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20-second songwriting genius, a 200,000-second monster RAW novel - Chapter 149
20초 작곡천재, 200,000초 괴물 되다 149화
음표는 하늘을 넘어서(4)
서울음대를 대표하는 인물이, 이젠 본명조차 제대로 입에 담기 힘든 ‘음주’라는 걸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가 당당히 교수의 명단에 이름을 올린 지도 어언 1년.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가 집도한 강의는 단 한 학기뿐이었지만, 서울음대를 포함하여 역대 대한민국 음대 중 가장 많은 수강생 수를 기록하였다.
그뿐이면 다행이랴,
도강을 하려다 적발된 타 대학 인원만 수백 명.
2025년도의 서울음대 지원율은 역대 최대치를 찍었고,
학교 내에는 딱 봐도 너무나도 수상하기 그지없는 ‘음주님을 따르는 모임’이라는 단체가 세를 어마 무시하게 키웠다.
그 단체에 소속된 인원이, 300명까지 넘어서 버렸다.
‘음악대학 재학생이 분명 700명 남짓이었지.’
이건 정말 ‘미쳤다’라는 말이 어울릴 수밖에 없는 확산 속도였다.
다만,
‘부족해.’
거의 재학생의 반절을 포교했음에도,
이제는 사람들에게 은은히 ‘교주님’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고 있었음에도.
유재호는 한참 부족한 것을 느꼈다.
‘가까이 있는 모든 사람이 그를 찬양해야 한다.’
그렇잖은가.
지구 반대편에서도 음주님의 소식을 들으려 온종일 잉스타 창에 코를 박고 사는 사람도 존재하는데.
운 좋게, 그저 ‘근처’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음주님을 매일 보는 주제에.
그를 찬양하지 않다니.
이 무슨 배은망덕하고 신의 없는 짓이란 말인가?!
유재호는 그런 상황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게다가,
-사람을 모아라, 그리고 들려주어라.
지금껏 ‘관망’만을 고집하시던 음주님께서, 자신에게 특별한 임무를 내리셨다.
그러므로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모두두으으을! 이리로 나오십시오오오옥!”
유재호는 1톤 트럭 위에서 목청을 높였다.
확성기를 손에 꼭 쥔 채로, 트럭 짐칸에 우뚝 솟은 대형 전광판을 가리키며.
“오!”
“교주님께서 장비를 들고 오셨다아아아!”
당연하게도 그 주목도는 실로 엄청났는데, 300명에 달하는 교원들이 들러붙었고,
과격한 시위에서나 쓸 법한 음량 탓에, 이미 수업을 받는 중이던 학생들도 밖으로 쏟아져 나왔고.
음대를 넘어 다른 학과들까지 돌자, 이내 수천 명의 인파를 거느리게 되었다.
“모두! 이리 나와서! 보십시오!”
마치 선거 유세 현장이라도 나와 있는 듯한 장관.
“뭔 일이야?”
“…저 사람 또 저러네. 작년부터 이상한 포교 활동 같은 거 하고 다니더니만.”
“신흥 종교 같은 건가?”
“‘음주님을 따르는 모임’이라나?”
“존X 수상해….”
“근데 재밌어 보이네.”
물론 아직까지는 모두가 음주를 따르는 것은 아니었지만 서도.
그들 또한 이런 빅 이벤트를 놓칠 생각은 없었는지, 이내 트럭으로 몰려들었다.
‘우선, 모은다. 그리고, 빠뜨린다. 음주께서 바라는 것은 바로 팽창이니.’
조건은 갖춰졌다.
“오오오오!”
“나온다!”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들려왔다.
트럭에 짐칸에 매달린 거대 고해상도 전광판은 드디어 황량한 주홍빛의 빛깔을 뿜어댔으며, 화성의 흙을 쥐고, 드론을 날리는 신비한 광경을 중개했다.
유재호는 차를 멈추고 확성기를 끈 다음 핸드폰을 손에 들었다.
띄워진 화면은 약 5개월 전부터 연을 맺고 있던, 300명에 달하는 오픈 채팅방.
모두 ‘이동식 공연장’을 자칭하는 이들이었다.
-서울음대 및 그 주변지역, 클리어.
-백세대 클리어.
-경북 김천 일대에 주민 모집 완료.
솔직히 말하자.
한국인이 ‘인류 최초 화성행’이라는 초특급 이벤트다.
월드컵 한일전 같은 것과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엄청난 관심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는 소리다.
다만,
그렇다고 ‘모두’가 보는가?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휴대폰을 안 들고 타이밍 안 좋게 화장실에 갈 수도 있을 거고,
갑자기 휴대폰이나 컴퓨터, TV가 고장 났을 수도 있을 테고,
어디 급하게 가야 할 일이 생겼을 수도 있으며,
아니면 가난 때문에 모두가 누리는 것을 못 누릴 수도 있을 것이다.
‘너무나… 안타깝다.’
음주님을 따르는 사람으로서, 그런 불쌍한 사람이 생기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불가능했다.
그러므로, 유재호는 전국에 퍼져 있는 신도들을 모아 이동식 공연장을 설치하려, 지금껏 모아둔 대회 수상금을 전부 써버렸다.
이 모든 것은, 음주를 위해.
“오! 음주다!”
“저게 화성 피아노야?”
마침내 화면에는 탐사대 대원들이 아닌 육중한 거구의 모습이 비쳤다.
그는 작고 거무튀튀한 피아노 앞에 앉아 손을 풀고 있었는데, 일순간 모여 있는 군중이 ‘에게….’ 하는 찐빠 같은 소리를 내뱉기도 하였지만,
스윽-.
그가 바지를 내리자,
“…!”
“…!”
“미친!”
그가 연주를 시작하자.
그저 정적에 뒤덮일 뿐이었다.
두웅-!
들려오는 소리는 레코드판에 녹음된 것만도 못한 음질이었지만, 그럼에도.
“그가, 저곳에 있다.”
모두가 그의 연주에 집중했다.
자신이 모은 수천 명의 인파가,
전국에 깔린, 수백 명이 불러모은 백만의 인파가.
어쩌면 전 세계의 수억 명의 인파가.
한 명도, 빠짐없이.
“왜… 그렇게까지 하시는 거죠?”
군중 속에서, 누가 그리 질문을 던진 것 같았다.
왜 그렇게까지 하느냐라….
서울음대 최단, 최다의 학사경고를 받고,
아무런 수익이 안 나는 단체를 손수 운영하고,
알뜰살뜰 저금해 놓은 통장을 깨부숴 돈을 마련할 이유는 왜일까.
‘…바보 같은 질문이야.’
유재호는 그에 즉답할 자신이 있었다.
“이건, 신화의 일부분이니까.”
어느 민족의 신화든 간에 내용은 비슷했다.
신이 있다면, 그의 옆에서 대가 없이 보필하는 신하가 있다.
유재호는 그 신하가 바로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비록 음주가 죽은 자를 살리는 기적까지는 행하지는 못하나,
“멈췄던 심장을, 그가 다시 움직여 주었으니까.”
음악인에게 영감이라는 영혼을 불어넣는 것은 가능했으니까.
“그가 움직여 주었으니, 그에게 바칠 수도 있는 것이지.”
이 모든 것은 음주를 위해서.
-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엄청난 함성이 밀려 들어왔다.
오늘도, 그의 신하가 늘어났다.
* * *
띠잉-!
오른쪽 끝에 가까운 흰색 건반을 누르자, 창백한 고음이 울려 퍼졌다.
솔직한 감상으로, 이놈을 처음 봤을 때는 ‘전율’이라는 것을 느꼈다.
연구소 직원들이 얼굴이 묘사가 불가능할 정도로 완전 개박살이 나 있었다고 하더라도, 기뻐하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만들기 엄청 어려웠겠지.’
화성의 기압은 대략 지구의 100분의 1.
공기 구성도 이산화탄소가 대부분이라, 소리를 전달하는 매질 자체가 지구랑 아예 다르다.
두 손으로 박수를 치면 지구처럼 짝-! 거리는 소리가 아니라 덥-! 거리는 소리가 난다.
그렇기에,
기특하다.
지구와 변함없는 소리를 내주는 이 학교 책상만 한 피아노가,
아날로그와 디지털, 그 어느 쪽도 아닌 괴상한 하이브리드 악기가,
난 아주 마음에 든다.
마치 나 같으니까.
‘지구에서 벌이는 일만으로는… 내 꿈을 이루기가 힘들었어.’
그래서 우주로 눈을 돌렸다.
우주적 스케일의 관점에서 너무나도 좁아터진 그곳은 이제 내가 바라는 어그로력을 감당하기 힘들었다.
그렇기에 음악인 최초 우주 진출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떠맡았고,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이놈도 나와 운명을 같이했다.
파트너.
좀 오글거리기는 하지만, 그렇게 부르고 싶다.
‘부탁한다.’
-휘이잉.
우주복 한 다리에 걸린 바지가, 나풀거린다.
양손 양발을 모두 건반에 올려 연주한다는 기술이 안고 갈 수밖에 수 없는 파렴치한이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1억 몇천 킬로를 헤엄쳐 지구까지 날아간다.
두웅-!
동시에, 나의 연주도.
“….”
머릿속에 그려진 것은, 언뜻 보면 지구의 풍경이었다.
나뭇잎, 건물, 햇살, 등등.
현재까지의 관측으로는, 지구 외 그 어느 장소에서도 발견되지 않은 풍경 말이다.
‘근데 화성이지.’
다만, 나는 이것을 화성이라고 주장했다.
사람들에게 황량하고 수분기 없는 척박한 BGM을 들려주는 대신, 앞으로 인류가 이곳을 어떻게 가꾸어 나가야 할지를 제시했다.
…솔직히 말하자.
억지다.
화성의 테라포밍은 절대로 쉬운 일이 아니고, 내가 죽었던 2030년대 중반에도 화성은 녹지 하나 찾아볼 수 없는 황무지였다.
근 시일 내에 해결될 일이 결코 아니란 소리다.
다만,
…그게 내가 음악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고민이 들었던 것도 사실인데, 그냥 황량한 음악이 정답이 아닐까 싶기도 했었는데.
‘…원래 음악은 그런 맛에 듣는 거잖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음악은, 꿈꾸기 위해 존재한다고.
“….”
머릿속에 들어차 있던 풍경이 바뀌었다.
회귀 전, 내가 중1이었던 시절로.
떠올려보면 그때가 내가 인생에서 경험한 가난의 정점이 아닌가 싶다.
어머니가 무릎을 다치셨고, 한동안 누워 계셨다.
나는 아직 많이 어렸다.
여동생은 나보다 더 어렸다.
그래서 나는 가장이 되었다.
중1짜리가 말이다.
동사무소에 가서 쌀 달라고 해보기도 하고, 친구 아는 삼촌의 노래방 쿠폰 명함 받아다가 근처 빌라촌에 살포하기도 하고.
겉으로 보기에는 참한 것을 넘어서 매우 훌륭하기 그지없는 꼬맹이가 아닐까 싶다.
다만, 원래 사람이란 게 명이 있으면 암이 있듯이,
당시의 나 또한 어두운 부분이 있었다.
외로움, 좌절감, 구걸의 창피함, 티눈이 생겼는데 계속 걸어서 느껴지는 고통.
자기전 화장실에서 혼자 몰래 울었다.
몰래 울면서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들었다.
당시의 내가 알던, 가장 밝은 음악을,
아름다운 풍경을 상상하면서.
아마, 그때 나는 작곡가가 되겠다고 결심한 게 아닐까 싶다.
멜로디를 힌트 삼아, 상상을 하는 것은 즐거우니까.
혼자 멍하니 망상하는 것보다는, 외롭지 않으니까.
‘원래 음악은 그런 거지.’
사람을 상상하게 만든다.
그것은 분명, 위대한 것이다.
나는 화성의 중력을 표현하려 힘을 빼고 있던 손에, 약간의 압력을 주었다.
FDRE까지는 아니었지만, 터져 나오는 백건의 고음은 분명 단란한 한 가정의 나들이를 그리고 있었다.
아이의 얼굴은 자세히 보이지 않았지만, 새하얀 피부 위에 떠오른 것은 분명히, 미소가 맞았다.
…그리고,
티잉-!
곡이 끝났다.
그리고, 길고 길었던.
나의 장대한 우주 여정 또한, 이곳에서 막을 내렸다.
덥-!
묵직하면서도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일순간 헷갈렸지만, 박수 소리였다.
나를 제외한, 멜론 포함을 포함한 승무원 전원이 일제히 박수를 보내고 있었다.
“[완벽한 멜로디야. 정말… 이상적인 풍경이야.]”
“….”
“[내가… 이런 풍경을 실제로 만들 수 있을까?]”
우리들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송출하는 카메라의 불빛은, 이미 꺼져 있었다.
그러므로 저것은, 연출이 아닐 것이다.
그가 나에게 보내는, 개인적인 질문일 것이다.
‘그도 사람이니.’
자기 자신에게 의문을 품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불가능해 보이는 꿈을 꾸고 있으니까.
물론 그럼에도 나는 대답했다.
확신도, 딱히 신빙성도 없는 대답을.
동시에,
듣는 이로 하여금, 무한한 힘을 내도록 하는 대답을.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합니다.]”
나는, 저 멀리, 황량한 대지를 바라보았다.
눈을 감자, 그곳에는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며 새파란 초목이 가득 들어차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모든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그리는 머릿속의 풍경처럼,
그 변화무쌍한 상상력처럼.
꾸역꾸역 화성까지 날아와 멜로디를 토해내는 파트너처럼.
자신에게 봉착한 한계를 돌파해 나가기를.
그저, 곡에 한 숟갈 타서 모두에게 보냈다
“[…고맙다.]”
멜론의 목소리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