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Corporation: Joseon RAW novel - Chapter (1186)
1186화 그가 남긴 과제. (6)
며칠 뒤, 향은 완과 현을 불러 당부했다.
“내 서재에 가면 그동안 내가 했던 잡상들을 끄적여 놓은 것이 있소. 워낙 중구난방이라 남에게 보이기 부끄러운 것들이니 정리를 좀 해 주시오.”
“예. 그리하겠습니다.”
“이제 좀 마음이 놓이는구려….”
편안한 얼굴이 되어 쉬려던 향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아, 아니오. 지금 같이 서재에 갑시다. 설명할 것들이 많이 있소.”
“예? 예.”
자기도 모르게 대답한 현은 완을 슬쩍 돌아봤다. 무언의 질문을 받은 완은 작게 고개를 젓는 것으로 대답했다.
잠시 후, 향의 명령을 받은 내관이 바퀴의자-휠체어-를 가져와 향을 앉혔다.
내관이 밀고 움직이는 바퀴의자를 바라보던 현이 완에게 물었다.
“예전에 보던 바퀴의자보다 많이 좋아진 것 같습니다.”
“태태상황께서 다빈치에게 명하여 손을 좀 더 보셨소. 저것보다는 조금 더 소박한 것들을 얼마 전부터 백성들에게 팔기 시작했소이다.”
완의 대답에 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몸이 불편한 백성들이 좋아하겠습니다.”
* * *
휠체어, 그러니까 바퀴의자의 개발과 보급은 몸이 불편한 제국인들의 생활의 변화를 가져왔다.
태어나면서부터 장애가 있거나 전상(戰傷), 다른 여러 사고로 다리가 불편한 이들은 한둘이 아니었다.
제국 이전의 조선 사회에서도 장애를 가진 이들의 취급은 그다지 박한 편이 아니었다.
장애를 가진 이들 역시 경제적인 자립을 위해 여러 일을 찾아 직업으로 삼았다.
나라 역시 마찬가지였다.
조선 2대 왕인 정종은 대신들에게 이런 명을 내렸었다.
“환(患), 고독(孤獨), 노유(老幼), 폐질자(廢疾者, 장애인) 가운데 산업이 있어 스스로 살아갈 수 있는 자들을 제외하고, 궁핍하여 스스로 생존할 수 없는 자는 소재지 관아에서 우선적으로 진휼하여 살 곳을 잃지 말게 하라.”
이런 장애인들 가운데 가장 적극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이들은 시각장애인들이었다.
이들은 점복(占卜, 점장이), 독경(讀經, 경문을 읽어 질병을 치료함). 악기 연주자 등의 직업을 가지고 생활했다.
태종과 세종 시기를 거치면서 ‘명통사(明通寺)’가 세워졌는데, 서울 5부의 시각장애인이 모여 만든 관변단체였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제국은 장애인들의 자활을 돕기 위한 각종 제도와 도구를 만들어 보급한 것이다.
바퀴의자 역시 그 가운데 하나였다.
앉은뱅이로 불리던 이들을 위한 이동장치로는 예전부터 수레를 사용했다.
하지만, 수레는 혼자서 움직이기가 매우 불편했다. 아니, 다른 곳에 쓰일 곳이 더욱 많았다.
이에, 향은 바로 바퀴의자를 만들어 보급하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받은 이들은 전쟁에서 다리를 잃어 움직일 수 없게 된 상이군인들이었다.
-나라를 위해 분투하다가 어려움을 겪게 되었으니 나라는 이를 보답함이 마땅하다.
세종의 명에 따라 상이군인들에게는 무료로 바퀴의자가 보급되었다.
일반 백성들에게는 돈을 받았지만, 매우 염가에 판매했기 때문에 거동이 힘들었던 장애인들도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 * *
서재로 자리를 옮긴 향은 지팡이를 들어 서재의 벽면 2개를 가리켰다.
“저기서부터 저기까지 자리한 책꽂이에 자리한 것들이 내 잡상을 묶은 것들이오. 중구난방인지라 정리가 꼭 필요하오.”
“…예.”
향의 설명에 책꽂이를 바라보던 완과 현은 넋이 빠진 얼굴이 되어 대답했다.
서재의 벽면 두 개를 가득 채운 책꽂이들에는 온갖 서책들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나이를 먹어 총기가 사라져서 그런지 중구난방도 문제지만, 발상도 많이 줄은 것이 안타깝소.”
“…저게 줄은 것입니까?”
향이 안타깝다는 듯이 말하자, 완은 질린 얼굴이 되어 물었다.
“예전에는 잠시 눈만 감아도 온갖 생각들이 떠올랐는데, 요즘은 하루 종일 궁리해도 좋은 생각이 안 난다오.”
“….”
향의 푸념에 할 말을 잃은 완은 현과 함께 서재의 여기저기를 돌아봤다.
그렇게 서재를 돌아보던 완과 현은 다른 쪽 벽에서 시선이 멈췄다. 그 벽에는 허리 높이부터 시작해 4단으로 긴 단이 설치되어 있었고, 여러 기물들이 잔뜩 놓여 있었다.
“이것들은 무엇입니까?”
“아! 그것들 때문에 설명이 필요하다고 한 것이오. 그냥 보면 의미를 곡해할 수도 있어서 말이오.”
“그렇습니까….”
향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기물들을 살피던 완은 단 한쪽에 자리한 길쭉한 물체에 시선이 고정되었다.
“이것은 무엇입니까? 언뜻 보기에는 대신기전이나 산화신기전과 비슷해 보입니다만?”
완의 질문에 문제의 기물을 슬쩍 바라본 향이 웃으며 완에게 물었다.
“태상황은 기억하시오? 어렸을 때 달의 밑을 보겠다고 했던 것 말이오.”
“예? 제가요?”
* * *
완이 이제 막 다섯 살이 되었을 무렵, 야근에 지친 머리를 식히기 위해 밖으로 나온 향은 한 곳에서 걸음을 멈췄다.
벌써 잠자리에 들었어야 할 완이 궁의 마당을 이리저리 걸어 다니며 하늘을 바라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손은 아직 안 자고 무엇을 하느냐?”
향의 물음에 완과 그 뒤를 따르던 내관, 궁녀들이 급히 예를 올렸다. 향이 답례하자 완이 설명했다.
“소자가 배우기로 저 하늘에 뜬 달은 그 모양이 둥근 구슬과 같다 했사옵니다.”
“그렇지.”
“하면,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면 그 둥근 구슬의 아랫면을 볼 수 있지 않겠사옵니까? 해서 이리저리 움직이며 달을 살폈지만, 도저히 그 아래를 볼 수가 없었사옵니다.”
“하하하!”
완의 천진난만한 대답에 향은 크게 웃고는 이유를 설명했다.
“원손이 아무리 다가가도 달의 아래를 볼 수 없음은 저 달이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이어서 향이 이런저런 예까지 들어 주며 설명하자, 완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아~. 알겠사옵니다!”
고개만 끄덕거리는 것이 아니라 상체까지 휘청이는 완의 모습이 귀여웠던 향은 완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오늘은 늦었으니 들어가서 자거라.”
“예, 아바마마도 안녕히 주무십시오.”
“오냐.”
* * *
“…그랬었지. 아마 그때부터 태상황이 나는 것에 관심을 가졌었지?”
“하하하.”
향의 말에 완은 겸연쩍은 표정으로 억지웃음을 지었고, 현은 살짝 실눈을 뜨고 그런 완을 바라봤다.
“그럼 이 신기전과 비슷한 기물로 달로 가는 것입니까?”
“어떻게 보면 초대형 신기전이라 할 수 있소.”
이어진 향의 설명에 완과 현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그렇군요…. 흐음, 많은 부분에서 궁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를 달리 말하자면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소리입니다. 재경부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럴 때는 국방부를 끌어들이면 될 일이오. 생각해 보시오. 계란이 먼저냐 닭이 먼저냐의 문제겠지만 저런 기술이 개발되면 군사용으로 써먹을 수 있지 않겠소?”
“군사용 말입니까?”
“대부분의 전쟁은 말이오. 보통 왕성에서 먼 곳에서 벌어지오. 그런데, 전선에서 멀리 떨어진 후방에서 쐈음에도 적의 왕성에 천근, 만근의 화약을 담은 신기전이 떨어진다고 생각해 보시오. 다른 나라들이 제국을 적으로 삼기 쉽겠소?”
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완과 현의 뇌리에는 어떤 일이 벌어질지 바로 떠올랐다.
“비슷한 무기를 손에 넣기 전까지는 제국을 상대로 허튼 생각을 못 하게 되겠군요.”
“그렇소이다. 흐음…. 이제부터 설명을 해 주겠소.”
“세이경청하겠습니다.”
이어서 향은 전시된 여러 모형들을 가리키며 설명을 이어 갔다.
내연기관을 이용한 철마에 이어 전기를 이용한 철마와 같이 백성들의 편한 생활을 위한 기물들의 설명을 들은 완과 현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증기기관을 이용한 철마는 급수 문제로 여러 제한이 많았는데, 이를 이용한다면 그 제한들 가운데 많은 부분을 해결할 수 있겠습니다.”
“지금 가진 기술과 지식에서 조금 더 궁리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기물들의 설명에 완과 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전기와 전선을 이용해 소리를 전달하는 기물.
더욱 발전한다면 전선이 없어도 가능하지 않을까?
-소리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림도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림을 전달할 수 있다면 한 번에 여러 장의 그림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내진 그림들을 한 번에 이어서 죽 본다면 마치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등등의 설명을 듣던 완과 현은 자신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후우~. 연구소에서 난리가 나겠군.”
“죽겠다는 하소연이 넘치겠군요.”
그런 현의 말에 향이 바로 대답했다.
“좋아 죽겠지. 업으로 선택한 이들 아닌가?”
순간, 완과 현은 속으로 외쳤다.
‘설마요!’
‘모든 이들이 다 태태상황같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어진 설명은 설상가상이라는 말이 딱 어울렸다.
-물속으로 가는 전선.
그것도 차근차근 발전해서 물속에서 아까 말한 초대형 신기전을 발사할 수 있는 잠수함까지 단계별로 모형이 제작되었다.
-경사갑판을 채용한 날틀 모함.
-다익발동기(터빈)를 이용한 날틀 동력기관
-하늘에서 물자와 병사들을 투하할 수 있는 날틀.
그리고 그 날틀에 대량의 화포와 화탄을 실어 지상을 공격하는 날틀 전선(戰船)
그 외에도 여러 가지 치명적인 무기들의 모형과 개념에 관한 설명을 들은 완과 현은 다시 한번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이러니 마왕 소리를 들으시는 겁니다!’
그 뒤로도 설명은 한참 이어졌다. 길고 긴 설명을 끝낸 향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을 맺었다.
“후우~. 아까도 말했지만, 요즘은 총기가 많이 사라져서 아쉽소. 조금만 더 기력이 남아 있었다면 더욱 많은 것을 떠올릴 수 있었는데….”
“곧 기력을 되찾으실 것입니다.”
“맞습니다.”
향의 푸념에 위로의 말을 건네는 완과 현이었지만, 속으로는 계속해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이게 아쉬우시다고요! 살려 주세요!’
‘지금 도전록에, 그것도 우공이산 상상상에 등재될 문제들이 몇 개나 나왔는지 아십니까?’
하지만, 완과 현의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현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아! 원황제께서 남기신 잡상록에서 얻은 발상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따로 놔두었소. 내가 생각하기에 좀 위험한 발상이어서, 물론, 실현이 가능할지의 여부는 미지수지만 말이오. 어쨌거나 그 문서는 주의를 기울여 주시오.”
향의 당부에 완과 현은 동시에 마른침을 삼키고는 대답했다.
“각별히 주의하겠습니다.”
‘마왕이라는 별명을 가지신 분도 위험하다고 하셨다! 도대체 얼마나….’
* * *
완과 현에게 일거리를 떠넘긴 이후 향은 더욱 빠르게 쇠약해졌다.
완과 현은 매일 조석으로 향을 찾아 상태를 확인했다.
“편히 쉬십시오.”
향의 침실을 나온 완과 현은 시립한 어의를 돌아봤다. 무언의 질문을 받은 어의는 조용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우~.”
길게 한숨을 쉰 완은 현에게 말했다.
“원지에 나간 이들 빼고는 다 모이라고 해.”
“지브롤터 빼고는 전부 모이게 했습니다.”
“앞으로 할 일이 많다. 단단히들 각오하라고 해.”
“예.”
얼마 지나지 않아 제국 전역에 흩어져 있던 황족들이 모두 집합했다.
“이렇게 보니 태태상황께서 장수하신 것이 맞구나….”
모인 황족들의 면면을 살핀 완은 새삼스럽다는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향의 형제들은 이미 천수를 누리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그들의 후예들만이 자리하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모임의 중심은 완과 현의 형제들이 되었고, 완이 이들을 지휘했다.
“황제께서 도와주시겠지만, 일의 중심은 우리가 되어야 한다. 거기에 태태상황이시다. 절대 모자람이 있어서는 안 된다!”
“예!”
열흘 뒤, 향은 사망했다.
제국력 66년, 서기 1422년, 향의 나이 108세였다.
향의 사망이 발표되면서 제국 전역은 애도의 물결로 넘쳐 났다.
모든 제국인들이 눈물을 흘렸고, 소복을 걸쳤다.
명과 일본은 바로 특사를 보냈고, 유럽 각국의 서울 주재 영사들 역시 조문했다.
향의 사망이 발표될 때, 향의 마지막 명령도 같이 발표되었다.
-과거의 사례를 볼 때, 죽어서도 왕을 호종하겠다고 순사(殉死)하는 이들이 있었다.
-세월이 많이 흘렀으니 그런 멍청한 이들이 이번에도 있지는 않겠지만, 혹여라도 순사를 생각한다면 반역죄로 처벌하라.
-죽어서 나를 호종하지 말고 살아서 황제를 보필하라. 그것이 충(忠)이다.
-그럼에도 이를 어긴다면 일하기 싫어 꾀를 쓴 것으로 생각하고 반역의 죄를 물을 것이다.
이 마지막 문장에 모든 제국인들이 울다가 웃었다.
“그래…. 일을 죽도록 시킨 것을 모르시지는 않았구만.”
한편, 제국 밖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었다.
가장 먼저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등 제국과 친한 유럽 국가들에서는 백성들도 조의를 표하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제국과 앙금이 깊은 나라들, 특히, 에스파냐의 경우에는 축제와 연회가 여기저기에서 벌어졌다.
“마왕이 뒤졌다!”
“마왕이 죽었다!”
물론, 공식적으로 이런 축제나 연회는 금지되었지만, 어디까지나 문서상의 명령이었다.
또 다른 특이한 반응을 보이는 나라들은 명과 일본이었다.
향을 학문의 신, 또는, 기술의 신으로 모시며 제를 올리는 사당들이 여기저기에서 생겨난 것이었다.
한편, 음모론을 떠드는 인간들도 있었다.
“진짜 죽은 것이 맞아?”
“100살이 넘어서도 활력이 넘치던 인간이었잖아?”
“혹시 전설의 엘릭서라도 마셨던 것은 아닐까? 그가 데려간 연금술사들의 수를 생각해 봐.”
“호오~. 가능할지도?”
* * *
제국 밖에서 무슨 말이 도는지 상관없이 향의 장례는 순조롭게 진행되었다.
향의 유해를 담은 관은 국립 묘지의 황제 묘역으로 향했고, 세종 부부의 다음 자리에 안치되었다.
향의 묘 옆에는 그의 비빈들이 묻힌 묘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향의 관이 안치되는 것으로 공식적인 장례는 끝이 났지만, 완과 현을 비롯한 황실 인사들의 일을 끝나지 않았다.
“이것들을 언제 다 정리하나?”
“잡상이시라더니….”
그 모습에 완은 슬픔이 섞인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렸다.
“그 내용까지 확인하면 제대로 잠도 못 잘 거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용을 확인하며 분류하던 황실 인사들 사이에서 비명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헉!”
“이게 무슨!”
“어떻게 내가 잡는 것마다 이렇게 고치 아픈 것들만 걸리는 거야!”
“네가 운이 없는 것이 아니라 여기 있는 것 전부가 다 그래….”
“황제가 남기는 문서만 아니라면 연구소로 다 떠넘기고 싶다….”
“연구소의 학자들도 난리가 날걸?”
* * *
시간이 지나 졸곡제까지 끝나면서 제국인들은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지만, 얼굴에는 근심이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이제는 태태상황도 안 계신데, 이 나라가 어찌 되려나….”
“큰일일세….”
“앞으로가 걱정일세.”
태태상황이라는 유능한 길잡이가 사라지면서 앞날의 불안함에 떨기 시작하는 제국인들이었다.
이는 관리들도 마찬가지였다.
사방에서 파열음이 나는 상황에 현이 우를 찾았다.
“선위까지 얼마 안 남았지요?”
“그렇습니다.”
“거기에 더해 5년 정도 더 해야겠소.”
“…각오하고 있습니다.”
우의 대답에 현은 우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고생하시오.”
“큽!”
다음 날, 조회에서 우는 오랜만에 혀를 찼다.
“쯧! 지금 이 무슨 추태인가! 지금도 세상은 정신없이 움직이고 있는데 언제까지 정신을 놓고 있을 것인가! 그러고도 이 제국의 대신인가!”
“송, 송구하옵니다!”
“송구하면 송구할 일을 만들지 말라니까! 쯧쯧!”
우의 혀 차는 소리에 대신들의 머리는 점점 아래로 떨어졌다. 그런 대신들의 머리 위로 우의 말이 이어졌다.
“태태상황께서 마지막으로 하셨던 강론을 잊은 것인가! 태태상황께서 이미 갈 방향을 알려 주셨는데 무엇이 고민인가! 경들이 할 고민은 맡은 과업을 제대로 처리하는가일 뿐이다! 아! 아주 좋은 소식이 들어왔더군! 연구소에서 방전등보다 조금 덜 밝지만 아주 조용한 전등을 만들었다고 전해 왔다! 지금 즉시 육조관청에 설치할 것인지 등 핑계 대지 말고 일하시오! 일들 해!”
“명, 명을 받드옵니다!”
* * *
“흐음…. 여기가 저승인가? 지난번은 기억이 없었는데…. 이번에는 확실한 엔딩이라서 보이는 건가?”
자신이 죽었음을 확실히 인지하던 향은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시원섭섭하기는 해도 괜찮은 삶이었어. 그럼 이 공간의 끝에는 무엇이 있을지 가 볼까?”
여전히 호기심을 감추지 못하며 향은 전혀 어딘지 알 수 없는 공간을 두리번거렸다.
한참을 두리번거리며 걸음을 옮기던 향의 눈에 저 멀리 한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
“사람? 아니지, 죽었으니까 천사? 저승사자?”
자신을 기다리는 사람 같은 존재를 궁금해하며 가까이 다가가던 향은 그 존재의 얼굴을 보자마자 그대로 멈췄다.
“아, 아바마마?”
경악하는 향의 모습에 세종은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 왔냐? 좀 늦었다.”
“아, 아바마마! 저를 기다리신 것입니까?”
“그래, 이 자식아! 나하고 어디 좀 가야겠다.”
“어디요?”
“제국.”
“예?”
“환생이란 것을 좀 해 보자꾸나.”
“환생이요?”
“이미 경험해 봐서 알지?”
“…아셨습니까?”
“이승을 떠날 때가 되었을 때 알게 되더구나.”
“그러면 소자가 원래의 향이 아니라는 것도….”
“세자야, 이런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원래의 향이 원통해 미래에서 환생했다가 다시 돌아와 환생했다면? 네놈의 표현대로라면 네가 말한 원래의 향도 밀덕이지 않았느냐?”
“예? 예? 예에에!”
“네가 마지막에 남겼던 말 아직도 기억하느냐? 누가 뭐래도 너는 나의 아들이라는 말 말이다.”
“아….”
“원래라면 후사가 없었을 가정에 태어났기에 그런 마지막을 맞이했던 것이었지.”
“아….”
“어쨌거나 빨리 가자꾸나! 제국이 돌아가는 꼬라지가 아주 개판이야! 아! 이번에는 아주 확실하게 굴려 주마!”
“아바마마!”
“어서 가자!”
“그럼 차라리 시간과 예산이라도 넉넉하게….”
“야, 이 자식아! 나라 꼴이 개판이라니까!”
[작가의 말.>안녕하십니까?
‘블랙기업조선’을 쓰고 있는 국뽕입니다.
오늘로 ‘블랙기업조선’이 막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햇수로 5년이었습니다.
참으로 길었습니다.
이틀 정도 쉬고, 외전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그동안 ‘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