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74
Chapter 174 – 악마의 서(2)
악마의 서는 악마가 작성한 마도서이다.
최소 수천 년에서 수십만 년까지.
악마는 그 수명이 천차만별이며 그들이 쓴 마도서 역시 효능이 제각기 다르다.
그러나 단 한 가지의 효능만은 공유한다.
악마라는, 인외가 쓴 마도서는 사용자를 타락시킨다는 것이다.
어떤 정제과정을 겪지 않는다면, 그것은 굉장히 위험한 물건이다.
사용자를 강제로 타락시키고, 그곳에 종속시킨다. 종속된 이는 악마의 하수인이 되어 그들을 위해서 일하게 된다.
외계의 존재들에게 자신의 영혼을 바쳐서, 힘을 얻은 마인과도 같이 변한다.
얻을 수 있는 힘은 그들보다 명확하다. 외계의 존재들은 악마들보다 격이 높지만, 너무 높기에 제대로 된 힘을 인간에게 부여할 수 없다. 악마들은 그들보다 쉽게 힘을 넘길 수 있다.
그러나 격의 차이 때문인지 일정 이상의 격에 도달하는 순간 그들이 주는 힘은 한없이 미약해진다.
‘그래서 악마의 서는 애매한 놈들이 잡아가면 곤란하지.’
애매한 놈들이 무지막지한 사건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나는 다시 홍유화의 방에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잠깐 사이에 사진들은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이었고, 침대는 다시 깔끔하게 변해 있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네 사진이 방에 붙어 있던 이유는 쓸개를 삼키는 심정으로 사진을 붙여놓고 있는 거야……!”
안다.
그녀의 성정이다.
자신이 이기고 싶은 이가 있다면 승부욕을 불태우는 성정.
하지만 쓸개를 삼키는 심정으로 굳이 내 사진을 붙여놓을 필요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들지만, 굳이 말해서 건드리지 않았다.
나는 악마의 서를 바라봤다.
악마의 서에는 괴이한 글이 있었다. 이 세계의 언어 같지 않았으며, 글자 하나하나가 미약하지만, 마기를 담고 있었다.
그러나 나에게는 재능, 열람(-)이 존재한다.
[「악마의 서-잔혹의 서(S)」를 해석합니다.]우웅!
머릿속에 지식들이 부상한다. 생전 처음 보는 지식들이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내가 알고 있다는 듯이 머릿속에 자리 잡기 시작한다. 읽는다는 행위로 머릿속에 지식을 넣는 종류의 것으로 보인다.
“악마의 서네. 그것도 격이 꽤 높은 악마가 쓴 거야.”
“……그래?”
말하면서 나는 미간을 찌푸렸다.
이 마도서, 생각보다 더 악질인 성능을 가졌다. 사용자에게 힘을 주지만, 그 힘에는 부작용이 크다.
충실한 하인보다는, 일회용으로 쓸 장난감을 구하려는 듯한 계약서.
‘내가 먼저 발견해서 다행이네.’
마도서로부터 스멀스멀 어두운 기운이 흩뿌려지기 시작한다.
「잔혹의 서(S)」라 불리는 이 물건이 강제로 나를 옭아매기 시작한다. 악마 특유의 계약식이었다. 이 계약이 성사되는 순간 악마와 대면할 수 있게 되며, 악마의 충실한 하인으로 변한다.
내가 아니었다면 말이다.
‘계약은 언제든지 부정이 가능한데.’
다만, 호기심이 들었다.
악마는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게임에서는 대부분이 죽은 채로 등장했다. 후반의 악마 중 몇놈은 다른 차원으로 도망치기도 했다.
이 세계에서는 다르다. 죽은 악마들이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다시금 부활했다.
‘그리고 놈이 했던 말도 신경이 쓰이고.’
사도라든가, 마인이든가, 악마라든가.
격이 높은 존재를 마주하면 마주할수록 놈들은 나에게 친근감을 표시했다. 불쾌할 정도로 말이다.
“위험한 거 아니야?”
“괜찮아. 다른 사람이라면 위험하긴 하겠네. 강제 계약이야.”
“자, 잠깐만!”
“그리 놀랄 필요 없어. 나는 언제든 이딴 계약은 파기가 가능하니까.”
홍유화가 놀라자 진정시켰다.
“무슨 소리야?”
“마도서를 해석하는 것으로, 강제로 계약하는 조건이야. 그런데 이렇게 되면 계약 자체의 힘이 떨어지는 거지. 그래서 이런 종류의 것은 사용자가 일정 이상 강하다면 강제로 계약하기 힘들어. 그래서 자그마한 힘으로도 해제할 수 있어. 유화, 너는 있는 힘껏 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
홍유화가 나를 째려봤다.
그런데도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내가 진실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주제도 모르고 까부는 이들이랑은 달랐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
“상대가 초대장을 줬는데, 거절하기는 좀 그렇지?”
“초대장이 아니라, 불법 사채업자가 손을 내미는 꼴 같은데.”
“악독하기로는 그것보다 더하지. 사탄이 실직하는 세상이라고는 하지만, 태초의 악에서 태어났다고 일컬어지는 게 바로 악마라는 족속들이니까. 그래서 같이 갈래?”
“내가 도움이 돼?”
나는 멈칫했다.
홍유화는 이런 성격이 아닌데. 힘의 차이 때문일까. 마법사라서 이 강제 계약으로 상대가 어떤 힘을 가졌는지 내심 짐작한 모양이다.
그러나 홍유화는 굳이 기죽을 필요가 없다.
그녀가 가진 찬탈자는, 상대에게서 재능이나 기예를 뺏어와 자신의 것으로 삼아버리는 힘이다. 그녀는 내가 말하는 대로 상대의 힘을 강탈하기만 해도 최소 1인분은 하는 셈이다.
나 같이 재능이나 기예를 별도로 얻을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면 말이다.
“유화는 존재 자체로 도움이 되지. 너는 가만히 있다가 찬탈자로 재능이나 기예 하나만 뻇어도 1인분은 해.”
“내가 1인분?”
홍유화는 그 말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듯 말했다.
“아니, 찬탈자로 뺏으면 1인분. 화력 면에서는 적탑이 최고니까, 최소 2인분은 하는 셈이지.”
“내가 고작 2인분?”
내 말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홍유화가 슬그머니 웃음을 지었다.
“최소 2인분이지. 그럼 갈까?”
“그러자.”
나는 마도서에 손을 뻗었다.
직후, 어둠이 우리를 잡아 삼켰다.
*
어둠이 우리를 집어삼키자마자 보이는 것은 거대한 저택이었다.
유럽이나 미국에서나 볼법한 대저택. 그 층수는 5층이며 마치 학교처럼 ㄷ자 형태의 저택이었다. 건물 외관의 화려함은 학교 따위와 감히 비교할 수 없을 정도.
“여긴…….”
내 기억 속에도 있는 장소다. 홍유화가 어렸을 적 살았던 곳.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홍유화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기척도 없다.
‘구경하는 건가.’
악마의 짓이겠지.
이 장소는 홍유화의 성향을 바꾼 어떤 장소이다. 그 트라우마를 내게 겪게 하는 건 이해가 가지 않지만.
홍유화의 안전은 지금은 안전할 거다.
악마는 인간의 부정적인 감정을 집어삼키는 존재다. 그 밀도가 높으면 높을수록, 그들은 좋아한다. 하물며 홍유화의 잠재력은 어마어마해서 그녀로부터 취할 수 있는 감정은 다른 이들과 비교를 불허한다.
‘영천, 흑천.’
-네.
-주인, 이 몸이 여기에 있다.
‘주위에 악마가 있는지 알 수 있을까?’
-이 세계 자체에 악마의 심상이 들어가 있어서, 끼어들기는 힘들어요.
‘내 힘을 주면?’
-악마를 여기에 데려올까요?
영천이 꼬리를 살랑이며 물었다.
검날을 만지면 헤으응-거리며 느끼는 흑천과는 다르게 유능하기 그지없었다.
-주인!?
나는 역천을 영천에게 불어 넣었다.
영천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얀색 빛이 검은색으로 물든다. 그녀의 꼬리가 세 개에서 여섯 개로 늘어났다.
‘이 정도면 사도화를 해도 되겠는데?’
느껴지는 힘이 상상 이상이다.
-후후, 이 정도면 아무것도 두렵지 않아요.
-영천, 자만하지 마라.
-뭐라는 거예요, 검신을 만지면 느끼는 변태가.
-뭐랏?!
영천이 흑천에게 말하고는 꼬리를 살랑거리며 어디론가 사라졌다.
저 정도로 강해진 영천이라면 악마에게 단번에 당할 걱정은 없으리라.
-주인, 영천을 너무 믿지 마라.
‘영천이 없어지자마자 이간질이야?’
-…….
흑천이 나를 어처구니없다는 듯 바라봤다.
-그게 아니다. 천마가 남긴 것들이 문제지. 그러니 나를 포함해서 아무것도 믿지 마라. 무공도 이제부터 가르치지 않겠다. 어차피 이제 주인은 아무도 가지 못하는 길을 걷기에 의미가 없긴 하지만…….
‘그런가.’
나는 흑천을 바라봤다.
어쩌면 흑천은 자기 자신을 믿지 말라고 하는 게 아닐까.
천마의 일부에서 파생된 존재.
그녀는 천마가 만든 어떤 계획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믿을 놈 하나 없군.’
나는 저택으로 차분하게 걸어갔다. 저택은 평화로웠다.
5살 즈음으로 보이는 홍유화가 공원에서 마법 연습을 하고 있었다.
“……이서하?”
“홍유화?”
악마에게 잡힌 게 아니라 여기에 있었구나.
나는 뻘쭘한 기분을 느끼며 홍유화에게 다가갔다.
“어쩌지? 악마의 능력 떄문에 내 나이가 5살로 어려졌어. 이걸로는 도움이 안 될 텐데.”
“그래?”
내가 차분하게 말하자 홍유화가 차분해지기 시작했다.
“미안, 내심 불안했나 봐. 여긴 내 안 좋은 기억들이 묻혀 있거든.”
“그렇겠지. 악마는 인간의 트라우마를 먹어 치우니까.”
홍유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이곳은 홍유화의 인생에서 가장 큰 충격을 주었을지도 모를 사건이 일어난 장소다. 그리고 그 장소라 하면, 그녀의 부모님을 죽인 어떤 존재가 다시 온다는 소리겠지.
그건 아마도 상격의 존재인 마인 일거다.
“트라우마는 말할 필요 없어. 이곳에 나타날 적의 특성은 어때?”
“……고마워. 우선 가장 먼저 말해야 할 건, 이곳에 올 마인은 마법이 대부분 통하지 않아.”
“그래?”
“그리고 놈은 이상한 힘을 사용했었어.”
“상대의 마법을 흡수하고 그 마법을 사용했어?”
“어떻게 알아?”
알 수밖에 없지.
그놈을 잡는 것으로 홍유화가 홍련이라는 이름을 달게 되니까.
혹은 비참하게 버려져, 마인인 흑련의 이름을 달게 되거나.
싸아아아──.
주변의 공기가 갑작스럽게 바뀌기 시작했다. 마당에 있는 풀들이 시들기 시작한다. 나무가 비쩍 말랐다. 마치 세계의 종말을 보는 듯했다.
‘홍유화의 심상이 영향을 준 케이스인가.’
피부 위로 느껴지는 마기가 따끔했다.
마인이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