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0-second songwriting genius, a 200,000-second monster RAW novel - Chapter 150
20초 작곡천재, 200,000초 괴물 되다 150화
음악의 주인
화성에서의 나의 임무는 연주뿐만이 아니었다.
제1 목표는 생명체가 있느냐 없느냐를 밝혀내는 것.
그렇기 때문에 연주가 끝난 다음에도 약 열흘간, 산악 오도바이 비스무리한 것을 타고 여러 장소를 누볐다.
뭐, 원래 코팡이츠 배달 경험이 있어서 난이도 자체는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서도, 화성의 모래 폭풍은 빡세기는 하더라.
“[이거 감식기에 넣으면 바로 결과 나옵니까?]”
“[…당장은 안 되겠지. 샘플이 너무 많으니까 말이야. 우주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있거든. 만약 화성 생명체가 발견된다면… 종교적인 문제도 있을 거고.]”
…그렇다고 한다.
공돌이가 아닌 나는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가 유니버스s의 앞에 산재해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것은,
나라고 해서 그닥 다르지 않을 것이었다.
‘과연 몇 명이나 내 연주를 들었을지.’
아무리 기술이 발전하여 우주에서도 인터넷을 할 수 있다고는 하지만, 화성에서 지구까지 빛이 왕복하는 데에는 몇 분이 걸린다.
게다가 지금은 탐사 결과 보고를 위해 통신용 안테나 역 대역폭을 전부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인터넷이 거의 안 되는 상태.
궁금증은 탐사 활동을 전부 끝내고, 다른 자동 급유 우주선에서 연료 급유를 받고, 다시금 지구로 날아가는 동안에도 해소되지 않았다.
“[어떨 거 같나?]”
자리에 앉아 대원들과 같이 게임을 조지고 있자, 멜론이 물었다.
“[어떨 거 같냐니요?]”
“[네 목표 말이야. 달성됐을 거라 생각해?]”
결과를 모르니 할 게 추측밖에 없기는 했다.
다만, 그럼에도 대강 예상은 갔는데….
“[8 대 2?]”
이것이 대략 내가 예상하는 성공 예상치였다.
“[80%인가… 꽤 높게 잡는구만.]”
“[아뇨.]”
“[20%?]”
“[예.]”
그렇다.
‘모든 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들려준다.’
이 꿈은 대단하고, 또 거대하기 짝이 없었다.
그렇기에 더더욱 요원한 법이었고.
“[그렇구만.]”
멜론 순순히 납득했다.
동시에,
“[또 다른 방법은?]”
아주 순수하기 그지없는 얼굴로, 그리 물었다.
‘또 다른 방법이라….’
뭐, 사실 그렇잖은가.
인간의 상상력은 무한하지 않던가.
나 또한 화성에 온다는 수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여러 고민과 고뇌를 거쳐서 아이디어를 쥐어짜 내어둔 상태였다.
물론 떠올린 순간 바로 예비 작전으로 치워둘 만큼 매우 극단적인 방법이긴 하지만.
내 음악가로서의 존엄성 같은 것이 와르르 무너질 만한, 그런 발상이기도 했지만.
마음의 준비는 미리 해두는 편이 좋을 것이다.
“[우선, 도착하고 말씀해 드리죠.]”
“[몇 개월 뒤에 얘기해 준다는 거 아니야.]”
“[그런 셈이죠.]”
“하하하.”
좁아 터진 비행선이지만 나의 체감 시간은 우려와 달리 매우 빨리 흘러갔다.
잘 먹고 푹 쉬고. 게임도 하고 작곡도 하고.
마치 한 번 백수가 되면 그다음부터는 시간 감각이 아예 마비돼 버리는 것과 같다고나 할까.
그리고, 그렇게.
“[대기권 돌입합니다!]”
다시금,
지구에 돌아왔다.
풍덩-!
낙하산을 펼친 채, 미국 대서양 쪽 근해에 착륙하는 비행선.
몰려드는 수많은 미 군함들.
우리는 무사히 바다에서 건져졌다.
그리고, 약 1년 만에.
“….”
파스텔 색으로 물들어 있는 하늘과, 그것보다 더더욱 원색적인 색감을 자아내는 바다를 보았다.
안도감과 의료진이 동시에 몰려온다.
육지에는 이미 그리운 얼굴들이 마중 나와 있었다.
엄마, 동생, 동창, 그리고….
봄이.
“다녀왔어.”
“…응!”
똘망똘망한 눈망울에서 주르륵, 눈물이 흘러내렸다.
원래 언제나 강철 같은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 나의 특장점인데, 나도 눈가에 머금어지는 습기를 참지 못했다.
“수고… 했어.”
나는 봄이를 껴안고서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렇게 한참이나 있었다.
그리고,
“음주님, 많이 피곤하시겠지만… 인터뷰 요청이 쇄도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선고의 시간이 찾아왔다.
“예.”
“인터뷰에 응하시기 전에, 성과를 들어두시겠습니까.”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은, 익숙한 얼굴의 중년 남성이었다.
EL엔터테인먼트의 최 이사.
아니, 명찰을 보니 이제는 ‘부사장’이라는 직위에 오른 건가.
지금 당장은 어찌 되었든 좋았다.
겸허히 받아들일 차례였다.
“음주님게서 화성에서 행하신 라이브를 실시간으로 본 인구는 강선 자동차 전략실에서 계산 결과, 23억 2천만 명입니다. 따라서 ‘이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콘서트’로 기네스북에 올랐습니다.”
“…!”
…솔직히 말하자.
일순간 숫자에 대한 감이 잘 안 잡힌 것도 사실이었다.
억 단위라니.
억 단위의 콘서트라니.
이게 진짜 가능한 것인가? 싶었는데.
되네.
“신기하넹.”
짝짝짝짝짝짝-!
거센 밀물과 같은 박수가 쏟아졌다.
그리고,
“‘실시간’ 시청을 포함하여 당신의 노래를 들은 사람은, 약 70억 명으로 추산됩니다. 이는 전 세계 TOP3의 트래픽 추적회사의 발표이니, 신빙성은 충분할 것입니다.”
이어지는 최성민 부사장의 ‘성적 발표’에 따라서 박수의 파도는 더더욱, 점점 더 커져갔다.
“70… 억.”
“그렇습니다. 70억.”
“…하하.”
2027년 현재, 전 세계 인구는 82억 명이다.
‘모든’ 사람, 다만 의식불능자나 갓난아기를 제외한 이들에게 내 노래를 들려준다는 목표가,
거의 달성되었다고 봐도 좋은 것일 터이다.
“하… 하하.”
웃음이 튀어나왔다.
뭐랄까.
이 기분을 뭐라고 표현해야 할까.
황홀감? 기쁨?
확실히 이거다! 하는 표현 방법이 잘 떠오르지는 않았지만서도.
전생부터 줄곧 공복 상태였던 몸속 장기의 어딘가가,
든든- 하게 채워지고 있었다.
다만.
“80억은 아니군요.”
“…?”
“아니군요?”
아주 당연하게도.
‘이 세상 제일가는 욕심쟁이’인 내가 오체풀만족을 하기에는 아주 약간 모자랐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어서 다행이었다.
“음주님…?”
“흐흐.”
“도일아 지금 무슨 생각해…?”
“흐흐흐.”
일부러 대답하지 않았다
나는 장기간의 무중력 환경의 부작용으로 부들거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위험합니다!]”
전문의의 만류에도 두 다리로 걷는 것을 멈출 생각이 없었다.
턱-!
이억만리 같은 복도 끝의 문을 열자, 그곳에는 기자 회견장이 있었다.
전 세계 각지에서 찾아온 수많은 기자들은 갑작스러운 나의 등장에 모두가 눈을 똥그랗게 떴고,
나는 곧바로 그들에게 일렀다.
“각 나라의 정부는 들어라!”
한 치의 주저 없이,
“내가 만든 곡을 TV나 라디오에 흘려보내지 않는다면, 정부청사 앞에서 똥을 쌀 것이다. 백악관, 청와대, 버킹엄 궁전, 전부 쌀 것이다!”
남아 있는 8분의 1의 인간의 귀에게마저 내 음악을 전파하기 위한, 마지막 수를 꺼내었다.
그렇다.
정상적인 방법으로 달성할 수 없다면, 이제 ‘협박’밖에 답이 없다!!!
“게다가 나 혼자만 쌀 생각은 아니다! 모두와 같이 쌀 것이다!”
“[화, 화성 갔다 와서 한 첫마디가 저거라고?!]”
“[정신이 나갔어!]”
“[개 미친놈이야!]”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져 버린 반응들이, 귀에 날아와 꽂혔다.
다만 그럼에도, 나는 나의 포부를 끝까지 관철할 뿐이었다.
“떠올려 보아라 정부청사 앞에 수만 명의 인파가 몰려들어, 일제히 바지를 내리는 장면을.”
“…!”
“…!
회견장을 가득 채우고 있는 얼굴들이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무엇을 상상했든지 간에,
그것은 분명, 지옥의 풍경이 맞을 터였다.
’이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지만.’
원래 그렇잖은가?
큰 일 하나 완수했다고 마음을 놓아버리면 인간은 원래 바로 녹아버리지 않던가.
난 아직 그렇게 되기는 싫었다.
팽창을 완료했다면, 이제는 구석구석까지 지배할 차례!
“내 질주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나의 음악의 길은 결코,
“더 먼 길을, 개척해 나갈 것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이다.
* * *
한국의 위상이 세계적 위치까지 올라간 오늘날, 그 수도를 대답하지 못하는 사람은 없었다.
중국 하면 베이징, 일본 하면 도쿄처럼.
대한민국 하면 서울.
바로 튀어나오는 것이다.
‘상식이야 상식.’
물어봐서 대답하지 못한다면 ‘공부’라는 걸 세상에서 해본 적이 없구나, 라고 결론을 내려도 될 것이다.
하지만 만약 ‘음악인’이면서 이걸 모른다면?
‘진짜 인간이 맞을까?’
올해 만으로 열여덟 살이 되는 벨라 윈스턴은 그건 분명 인간이 아니다, 라고 생각했다.
랩틸리언 취급을 받아도 결코 억울해하지 말아야겠지.
당연하지 않나?
‘서울’은,
대한민국의 수도이면서,
음악인의 마음의 고향이라는 것이, 이제는 상식이니까!
“[딸, 너무 긴장하지 말고.]”
“[괜찮아요!]”
가을이었다.
사람이 괜히 감성적이게 되고, 단 게 땡기는 그런 계절 말이다.
다만 벨라와 그녀의 어머니 올리비아는 딱히 그런 가을이 가져다주는 특유의 디버프가 없었는데,
일생일대의 기회가, 오늘 바로 주어졌기 때문이었다.
“[아무리 세계 1위 음대라고 하더라도… 지지 않을 거니까요!]”
원래 음대라는 게 그랬다.
미국, 독일, 벨기에 등등. 수많은 명문 음대들이 난립하는 춘추 전국시대가 벌어진 것이 불과 6년 전.
성악은 어디가 강하니 바이올린은 또 어디니.
출신 대학을 두고 음악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기도 했지만서도.
이제는 뭐, 옛날 얘기였다.
음악은 서울.
이 진리가, 이미 세상에서 통용되고 있으니까.
“[가자!]”
“[응!]”
벨라는 어머니와 같이 서울 음대의 시험장에 갔다.
당연하게도 그곳에는 한국인들뿐만이 아닌, 전 세계에서 몰려온 음악인들로 북적거렸다.
“가… 나… 다… 라.”
앞에 있는 60이 넘어 보이는 백발의 아프리카계 할아버지는 초급 한국어 교재를 펼친 채로 한글 읽는 법을 배우고 있었다.
입시를 준비하시느라 한국어 공부를 못 하신 걸까?
그뿐만이 아니었다.
“안녕하쉬요, 감사함니다. 안녕하 shit… 안녕하세요, 감사함니다.”
뒤에 있는 또래의 백인 남자애는 한글 공부는 포기한 것인지, 알파벳으로 적힌 인사말을 벼락치기 하고 있었다.
‘이제 한국어는 음악인의 기본 소양 같은 거니까.’
벨라는 수년 전부터 한국어를 독학을 시작한 자신을 마구마구 칭찬하고 싶어졌다.
“2039번 수험자분!”
다섯 시간의 기다림 끝에, 겨우 벨라의 순번이 돌아왔다.
벨라는 오른손으로 옷매무시를 가다듬고, 피아노와 의자, 그리고 세계 최고의 심사위원들이 자리 잡은 시험장에 발을 내디뎠다.
“2039번 벨라 윈스턴입니다!”
그리고 곧바로,
“팔이 한쪽이 없으시군요.”
날카로운 질문이 돌아왔다.
“….”
그렇다.
벨라 윈스턴은, 오른팔 아래로 팔이 없었다.
일곱 살 즈음인가, 심각한 교통사고를 당했기 때문이다.
‘…기억하긴 싫지만.’
사고 당시의 끔찍한 고통의 기억은 그저 전체의 일부분에 불과했다.
더욱 괴로웠던 것은 바로 피아노를 더는 못 친다는 현실이었다.
불과 일곱 살에 불과했지만 벨라에게 있어서 피아노란 세상의 전부였고,
팔의 절단면은 무사히 치료되었다 하더라도 마음은 썩어들어 가고 구더기 생기는 듯했다.
당연하게도 교우 관계가 좋을 리도 없었다.
어디 가든지 겉돌았다.
다만,
어느 날.
음주님의 퀸 엘리자베스 영상이 우튜브에 나오더라.
발을 건반에 올려 연주를 집도하는 광경이, 작은 화면 안에서 흘러가더라.
그때 벨라는, 희망을 보았다.
다시 일어나 음악의 길을 나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네! 근데 그건 문제가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요. 그런 건 문제가 아니지요.”
“음주님의 뒤를 성실히 따르는 자세, 높게 평가받아 마땅합니다.”
벨라 윈스턴은 당당히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한 손과 양발을 건반 위에 올렸다.
연주되는 것은, 인류사에서 결코 잊혀지지 않을 명곡, ‘희망’의 피아노 편곡 버전.
담아내는 것은, 부족한 육체로나마 음주님의 발자취를 따라가기 위해 일어선 ‘불굴의 의지’.
혹자들은 아직까지도 말한다.
그가 정말 역사서에 적힌 영웅들보다 대단하냐고.
그에 음악인들은 말한다.
어떤 영웅이라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뛰게 한 적은 없다고.
“대단하군요…!”
“표현 방식에 어색함이 전혀 없어요!”
그는, 스스로가 골인 지점이 되었다.
그리고, 그 골인 지점을 다시금 스스로 개척하고 있었다.
물론 앞서나가기만 한다고 해서 모두가 그를 따를 리는 없었다.
폭군이든, 망군이든, 성군이든.
혁명가든,
혹여 신이든.
모두 자신만의 길을 만드는 것은 똑같으니까.
다만,
‘같지는… 않아.’
그럼에도 벨라는 생각한다.
한 사람이 ‘주인’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기 위해서는, 그 주인으로 향하는 길에 빛이 있어야 한다고.
고행이 따르고, 슬픔이 따르더라도.
그 과정에 아름다움이 있어야 매료되는 것이라고.
‘확실해.’
그에게 향하는 길은 결코 쉬운 길도, 짧은 거리도 아니었지만,
그 과정과 끝에는 아름다움이 있었다.
동시에,
팔 한쪽이 없는 사람도 달릴 수 있게끔 배려한, 상냥한 길이기도 했다.
두웅-!
연주가 끝났다.
보통이라면 인사를 끝내고 물러나야 할 테지만, 벨라는 굳이 여기서 한마디를 더 하고 싶었다.
“감사합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음악가에게,
“음주님, 감사합니다.”
‘음악의 주인’ 에게,
찬미를 보내고 싶었다.
* * *
완결 후기
안녕하세요 터븀입니다.
뇌절에 뇌절을 더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써 내려간 작품이 이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여러분들도 보시면서 극한의 뇌절을 경험하셨나요?
히히 부디 그러셨으면 좋겠습니다.
지끈지끈한 머리를 잠시 식히고, 더욱 재미있는 작품으로 찾아뵙겠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The E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