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383
제 383화
383. 여섯 번째 귀환, 지구 (1)
[잠깐. 상급 마법?]유령이 기겁했다. 태산은 물끄러미 손에 들린 서적을 바라봤다.
[상급 마법, 대붕괴의 마법서.] [물질과 공간을 붕괴시키는 상급 마법, 대붕괴를 간직하고 있는 마법서. 자격과 시련을 통과한 자만이 그 힘을 다룰 수 있다.]태산은 미궁에 들어와서 수많은 강자를 만났다.
그중 상급 마법을 쓰는 자는 딱 한 명밖에 없었다.
“상급 마법을 본 적이 있냐?”
[있기는 하지만…… 모두 마법의 신의 사도들이었어. 그 외의 존재가 다루는 건 네가 상대했던 샤이안. 그놈이 처음이었고.]샤이안이 다루었던 멸망을 부르는 다섯 번의 시위.
태산은 샤이안을 상대했을 때보다 훨씬 강해진 상태였다.
지금의 자신이라면 그 힘에 완벽하게 대응할 수 있는가.
답은 빠르게 나왔다. 불가능했다.
경계선이나 영원불멸한 믿음, 경계의 너머 따위를 다룬다면 막아내거나 반격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불가능했다. 최선을 다해 막아낸다 하더라도 데미지를 입을 수밖에 없는 위력이었다.
상급 마법의 가치는 중급 마법과는 비교를 불허했다.
그런 힘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태산에게 찾아왔다.
“자격이란 것은 무엇을 말하는 거지?”
[말 그대로의 의미야.]목소리가 울렸다. 유령의 목소리는 아니었다. 강대한 존재가 서적이란 매개체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다.
“……마법의 신이시여.”
[안녕. 모험가.]“오랜만입니다.”
태산이 조용히 예의를 갖추었다. 마법의 신이 직접 말을 거는 것은 제법 오랜만이었다.
마법의 신은 태산의 인사를 받아들이며 말을 이었다.
[상급 마법은 나에게도 제법 의미가 있는 힘이거든. 누구나 얻을 수는 없어. 얻어내기 위해서는 정당한 자격을 갖추어야 해.]“자격이라면.”
제르반드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말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너는 자격을 갖추었지. 그렇기에 내가 통로를 열어준 거야.]“샤이안도 당신의 마음에 들었던 것입니까?”
죄악의 길잡이였던 대마법사 샤이안 또한 상급 마법을 다루었다.
[사상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마법에 모든 것을 바친 아이니까. 그 불쌍한 아이를 내가 보듬어 주지 않으면 누가 보듬어 주겠어?]마법의 신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마법에 대한 열망.
재능이 없는 릴리스에게 공물을 바쳐 마법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준 것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는 내가 아주 오래전에 심심풀이로 던져둔 것을 광기에 가까운 집착으로 풀어낸 거야. 어디까지나 편법이지. 그에 반해 너는, 정당한 자격으로 얻어내는 거고.]“그걸 위해 시련을 통과해야 하는 거군요.”
[상급이란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거든. 거기서부터는 좀 더 근본적인 법칙에 가까워져. 제대로 통제할 힘이 없으면, 자신을 집어삼키지. 얻어내게 되면 알 거야.]“시련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상급 마법을 배울 수 있는 시련.
지체할 이유는 없었다. 태산은 곧바로 시련을 통과할 생각이었다.
마법의 신은 조용히 웃었다.
“알고 계시는군요.”
지구로의 귀환은 이제 일주일도 남지 않았다.
[나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니까. 그곳을 해결하고 와. 이야기는 그다음이야.]“알겠습니다.”
[그러면 기대하고 있을게. 어쩌면 그곳에서 만날 수도 있겠지.]그 말을 끝으로 제르반드의 존재감이 사라졌다.
[마법에 미친 자도, 자신의 사도도 아닌 자에게 상급 마법을 허락해준다니…….]유령이 중얼거렸다. 하지만 그렇게 놀란 기색은 아니었다.
태산의 곁에서 수많은 사건을 본 유령은 만성이 되어서 어지간한 일에는 놀라지 않게 되었다.
태산은 남은 시간 동안 계속 만상의 서고를 돌아다녔다.
지식을 쌓고, 정보를 모았다. 틈틈이 상급 마법의 마법서를 해석해보려고 했지만 락이 걸린 것처럼 아무것도 읽어낼 수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귀환까지 단 몇 시간만이 남았다.
사람들이 조용히 서로의 불안을 달래고 있었다. 태산이 김휘연에게 물었다.
[강태산[얼론] : 다른 나라랑 이야기는 어떻게 됐어?]지난번처럼 다른 나라와 만나게 될 가능성이 크니 미리 이야기를 나누고 정보를 교환해두는 편이 좋았다.
무엇보다 이번 귀환에 대한 것은 태산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이미 전생과는 너무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원래는 죽었어야 할 사람들과 멸망했어야 할 나라들이 남아 있는 만큼 전생의 기억은 큰 쓸모가 없었다.
[김휘연[하드] : 태산 씨. 그게…….]김휘연이 말끝을 흐렸다.
[강태산[얼론] : 잘 안 풀렸나 보네.] [김휘연[하드] : 아니요. 이야기 자체는 되었어요. 서로 어느 정도 정보도 교류했고요.] [강태산[얼론] : 그럼 뭐가 문제야?]잠시 고민한 김휘연이 글을 올렸다.
[김휘연[하드] : 그들은 저희를 불신하고 있어요.]예상치 못했던 문장에 태산이 멈칫했다.
[강태산[얼론] : 불신?] [김휘연[하드] : 네. 그리고 그 이유가…… 태산 씨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어요.] [강태산[얼론] : 나 때문이라고?] [김휘연[하드] : 이건 제가 설명하는 것보다 커뮤니티에서 직접 보는 것이 빠를 거 같아요.]태산이 김휘연의 말대로 커뮤니티를 이동했다. 그곳에서는 한국의 플레이어와 인도의 플레이어로 보이는 자들이 열성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채아[하드] : 그러니까 태산 님이 우리를 구원해주신 거라고! 그분은 구세주야! 왜 자꾸 부정하는 거야!] [굴산 그로버[하드] :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너희의 말대로 태산이란 자는 분명 대단하겠지.] [이채아[하드] : 알고 있네! 그러니까…….] [굴산 그로버[하드] : 하지만 그 신앙을 우리에게 강요하지 마라. 우리는 너희처럼 볼썽사납게 인간을 숭배하지 않았다.] [사지드 칸[하드] : 인간이 같은 인간을 숭배하다니. 불쌍하기까지 하군.] [이채아[하드] : 뭐, 뭐?]커뮤니티는 전체적으로 비슷했다. 한국의 플레이어들은 태산의 위대함을 말하고 다녔고, 다른 나라의 플레이어들은 거부감을 표현했다. 그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었다.
우리는 우리의 힘으로 살아남았고, 우리의 믿음이 있다고.
너희처럼 누군가에게 모든 것을 떠넘기고 도피하지 않았다고.
“그런 건가.”
태산은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고신은 태산에게 힘을 집중했다.
그 결과 한국과 중국, 일본의 플레이어들은 고신의 힘에 집중적으로 공격당했다.
그리고 그만큼 다른 나라에는 고신의 힘이 집중되지 않았다.
그렇기에 다른 나라들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자신들이 믿어온 것들을 버리지 않을 여유가.
인간으로서의 자긍심을 지킬 수 있는 여유가.
상관없다. 이번 귀환 때 그들 또한 알게 될 테니.
시간이 흐르고, 퀘스트가 시작되었다.
태산이 공간 너머에 몸을 집어넣었다.
보인 것은 무너져내린 천지와 수많은 플레이어들.
“오오!”
“태산 님!”
태산을 발견한 그들이 탄성과 함께 달려든다. 머리를 조아리며 절대적인 숭배를 보낸다.
짙고 깊은 신앙이 태산에게 흘러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들의 숭배를 받으며, 태산이 몸을 움직였다.
* * *
김휘연은 살아남은 사람들의 정보를 정리했다. 이전 귀환 때 대략적인 정리는 해놨기에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생각보다 피해가 작네요?”
김휘연이 밝은 얼굴로 중얼거렸다. 이전 귀환 이후 미궁을 돌파하면서 죽은 자의 수가 많지 않았다. 그녀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숫자였다.
“신의 축복을 여럿 받았으니. 조심만 하면 죽을 일은 없겠지.”
태산이 말했다. 그들이 받은 신의 축복은 무척이나 많았다. 얼론 모드에서도 가치가 작지 않은 힘들이니, 다른 모드에서는 말할 것도 없었다.
“너희 어디까지 나아갔냐?”
“이제 막 70층에 진입했어요.”
하드 모드 플레이어들이 70층에 진입했다. 확실히 빠른 속도였다. 전생에는 이 시기에 겨우 40층에 도달했었다. 이제 전생의 기억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부터 난도가 갑자기 확 올라가더라고요. 방심하고 전진했다가 죽을 뻔했어요.”
“천천히 공략해. 거기서부터가 진짜니까.”
“그래야죠.”
김휘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태산은 금중근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이태연과 강준혁을 찾아갔다.
검을 꺼내는 태산을 향해 둘 또한 무기를 들어 호응했다.
태산은 둘과 결투를 벌였다. 마법도 흑마법도 쓰지 않고 검술마저 최대한 억제했다. 스탯도 동등하게 만들어 둘에게도 승산이 있는 결투였다.
“꺄악!”
“큭!”
하지만 둘은 태산의 옷깃조차 스치지 못했다. 강준혁이 투덜거리며 먼지를 털었다.
“저희도 많이 강해졌는데, 닿지도 않네요.”
“너희가 슬슬 40층 후반대라고 했지?”
“네. 이 속도면 오래지 않아 50층에 도달할 거예요.”
50층.
그곳에 무엇이 있는지 잠시 생각한 태산이 말했다.
“51층에는 마을이 하나 있을 거야. 마음 꺾인 자들이 살아가는 곳이지. 잠시 동안 휴식하는 데에는 괜찮지만, 거기에 빠지지 않게 조심해.”
“휴, 휴식처…….”
바닥에 엎어진 이태연이 중얼거렸다. 전생의 그녀라면 모를까, 지금이라면 그녀는 51층을 문제없이 통과할 수 있으리라. 그녀는 그만큼 강해졌다.
잠시 이태연을 살피던 태산은 깨달았다.
‘……저거 뭐야?’
그녀의 안에는 영문 모를 힘이 있었다.
그것은 제한적으로나마 필멸을 뛰어넘은 지금에서야 겨우 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힘이었다.
축복과는 다르다. 신의 보상과도 다르다.
잠시 그 힘을 살핀 태산은 알 수 있었다.
저것은 링크였다.
무언가가 이태연과 연결되어 있었다.
태산이 자신을 뚫어지라 바라보자 이태연이 슬쩍 시선을 돌렸다.
“왜, 왜 그래요? 뭐 묻었어요?”
태산이 그녀에게 그것이 무엇인지 물어보려는 순간, 퀘스트 창이 나타났다.
[특수 퀘스트 시작] [이 퀘스트는 대륙 합동 퀘스트입니다.] [지정 대륙 : 아시아.] [지정된 국가의 모든 플레이어는 한 장소로 모여야 합니다. 집결하는 도중 겪게 되는 고난을 모두 물리치고 다른 국가의 플레이어들과 조우하십시오.] [이 퀘스트는 시간제한이 없습니다.] [플레이어들 간의 조우에 큰 영향력을 미칠수록 미궁으로 귀환할 때 많은 포인트를 얻게 됩니다.]* * *
갑작스럽게 나타난 퀘스트 창에 소란이 찾아왔다.
이태연과 강준혁도 퀘스트 창을 살폈다.
“아시아 전역? 갑자기 엄청 넓어지는데요?”
“모이는 데에만 해도 시간이 상당히 걸리겠는데. 아. 태산 씨. 뭐 말씀하려 하지 않으셨어요?”
“아니야.”
태산이 시선을 돌렸다. 이태연의 안에 있는 힘은 너무나도 작은 힘이라 아무것도 되지 않았다. 당장 신경 써야 할 문제는 아니었다.
“나중에 이야기하자.”
일단 모든 것이 정리되고 제대로 확인해 볼 생각이었다.
태산은 김휘연을 찾아갔다. 그녀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퀘스트 창에 재빠르게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아시아 전체면…… 너무 많은데. 아아!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많은 나라랑 이야기할걸!”
정리해야 할 문제가 너무나도 많았다. 김휘연이 재빠르게 퀘스트의 내용을 살폈다.
그리고 그녀는 한 가지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집결 장소가 이곳이네요?”
다른 장소로 이동할 필요가 없다는 사실에 그녀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태산 또한 내용을 확인했다.
“그렇다 이거지.”
태산이 몸을 움직여 천지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태산을 본 사람들이 일제히 몸을 조아렸다.
그들의 신앙을 받으며, 태산은 힘을 모았다.
이곳이 바로 퀘스트의 목표 장소. 다른 곳으로 이동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다면 이곳을 거점으로 만들어도 문제는 없었다.
키이잉!
황금의 빛이 세상에 뿜어져 나온다.
천지를 감싸며 사람들을 뒤덮는다. 멀리 있던 이들도 시선을 돌릴 정도의 빛이 세상을 향해 퍼져 나온다.
“오, 오오…….”
“아…….”
사람들이 저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다. 마치 신의 이적을 두 눈으로 지켜보는 것과 같은 경외감이 전신을 지배했다.
태산이 힘을 터트렸다. 황금이 천지를 중심으로 퍼져나가 영역을 만들었다.
[당신은 성지 창조를 발동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