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389
“주인장. 최근 들어 좋은 소식은 없습니까?“
한 고블린 모험가가 테이블 위로 은화 하나를 내밀더니 정중히 질문 했다.
그릇을 닦던 늙은 노움은 힐끔 고블린을 쳐다봤다. 노움은 빠르게 고블린의 무장을 살폈다.
실용적인 면을 따진 단단해 보이는 갑옷과, 투박하지만 룬이 박힌 검이 보인다.
눈에 띄는 차림새는 아니다.
하지만 허리줌에 달려있는 포션병들은 전부 고급. 그것도 전부 구하기 어려운 신전의 포션들이었다.
노움은 합격이라고 판단했다.
“장비를 보아하니 어중이떠중이는 아닌 거 같군. 고블린 치고는 제법 기본이 되어 있어.”
고블린 모험가들은 많다. 그게 어느정도였냐면, 길을 걷다 보면 발이 차이는 게 고블린들이었다.
대다수가 실력이 낮은 탓에 고블린 모험가에 대한 인상은 별로 좋지 않았다.
“하하···. 그렇습니까? 일단 마음에 드신 거 같으니 다행이군요.”
고블린은 어색하게 웃었다.
이런 일은 익숙했다.
오히려 노움 정도면 호의적이라 할 수 있겠지.
세계수의 도시 엘카보르.
그것이 지금 고블린이 있는 미궁 도시의 이름이었다.
엘카보르는 11계층까지 개척된 대미궁도시였다.
심계까지 이어져 있는 도시.
그 명성은 모험가들 사이에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실력 좋은 모험가들이 많다.
하지만 반대로 실력 없는 모험가들 또한 많았다. 다양한 모험가들이 섞인 곳이 세계수의 도시 엘카보르였다.
그런 점에서 고블린 모험가는 이 도시에서 무척이나 위치가 낮았다.
랭커라 불리는 이들도 있는 도시니 고블린 모험가가 이름을 떨칠만한 곳이 아니기는 했다.
“자네는 무엇을 찾으러 온 건가? 최근 들어 알려진 마소석인가? 아니면 탐험인 건가?”
그 물음에 고블린은 잠시 고민하고는 대답했다.
“일단 탐험쪽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마소석 같은 경우에는 장비 뿐만 아니라 아직 믿을만한 멤버가 없습니다. 그러니 앞으로 차근차근 파티원부터 구해야겠지요.”
마소석.
최근 1년간 모험가들 사이에서 빠르게 알려지고 있는 마석이었다.
마소석 또한 마석의 일종인데 일반적인 미궁의 몬스터들에게서 나오는 물건이 아니었다.
마수라 불리는 괴물들에게만 나왔다.
이것이 유명해진 이유는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는 오크와 수인족들의 전쟁 때문이었다.
전쟁에서 마소석은 중요한 자원이었다.
황금보다 비싼 돌.
그게 현재 마소석의 별명이었다.
계속된 전쟁 때문인지 여러 종족들이 조심스레 모으고 있는 중이었다.
그에 따라 모험가들의 수요도 높아졌다.
“활동 계층은 어디까지 생각하고 있지?”
“···10계증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생각했던 것 이상이다.
늙은 노움은 눈을 살짝 크게 떴다.
“호오. 10계층까지? 눈을 보아하니 허세를 부리는 건 아닌 거 같군.”
11계층부터는 심계라 불린다.
흔히 말하는 랭커들의 활동 구역이었다.
그런 점에서 10계증이라는 건, 그런 랭커들의 구역을 눈앞에 두고 있다는 뜻.
그렇지만 여기선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다.
“생각보다 실력 좋은 모험가인가 보군.”
감탄이 섞인 말에 고블린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쑥스러운 듯 어색하게 웃었다.
“하지만 전투계일보다는 탐색계열입니다. 흔히 말하는 길잡이 역할을 주로 하죠.“
“그래도 거기까지 갔으면 대단한 일이지.”
길잡이라 하면은 단어 그대로 미궁 안에서 길을 찾는 역할이라고 할 수 있다.
어찌 보면 별거 없는 거 같아도 무척이나 중요한 역할이었다.
미궁에서 길을 잃지 않고 제때 계층을 오고갈 수 있는 것만으로도 시간 절약이 된다.
가끔씩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해 전멸하는 파티가 있다는 걸 생각하면 절대로 무시할 수 없다.
“일단 한 잔이라도 하겠는가? 공짜라네.”
노움이 쓰윽 잔을 내밀며 묻자 고블린은 고개를 끄덕였다. 공짜라는데 사양할 이유가 없다. 입에 대보니 달짝지근한 맛이 나쁘지 않았다.
“탐색이라고 하면 좋은 소식이 하나 있네.“
“좋은 소식이라면?“
“때 마침 10계층에서 고대던전을 발견했다고 하더군. 대략 400년 정도 지난 걸 말이야.”
“400년이라고 하면···.”
고블린의 눈빛에 생기가 맴돌았다.
상당히 오래된 던전이다.
그 때면 인간들에게 요정도 없을 시대 아닌가.
“고대던전은 인간들이 죽어 만들어진 언데드들이 가득하지. 결코 만만한 곳은 아니야.”
“잘 알고 있습니다.”
깊숙한 곳에 있던 던전이다.
그런 곳에서 살던 인간들이니 그 만큼 생전에는 강한 힘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 인간들이 언데드가 되었다면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얼마나 강할지 알 수 있다.
하지만 그만큼이나 그곳엔 보물이 있다.
강한 인간들은 강한 무장을 하고 있다.
죽어서도 그 무장은 변하지 않는다.
별 볼일 없는 장비라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녹슬어 망가졌겠지만, 특별한 힘이 담긴 물건은 다르다.
오랜 시간이 지난 던전에서 멀쩡히 있는 물건은 그만큼이나 좋은 무기임을 의미했다.
“어떤가. 흥미가 가는가?”
노움이 입꼬리를 당기며 묻는다.
흥미가 안 갈수가 없다.
더욱이 요즘은 무기에 대한 수요가 엄청났다.
모두 전쟁 때문이다.
강한 무기는 각 종족의 군부가 비싸게 사갔다.
인간들의 무기라면 더욱 가격이 높겠지.
‘고대 던전이라.’
고대 던전은 심계에 가까워질수록 발견된다.
발견된 계층 중 제일 낮은 곳은 8계층 정도였다. 적어도 흔하게 발견되는 던전은 아니다.
나쁘지 않다. 고블린은 속으로 웃었다.
혹시라도 운 좋게 마왕의 유물을 발견할지도 모른다.
그걸 발견하면 부르는 게 값이었다.
어렴풋이 소문으로만 돌아다니던 마왕의 유물이 가진 힘은 2년 전 이스테리아에서 증명되었다.
인간 혼자서 수백의 모험가를 썰어버린 중격적인 사건은 지금도 떠들썩한 이야기였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인간이 지상으로 나와 미궁도시를 박살내고 간 건 역사상 처음이었다.
모험가들은 인간의 검에 시선을 집중했다.
검게 빛나는 검은 분명 마왕의 유물이 분명하다고 모두가 확신했다.
”그런데 좋은 소식만 있는 건 아니라네.”
꿈에 젖어 있던 고블린을 정신 차리게 하는 한 마디. 노움의 말에 고블린은 헛기침을 했다.
“알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최근 들어 미궁에 여러 종족들의 군부가 끼어들기 시작했네. 아마 전쟁 때문이겠지.”
“···저희 고블린들도 그렇습니다.”
현재 전쟁은 오크와 수인족들 사이 뿐이다.
하지만 그 불길은 차즘차즘 넓어지고 있었다.
게다가 제일 문제인 건 두 종족이 군비를 늘리면서 생겨나는 혹시 모를 걱정이었다.
전쟁이 길어지 면서, 두 종족은 약해지기는커 녕 계속해서 강해지고 있었다.
특히 마소석의 힘은 다른 종족들에게 큰 중격을 주었다.
그 힘이 자신들에게 향했을 때 어떻게 될지 알기에 조심스레 전력을 향상시키고 있었다. 소문으로 들려오는 이야기로는 각 종족이 군용마법을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대놓고 군인들이 미궁에 개입하는 건 아니야. 적어도 모험가의 탈을 유지하려고 노력은 하고 있지. 그래도 줄신은 어쩔 수 없는 건지 최근 들어 이상한 녀석들이 조금 보이더군.”
“지금 주인장께서는 이번 고대던전에 군인들이 개입할지도 모른다는 겁니까?”
“뭐, 그렇지. 일단 겉으로 봐서는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러니까 조심은 하라는 거네.”
전쟁의 불길은 점차 넓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중립을 유지하는 종족은 수없이 많았다. 미노타우르스나, 오우거들이 대표적이었다.
강한 힘을 지닌 종족인 만큼, 그들은 여유롭다. 무엇보다 미궁도시는 중립지역이었다.
2년 전 아론 같은 일은 특별한 경우였다.
오크와 수인족들이 힘을 불리고 있더라도 다른 종족들의 눈치는 여전히 봐야하는 상황이었다.
‘흐음.’
그들이 아무리 미쳤어도 일반적인 모험가를 공격하는 경우는 없었다.
수인족도 다시 한 번 일을 지르는 순간 아론 때처럼 그냥 넘어갈 수 없을 거다.
하지만 그래도 걱정은 된다.
혹시라도 오크와 수인족들의 군부가 관심을 보이면 어떻게 할까.
잘못하면 쓸데없는 분쟁에 휘말리지도 모른다.
“자네.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지 말게.“
껄껄 웃으며 늙은 노움은 말했다.
“적어도 여기는 엘프들의 구역이니까. 이스테리아처럼 나 같이 약한 노움들이 지배하는 땅이 아니야. 그들도 함부로는 못 움직이겠지.”
“············”
모든 종족은 평등하다.
하지만 그건 틀렸다.
모든 종족은 평등하지 않다.
서로 간의 서열은 분명했다.
안타까운 이야기다.
2년 전 이스테리아에서 수인족들의 병사는 너무나도 오만하게 행동했다.
미궁에서 악마가 올라온 날, 그들은 그 때를 기회로 여겨 아론을 데리고 도망쳤다.
그건 너무나도 비겁한 일이었다.
괴물로 변한 이들에게서 죽어가는 주민들을 그들은 무시했다는 것 아닌가.
하지만 노움들은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종족의 격이라는 것이다.
소인족들의 힘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고블린은 침을 꿀꺽 삼켰다.
“혹시 2년 전 그곳에 있으셨습니까?”
“있었지. 거기서 아들을 잃었다네.”
“············”
“끔찍했다네. 아들놈이 모험가가 되어서 5년 동안 돈을 모아 맞준 갑옷이 깨끗하게 절단 되어 있었지. 두 동강난 시체라는 걸 그때 처음 봤어. 검도, 갑옷도 전부 잘려있었다네. 미궁의 악마라는 인간이 죽였을 거라고 하더군.”
노움은 담담하게 말했다.
마치 다른 사람의 일처럼.
고블린 또한 그 때 이스테리아에 있었다.
하지만 사건이 일어나고 있을 때는 미궁에 있었기에 무슨 일이 일어났었는지 직접 보지는 못했다.
단지 고블린이 본 건 무수한 시체들뿐이었다.
시체의 산이 거기에 있었다.
길가에 핏물이 강처럼 흘렀다.
마소가 흩뿌려진 도시는 지옥이었다.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마소의 비에 주민들은 이유도 모른 채 죽어나갔다.
그 사건은 분명 인간의 짓.
미궁의 악마란 단어는 그날 이후로 모두가 알게 되었다.
우습게도 그 덕에 고블린들은 헤이라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부끄럽지 않게 되었다.
“···슬슬 가봐야겠군요.”
고블린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볍게 떠들 생각으로 내밀었던 은화다.
하지만 생각 이상으로 가치 있었다.
“자네, 이름은 무엇인가?”
문 앞에 이를 때 쯤 노움이 묻는다.
“카를란이라고 합니다.”
“그런가. 좋은 이름이군. 부디 좋은 성과가 있기를 바라네.“
나직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를란은 주점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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