까.
“아니. 그런 건 아니야. 어차피 그냥 놔두어도 상관없는 거 같고.”
안심하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유현은 말했다. 그러자 이서연은 길게 숨을 내쉬고는 다리에 힘이 풀린 것처럼 의자 위로 주저앉았다. 안색이 새하얗다.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안도하고 있었다.
유현은 에덴마이어에게 들은 설명을 전부 말해주기로 했다. 로베리아의 수석 사제들에 대한 이야기들부터 시작해 계약에 대한 이야기 까지. 이서연은 차분히 설명을 들었다.
설명이 끝나자 옆에서 가만히 있던 페르시가 묻는다.
“그래서 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정확히 뭐야?”
“펜던트 안에 정확히 뭐가 있는지 알고 싶어. 확인할 수 있을까?”
“으음···. 뭐, 한 번 시도는 해볼게.”
애매모호한 표정을 짓던 페르시는 이서연에게 손을 내밀었다. 펜던트를 달라는 그녀의 손짓에 이서연은 왠지 모르지만 잠시 망설이다가 이윽고 천천히 목에서 풀어 건네주었다.
페르시는 곧 바로 허공에 마법진을 펼쳤다. 그 광경은 예전에 오버드웨폰을 조작할 때와 비슷했다. 대기에 그어진 마법진 위에 펜던트를 올려둔다. 그러자 마법진이 빛을 발했다.
그대로 10분 정도 지났을까.
“어엉?”
눈을 감으며 무언가 중얼거리던 페르시가 당혹스럽게 눈을 동그랗게 뜨며 고개를 갸웃했다.
“뭐야 이거. 너무 방어가 튼튼하잖아.”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또 다시 30분.
페르시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고개를 저었다.
“···이건 무리. 나보다 실력 좋은 마법사가 만들었어. 게다가 안에 내장되어 있는 마법식 자체부터가 너무 이질적이야.”
“좀 더 시간을 들이면?”
“···시간이 문제가 아니야. 실력도 실력이지만 지금 시대에 쓰여 지고 있는 마법 구조하고는 완전히 달라서 방법이 없어. 너무 오래 됐어. 고대 마법에 능통한 사람도 이건 어떻게 할 수 없을 거야. 이건 고대보다 더 전···. 도대체···.”
아무래도 단순히 엄살을 부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입술을 비틀며 복잡한 눈초리로 펜던트를 쳐다보고 있다.
그러면 이걸 어떻게 하지···.
그 때였다. 이서연이 간신히 힘을 내듯 말했다.
“···혹시 안에 있는 분하고 대화를 나누어 볼 수 없을까요?”
“위험할 수도 있어.”
에덴마이어의 말을 안 믿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히 신뢰하는 것도 무리였다.
경고를 줘보지만 이서연은 크게 용기를 내고는 말했다.
“저는 괜찮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만약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받는 게 좋지 않을까요?”
글쎄. 그건 너무···.
페르시가 이서연을 돕는다.
“뭐 어때. 한 번 시도는 해보자고. 어차피 봉인은 단단히 되어 있는 거 같으니까 서연이에게 이상한 짓은 하지 못할 거야. 고작 말을 걸어보는 게 끝이겠지.”
···정말로 괜찮은 걸까. 너무 쓸데없이 걱정하고 있는 건가.
“오빠. 저를 믿어주세요.”
어느새 가까이 접근해 온 이서연이 결연한 얼굴을 하고 있다. 저 얼굴을 보고도 허락하지 않는 건 역시 무리겠지.
유현은 한숨을 푹 쉬었다.
“좋아. 하지만 어떻게 할 건데?”
“네?”
결연했던 이서연의 얼굴에 물음표가 떠오르고는 고개를 갸웃한다.
“나는 펜던트 안에 있는 녀석과 이야기를 하는 방법은 몰라.”
“그건···.”
그런데 여기서 페르시가 쿡쿡 웃고는 말했다.
“방법이야 뻔하지. 고대나 현재나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