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73
Chapter 173 – 악마의 서
“오늘 일은?”
“축제의 일정과 미팅 일정이 겹쳐져서 훈련밖에 없습니다.”
“좋네.”
홍유화는 마도서를 들고 마법 훈련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느껴지는 마나는 풍부했다. 귀환자, 진서현이 이곳 훈련장을 만들 때, 그가 남겨둔 유물 탓이었다. 마나 입자 가속 장치라는 유물로 인해 이곳의 마나는 적탑의 수련장이나 마나가 몰리는 명산과 동일했다.
명상을 마쳐서 코어의 마나를 늘린다. 어렸을 때부터, 한 번도 거르지 않고 시작한 행동.
그리고 마도서를 탐닉한다. 옛 비서에 적힌 마법들과 적탑에 마도서, 할아버지가 직접 물려준 마도서를 대조하며 자신에게 맞는 마법으로 변형시킨다.
숨 막히기 그지없는 생활패턴. 축제가 아니었다면, 정계의 인물이나 길드 관계자의 미팅, 혹은 다른 마탑의 인물들과 미팅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홍유화의 일상은 분 단위로 스케쥴이 짜여 있다.
홍유화는 이것을 숨 막혀 하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해오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목표도 있다.
‘이기고 싶어.’
천장에 떠 있는 이서하의 사진을 바라본다.
이기고 싶다. 그가 곤란하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과 함께였다. 너무나 강한 적을 마주치게 되었을 때, 이서하가 제발 홍유화 님 도와주세요-! 라고 한다면 바로 달려갈 용의도 있다.
그러나 꿈이다.
이서하는 너무 강하다. 괴이하다. 선정의 종이 울렸다. 홍유화는 직감적으로 그 종을 울린 이가 이서하라고 생각했다.
‘구원자였나.’
이명, 구원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칭호였다. 그 이명 때문에 이미 세계의 인물들이 혼란을 겪고 있다. 이름을 알리지 않았기에 누가 그 이명을 받았는지는 모르지만.
홍유화의 입가에 자그마한 미소가 감돌았다.
마도서에서 얻은 이득은 없었지만, 이서하를 생각하니 조금은 힘이 났다. 거기다가 하루아침에 될 게 아니다. 차근차근 올라가야 했다. 하물며 악마의 탑에서 악마에게 얻은 서이지 않은가.
조급함은 독이다.
‘그래야 하는데.’
마음속 깊은 곳에서 조바심이 차오르고 있었다.
홍유화가 마음을 다스리며 바깥으로 나간 순간.
그곳에 있던 마도서가 불길한 힘을 발산하고 있었다.
*
나는 현재 집중하고 있었다.
힘러와 싸울 때와 같이 고도의 집중을 하고 있었다.
스르륵.
주삿바늘 위로 역천이 깃든다. 날카롭게 송곳처럼 찌르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주위에는 바늘이 부러진 주사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으으, 끔찍해요.
-주인은 진짜 극한의 효율충이구나.
‘다 조용히 해.’
소란을 떠는 영천과 흑천을 조용히 시켰다.
새롭게 얻은 재능, 「흑천용혈(S+)」.
이것으로 내 몸의 일부가 용화(龍化)할 수 있었다. 신체 곳곳에 비늘 같은 것을 두를 수 있었고, 그 비늘의 강도는 어지간한 검기를 맨몸으로 막아낼 수 있을 정도였다.
용종들은 신성하지만 오만한 존재들이며 그 개체 수가 매우 적어서 보기가 힘들다. 그들이 머무는 곳은 대부분 랜덤이며 잠이 들어있을 확률도 높다.
‘거기다가 더럽게 강하기까지 하지.’
나라고 무조건 이길 수 있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주는 보상은 확실하다. 한 줌의 용혈(龍血)만 해도 시장에 풀린다면 최소 수십억의 가치를 지니며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 정도로 진귀한 재료.
그것을 내 피를 채취하는 식으로 얻을 수 있을까 해서 지금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비늘도 탐났지만, 비늘은 채취한 부분이 재생이 잘 되지 않는다.
카가가각!
역천이 담긴 주삿바늘 아래에 비늘이 돋았다. 이건 내 의지가 아닌, 육체가 반사적으로 반응하는 것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내게 기습이 의미가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S+등급이라기엔 심하게 좋은데.’
이런 특성들은 대부분 등급 위로 올라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측정 불가에 속하는 Ex 등급에 말이다.
‘Ex 등급은 하나같이 좋지.’
멸해와 멸천의 등급이 Ex 등급이라고 봐도 좋다.
지금 초월자 중에서 Ex 등급을 가진 이가 검성 하나뿐이라고 생각한다면, 대충이나마 위력을 짐작할 수 있다.
빠드득.
주삿바늘의 끝이 뭉개졌다. 나는 혀를 찼다. 역천으로 무식하게 비늘을 박살을 낼 수 있지만, 그렇게 되면 재생이 어렵다. 그래서 주삿바늘을 이용해서 피만 딱 뺄 생각이었는데.
‘이건 포기해야 하나.’
어쩔 수 없이 내 비늘을 뚫을 적이 나타나면, 비늘이 뚫린 부위를 위주로 피를 채취할 수밖에.
-정말 육체를 잃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은 처음이네요.
-그렇다. 만약, 영천 네가 구미호의 육체를 가지고 있었다면 가죽부터 시작해서 털 한 올까지 알뜰하게 사용할 남자다, 주인은.
영천과 흑천이 벌벌 떨며 말했다.
내가 아무리 효율충이라고는 하지만, 그 정도는 아닐 거다.
‘……아니겠지?’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지만, 아무튼.
‘슬슬 악마의 탑에 돌아가 볼까.’
무력을 점검한다.
나는 강해졌다. 힘러를 잡았을 때 보다 못해도 2배는 더 강해졌다고 판단한다. 심지어 포인트는 아직 쓰지도 않았다.
‘슬슬 사용해야 하겠지.’
「흑천용혈(S+)」과 「수르트의 괴력(S)」, 「극염마검(A)」의 점검은 끝났다.
「수르트의 괴력(S)」은 문자 그대로 거신족이었던 이의 괴력을 빌려올 수 있는 힘. 가장 단순했지만, 나랑 궁합이 잘 맞았다. 나는 속검을 다루는 쪽에 가까우니까.
「극염마검(A)」역시 꽤 쏠쏠했다.
A등급이지만, 나랑 궁합이 잘 맞았다.
나는 다차원 상점을 열어서 포인트를 확인했다.
[17,001,547P]터무니없는 수치의 포인트였다.
이명, 구원자를 얻으면서 천만의 포인트를 얻었고, 자잘한 200만 포인트를 얻고, 힘러를 잡으면서 500만 포인트를 얻었다.
포인트가 많지만 잡아야 할 방향을 정했다.
[재능, 대종사의 자질(S)-3,000,000P] [기예, 무예의 원(S)-4,500,000P] [기예, 환염신보(S)-3,000,000P]한 번의 천만에 달하는 포인트를 사용했다. 그런데도 아직 남아있는 포인트는 650만 포인트.
재능, 대종사의 자질(S)는 문자 그대로 대종사의 자질이다. 무공을 만들어서 새롭게 탄생시켜 문파를 만든 이를 종사(宗師)라 한다. 이것은 지금 부족해진 내 무예에 힘을 보태줄 것이다.
기예, 무예의 원(S)은 감각쪽에 가까운 무예다. 내 반경을 기준으로 내 역량이 허락하는 내에 원을 만들고, 이것을 일종의 영역으로 만드는 감각(感覺). 이것이 「검마(S+)」를 강화해주며 내 무공 증진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기예, 환염신보(S)는 보법이다.
양(陽)의 신공을 익힌 이들에게 좋으며 속도와 환(幻)에 중점을 둔 보법이다.
황금의 빛이 내 몸을 잠식하며 무언가가 깃듦을 느꼈다.
나라는 인물의 중심으로 하나의 원이 생기며 그곳에 있는 모든 것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동시에 온갖 영감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흑염신무(S)」의 아쉬운 부분들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기예, 「흑염신무(S)」의 숙련도가 증가합니다.]‘「대종사의 자질(S)」은 당첨이었군.’
얻자마자 체감이 되었다. 나는 천천히 내가 가진 것들을 되돌아봤다.
이것들을 천천히 녹여서 「흑염신무(S)」에 깃들게 한다면 훗날 나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줄 거다.
‘우선 서예빈에게 가볼까.’
교장실로 가면서 생각한다.
잘 커가고 있지만, 문제는 하나 있다.
그것은 바로 기예, 「음양신공(S)」.
음양의 합일을 이뤄 능력치를 영구적으로 증가시켜주는 이 힘을 사용하려면 극빙의 힘을 가진 여성이 있어야 한다. 문제는 그게 딸 같은 아이인 설화련이라는 것이다.
‘해야 하나?’
설화련에게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 또래에다가 예쁘며 재능마저 넘친다. 가끔 날 보는 눈에는 존경이 서려 있다. 다만 그녀와 내 표면적인 관계가 문제였다.
일족의 최후의 생존자에게서 나라는 생존자(아님)를 만났고, 사실 내가 가문의 장로급인 어르신(아님)인 나와 설화련이 관계를 맺는다? 뭇매를 맞기 좋았다.
물론 나야 자신이 있어서 한 번 자빠트리면 어떻게든 될 것 같은…….
‘이런 생각은 안 하기로 했는데.’
머리를 저었다.
설화련은 순수한 아이다. 타락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걸으니 어느새 교장실 앞에 와 있었다.
끼익.
문이 저절로 열렸다. 안쪽에서 황제가 나를 바라봤다. 황금빛의 제목. 어깨에는 검은색의 망토를 둘렀다. 기다란 황금 같은 그녀의 이명처럼 반짝거리고 있었다.
“어서 오려무나.”
나긋한 목소리로 황제가 말했다. 나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용무가 있나 보구나.”
“네, 학교에 관한 일 때문입니다.”
“자퇴……까지 생각하고 있나 보군. 하긴, 너에게 이 학교는 어울리지 않아. 배울 것이 거의 없으니까.”
설명하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모든 상황을 알고 있었다.
“공방은 남겨 두겠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축하하마. 다른 이들은 이명이 거창하다던가, 과하다고 말하지만 괘념치 말거라. 구원자라는 이명은 굉장히 멋있으니.”
“…….”
축하받는데 축하받지 못하고 있다.
마치 어렸을 적 일기장을 보고 잘 썼구나-라고 칭찬받는 기분이었다. 나는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니.”
그녀의 시선이 내 얼굴로 향했다.
“머리가 많이 길었구나. 보기 좋다.”
내 머리를 바라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
길드로 가는 길.
나는 홍유화를 만났다.
“안녕.”
“오랜만이네.”
여전히 홍유화는 도도하게 말했다. 그렇지만 입꼬리가 아주 살짝 올라가 있었다. 기분이 좋은가 보다.
“학교 수업은 이제 땡땡이야?”
“맞아. 슬슬 배울 게 더 없다고 생각되고 있거든.”
“그래?”
아주 잠깐. 홍유화가 입술을 깨물었다.
그녀는 승부욕이 강하니까.
‘뭐지.’
나는 홍유화를 바라봤다. 감각의 끝에서 어떤 힘의 잔재가 느껴졌다.
악마의 탑에서 표공에게 느꼈던 힘이다.
“유화야. 너 혹시 악마의 탑에서 뭐 얻었어?”
“응? 최근에 마도서를 얻었는데?”
“그거 볼 수 있을까?”
“뭐야. 너도 관심 있는 게 있었구나.”
홍유화가 드물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히 보여주도록 할게.”
홍유화는 실룩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
나는 홍유화의 방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목격했다. 방 전체에 내가 찍힌 사진들이 사방팔방에 붙어있는 모습을.
“…….”
“…….”
홍유화는 자기 방에 내 사진을 잔뜩 찍어 놓았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무안해서 시선을 침대에 돌렸다. 그나마 아무것도 없었기에.
‘뭐지.’
침대도 멀쩡하지 않았다. 한쪽으로 치워진 이불 아래, 침대 중앙에 젖어있는 시트가 보였다.
물이라도 엎질렀나 싶었다.
“…….”
홍유화를 바라보니, 그녀의 얼굴이 더 없이 빨개져 있었다.
‘과연…….’
나는 홍유화가 무슨 일을 벌였는지 짐작했다. 나는 홍유화의 어깨에 조용히 손을 올리며 조언했다.
“유화야, 걱정하지 마. 한참 혈기 왕성한 20살이 그럴 수도 있…….”
“당장 나가!!”
그렇게 나는 홍유화의 방에서 쫒겨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