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79
미궁으로 나가는 건 그만큼 신중히 준비해야 했다. 그렇기에 잠시 휴식도 할 겸 준비 기간을 가지기로 했다. 필요한 물건들이 많다.
그런데 문제는 로렐라이에 미궁 탐사에 필요한 물건이 잘 준비 되어 있지 않기에 로베리아로 돌아가야만 했다.
게다가 단순히 걸어서 가는 게 아닌 게이트웨이를 이용해야 했기에 넘어갈 때 하루, 돌아올 때 하루해서 아무리 못해 이 틀은 소비해야 했다.
그런 상황에서 일행 모두 넘어가는 건 번거로운 일이기에 유현은 한 사람만 데리고 가기로 했다. 아이들은 그런 유현의 말에 잠시 서로 의견을 나누더니, 제비뽑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해서 뽑힌 건 이서연이었다. 귀찮은 일을 떠안게 된 것일 텐데도 어쩐지 그녀는 맑은 웃음과 함께 유현을 따라왔다.
“그나저나 여기는 뭔가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네요. 역시 사람들이 많이 사라져서 그런 가요. 어쩐지 조금 이질적으로 느껴져요.”
오랜만에 플레이어들의 휴식터를 걸으며 이서연이 말했다. 주위를 두리번두리번 거리는 그녀의 눈이 호기심으로 반짝이고 있다. 길거리는 조용한 편이었다.
그래도 아예 사람이 없는 건 아니다. 여전히 플레이어들은 존재했다. 로렐라이로 이동하지 않고 로베리아의 에이리어에서 사냥을 하는 이들이었다. 그렇지만 그 숫자는 로렐라이에서 활동하는 이들에 비하면 소수였다.
“하지만 1달 조금 뒤에 다시 사람들로 꽉 차게 될 거야.”
“예? 그게 무슨···.”
아직 모를 수밖에 없는 건가. 플레이어들은 일정 주기 마다 소환된다. 그 기간은 반년이었다. 벌써 퍼스트 플레이어들이 소환되고서 4달이 넘게 지났다.
그 동안 많은 일이 있었지만 그다지 긴 시간은 아니었다.
지금은 이렇게 썰렁해도 한 달 조금 뒤면 다시 길거리는 활기를 되찾겠지. 하지만 그들은 퍼스트 플레이어들과 다르게 앞서 누군가 조언할 사람들이 존재했다.
그것만으로도 많은 차이가 있을 것이다.
“오빠,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시겠어요?”
이서연이 옷자락을 조심스레 당기며, 커다란 눈방울을 올려다 본채로 묻는다. 소심한 그녀지만 궁금한 건 이렇게 적극적으로 물어보고는 했다.
“요정들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플레이어를 소환할 거야. 그 주기는 반년이고, 우리가 여기에 온지 벌써 5달 정도 되어가니 앞으로 멀지 않았다는 거지.”
“···그건 별로 기쁜 이야기는 아니네요. 다른 사람들도 저희 같은 상황에 처하게 된다니.”
이서연이 표정을 흐린다. 유현은 쓴 웃음을 지었다. 마음이 착한 소녀다. 다른 사람 같으면 오히려 좋아할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자신들과 같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 만큼 협력할 인원도 많아진다. 집단의 힘 또한 강해질 수 있다. 요정에게 대항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물론 요정들이라고 그냥 놔둘 리는 없다. 자신들에게 호의적인 세력을 만들어 두겠지. 그건 이미 회귀 전에 많이 존재했다. 요정과 공존하기로 선택한 집단들.
“아, 도착했네요. 여관 주인아저씨가 있어야 할 텐데.”
그렇게 둘이서 어깨를 나란히 하며 도착한 곳은 바람의 여관이었다. 이서연은 오랜만에 오는 여관에 반가움을 느낀 듯 종종 걸음으로 뛰어가더니 여관 주인에게 반갑게 인사했다.
“오랜만이군요.”
부드러운 미소는 여전했다.
여관에 머무는 사람이 없는 탓에 여유로운 건지 여관 주인은 책을 읽고 있었다. 테이블 위에 읽던 걸 내려둔 채 몸을 일으킨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손님에 기쁜 것처럼 보이기도 하다.
“보아하니 단순히 인사를 하러 온 것 같지는 않군요. 방 2개면 됩니까?”
“네. 이번에는 비록 두 명뿐인지라 조금 사치겠군요.”
여관의 방은 모두 다인실 뿐이었다. 1인실은 없었다.
그렇지만 여관 주인이 뜻밖의 호의를 보여주었다.
“후후, 빈 인원만큼 가격은 깎아 드리겠습니다.”
“그러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대로 빠르게 여관방을 잡고, 이서연이 짐을 정리하기 위해 위층으로 올라간 사이였다.
“로렐라이에서 굳이 여기로 오신 걸 보면 뭔가 볼 일이 있으실 텐데···.”
넌지시 묻자 딱히 숨길 이야기도 아니기에 유현은 담담히 대답했다.
“이제 원정군, 아니 원정군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군요. 파티를 꾸려 미궁으로 탐사를 떠나려고 합니다.”
“그렇습니까? 그래서 로렐라이에서 오신 거군요. 아무래도 그쪽에는 필요한 물건들이 많이 부족할 테니까요. 철저히 준비 하시려는 자세 아주 좋습니다. 게다가 때 마침 좋은 날 오셨습니다.”
좋은 날? 뭔가 의미심장한 미소에 유현이 의아한 얼굴을 했다.
“혹시 포르디아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포르디아. 연금의 던전을 말하는 거군요.”
“호오. 용케 알고 있군요. 아직 지금 시기로서는 그다지 들어볼 만한 던전이 아닌데 말입니다.”
포르디아.
일정 업적 점수를 소모하여 로베리아에서 이동할 수 있는 던전 중 하나였다.
현재 업적 점수는 직업을 얻기 위해 사용하기에도 모자란 상태이니 지금 일행과는 인연이 없는 던전이었다. 게다가 굳이 간다고 하더라도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아니다.
다른 던전으로 이동하는 걸 업적 점수로 제한하는 건 그 만큼 이유가 있었다. 그에 따른 강함을 갖추고 이동하라는 뜻이었다. 일종의 레벨 제한 비슷했다.
그런 면에서 유현은 로렐라이의 존재를 내심 좋게 보고 있었다. 로렐라이가 있기에 저레벨의 플레이어들이 수월하게 성장할 수 있었으니까.
회귀 전에는 로렐라이 말고도 저레벨의 플레이어가 활동하기 좋은 곳들이 많았지만, 현재는 로렐라이 뿐이다.
일단 그것보다. 포르디아를 꺼낸 거에는 이유가 있을 터. 그런 유현의 생각에 맞게 여관 주인은 다음 이야기를 이었다.
“때 마침 시장터에 포르디아의 물건들이 많이 들어왔다고 들었습니다. 혹시라도 한 번 쯤 구경해 보는 게 어떨 신지요. 도움이 되는 물약들이 많이 있을 겁니다.”
연금의 던전 포르디아, 그 이름에 어울리게 포르디아에는 좋은 연금술 물건들이 많았다. 포션도 연금술의 힘이 듬뿍 들어간 물건 중 하나였다.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좋은 연금술사가 만든 포션은 부작용이 적다. 게다가 해독용 포션도 여럿 있을 것이다. 독에 중독이 되면 치료하기 상당히 까다롭다. 일반적인 회복 포션으로는 치료가 안 되기 때문이다.
안 그래도 포션을 여러 개 준비할 생각이었는데 잘 된 일이다.
때 마침 이서연도 짐 정리가 끝났는지 위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
위층에서 짐을 정리하고 내려왔을 때 이서연의 옷차림이 바뀌어 있었다.
좀 더 화사하다고 해야 할까.
수수하지만 그녀의 굴곡진 몸매가 드러나 있어 은근히 요염하게 느껴지는 원피스였다.
아마, 옷은 마음에 들었지만 맞는 크기가 없던 게 아닐까 싶다. 아쉽게도 이세계에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찾는 건 어려웠다. 크거나, 작거나, 보통 둘 중 하나다.
“이제 어디를 갈 생각이세요?”
“아무래도 도시 중심에 가봐야겠지. 신전 주위에 상점들이 많으니까.”
“아하.”
그곳에서 여관 주인이 말한 포르디아에서 생산 된 포션 말고도 여러 가지 물건을 살 예정이었다. 어쩌면 포르디아에서 들어온 귀환석도 있을지 모른다.
다른 건 몰라도 귀환석은 필수로 살 예정이었다. 목숨 하나 살릴 수 있는 힘을 가진 물건이니, 귀환석에 돈을 아끼는 건 그다지 좋은 선택은 아니었다.
상점가에는 플레이어들의 휴식터와 달리 사람들이 넘쳐났다. 그 중에서도 가벼운 무장을 한 이들이 다수 보였는데, 로베리아의 병사들은 아니었다. 그렇다고 플레이어들도 아니다.
지금 시기에 플레이어들이 갖추기에는 어려운 좋은 갑옷과 무기를 들고 있다.
하지만 질서 없는 무장 상태를 보아,
‘다른 던전에서 온 자유 원정군인가.’
자유 원정군은 던전에 소속되어 군인으로서 일하는 원정군들과 다르게 단어 그대로 자유롭게 움직이는 이들을 말했다. 플레이어들이 모여 만든 파티도 자유 원정군으로 봐도 좋다.
그렇지만 아직 플레이어들이 모여 만든 파티를 원정군으로 부르기에는 규모가 작았다. 아무리 못해 숫자 10명은 넘어야 원정군이라고 말 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숫자가 많아.’
포르디아와 게이트웨이가 연결 되었으니 그쪽 인간들이 넘어오는 건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생각해 보면 4달 전 여기에 왔을 때 다른 던전의 인간은 전혀 보이지 않았는데.
그건 역시···. 일부러 다른 던전의 인간의 출입을 제한하고 있던 걸까.
초기에는 다른 던전의 인간에게 보기 좋은 광경이 연출되지 않았으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했다. 플레이어와 병사 사이에서의 싸움은 그다지 좋은 이야기가 아니다.
“저 사람들은 뭘까요? 보니까 군인들은 아닌 거 같은데.”
자유 원정군들이 계속해서 눈길을 주며 옆을 지나가자 이서연이 물었다. 자유 원정군의 입장에서는 흑발, 흑안이 무척이나 신기하게 여겨졌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리아스 계열의 던전의 인간들은 지구로 치면 대부분 서양쪽 외모를 가진 인간들이었다. 그들 사이에서 동양인의 외모는 눈에 띌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던 유현은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이곳 주민들이라고 몬스터를 사냥하기 위해 모두 군인이 되는 건 아니야. 군인으로서 활동하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인물들은 당연히 있는 법이지. 저들은 군인이 아니라 자유롭게 몬스터를 사냥하는 자유 원정군들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랑 비슷하다고 할 수 있지.”
“···몰랐네요. 저런 이들이 있는 줄은. 그런데 저들은 어디서 온 걸까요? 전에는 저런 사람들을 본 적이 없는 거 같은데.”
“포르디아. 아마, 거기서 왔을 거다. 그 동안 요정들이 로베리아와 다른 던전의 연결을 꺼리고 있었는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지만 이제는 괜찮다고 판단 한 거 같네.”
“아하.”
유현이 이것저것 질문하는 이서연에게 대답하고 있는 사이 어느새 둘은 신전 주위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잡화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