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230
제 230화
230. 52층 (1)
[너. 괜찮은 거 맞냐?]“괜찮다니까?”
[으음…….]유령은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태산으로서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정말로 멀쩡했으니까. 약간 정신적으로 피로한 것을 제외하면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정말인가? 주인. 나 또한 계약의 연결이 순간 끊길 뻔했다만.]“문제없다니까. 이상이 있었으면 내가 먼저 알았겠지.”
태산이 머리를 흔들었다. 바르카자가 무어라 말하려던 때였다.
“이쪽은 끝났네?”
그 순간 바람이 불었다.
미네르바가 모습을 보였다. 바르카자가 몸을 숙였다.
“그래. 바르카자.”
잠시 바르카자를 바라본 미네르바가 시선을 돌렸다.
“우리도 끝났어. 내가 이곳에 있는 한 고신은 이 세상에 간섭하지 못할 거야.”
그녀가 씁쓰름한 얼굴로 태산을 바라봤다.
“이제…… 작별이네. 다시 만나기는 어려울 거 같아.”
[계약했잖아? 원하면 언제든지 올 수 있을 텐데?]“갈수는 있지만, 나는 이 세계를 지켜야 해. 너와 계약하면서 내 힘의 일부가 너에게 들어가서 수호가 약해졌어. 그만큼 내가 더 노력해야겠지. 그래서 아마 너를 만나러 가지는 못할 것 같아.”
미네르바가 머리를 흔들었다.
“힘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 이미 계약으로 이루어진 힘은 너에게 있으니까.”
그녀가 애써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즐거웠어. 태산. 그리고 고마웠어. 네 앞길에 축복이 있기를 빌게.”
그 말을 끝으로 세상이 뒤덮였다. 시야 전체를 뒤덮는 빛에 태산이 눈을 감았다.
빛이 사그라지고 눈을 떴을 때 그는 베아트리체를 처음 만난 공간에 있었다.
[어, 어어.]바르카자가 더듬거린다.
태산이 시선을 돌린다.
[잘해주었다. 필멸자.]베아트리체는 그곳에 있었다.
* * *
[저, 저희의 주인이시여. 이, 이 미천한 몸이, 주, 주인을…….]바르카자가 더듬거렸다. 정령왕을 만날 때도 담담히 존경을 표현하던 그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할 정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되었다. 나의 아이야.]베아트리체는 가볍게 힘을 발해 바르카자를 감쌌다.
[너는 잘해주었다. 내가 너를 칭찬하마.] [오, 오오오오…….]바르카자가 감격에 몸을 떨었다.
베아트리체가 태산에게 시선을 주었다.
베아트리체의 목소리에는 만족감이 묻어나왔다.
태산은 입을 열었다.
“노리신 겁니까?”
[어느 정도는. 내가 고신을 막는다지만 그것들은 언제나 다른 수단을 쓰는 법이지. 어떻게든 간섭할 거란 건 예상하고 있었다. 중요한 건 타이밍이었지.]베아트리체는 쿡쿡 웃었다. 지금의 결과가 무척 즐거운 모습이었다.
[아무리 간섭한다 해도 내가 지키는 이상 한계는 있지. 정령왕이 완전해지기만 한다면 처리할 수 있어. 엿은 엿대로 먹이고 문제없이 해결할 수 있었지. 중요한 건 그때까지 버티는 것이지만, 너라면 버텨줄 수 있다고 판단했다. 결과는 성공이었지.]태산을 바라보는 베아트리체의 시선에는 호의가 담겨 있었다.
[아무리 힘의 소모가 없다 하더라도 이 정도 간섭이라면 당분간은 모습을 보이지 못하겠지. 아주 잘해주었다. 인간.]치하는 끝났다.
이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상의 시간이었다.
[너는 내가 바라는 것을 완벽하게 해주었다. 그러니 그에 맞는 보상을 내려주마.]쿠웅.
정령신의 힘이 영역 전체를 감싼다.
[원래 내가 너에게 주려던 힘은 그릇의 안정화였다. 정령왕의 그릇은 지금의 네가 다루기 힘드니, 그에 대한 보조를 해주려 했지. 하지만 그건 필요가 없어졌군.]순백의 반지. 힘을 저장하는 효과를 가진 장비는, 정령왕과 계약으로 얻은 힘도 문제없이 정리할 수 있었다.
초월자가 반지의 효과를 인정했다. 압도적인, 정령왕조차 먼지처럼 보이게 하는 힘의 존재가 말이었다. 그 사실에 유령이 작게 신음을 흘렸다.
[그러니 계획을 바꿀 생각이다.]힘이 태산에게 달려든다.
[우선은 너를 인정하마. 너는 나의 뜻에 따라 나를 도와줬다. 나의 뜻을 따르는 모든 것들은 너를 받아들일 것이다.]신이 태산을 인정했다. 그 말만으로 세상이 흔들렸다.
[칭호 [자연과 대적하는 자] 가 칭호 [자연을 다스리는 자]로 진화했다.] [그리고 이건 귀여운 아이를 위한 내 선물이다.] [당신은 특수 상시발동 스킬 [계약의 대행]을 받았다.]태산의 가슴 깊은 곳에 힘이 맴돌았다.
그건 일종의 통로였다. 태산은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불쌍한 아이는 의지할 존재가 필요하지. 이미 너에게 마음을 주었으니 내버려둘 수는 없는 노릇이지.]“감사합니다.”
태산이 예를 표했다. 정령신은 무심히 말했다.
[아직이다. 너는 내가 바라는 것을 해주었으니 한 가지 더 해주지.]잠시 고민하듯 태산을 바라보던 베아트리체가 힘을 흔들었다.
[바르카자. 너는 내 힘을 받을 수 없다. 이미 그 아이에게 받았기 때문이지. 여기서 더 얻으려 한다면 네 자아는 망가질 것이다.] [과분한 말씀을. 저는 주인님을 뵌 것만으로도 감격스럽습니다.]바르카자는 생각도 안 했다는 듯 말했다. 베아트리체가 말을 이었다.
[그러니 네 검에 깃든 정령을 봐주지.]“미쳐버린 정령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미쳐버린 정령은 정령왕에게 복수를 하고 싶어 했다. 그걸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희생해서 검에 깃들었다.
[그 불쌍한 것의 소망을 들어주지.]태산의 검이 떠올라 베아트리체에게 날아갔다. 그가 가볍게 검 끝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검에 깃든 존재가 모습을 보였다.
백색의 흔들리는 무언가는 떨리고 있었다. 불안해하는 백색에게 베아트리체는 말했다.
[나는 너를 긍정한다.]그의 힘이 백색에게 깃들었다.
백색이 부르르 떨렸다.
거기서 느껴지는 힘과 존재감은 이전과는 차원이 달라져 있었다.
백색은 다시 검으로 깃들었다. 부드럽게 날아온 검을 잡은 태산이 말했다.
“괜찮으신 겁니까?”
미쳐버린 정령의 소망은 불의 정령왕의 죽음이었다.
베아트리체는 입을 열었다.
[이걸로 내 보상은 끝났다.]태산이 정중히 몸을 숙였다.
“감사합니다.”
많은 것을 얻었다. 정령왕과 계약한 것만으로도 상정한 것 이상의 보상이었다. 거기에 더불어 많은 것들을 얻었다. 시간을 보낸 가치가 있었다.
태산을 바라보던 베아트리체는 말했다.
[너는 그놈에게 집어삼켜졌지.]고신은 그림자를 흩뿌리면서 태산을 죽이기 위한 힘을 모으고 있었다. 그리고 태산이 다가왔을 때 힘을 흩뿌려 그의 자아를 먹어치웠다.
[하지만 문제 하나 없단 말이지.]태산을 집어삼킨 것은 고신이다. 베아트리체도 자세한 건 알지 못하지만 아마 고신의 격 자체가 태산의 정신을 짓밟으려 한 것이겠지.
초월자의 격.
그건 필멸자가 견딜 수 있는 종류가 아니었다. 단련한 자들도 초월자를 직접 보는 것만으로 정신에 이상이 생긴다.
단순히 목도하는 것만으로도 그럴진대 직접 짓밟으려 한다면 말할 것도 없었다.
그런데 태산은 아무런 이상이 없었다. 신의 시선으로 봐도 정신이나 육체에나 문제가 보이지 않았다.
[그것들이 말한 게 정말이었군. 이런 식의 도달점도 있는 건가.]베아트리체가 중얼거렸다. 힘이 점점 멀어지며 태산이 미궁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네 이상성을 고신들 또한 알아차렸겠지. 다음부터는 다른 수단으로 접근할 테니 조심하도록.]“충고 감사합니다.”
[아. 그리고 하나 더.]베아트리체는 깨달았다는 듯 말하기 시작했다.
[나는 네가 얻어낸 힘에 대해서 관여할 생각이 없다. 그런 일이 가능하다는 것이 놀랍긴 하지만 네가 쌓아온 것으로 성취해낸 것이니, 네가 가져도 문제는 없다.]영문 모를.
하지만 동시에 무엇을 말하는지 알 수 있는 말이었다.
[하지만 일부는 네가 그들의 힘을 가진 것에 대해서 좋지 않게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유념하도록.]“네.”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모험가. 미궁을 공략해라. 그리고 우리와 너의 소망을 이루어라.]그 말을 끝으로 태산은 다시 미궁으로 돌아왔다.
“휴.”
태산이 숨을 내쉬며 주저앉았다.
* * *
초반에는 느긋하게 흘러갔지만 막바지에 갑자기 사건이 터졌다. 쉽게 갈 거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제법 힘들었다.
[호오. 여기가 미궁인가?]바르카자가 흥미진진한 눈으로 미궁을 살폈다.
[……강하군. 얼핏 느껴지는 힘만으로도 강대한 존재들이 느껴져. 좋군. 아주 좋아.]바르카자는 즐겁게 웃었다.
그가 미궁을 탐지하는 동안 태산도 정리할 것이 있었다. 그는 많은 것을 얻었다.
어떻게 다루고 무슨 활용법이 있는지 확인을 해야 했다.
[칭호 : 왕과 계약을 맺은 자] [세계의 수호자. 모든 정령의 왕인 정령왕과 계약했다. 정령에 대한 지배력이 상승했으며 자연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칭호의 효과는 이미 느꼈었다. 정령왕과 계약했을 때 자연 그 자체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 효과는 그때 얻은 스킬과 함께할 때 더 강해졌다.
[특수 상시발동 스킬 : 자연 동조] [숙련도 : 1%] [자연과 동조하여 그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아직은 가벼운 변화밖에 끌어내지 못할 것 같다.]“가볍다가 아닌 것 같던데.”
태산이 느꼈던 자연에 대한 영향력은 말 그대로 날씨를 다스리는 영향력이었다.
원한다면 햇볕이 쨍쨍한 곳에 소나기가 내리게 할 수 있고 안개가 낀 곳에 햇볕이 들어오게 할 수 있었다.
이적에 가까운 일이지만 지금의 태산에겐 아무런 부담도 없으리라.
[정령왕 수준이면 가벼운 일이란 거겠지. 폭포를 만들고 사막을 구현하는 존재들인데.]“점점 인간에서 벗어나는 느낌이야.”
[이제 와서?]“그도 그런가.”
태산이 확인을 계속했다.
[특수 발동 스킬 : 왕의 그릇] [숙련도 : 1%] [소모 마나 : 300] [정령의 왕이 가진 그릇의 일부를 자신의 몸에 깃들게 한다. 격에 걸맞은 힘을 갖추지 않았다면 페널티를 가진다.]“역시.”
왕의 격 자체를 일부 강림시키는 스킬이었다. 원래라면 그만한 힘을 갖추지 못한 태산으로서는 사용이 어려웠겠지만, 반지가 있는 한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었다.
[재료가 재료니 예상은 했지만, 그래도 신기하긴 하네. 완전하지 않은데도 왕의 힘을 받아들인다는 것이.]그러니 베아트리체도 반지를 보고 관심을 보였던 것이리라.
이 스킬이 정령왕과 계약을 맺은 가장 큰 보상이었다. 사도화와 병행해서 사용한다면 온전한 고신의 사도에게도 격으로서 꿀리지 않고 전투가 가능했다.
“슬슬 싸울 수 있겠어.”
신의 시련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 진짜 고신의 사도. 마지막에 이태연을 죽이고 그를 패배시켰던 사도.
아직 이길 수는 없겠지만 그럭저럭 전투를 벌일 수는 있으리라. 그는 점점 강해지고 있었다.
[그러면 소환은 가능한 거야?]유령이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마지막에 미네르바가 불가능하다는 식으로 말하기는 했었는데, 어떨지 모르겠네.]미네르바는 말했다. 자신은 이 세계를 지켜야 한다고. 계약에 의해 빠져나간 힘을 채워야 한다고.
그러니 함께할 수 없다고 말이었다.
“어떨까.”
[정령 계약 : 바람의 정령왕. 미네르바] [숙련도 : 1%] [소환 마나 소모 : 1000] [미네르바와 계약했다. 미네르바를 소환하여 명령을 내릴 수 있다. 또 미네르바의 힘을 일부 끌어내 사용할 수 있다.]정령왕의 소환.
소모 마나가 무려 1000이었다. 그만한 효과가 있다는 뜻이었다.
“해보면 알겠지.”
우우웅.
공간이 열렸다. 그와 동시에 태산의 안에 내재되었던 힘이 일렁였다.
[당신의 계약의 대행이 발동되었다.]공간이 거대한 힘에 의해 강제로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서 푸른 머리카락의 여인이 떨어졌다.
“어, 어라?”
미궁에 소환된 미네르바가 바닥에 주저앉은 채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살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