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333)
#333화 잽 머니 (1)
“안녕하십니까, 저는 일본 나고야 역사학회의 히무라라고 합니다.”
오로지 페이퍼만으로만 존재하는 역사학회.
하지만, 히무라는 거리낌 없이 페이퍼 컴퍼니를 사용해서 자신의 신분을 만들었다.
“아, 정말로 반갑습니다.”
원래 교수와 만나려고 약속을 잡을 때, 일반인은 잡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왜냐하면, 교수가 만나야 할 이유가 없으니까.
하지만, 상대도 역사학회의 소속이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그렇기에 부산 상진대학교의 역사학과 교수인 이기창은 히무라와의 만남을 수락했다.
“한국에도 저명한 역사학자들이 많다는 이야기를 듣고 일단 한국에 와 버렸습니다만, 이렇게 쉽게 만남이 이루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교수님의 넓은 마음에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히무라는 속으로 구역질이 나오는 기분이었다.
자신이 혐오하는 민족에게 고개를 숙여야 한다니.
하지만, 자신이 맡은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생각에 히무라는 만면에 미소를 띠며, 이기창과 계속 일상적인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놀랐습니다. 요즘 한국이 조선총독부를 부수면서 대일 관계가 대단히 냉각된 것으로 아는데, 교수님이 이렇게 저를 만나 주시다니 말이죠.”
이기창 교수는 약간 애매한 안건이 나오자, 쓴웃음을 지었다.
“아, 뭐…, 그렇죠.”
일본인이 이런 것을 물어보는데 어떻게 대답하면 좋을까?
결국, 이기창 교수는 그냥 어물쩍 자신의 차례를 넘겼다.
그러자 히무라가 말할 차례가 자연스럽게 돌아왔다.
“솔직히 말해서, 저는 조금 걱정이 됩니다. 일본과 한국은 서로 이웃 국가 아닙니까? 그런데 한국에서 이렇게 반일 정서가 심해지면 서로 교류하기가 힘들고, 앞으로 나아가기도 힘들 겁니다.”
히무라의 속마음은 ‘너희가 쓸데없이 과거에 얽매여 반일을 앞세우고 있으니 서로 피해를 본다’라는 의미였지만, 이기창은 설마 히무라가 그런 생각으로 말을 했을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그렇기에, 별생각 없이 히무라의 말에 동의했다.
“틀린 말씀은 아닙니다. 분명 더 나은 방법이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교수님께서 좀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히무라는 씨익 웃으며 자신의 본론을 꺼내기 시작했다.
“네? 제가요…? 제가 어떻게 그걸 도울 수 있을지…….”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현재 한국에 반일 정서가 격화되고 있는 이유는 식민지 시절에 관해서 잘못된 내용이 퍼져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잘못된… 내용이라고요…?”
이기창의 미간이 좁혀졌다.
하지만 히무라는 타이밍 좋게, 이기창을 향해 무언가를 내밀었다.
작은 상자.
그곳에는 엄지손톱만 한 금구슬이 세 개나 놓여 있었다.
“헛…!”
이기창은 자신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켰다.
평범한 교수가 살면서 금구슬을 본 적이나 있었을까?
유리구슬조차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교수가 되려면 미친 듯이 공부만 해야 하기에 놀 시간이 없었을 테니까.
“이곳에 현찰을 가져오기는 어려워서 말이죠. 만약 교수님께서 저를 도와주시겠다고 약조만 해주신다면, 주기적으로 빵빵한 지원을 약속하겠습니다.”
히무라는 현찰을 직접 가져오지는 못했지만, 대신 사진으로 산더미처럼 쌓인 엔화를 보여 주었다.
꿀꺽.
이기창 교수의 목구멍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났다.
당장 금구슬만 하더라도 그 가치가 어마어마한데, 더 많은 돈을 주겠다니.
교수라는 직업은 원래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직업이지만, 사람들의 생각만큼 돈을 많이 벌지는 못한다. 2017년을 기준으로, 정교수 평균 연봉이 1억이 되질 않았으니까.
물론, 특허 등을 낼 수 있는 공대 쪽 교수들이나 자문을 겸하는 교수들은 부수입이 많긴 하지만, 이기창은 그런 쪽 수입이 없는 교수였기에 히무라의 미끼를 보자마자 눈이 확 끌릴 수밖에 없었다.
“이거…, 진짜 금입니까?”
“그렇습니다. 같이 한번 금은방이라도 가 보시겠습니까?”
이기창 교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시 조센징들은 매수하기 쉽다니까.’
히무라가 어떤 생각으로 자신에게 접근한 줄도 모른 채로, 이기창 교수는 돈에 영혼을 팔았다.
* * *
윤기가 대한민국의 언론 전부를 장악하지는 못했다.
당연한 일이다.
MEV에서 판매되는 신문의 발행 부수는 전체 신문의 30에서 40퍼센트.
이런 MEV와 거래를 하기 위해 친일을 배제하는 신문이 대략 30퍼센트.
그렇다는 것은, 30퍼센트에서 40퍼센트 정도의 신문사들은 MEV와의 사이가 그다지 좋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그렇기에 히무라는 그들을 찾아가 교수들을 매수할 때와 같은 방법을 사용했고, 그들은 쌍수를 들고 히무라의 제안을 환영했다.
교수, 그리고 신문사의 합작.
그러자 이전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의 친일. 아니, 사실상의 ‘혐한’ 기사가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식민 지배를 받았던 국가들의 현재. 한국은 얼마나 큰 축복을 받았나.] [세종대왕의 한글 창제, 사실은 승려가 만들었다? 유교의 강탈] [당파 싸움은 얼마나 조선을 좀 먹었나] [식민 지배 이전 조선 백성들의 괴로운 삶]80년대를 기준으로 이 정도의 기사라면 거의 막 나가는 수준.
하지만, 이러한 기사를 보증해 주는 것이 교수들이라는 게 문제였다.
심지어 교수들이 직접 일본을 칭찬하고 한국을 깎아내리는 칼럼까지 쓰고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내용이 실린 신문들은 설득력을 얻고 있었다.
왜냐하면, 이 당시 한국에서 교수라는 직함은 신뢰성이 정말 어마어마했으니까.
2010년대가 되면, 가진 자의 입맛대로 노는 교수들이 너무 많아져서 일반인들이 의심을 많이 하게 되지만, 이때만 하더라도 교수의 말은 그야말로 진실 그 자체였다.
[배운 사람이 거짓말을 하겠어?]이런 말이 정말 당연하다는 듯이 나오던 시절이었으니까.
그렇기에 반발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기사들로 인해 조선총독부 파괴로 인해 불타올랐던 반일 감정이 서서히, 아주 서서히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심지어 기사는 한 번으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조선총독부 파괴의 문제점, 우리는 머리를 식혀야 한다.] [60년의 역사를 죽여 버린 정부] [조선총독부, 그 안에 담겨 있는 건축학의 비밀]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정말 엄청난 금액을 지원받은 교수와 기자들은 지금까지 썼던 기사들보다 훨씬 흥미도가 깊은 기사와 칼럼을 만들어 냈기에 가독성이 대단히 훌륭했다.
심지어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신문사들은 구독자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무지막지한 ‘사은품 공세’를 시작했다.
자전거, 밥솥, 청소기, 라디오 등등.
기사에 반발하는 구독자들에게 시중가로 비교했을 때, 거의 신문 구독료에 상응하는 사은품을 지급하기 시작한 것이다.
새로 신문 구독을 신청하는 경우에도 마찬가지.
아마, 사람들 대부분이 겪어 보지 않았을까?
신문을 보면 상품권을 준다고 하는 것들을 말이다.
그런데 88년인 현재, 혐한 신문사들은 대대적인 사은품을 통해 이탈하려는 구독자들을 붙잡고, 새로운 구독자들을 끌어모으기 시작했다.
“푸하하하핫! 역시 조센징들입니다. 고작해야 1만 엔도 하지 않는 사은품에 휘둘려 자신들의 의견을 금세 바꾸다니 말입니다. 하긴, 그런 민족이니 우리 대 일본 제국의 식민지가 된 것이겠지만요.”
히무라의 말에 그의 부하인 다나카 역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그리고 우리 일본 입장에서는 좋은 것 아닙니까? 저런 단순한 민족이니 머지않아 다시 우리의 식민지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히무라는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예전과 달리 우리 일본은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이에요. 그런 우리가 저런 조센징들을 식민지로 삼아야겠습니까? 알아서 기면 모를까, 우리가 나서서 식민지로 삼아 주는 일 따위는 없어야 해요.”
다나카는 황급히 고개를 조아렸다.
“아! 제가 깊은 뜻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만 실언을 했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아닙니다, 아니에요. 다나카, 당신이 너무 관대해서 그런 겁니다. 하지만, 명심하세요. 조센징들은 기본적으로 때려야 말을 듣는 민족입니다. 우리의 말을 듣는 착한 조센징들에게는 당근을, 나머지 조센징들에게는 채찍을. 그게 기본이라는 겁니다.”
“하잇! 알겠습니다!”
그야말로 민족 우월주의가 극에 달한 둘의 대화.
하지만, 이들은 이미 최덕배한테 감시당하는 중이었다.
이런 씨부랄 새끼들이 진짜…….>
부들부들 떠는 최덕배의 분노는 조만간 윤기가 잠재워 줄 것이다.
아주 확실한 방법으로 말이다.
* * *
안기부는 국정원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그리고 새로운 국정원장은 신호준이 담당했다.
트레이드마크인 사각 뿔테 안경을 쓰고, 언제나처럼 깐깐한 표정을 짓고 있는 신호준.
그리고 그 앞에는 현역으로 뛰고 있는 안기부 요원 중 대부분이 시립해 있었다.
“드디어, 군부 시절에 우리가 저질렀던 죄를 일부나마 청산할 기회가 왔다.”
이들이 모인 국정원 강당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엄숙했다.
“우리는 이전의 안기부와는 반드시 달라진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
신호준의 목소리는 나지막했지만, 그것을 압도하는 강직한 힘이 있었다.
“우리가 이전의 안기부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는 순간, 우리는 원래 받아야 했을 비판보다 더 큰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무엇보다도 우리를 믿고 한 번 더 기회를 주신 각하, 그리고 와이케이 그룹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국정원 요원들의 주먹에 절로 힘이 들어갔다.
“고문 금지!”
신호준이 외치자, 요원들이 모두 입을 모아 따라 외쳤다.
[[[[[[[고문 금지!!!]]]]]]]맹세와도 같은 우렁찬 외침에 신호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이전처럼 고문할 이유가 전혀 없다. 우리는 그저 경찰을 보조한다. 더불어서 확대 체포할 이유도 전혀 없다. 우리는 그저 윗선에서 지시한 인물들만 잡으면 된다는 이야기다.”
이것은 요원들 입장에서도 대단히 좋은 방침이었다.
기존에는 끄나풀을 잡아내라는 지시가 내려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끄나풀을 잡아내야 했다.
설사 만들어내서라도 말이다.
하지만, 이번에 내려온 지시는 아주 명확했다.
잡아야 할 인물들이 아주 일목요연했던 것이다.
그렇기에 요원들은 아주 마음이 편했다.
“그럼, 모두 사전에 지시받은 경찰서로 향해라. 반드시 잡아라!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우렁차게 터져 나온 신호준의 외침.
그 외침에 따라 국정원 직원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내가 머리털 나고, 교수랑 결혼하길 잘했다고 생각할 줄은 몰랐네.”
이기창의 아내는 남편이 가져온 금구슬을 만지면서 연신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나를 하늘 같이 떠받들라 이 말이야. 그렇게만 하면, 내가 여왕님처럼 모셔 줄 테니까.”
짐짓 거들먹거리는 이기창의 모습에 아내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렇게 돈을 잘 벌어오는 남편이라면, 당연히 그래야지. 그 히무라라는 작자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당신을 찾아가서 정말 다행이야. 그러니 이렇게 우리가 호강하지.”
이기창의 집 장롱 안에는 이미 상당한 액수의 엔화가 들어 있었다.
그렇기에, 이기창의 아내는 종종 동네 아줌마들이 놀러 오면 금구슬이나 엔화들을 보여 주며 자랑하곤 했다.
[우리 남편이 얼마나 학식이 뛰어나면 이렇게 돈을 잘 번다니까?]어떻게 돈을 버는지, 남편이 어떤 칼럼을 쓰고 있는지 알고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돈을 잘 벌고 있는데 무슨 상관인가?
그렇지 않아도 이 금구슬들을 팔아 조만간 큰집으로 이사 갈 예정이었기에 이기창의 아내는 남편에게 더더욱 열심히 히무라를 도우라고 했다.
이기창 역시 마찬가지.
집 안에서의 위상이 달라졌는데, 역사의 진실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잘사는 거다.
그렇게만 하면 바랄 것이 없었겠지만.
쾅쾅쾅-!
갑자기 현관 밖에서 들려오는 외침.
경찰들은 이기창을 교수로서 잡는 것이 아니라, 거의 내란범 수준으로 취급하는 목소리로 고함을 치며,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