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 it turns out, the third generation of tycoons RAW novel - Chapter (438)
#438화 이등병의 친구는 조만장자 (3)
원희가 자대에 배치를 받은 지 2주.
윤기는 원희에게 딱히 말하지 않고 주말에 면회를 갔다.
‘자대가 쓰레기라면 선임들이 허락하지 않을 것이고, 자대가 좋은 곳이라면 내가 그냥 가도 문제가 없겠지.’
특히 자대 분위기가 쓰레기일수록, 부조리가 외부에 들키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등병들이 면회하는 것을 선임들이 금지하기도 했다.
이럴 때 이등병들이 부모님이나 친구들에게 하는 말은?
[부대가 바쁘니까 면회는 좀 나중에 와.]당사자가 이렇게 말하는데 누가 찾아갈 수 있을까.
그렇기에 윤기는 그냥 찾아간 것이다.
대신, 윤기는 빈손으로 찾아가지 않았다.
최신형 TV와 라디오, 그리고 어마어마한 먹을거리까지.
윤기의 리무진 뒤로 따라붙은 트럭만 열 대.
윤기는 그야말로 은총을 뿌리기 위해 원희의 자대를 찾아간 것이다.
‘선임들이 개쓰레기여도 내가 원희의 친구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고 내가 부대에 이렇게 많은 것들을 주기적으로 뿌린다면 잘해 주지 않을 수가 없지.’
실제로도 맞는 말이었다.
쓰레기 선임들도 힘 있는 집안 출신 후임들은 못 건드린다.
왜냐하면, 쓰레기니까.
‘원희야, 조금만 기다려라. 이 형님이 네 군 생활 쫙 피게 해 줄게.’
윤기는 이렇게 가벼우면서도 들뜬 마음으로 부대를 방문한 것이었지만, 막상 윤기의 방문을 받은 부대는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야, 저 외제 차랑 트럭들 뭐냐?”
위병소 선임의 말에 후임이 의아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게 말입니다. 관용차도 아닌 거 같은데, 우리 부대에 부잣집 아들 있습니까?”
“내가 알기로는 없는데?”
하지만, 둘은 차에서 내린 사람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야, 저거 와이케이 그룹 회장 아냐?”
“그, 그렇지 말입니다?”
잠시 후에 있을 상황이 무엇인지 그야말로 꿈에도 상상하지 못하는 위병소 근무자들의 모습.
이윽고, 그들은 윤기의 보디가드에게서 윤기의 방문 목적을 듣고는 깜짝 놀랐다.
[[우리 부대에 와이케이 그룹 회장의 친구가 있었어?!]]윤기는 유명하지만, 윤기의 친구들은 그다지 유명하지 않다.
당장, 2020년에도 S전자의 사장은 매우 매우 유명하지만, S전자 사장의 친구들은 사람들이 전혀 모르니까.
윤기가 아무리 유명하다고 해도, 윤기의 지인들은 언론이나 여론의 관심에서 많이 벗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로 인해서 부대는 그야말로 발칵 뒤집혔다.
“뭐?! 와이케이 그룹의 최윤기 회장이 자기 친구 면회를 왔다고?”
지휘통제실의 당직사령은 그야말로 기겁을 하며 수화기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야, 그게 누구야?!”
[저…, 그…, 1대대 3중대의 이원희 이병이라고 합니다.]윤기는 원희의 어머니를 통해 원희가 어디에서 근무하고 있는지 알아냈다.
그렇기에 신분을 확인하는 작업은 매우 수월.
하지만, 지휘통제실에서 ‘서둘러 이원희 이병을 면회실로 보내라’라는 지시를 중대로 보내자, 중대는 다른 의미로 뒤집혔다.
“김 병장님! 와이케이 그룹 최윤기 회장이 우리 부대에 왔답니다!”
그야말로 질겁한, 살벌한 분위기의 상병이 새로운 왕고참이 된 김 병장을 향해 부들부들 떨면서 보고하자, 김 병장이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되물었다.
“뭐? 그 사람이 여길 왜 와? 그리고 그걸 왜 나한테 말해?”
“그, 그게…….”
“그게, 뭐.”
“최윤기 회장이 이원희 이병의 친구랍니다! 친구 면회 왔답니다!”
김 병장은 자신이 먹고 있던 라면 뽀글이를 내무실 침상 위에 떨어뜨렸다.
덕분에 탁 하는 소리와 함께 떨어진 라면은 안에 들어 있던 내용물을 침상 위에 흩뿌렸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못했다.
왜냐하면, 상황이 정말 심각했으니까.
“원희 친구가 최윤기 회장이라고?”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 면회를 왔다고…?”
“그렇습니다.”
“쟤 상태가 저런데…?”
김 병장과 살벌한 인상의 박 상병이 고개가 원희를 향했다.
엎드려 누운 자세로 끙끙 앓고 있는 원희의 상태.
원래 자는 시간을 제외하면 이등병이 누워 있는 건 절대 꿈도 꿀 수 없지만, 지금 원희는 정말 어쩔 수 없이 엎드려 있었다.
왜?
줄빠따를 맞았으니까.
2주 동안, 원희가 겪은 부조리는 그야말로 수도 없었지만, 그중에서도 최고봉은 단연코 줄빠따.
줄빠따라고 하는 것은 선임이 후임들을 모은 다음에, 빠따로 엉덩이를 한 대씩 후려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이걸 한 대만 맞는 것이 아니라, 자기 계급만큼 맞는다.
최고참이 모두를 가볍게 한 대씩, 그다음 고참이 다시 나머지를 한 대씩, 그리고 또 그다음 고참이 다시 나머지를 한 대씩.
이런 식으로 가다 보면, 막내는 거의 소대원, 심한 경우는 중대원 전체로부터 엉덩이를 맞게 된다.
더불어서 아래로 내려올수록 엉덩이를 후려치는 빠따의 위력 역시 매우 강해진다.
최고참들이야 그냥 살짝 치는 정도지만, 그 밑으로는 정말 있는 힘껏 쳐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살살 친다?
그러면 살살 쳤던 최고참이 그냥 고참들을 불러 있는 대로 구타한다.
군대에서 최고참들이 종종 착해 보이는 이유가 다 이런 것 때문이다.
악마짓은 고참들에게 시키고, 천사짓은 자기들이.
아무튼, 이러한 줄빠따로 인해서 원희의 엉덩이는 피멍이 들다 못해 아예 피부가 터졌고, 덕분에 이렇게 엎드려 있게 된 것이다.
빨간약을 엉덩이에 바르고, 끙끙 앓고 있는 원희의 상황.
‘만약, 이 모습을 최윤기 회장이 보면……?’
김 병장은 당연히 윤기의 성격에 대해서 잘 알지 못했다.
하지만, 와이케이 그룹이 가진 인맥은 어느 정도 알고 있다.
특히 군부 시절, 와이케이에 밉보이면 어떻게 되는지도 약간은 알고 있던 인물.
그렇기에 김 병장의 몸이 자기도 모르게 떨리기 시작했다.
“어, 어떻게 합니까?”
재차 물어오는 박 상병을 보던 김 병장이 이내 중대 당직실을 향해 뛰기 시작했다.
* * *
“미친 새끼야, 애를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때리면 어떡해!”
중대 당직사관인 오 중사가 발을 동동 구르며 김 병장을 향해 핏대를 높였다.
“오 중사님도 그때 보지 않으셨습니까….”
줄빠따를 치는 모습이 간부들에게 걸리지 않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
하지만, 간부들은 이러한 병사들의 악습을 눈감아주었다.
왜?
그래야 간부들이 편하니까.
사실 병사들 사이에서 전해지는 부조리의 절대다수는 간부들이 일을 안 해서 벌어지는 것이다.
간부가 해야 하는 일을 상병과 병장들에게 시키니까 생기는 일.
그렇기에 간부들은 병사들 사이에서 구타가 벌어지든 말든, 대외적으로 큰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대외적인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그것도 중사인 자신이 손조차 쓸 수 없을 정도로 큰 사건이 말이다.
“그렇다고 애를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패?! 얘, 아침에도 점호받았잖아!”
실제로 원희는 아침에 점호를 받았다.
왜냐하면, 멀쩡한 것처럼 보여야 했으니까.
그런데, 놀랍게도 김 병장 정도면 이 시절 기준으로 결코 악한 병장이 또 아니었다.
줄빠따를 맞아서 끙끙 앓는데, 그걸 봐서 쉬게 해 준다?
대부분의 부대에서 어림도 없는 일이지만, 원희는 어쨌든 일과 중에 엎드려 누워서 쉴 수 있었다.
2020년의 상식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겠지만, 이 시대는 이게 당연했다.
군대, 그것도 80년대의 군대를 지금의 상식으로 판단하면, 그 어떠한 것도 이해할 수가 없다.
“오 중사님, 일단 사태부터 해결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러다가 우리 전부 큰일 납니다.”
“야, 우리라니! 너 설마, 나 끌어들일 셈이냐?”
“그런 뜻이 아니라, 병력 관리 소홀로 싸잡힐 수 있다는 얘깁니다.”
“하, 시발….”
지금 상황은 오 중사가 해결하기엔 너무나도 힘든 상황.
그렇기에 오 중사는 울며 겨자 먹기로 대대장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보고를 받은 대대장의 반응은 그야말로 단출했다.
[시발…….]* * *
이번 일은 무려 연대장에게까지 보고되었다.
대대장조차도 자신의 손에서 벗어난 일이라 판단했기에 벌어진 상황.
그렇기에, 연대장은 주말 출근을 위해 준비하다가 그야말로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라고?!]이미 와이케이 그룹의 최윤기 회장이 부대에 왔다는 것만으로도, 사단장이 연줄 도장을 찍기 위해 해당 부대에 방문한다는 연락이 왔었다.
그렇기에 당연히 연대장들의 주말 출근도 강요된 상황.
심지어 연대장은 기분이 좋았다.
‘이야, 우리 부대에 최윤기 회장의 친구가 있었단 말이야? 이거 잘만하면 출세하겠는걸?’
하지만, 원희가 있는 부대의 대대장에게서 보고를 받은 순간, 연대장은 그야말로 하늘이 노랗게 변하는 기분이었다.
[최윤기 회장의 친구에게 가해진 줄빠따.]도대체 이걸 어떻게 해결해야 한단 말인가?
그렇기에 연대장은 사단장에게 가는 게 아니라, 자신의 부대, 좀 더 정확하게는 원희가 있는 부대로 향했다.
“아…….”
원희의 허벅지를 본 순간, 연대장은 그야말로 울고 싶었다.
보랏빛으로 변해 상태가 심각한 원희의 허벅지.
물론, 낫지 못할 수준은 결코 아니었다.
하지만, 심각한 상황임은 또 분명했다.
“이거 때린 새끼 누구야?”
“저…, 이게 줄빠따라서……”
대대장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연대장의 손바닥이 대대장의 뺨을 후려쳤다.
“누가 그걸 물어! 줄빠따를 처음 시킨 놈이 있을 거 아냐!”
그러자 대대장을 위시한 모든 간부, 그리고 병사들마저 김 병장을 바라보았다.
“저 새끼는 일단 영창 보내. 한 번 보내는 게 아니라, 내리 세 번 보내 버려!”
영창을 세 번이나 가야 한다는 소리에 김 병장은 넙죽 엎드리며 사죄했다.
“연대장님, 하, 한 번만 봐주십시오. 저는 정말 최윤기 회장 친구인 줄 몰랐습니다!”
“시끄러워, 개새끼야!”
결국, 김 병장은 다른 간부들에게 끌려 일단 다른 곳으로 사라졌다.
원래 부조리라는 게 이런 거다.
누구나 했던 일이지만, 지목되는 순간 시범 케이스로 확실히 조져지는 것.
지금은 김 병장이 확실히 조져질 상황이었기에, 줄빠따에 가담했던 다른 병사들 모두 벌벌 떨면서도 약간의 안도감을 가졌다.
하지만, 연대장의 관심사는 다시 원희에게로 향했다.
“괘, 괜찮은가?”
끙끙 앓는 원희를 향해 묻자, 원희는 애써 괜찮은 듯한 표정을 지으며 엎드려 누운 상태로 고개를 끄덕였다.
“괘…, 괜찮습니다.”
하지만, 전혀 괜찮아 보이지 않는 것도 사실.
“이원희 이병, 한 번만 나를 도와줄 수 없을까? 이번 일은 내 진심으로 사과함세. 나는 정말 몰랐어. 만약 자네가 이번에 나를 도와준다면, 자네가 원하는 보직, 아니, 아예 그냥 내 CP병으로 앉혀서 일과시간 동안 무한한 자유를 보장하겠네. 제발 한 번만 살려 줘. 이거 잘못하면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부대 간부 전부가 옷을 벗어야 할 상황이야. 응? 한 번만 도와주게.”
그야말로 절박한 연대장의 말에 원희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어,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서규영 때도 그렇지만, 원희는 마음이 약한 편.
그렇기에 원희는 연대장의 말을 들어주기로 했다.
“고, 고맙네!”
연대장은 원희를 향해 90도로 허리를 숙이고는 간부들을 바라보았다.
“어떻게 해결할지 빨리 머리 좀 굴려봐! 사단장님도 곧 오신다고!”
간부들의 두뇌가 그야말로 필사적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 * *
윤기와 원희의 면회는 면회실이 아니라, 연대장실에서 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그렇기에 면회실에서 하하 호호 웃으며 사단장과 대화를 나누던 윤기는 사단장과 함께 원희가 소속된 연대의 연대장실로 향했다.
사단장 역시 흡족한 상황.
연대장이 눈치 있게 상황을 대처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지금 어떤 상황인지 알았다면, 사단장도 이렇게 웃을 수는 없었겠지.
그렇기에 사단장은 미소와 함께, 그리고 윤기와 함께 연대장실에 들어설 수 있었다.
“오, 이거 아주 확실한데요?”
윤기 역시 상황을 몰랐기에 연대장실을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푹신한 의자에 푹신한 방석, 그리고 테이블에 준비된 간식까지.
“앉으시지요.”
사단장의 안내에 윤기는 상석에 앉았고, 사단장은 왼쪽 3인용 소파에 앉았다.
그리고 연대장은 오른쪽 3인용 소파에 앉은 다음, 어떻게든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속내를 들키지 않으려 애썼다.
잠시 후.
원희가 나타나자, 윤기는 정말 반가운 표정을 지으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원희를 향해 다가가서는 와락 끌어안았다.
“원희야!”
“와, 왔어?”
묘하게 이상한 원희의 반응.
마치 어딘가 아픈 것 같은 태도에 윤기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 있어?”
“아, 아냐. 근육통 때문에. 나 군인이잖아.”
어색한 미소를 짓는 원희의 말에 윤기는 반신반의하면서도, 어쨌거나 오랜만의 해후에 환히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원희 역시 푹신한 방석이 깔린 소파에 조심스럽게 앉았다.
하지만….
“윽…!”
자신도 모르게 신음을 내버린 원희.
윤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원희를 일으켜 세웠다.
그리고는 원희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리자, 원희의 입에서 그야말로 곡소리가 나왔다.
“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