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231)
#231화 돈 벌려고 장사하는 거 아냐 (2)
‘예?’
순간 윤기는 깜짝 놀라 최덕배가 가리키는 방향을 보았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것은…….
‘진짜……, 푸틴이네요.’
푸틴의 출생은 1952년.
한국식으로 따지면 이 시기에 35살의 나이.
2010년대에 TV에서 본 모습과 달리 머리가 풍성하기는 했지만, 분명 100퍼센트 푸틴이 확실했다.
왜냐하면, 푸틴은 외모 자체가 다른 사람에게 기억되기 쉬울 정도로 인상적이었으니까.
‘와……, 진짜 오래 살고 볼 일이네요. 푸틴을 이렇게 눈앞에서 보다니.’
인터넷을 통해서 푸틴과 관련된 우스갯소리나 농담을 겪어 보기는 했지만, 이렇게 푸틴을 직접 보니 솔직히 신기하다 못해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회장님?”
강석호의 말에 정신이 든 윤기는 멋쩍은 미소와 함께 자리를 잡았다.
그렇게 윤기와 강석호만 앉고, 나머지는 주변에 시립한 상황.
“아니, 그렇게 자리들을 다 막고 있으면 어떻게 하라는 거예요.”
가게 사장의 말에 윤기는 수행원들을 전부 자리에 앉혔다.
“조금 빠르지만, 여러분도 같이 저녁을 먹도록 하죠.”
상황이 어쩔 수 없었기에 수행원들은 모두 주문을 했고, 윤기는 가게 주인과 종업원에게 넉넉한 팁을 넘겨주어 빠른 주문이 이루어지도록 했다.
‘그나저나, 어쩐다…….’
음식을 주문했기에 잠시 생각할 여유가 생긴 윤기는 푸틴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에 잠겼다.
‘그냥 보내야 하나?’
일단 윤기는 푸틴에 대한 지식이 거의 없었다.
끽해야 러시아의 독재자.
그리고, 예전에 KGB에서 일한 정보원.
그리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각종 우스갯소리뿐.
‘나이를 생각하면, 이 시기의 푸틴은 KGB의 정보원이겠지.’
윤기의 추론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왜냐하면, 이 시기의 푸틴은 분명 KGB의 정보원이었지만, 사표를 내고 무단으로 결근 중인 상황이었으니까.
KGB의 국장은 푸틴의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고, 푸틴은 국장이 사표를 수리하든 말든 결근하고 있는 묘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던 것이다.
‘지금 푸틴과 접점을 만들어 두는 것이 과연 효과가 있을까?’
윤기는 자신이 알고 있는 역사의 흐름을 생각했다.
만약, 자신이 여기서 푸틴을 다짜고짜 죽인다면?
지금까지의 상황으로 보아, 푸틴을 대신할 자가 반드시 등장한다.
그리고 그 새로운 자는 적어도 자신과 아무런 접점이 없겠지.
그렇다는 것은 여기서 푸틴을 해코지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얘기였다.
물론, 애초에 윤기가 그럴 결정을 할 사람은 아니지만 말이다.
‘일단 해코지를 해야 할 이유도 명분도 없어. 그렇다면 그냥 놔두든가, 접촉하든가 둘 중 하나인데…….’
윤기의 머리가 맹렬히 회전하기 시작했다.
‘푸틴은 중국과 달리 일단 공산주의를 완전하게 버렸어. 물론, 소련이 망할 때 소련 정부가 공산주의를 포기하기는 했지만, 푸틴은 정권을 잡고서도 과거 회귀를 하진 않았다는 것은 확실해.’
가지고 있는 소량의 정보로 하는 최대한의 추론.
이것은 분명 틀릴 여지가 있었지만, 윤기는 이러한 추론을 통해 지금까지 많은 위기를 해결해 왔다.
‘물론, 푸틴은 독재자야. 하지만, 표면적으로는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었지. 그렇다는 것은 현시점의 공산주의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겠지?’
윤기의 추론이라는 이름의 퍼즐 조각이 점차 맞추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푸틴은 쿠데타를 통해서 왕좌에 앉은 자가 아니야. 적어도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과정을 통해서 왕좌에 오른 사람이지. 그렇다는 것은, 현재 연줄이 있을 가능성도 커.’
실제로, 푸틴은 91년까지 대단한 인기를 구가하는 러시아의 개혁파 정치인은 ‘보리스 옐친’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았다.
그것은 푸틴이 보수파들이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몰아내기 위해 일으킨 8월 쿠데타에 참여하지 않은 결과이기도 한데, 윤기는 어쨌든 추론을 통해 푸틴의 배경을 점찍고 있었다.
‘어차피 소련은 망해. 이건 절대적으로 정해진 역사의 원칙이야. 그리고 푸틴은 그 뒤를 이을 왕이지. 이 상황에서 접점을 만들지 않는다면 오히려 내가 멍청이 아닐까? 더군다나 KGB와의 관계가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푸틴은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소련 정부를 위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다.하지만, 무언가 목적의식만 심어 준다면 협조할 가능성이 크다.]
이것이 윤기가 내린 중간 결론이었다.
그리고 이 ‘목적의식’이란 공산주의와 반대되는 개념이 러시아에 확대되는 것, 그것은 곧 자본주의의 확대를 의미하기도 했다.
‘어차피 모 아니면 도야. 푸틴과 접점을 만들어서 KGB와의 접점을 만들고, KGB를 통해서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나에게 우호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들어야 해.’
늪에 빠지기까진 단 한 걸음.
윤기는 여기까지 생각했을 때 무언가 위화감을 느꼈다.
‘잠깐, KGB와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관계는 어떻지?’
이 생각이 떠오른 것은 그야말로 천운이었다.
왜냐하면, KGB는 결코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좋아하지 않았으니까.
아니, 더 정확히 말하자면, KGB는 91년에 해체된다.
그리고 해체되는 이유는 KGB가 ‘8월 쿠데타’를 일으켰기 때문이다.
8월 쿠데타는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축출시킨 쿠데타였다.
물론, 쿠데타가 실패하면서 미하일 고르바초프는 곧바로 복권하지만 말이다.
‘푸틴을 통해서 KGB와 좋은 관계를 만들 수는 있어. 하지만, KGB가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관계가 나쁘다면 오히려 악수로 작용할 거야. 그렇다면…….’
러시아의 KGB가 91년도에 해체되었다는 것을 아는 한국 사람은 얼마나 될까?
윤기조차도 KGB가 91년도에 해체되었다는 사실을 몰랐다.
다만, 한 가지.
JSD로 인하여 안기부가 JD에게 충성하지 않게 되었듯이, 소련의 정보단체인 KGB 역시 현재 수장인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사이가 나쁠 수도 있다는 추론은 할 수 있었다.
‘지나치게 희망적인 관측으로 위험한 행동은 하지 말자. 지금 여기서는 푸틴에게 눈도장을 찍는 정도로 그치는 게 낫겠어.’
윤기는 그야말로 지뢰를 밟을뻔한 상황을 가까스로 모면할 수 있었다.
“오랜만에 기분이나 내 볼까요?”
“네?”
반문하는 강석호에게 설명하는 대신, 윤기는 손짓으로 종업원을 불렀다.
“무슨 일이신가요?”
“제가 오늘 소련에 처음으로 와 봤는데, 여러모로 기분이 좋네요. 기념으로 이곳에 계신 모든 분의 식사를 제가 계산할게요. 지금부터 추가 주문하는 것까지 모두요!”
일부러 큼직한 목소리로 말했기 때문에, 윤기의 목소리는 식당 안에 있는 모든 사람에게 똑똑히 전달됐다.
동시에, 윤기는 종업원에게 두툼한 돈뭉치를 건넸다.
그야말로 여기 있는 모두가 실컷 먹고 마셔도 남을 돈.
그러자 식당 안에서 환호성이 터지기 시작했다.
[우오오오오!] [야, 웨이터! 여기 보드카 있는 대로 가져와!] [잘 먹겠습니다!] [피부는 노랗지만, 넌 오늘부터 명예 슬라브족이다!]딱히 예의 바른말만 들려오는 것은 아니었지만, 윤기는 만족했다.
왜냐하면, 모두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것이 목적이었으니까.
“아, 이건 음식 만들고 나르느라 고생할 여러분들을 위한 팁이에요. 주방이랑 나누세요.”
종업원과 조리사들에 대한 팁까지 뿌리자 식당은 그야말로 축제장으로 바뀌었다.
공짜 술에 공짜 음식, 그리고 두둑한 팁까지.
축제가 벌어지지 않으면 이상한 일이겠지.
“이봐, 어디에서……, 윽!”
식당에 있던 배가 볼록 튀어나온 대머리 50대가 다가오면서 이야기를 하려다, 윤기의 수행원에게 가볍게 제압당했다.
“괜찮아요. 얘기하고 싶네요.”
윤기의 말에 수행원이 제압을 풀었고, 다시 윤기는 남자에게 고개를 가볍게 숙였다.
“죄송합니다. 다들 신경이 날카로운 상황이라서요.”
“응? 으응……,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런데 어느 나라에서 왔어?”
“코리아에서 왔어요.”
“아, 코리아? 우리의 동맹?”
윤기는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노스 코리아가 아니라 사우스 코리아요.”
“사우스 코리아? 거기 잘 살던가?”
“의외로 북한보다는 잘 살 걸요?”
70년대까지는 북한이 나름대로 잘 살았다고 할 수 있다.
실제로 70년대까지는 북한이 북한 중심의 통일을 하자고 거들먹거리기까지 할 정도였으니까.
하지만, 80년대가 되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공산주의의 탈을 쓴 독재정권이 사실상 모순을 드러내기 시작하면서 경제성장률이 바닥을 친 것이다.
물론, 한국도 똑같은 독재이기는 했지만, 최소한 북한보다는 상황이 나았기에 북한보다 앞서나갈 수 있었다.
“흐음, 그런가? 뭐, 나야 어느 쪽이든 상관없지. 공짜 술을 사 주는 녀석은 친구니까. 크하하핫!”
유쾌하게 웃던 사내는 이내 다시 윤기에게 말을 걸었다.
“그건 그렇고, 한잔하겠나?”
컵 가득 따라진 보드카를 건네는 사내의 호의를 윤기는 공손하게 거절했다.
“아, 제가 아직 미성년자여서요.”
“뭐? 미성년자라고? 허어, 키도 크고 그래서 성인은 됐을 줄 알았는데. 그러면, 맥주라도 마시겠나?”
“예? 저 미성년자인데요……?”
사내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그게 왜? 사우스 코리아에서는 미성년자가 맥주를 못 마시나?”
“여긴 마실 수 있어요?”
“응.”
“……어, 저희 나라는 못 마시거든요. 호의는 감사하지만, 다음 기회로 미룰게요.”
“쩝, 아쉽구만. 그러면, 언제 기회가 되면 그땐 한잔하자고!”
“물론이죠.”
씨익 미소를 지은 윤기는 이후로도 몇몇 사람과 대화를 나누었다.
공짜 술을 사 준 윤기에게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이 있었으니까.
‘실패인가?’
가장 큰 타깃이 다가오지 않자, 윤기는 점차 고민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곧 미하일 고르바초프를 만나러 가야 할 시간이었으니까.
그렇게 자리에서 일어나야 할 시간이 되었을 때, 마침내 푸틴이 윤기에게 다가왔다.
“덕분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공손한 푸틴의 말에 윤기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야말로 호의를 받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둘의 사이에서 가벼운 미소가 흘렀다. 하지만, 푸틴은 이내 본론을 꺼냈다.
“혹시, 어떤 이유로 한 턱 내신 것인지 알 수 있을까요?”
윤기는 푸틴이 KGB 요원의 입장에서 이 질문을 했다는 것을 확연히 눈치챘다.
푸틴 입장에서 동양인이 갑자기 술집에서 한턱내겠다고 하는 것은 특이한 사항.
때에 따라서는 KGB에 보고가 올라갈 수도 있었다.
“아, 저는 오늘 서기장님과 대담을 하러 온 사람이에요.”
이 상황에서 윤기가 꺼낼 수 있는 최고의 패.
윤기는 일부러, KGB 요원인 푸틴 앞에서 자신의 정체를 까발렸다.
이쪽에서 무언가 행동을 보여야만 상대도 행동을 보일 테니까.
“예?”
산전수전 다 겪은 푸틴마저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었는지, 순간 당황하는 모습마저 보였다.
솔직히 믿는 게 이상한 거다.
만약, 푸틴이 이 시기에 사표를 낸 상황이 아니었다면 윤기의 입국을 알고 있었겠지.
하지만, 사실상 결근 중이었기 때문에 윤기의 신상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던 것이 컸다.
“소련에 방문하고 나니 이 드넓은 대지가 마치 저의 가슴을 뻥 뚫어 주는 기분이 들더군요. 그리고 오늘 이곳에서 한턱을 낸 건, 슬라브 민족이 유쾌한 분들인지 알고 싶어서였습니다. 만약, 일본이었으면 이 정도로 호의에 화답하는 일이 없었을 테니까요.”
“유쾌한 분들인지 알고 싶으셨다고요?”
“어떻게 사업을 해야 하는지 알려면, 민족의 성향을 알아야 하지 않겠어요?”
지극히 자본가적인 대답.
푸틴은 더는 대화를 나눠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는지, 대화를 마무리 지었다.
“아……, 그렇군요. 이런, 시간이……. 오늘 정말 잘 먹었습니다. 감사합니다.”
발걸음을 옮기는 푸틴을 바라보며 윤기는 나비효과가 일어나기를 기대했다.
* * *
마침내, 윤기는 미하일 고르바초프와 만나게 되었다.
1986년을 기준으로 한국의 56살.
분명 적은 나이는 아니지만, 서기장 기준으로는 대단히 젊은 축이었다.
당장 소련 정치국에서만 봐도 가장 젊은 나이였으니까.
정치국에서 연공서열 느낌으로 서기장 자리를 역임하자, 죄다 고령으로 골로 가는 바람에 가장 젊은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떠오른 것이다.
‘이야, 머리에 고구려 영토를 포함한 한반도가 그려져 있네.’
윤기가 고르바초프를 직접 본 첫 감상은 바로 삼국시대였다.
주변머리만 있는 고르바초프의 머리 위에는 고구려 영토와 신라, 그리고 백제가 떡 하니 그려져 있었으니까.
“소련 산업에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직접 민간 기업을 운영하고 싶다고 들었습니다.”
고르바초프는 정치국에서 가장 젊었기 때문에 가장 개혁적인 정치인이기도 했다.
그렇기에 와이케이의 의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
애초에 87년이 되면 고르바초프가 직접 시행할 계획이었으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와이케이 그룹은 소련 산업에 직접 뛰어들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말을 한 것은 윤기가 아닌 강석호.
그도 그럴 것이 윤기의 나이는 너무 어렸다.
아무리 고르바초프가 젊은 서기장이라 할지라도 어린아이를 상대할 수는 없는 노릇.
그렇기에 윤기는 강석호를 데려온 것이다.
“흐음……, 그렇게 되면 우리 소련의 화폐가 외국으로 유출된다는 의미인데 말입니다.”
고르바초프의 말에 강석호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우리 와이케이 그룹은 소련에 돈을 벌려고 온 것이 아닙니다.”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대단히 의아한 표정을 짓는 고르바초프를 향해 강석호가 담담한 표정으로 답했다.
“우리는 이익에 대한 대가로, 소련의 자원을 얻기를 희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