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cension Through Skills RAW novel - Chapter 395
제 395화
395. 79층, 투쟁의 층 (1)
[축하해.]미궁으로 돌아오자마자 태산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태산은 그게 누구의 목소리인지 바로 알 수 있었다.
“마녀시여.”
녹색 마녀. 그녀가 태산에게 말을 건 것이었다.
[벌써 나와 같은 경지에 도달하다니…… 정말로 빠르구나. 나에게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지만, 어딘가 서글퍼지는걸.]그녀는 태산과의 계약으로 시야를 공유한다. 태산이 강해져서 새로운 힘을 얻고, 더 강한 적과 싸울수록 그녀의 목적에 점점 가까워진다. 태산이 강해져서 나쁠 것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일평생을 불멸자에서 멈춰 있었다.
말 그대로 헤아릴 수 없는 세월이었다. 그런데 태산은 티끌에 불과한 시간 만에 불멸자에 도달했다. 그녀로서는 마냥 기뻐할 수는 없었다.
[그래도…… 나쁜 이야기는 아니야. 네가 강해질수록, 초월로 이르는 길 또한 알게 될 가능성 또한 높아질 테니.]마녀의 목소리는 조금 들떠 있었다.
[너는 과연 어떻게 될까. 나처럼 불멸에서 멈춰 설까. 아니면 신들처럼 나아가고 나아가 초월에 도달할까. 계속 지켜보겠어.]그 말을 끝으로 마녀의 목소리가 사라졌다.
마녀는 초월자가 되는 길을 찾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태산과 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불멸자와도, 초월자와도 전혀 다른 길을 걷고 있었다.
태산은 과연 자신이 마녀에게 도움이 될지 알 수 없었다.
그는 커뮤니티를 열었다. 살아남아 미궁으로 돌아온 사람들은 시끄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올리버 칸[하드] : 아시아하고 유럽의 상황은 어떠냐.] [다니엘 다르몽[하드] : 저희는 괜찮습니다. 아프리카 쪽과 합류하느라 제법 고생하긴 했어도,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김휘연[하드] : 저희도 괜찮았어요. 사실 문제가 있었다면 있긴 했는데…… 태산 님이 있었으니까요.] [아멜리아 에어린[얼론] : 바다 건너에서도 끔찍한 게 느껴졌는데. 괜찮았던 거 맞아?] [이태연[얼론] : 괜찮아. 죽은 사람이 적지는 않지만 예상 범위 내야. 큰 문제는 없어.]이태연이 차분하게 글을 남겼다. 아멜리아는 그런 그녀가 의아한 듯 물었다.
[아멜리아 에어린[얼론] : 뭔가 분위기가 달라진 거 같은데. 무슨 일 있었어?] [강준혁[얼론] : 퀘스트 전부 끝나고 뭔가 변했어요. 태산 형한테 무슨 말 들었어요? ]아멜리아와 강준혁, 이태연은 같은 얼론 모드이기에 평소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 만큼 이태연이 변했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이태연[얼론] : 뭐, 그럴 일이 있었어.]이태연은 스리슬쩍 넘어갔다. 아멜리아는 궁금해하는 듯했지만 더 이상 캐묻지는 않았다.
이태연은 전생의 기억을 되찾았다.
여태까지와는 다른 속도와 방법으로 미궁을 내려갈 것이다.
잠시 커뮤니티를 바라본 태산은 곧 포인트의 확인을 시작했다.
5,800포인트. 무척이나 많은 포인트였다. 사용법은 당연히 스킬의 숙련도지만,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가 고민이었다.
“영혼 스킬에는 당연히 못 쓰는군.”
그 외에도 일정 수준 이상의 스킬에는 제대로 사용되지 않았다.
마법이나 흑마법에 사용하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슬슬 그 종류가 많아진 만큼 효율이 떨어졌다.
잠시 고민한 태산은 결정을 내렸다.
“나중으로 미룰까.”
포인트를 굳이 당장 사용할 필요는 없었다. 우선 가지고 있다가 적당한 스킬을 얻으면 거기에 사용해도 된다.
얻어낼 스킬들은 제법 있었다. 상급 마법. 그리고 이제 레메게톤으로 악마와 직접 계약도 맺을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서 얻게 된 스킬에 포인트를 사용하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결정을 내린 태산은 몸을 움직였다.
그는 아직 78층. 만상의 서고에 있었다.
그가 서고 안쪽으로 향했다.
* * *
가장 먼저 그를 발견한 건 서고의 관리자. 호르헤였다. 태산을 감지한 그가 읽고 있던 책을 덮었다.
“제법 오랫동안 자리를 비웠어. 어디를 갔다 온 거지?”
그리 말하며 호르헤는 태산을 바라봤다.
그리고 그는 입을 다물었다.
물끄러미 태산을 쳐다보던 그가 얼굴을 찌푸렸다.
“……도달했어?”
“그렇게 됐습니다.”
“무슨 짓을.”
호르헤의 얼굴에 균열이 퍼져나갔다.
“대체 어떻게 그렇게 빨리…….”
그가 신음을 흘렸다.
만상의 서고의 관리자로 수많은 지식을 쌓은 그도, 지금 태산이 도달한 경지에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어이가 없군.”
결국 그가 내뱉은 말은 그것이 전부였다. 호르헤의 얼굴에 탐욕과 욕망이 얼핏 보였다.
그는 서고의 관리자. 지식의 신의 사도로서 끝없는 지식을 탐구하는 자다.
태산이란 존재는 그의 지식욕을 자극하고 있었다.
하지만 호르헤는 그 이상의 행동은 할 수 없었다. 그에게 허용되지 않은 권한이기 때문이었다.
결국 호르헤는 입맛만 다실 수밖에 없었다.
“이때만큼은 메티스님이 살짝 원망스러워지는군. 어떻게 할 것이냐. 이제 내려갈 것이냐. 아니면 조금 더 이곳에서 머물 것이냐.”
“잠시 더 머물 생각입니다.”
“편한 대로 해라.”
그리 말하면서도 호르헤는 태산에게서 시선을 떼지 않았다.
태산이 이곳에 있는 한 그의 모든 것을 관찰하겠다는 듯한 눈빛이었다. 태산은 신경 쓰지 않고 아인츠하르를 찾아갔다.
“오오오!”
태산을 본 아인츠하르는 가장 먼저 탄성을 흘렸다.
“그대는 도달했군. 가능성은 보이고 있었지만 대체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조금 편법을 사용했습니다.”
자신의 힘이 아닌 신앙으로 도달한 자리. 편법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아인츠하르는 그런 태산의 말뜻을 알아듣고 껄껄 웃었다.
“도달하는 것에 편법 따위가 있을까 보냐. 그저 걷는 길의 차이라네. 그대는 정당하게 힘을 얻어낸 거야.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감사의 말을 건넨 태산은 검을 꺼냈다.
“그런 의미에서, 대련을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나야 좋지!”
아인츠하르는 껄껄 웃으며 검을 꺼냈다.
다시금 결투가 시작되었다.
여태까지 태산은 아인츠하르와 제법 많은 결투를 했고, 그 모든 결투에서 아인츠하르는 전력을 다하지 않았다.
제대로 된 검술도 사용하지 않고 뻔한 움직임만을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태산은 아인츠하르에게 일격조차 적중시킬 수 없었다. 둘에게는 그만한 차이가 있었다.
하지만 더는 아니었다.
카가가각!
검과 검이 부딪힌다. 강대한 아인츠하르의 공격 앞에서, 태산은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당신은 데카라비아의 일그러진 식생을 발동했다.]여태 계속해서 사용하던 흑마법.
하지만 그 위력은 차원이 달랐다.
콰과광!
뿌리가 일어나 서고를 뒤흔든다. 호르헤가 장벽을 펼치지 않았다면 서고의 일부분이 박살 날 만한 위력이었다.
세계를 관통하는 뿌리의 모든 것이 소환된다.
그에 맞서 황금빛으로 전신을 두른 아인츠하르가 검을 휘두른다.
콰드득!
뿌리들이 황금의 검격에 잘려나간다.
하지만 아인츠하르를 두른 황금빛 또한 눈에 띄게 줄어들어 있었다.
“이거 재밌군!”
아인츠하르가 눈을 빛냈다.
“굳이 힘 조절할 필요가 없겠어!”
아인츠하르가 발을 박찼다.
그는 순식간에 태산의 앞에 도착했다. 지금의 태산도 제대로 볼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였다.
하지만 대응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태산이 검을 휘둘렀다.
[당신은 강격을 발동했다.]카아앙!
태산의 몸이 주르륵 밀려났다.
하지만 데미지는 입지 않았다. 그의 진심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는 뜻이었다.
‘역시 강해.’
아인츠하르는 괴물이었다.
불멸자에 오른 지금은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백 번 싸우면 구십구 번은 패배할만한 강함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백에 한 번은 승리할 수 있다.
지금의 그는 아인츠하르와 같은 선상에 도달해 있었다.
경계선과 신성, 메인급 스킬들이라는 변수를 가지고 있는 그라면, 승리가 불가능한 건 아니었다.
태산이 발을 굴렀다. 검은 아인츠하르를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쿠구구구궁!
결투는 대략 반나절 동안 지속된 다음에 끝이 났다. 아인츠하르는 무척이나 만족한 얼굴이었다.
“좋군. 무척 오랜만에 몸이 풀렸어.”
한 차례 휴식을 취한 후, 태산은 레비네노프를 찾아갔다. 불멸자에 오른 지금이라면 어떻게 간섭이 가능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가능했다. 아인츠하르가 아쉬운 얼굴로 혀를 찼다.
“우선 84층에 도달해야 하는 것은 맞는 것 같군. 부탁하네. 태산.”
“알겠습니다.”
아인츠하르와의 확인도 끝났다.
바라는 지식도 충분히 쌓은 상태였다. 더 이상 만상의 서고에 있을 이유는 없었다.
그는 79층을 향한 통로로 나아갔다. 그곳에서는 호르헤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내려갈 생각인가 보군.”
태산이 고개를 끄덕였다. 호르헤는 권능을 발현했다.
“상태창.”
[레벨 : 161] [보호막 : 19,100/19,100] [체력 : 200,277/200,277] [마나 : 20,341/20,341] [마기 : 2,218/2,218] [힘 : 37,845] [민첩 : 37,985] [지능 : 33,941] [공격력 + 10,125] [방어력 + 6,752] [대상은 최상의 상태다.] [뭔 놈의 스탯이.]유령이 헛웃음을 흘렸다. 정상적으로 미궁을 클리어한 자도 지금 태산의 스탯보다 높을지 확신할 수 없을 수준이었다.
태산은 얻어낸 보상을 확인했다.
[지식의 서.] [만상의 서고의 지식이 극히 일부 들어있다.]“간이 만상의 서고인가.”
책을 펼쳐 페이지를 넘겨보니 넘겨도 넘겨도 끝이 없었다. 정찰과 집중 탐지로도 끝을 확인할 수 없었다.
만상의 서고는 말 그대로 무한의 서고. 호르헤조차 모든 책을 읽지 못했다. 일부라고 해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것은 당연했다.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 틈틈이 읽을 생각이었다.
[???를 사용했다.] [만물의 검을 얻었다.] [만물의 검.] [힘 + 300] [민첩 + 300] [지능 + 300] [마나 + 200] [마기 + 75] [공격력 + 750] [흑마법 + 10] [마법 + 10] [삼라만상의 많은 것을 담아내 만들어낸 검. 검에 담긴 힘은 사용자가 전부 다룰 수 없을 정도로 많다.]말 그대로 전체적인 수치를 올려주는 무기였다. 다행히 태산은 마법도, 흑마법도 다루고 있었다. 태산에게 딱 맞는 장비였기에 문제는 없었다.
정리를 끝낸 태산이 계단을 내려갔다.
[79층 퀘스트 시작.] [투쟁의 영역에서 당신의 힘을 증명하라.] [보상 : 투쟁에 성공한 자의 반지.] [비밀 보상 : ???]79층.
80층이 이제 눈앞이었다. 태산이 미궁을 내려가려는 순간, 미궁의 바닥이 흔들렸다.
벌써 몇 번이나 있었던 일이기에 태산은 담담히 기다렸다.
오래지 않아 발바밤바가 모습을 보였다.
발바밤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나타난 채로 조용히 그곳에 있었다. 태산도 말을 걸지 않았다.
[너.]잠시 후 발바밤바는 입을 열었다.
[너는 정말로 내 머리를 아프게 하는군.]그 목소리에는 무척 짙은 피로가 담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