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e you the devil in the labyrinth? RAW novel - Chapter 81
“푸른 갈퀴 영초랑 레비아르의 꽃은 발견하면 무조건 가져와. 그러면 쓸만한 포션 여러 개 만들어 줄 테니까. 알겠어?”
로렐라이로 돌아가려고 아침 일찍 준비하고 있는 중 디아나가 유현에게 말했다. 유현은 그녀가 말하는 두 가지 식물을 머리에 새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익숙한 이름이었다.
회귀 전에도 퀘스트를 위해 종종 채취해 오던 재료였다. 이제는 조금 오래된 기억이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아직 잊지 않았을 뿐더러, 채취 방법도 선명히 떠오른다.
디아나가 부탁한 건 포션을 만들 때 흔히 사용되는 재료다. 미궁에서 주로 자라나는 특이한 식물로, 그 덕분인지 미궁을 탐사할 때 가끔씩 발견할 수 있는 식물이었다.
“필요한 그 두 개 뿐인가?”
잊은 건 없는지 가방을 점검하며 유현이 물었다.
예상치 못한 말을 들은 것처럼 디아나가 고개를 들었다. 놀란 듯 입술이 희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녀는 기대하는 눈빛으로 유현을 쳐다봤다.
“···다른 것도 가져올 수 있어?”
“요구하는 것에 따라 다르지. 애초에 네가 말하는 그 두 개도 못 구할 수도 있는데.”
“흠. 그러면 이것들도 부탁해. 안 그래도 이쪽 시장에서는 매물이 안 나오는 물건들이라···.”
디아나가 품속에서 주섬주섬 뭔가 꺼내들었다. 낡은 종이였는데, 거기에는 그림 같은 게 있었다. 아무래도 필요한 재료의 생김새를 그려둔 종이인 듯싶다.
그녀는 차례대로 그림을 보여주고 있다가 잠시 손이 멈췄다. 지금까지 그녀가 보여준 그림은 벌써 10장이 넘어 갔다. 처음에 요구했던 걸 생각하면 너무나도 많다.
“역시 조금 많은가···?”
“글쎄, 어차피 탐사를 진행하다가 쓸만한 재료가 보이면 채취할 생각이었어. 그러니 종이는 가져가도록 할 게.”
“어, 응!”
디아나가 기쁜 듯 고개를 신나게 끄덕였다. 역시 생긴 것마냥 꼬맹이는 맞았다.
유현은 가방 안에 디아나의 그림을 곱게 접어서 집어넣었다. 대충 둘의 이야기가 끝내자 옆에서 조용히 있던 이서연이 말을 꺼냈다.
“그럼 이제 가 볼까요? 애들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그렇겠네.”
그렇게 준비를 끝나고 여관에서 나가려고 할 때였다. 뒤에서 활기찬 목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손을 흔들고 있었다.
“무사히 돌아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당연히 그럴 생각이다.
*
돌아왔을 때 두 사람을 맞이한 건 변함없는 로렐라이의 풍경이었다. 건물을 짓기 위해 물자를 나르고 있는 플레이어들의 모습이나, 여기저기서 장사를 하고 있는 마을 주민들까지.
이런 것만 보면 1달 전과 그다지 변한 것 같지 않은 풍경이다. 그렇지만 로렐라이는 변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완성되고 있는 건물들이 그 증거였다. 점점 마을답게 변하고 있다고 해야 할까.
삭막했던 그 날의 풍경은 이제 멀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였다. 플레이어들도 이젠 이런 것에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주민들과 섞여 움직이고 있다.
“그것보다 좀 더 안 쉬어도 되겠어요? 로렐라이에서 어제 돌아왔잖아요.”
아직 차가운 아침공기가 나지막이 내려 앉아 있는 시간, 남궁민이 걱정하듯 묻는다. 그보다 한 걸음 앞에 있던 유현은 검은 발톱 놀 곡도와 일반 장검을 허리춤에 걸며 고개를 돌렸다.
굳이 검을 두 자루나 들고 다니는 건, 검은 발톱 놀 곡도가 광폭화를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었다. 능력치의 상승은 좋으나 이성을 흐리게 하는 마력은 그 어떤 변수를 만들어 낼지 알 수가 없다. 솔직히 말해서 강한 녀석을 상대할 때는 일반 장검이 편했다.
육체적인 상승 보다, 차가운 이성을 유지하는 게 유현에게는 더 이득이었다. 그건 유현이 가진 전투 기술을 제대로 살리는 게 어중간한 육체 능력 상승보다 좋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곡도의 광폭화를 통한 육체 강화는 광기에 감정을 허용해야 했다.
“딱히, 거기서 뭔가 힘든 일을 한 것도 아닌데 굳이 하루 더 쉴 필요가 있을까.”
“···뭐, 형이 그렇게 말한다면야.”
남궁민은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 자기 배낭을 다시 확인해봐. 까먹은 게 없는지, 기껏 미궁으로 나갔는데 마을로 돌아와야 한다면 상당히 부끄러운 일이잖아.”
유현은 배낭을 어깨에 걸치며 말했다. 두툼한 무게가 어깨에서 느껴진다. 마치 군대에서 행군 할 때 싸던 군장 같다. 아니, 솔직히 말해 그것과 다를 건 없다.
이제부터 일행은 미궁에서 잠을 자고, 밥을 먹으며 몬스터들과 싸워야 한다. 게다가 얼마나 긴 거리를 움직이게 될지 알 수가 없다. 그걸 모두 고려해서 배낭에 들어간 물건들은 상당했다.
확인이 끝나자 일행은 곧 바로 여관을 떠났다.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는 플레이어들을 지나쳐, 마을 입구를 지키는 병사를 지나친다.
1달 동안 익숙해진 숲을 가로지르는 일행의 움직임은 거침없었다. 그렇지만 긴장감은 풀지 않는다. 모두 유현의 교육이었다.
유현은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낼 확률이 있는 한 절대로 긴장감을 풀지 말도록 강조했다. 실제로 여러 번 몬스터들의 기습을 당해봤으니 유현의 말은 가볍게 흘려들을 수 없었다.
깊숙이 나아갈수록 점점 사람들의 흔적이 사라진다. 그건 즉 플레이어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는 곳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로렐라이의 에이리어의 중간쯤에 왔는데도 이렇다.
플레이어들의 발길이 잘 닿지 않은 곳이라는 건, 그 만큼 아직 토벌되지 않은 몬스터들도 상당하다는 소리였다. 덕분에 중간중간 전투가 있었다.
신속히 진형을 만들며 전투 이행. 일행은 익숙한 듯 서로 호흡을 맞추어 싸웠다.
“오빠. 20m 정도 되는 거리에서 또 다른 몬스터 무리가 접근해 오고 있어요. 아무래도 이쪽을 눈치챈 거 같은데요? 방금 전 싸운 소리를 듣고 달려오는 거 같아요.”
“쯧. 귀찮게 되었네.”
정령으로 몬스터들의 움직임을 감지한 송가연이 말한다. 유현은 숨을 헐떡이며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일행에게 다시 일어나도록 말했다. 전투는 끝나지 않았다.
“방금 싸움이 끝났는데, 또야? 이 지겨운 녀석들!”
길유미가 격한 숨을 토해내며 창을 다시 잡는다. 남궁민도 죽은 몬스터의 머리에 박아 놓은 할버드를 뽑으며 자세를 잡았다. 이서연은 방패를 꼬옥 잡았다. 그녀의 다리가 비틀거린다. 그녀는 입술을 깨물며 겨우 무너지는 걸 참아냈다.
-Grrrrr!
이윽고, 송가연의 말대로 바로 앞에서 몬스터들의 소리가 들려왔다. 수풀이 흔들리며 땅이 밟히는 소리가 모두의 귓가에 닿았다. 유현은 선두에서 녀석들의 접근을 기다렸다.
‘루가르인가.’
모습을 드러낸 건 사슴을 닮은 듯한 기괴한 놈들이었다. 머리 양쪽에 뿔도 있으며, 삼각형 모양의 머리는 사슴과 비슷하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얼굴의 생김새가 완전히 다르다.
더욱이 초식 동물인 사슴과 달리 이 녀석들은 생명체의 육신을 물어뜯어 먹는 놈들이었다. 무리를 지어 다니며 사냥하는 습성이 있는 귀찮은 녀석들.
머리에 나 있는 날카로운 뿔은 일종에 창과 같았다. 날카로운 뿔을 무기로 하여 머리를 들이 내밀며 돌진해오면 막아서는 것보다는 피하는 게 옳다.
하지만 그건 일반적인 경우다. 본래라면 녀석들에게 조금의 혼란이라도 주기 위해 수를 나누어 양쪽으로 피하는 게 옳겠지만, 이쪽에는 마법사가 있었다.
“다행히 제가 알고 있는 소리가 맞았군요. 이야, 아니었으면 조금 부끄러울 뻔했습니다.”
류트가 싱긋 웃으며 캐스팅을 끝낸다.
그의 손끝에서 빚어진 마력의 빛이 힘차게 발광하더니 바닥을 휩쓸었다. 마력에 휩쓸린 숲의 흙바닥이 점점 변질되기 시작하더니 작은 늪으로 변했다.
그것으로 루가르 떼의 돌진은 막혀들었다. 목표를 향해 돌진해오던 거친 발걸음은 오히려 독이 되었는지 땅에 파묻혀 기동성을 잃어버렸다. 몇몇은 바닥에 넘어져 발버둥 친다.
보통의 몬스터라면 큰 문제없이 늪에서 빠져나왔겠지만, 앞에서 무리가 무너지자 뒤에서 달려오던 놈들이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그대로 앞을 박으며 도미노를 만들었다.
그걸 보며 길유미가 휘파람을 분다.
“휘이, 역시 쓸만하다니까. 나도 마법이나 배워볼까. 섹시한 마법사 컨셉 좋지 않아?”
“아서라, 차라리 송가연이 마법을 배우는 게 낫지. 너는 앞에서 돌진이나 하는 게 제일 어울려.”
“뭐?”
“시끄럽고, 모두 싸움에 집중해. 유현 오빠는 벌써 움직이고 있잖아.”
남궁민과 길유미의 대화에 송가연이 꾸짖듯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그 말에 둘은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유현은 진흙에 처박혀 있는 놈들의 목에 검을 박고 있었다.
-GRRRRRRR!
기괴한 비명을 터뜨린다. 그렇지만 유현은 거침없이 녀석들의 목에 검을 박아 넣고는, 발로 목을 짓밟아 검을 뽑아낸다. 질끈한 피가 검신을 타고 흐른다.
목에서 분수처럼 뽑아지는 피가 진흙탕의 색을 바꾼다. 갈색과 검은색의 조화에 붉은색이 추가되고 있었다. 진흙에서 발버둥치는 루가르들이 그 모습을 보며 공포에 떨 듯 소리를 높였다.
루가르의 목에 박혀 있던 검이 뽑히자, 모습을 드러낸 검신은 붉은색이었다
검은 발톱 놀 곡도, 검에 얽힌 힘이 손잡이에서 시작해 손을 타고 유현을 자극한다.
-더, 더! 좀 더 많은 생명을 죽여라!
‘시끄러워.’
이런 학살뿐인 싸움에서 유현은 검은 발톱 놀 곡도를 사용해왔다. 이 검의 용도는 이걸로 딱 적당하다.
손잡이에서 시작해서 손을 타고 얽혀 들어오는 검의 소리는 유현의 이성을 흔들지 못했다.
하지만 이 소리는 유현이 틈을 보이면 날카롭게 파고들 것이다. 유현은 그걸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광기에 미치지는 않겠지만, 치명적인 실수를 낳게 할지도 모른 일이다.
유현에게 필요한 건 이성을 흐리게 만들며 육체를 강화시켜주는 능력이 아닌, 곡도가 가진 날카로운 날이었다. 가볍게 힘을 줘도 몬스터들의 가죽을 베어 넘기는 검의 예기.
뒤에 있던 일행들도 참가해 차례대로 진흙탕에서 몸을 일으키려는 루가르를 처리하기 시작하자 싸움은 빠르게 끝났다. 다행히 그 누구도 부상은 입지 않았다.
곡도에 묻은 피를 털어내며 허리춤에 다시 걸때였다. 유현은 하늘을 올려다봤다. 울창한 나뭇가지들 사이로 엿볼 수 있는 하늘은 점점 어두워지고 있었다. 오늘은 여기까지인가.
“오늘은 여기서 야영하도록 하자. 마침 루가르, 이 녀석들은 먹을 수 있는 놈들이니.”
락피그처럼 고기 맛이 좋은 녀석들은 아니다. 아무래도 육식을 즐겨하는 놈들인지라 고기에 밴 노린내가 거북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육포 같은 걸 뜯는 것보다는 낫겠지.
미궁에서 먹게 될 음식을 생각하면 이 정도면 호화롭다. 게다가 아직 남은 거리를 생각하면 벌써부터 가져온 식량을 사용하는 것도 별로 좋은 선택은 아니다.
로렐라이의 에이리어를 벗어나려면 아무리 못해 3일은 움직여야 할 것이다.
========== 작품 후기 ==========
해외에 여행을 가기 때문에 제가 앞으로 2주 동안 예약 연재로 하루에 한 편씩 1월 5일까지 연달아 올려놓을 생각입니다. 글에 문제가 있을 경우 쪽지 부탁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