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75
Chapter 175 – 악마의 서(3)
-크르르륵.
마인.
이라고 평했지만, 놈의 형태는 마수였다.
마수(魔獸).
몸은 인간의 형태를 지녔지만, 머리는 늑대의 머리를 닮았다. 마기를 풀풀 풍기며 놈은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펜릴…….”
-크르르르륵.
홍유화는 두려움에 떨면서 그것을 바라보았다.
신을 잡아먹는 늑대, 펜릴. 당연히 그 정도의 힘을 갖고있지는 않다. 저건 그저 그것을 모방한 존재일 뿐이니까.
나는 놈을 바라봤다.
가진 격은 상격에서 최상격의 사이.
원래라면 상격 끝자락에 있을 격을 가지고 있을 거다. 그러나 이곳은 악마가 홍유화의 기억을 바탕으로 창조한 공간. 놈은 홍유화의 공포를 먹고 점점 자라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놈을 죽이는 것은 간단한 일이다.
그러나 이 이벤트는 홍유화가 오롯한 존재가 될 수 있게 만드는 이벤트. 나는 홍유화를 바라봤다.
“네가 처리할래?”
“……마법 면역이라는 소리 못 들었어?”
“뚫어봐. 저놈이 무슨 짓을 하든 간에 막아줄 테니까.”
“허.”
홍유화가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이내 표정을 바꾸었다.
“미안, 사과할게. 꼴사나운 모습을 보였네.”
5살짜리 어린아이의 몸이 자랐다.
악마가 이 공간을 지배한다고 해도, 그 바탕은 홍유화의 심상이었다. 저택이 허물어지고, 그녀의 위에 홍색의 왕관이 나타났다.
찬탈자.
찬란한 칭호와 함께, 홍유화가 손으로 마인을 가리켰다.
“마법 저항에다가, 생체 오러를 기반으로 이능 저항력을 올리고, 주술로 한 번 더 올렸어? 이러니 마법이 안 먹히지.”
어처구니없어하며 홍유화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화르륵.
커다란 홍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찬탈자의 왕관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나는 흑염을 꺼냈다.
“답지 않게 무식하게 가려고 하네?”
“빔으로 쏘기에는 놈의 재생력이 너무 강해. 재생능력을 뺏을 수 있지만, 그건 귀찮고.”
그렇게 말하면서 고아한 손짓으로 마법진을 만들었다.
동시의 놈을 둘러싼 방벽 같은 것이 홍유화에게 옮겨졌다.
‘다시 봐도 사기긴 해.’
격 하나를 뛰어넘어 상대의 재능이나 기예 중, 아무거나 하나를 훔친다.
싸움에서도 어마어마한 이점을 지닐 수 있으면서, 자신보다 윗 계급을 지닌 마법사의 기예를 빌려와 성장용으로도 쓸 수 있다.
-주인이 할 말은 아니다.
‘그래.’
흑천의 말에 적당히 대꾸하며 가을의 검을 꺼냈다. 주홍빛의 칼날이 번뜩인다.
“오랜만에 합동 마법은 어때?”
“못 보던 검인데. 신품으로 뭘 하게?”
신품인 건 어떻게 알았대.
호기심이 솟았지만, 나는 현명한 남자이기에 행동으로 보여줬다.
“이런 거.”
가을의 검을 홍유화가 만든 불꽃에 꽂았다.
화르르르르르륵!
그 크기가 압도적으로 커져 나간다. 연금으로 인챈트한 술식이 발동한 탓이었다. 그리고 이곳에 가을의 검이 가진 마력을 불어 넣는다.
지잉───!
태양(太陽). 어두운 밤을 물리치는 찬란한 빛이 하늘에 떴다.
-크허헝!
가짜 펜릴이 반응했다. 놈이 홍유화를 위험하다고 인식했다. 늦어도 한참 늦는데.
나는 가볍게 역천의 기를 발로 보냈다.
콰아앙!
그대로 킥. 한 번의 킥으로 가슴이 크게 함몰되며 놈이 땅에 처박혔다.
“……너 상격 아니었어?”
“내가 좀 잘났잖아. 어지간한 최상격도 이제 잡을 수 있겠더라.”
“어이가 없네.”
“받아들여. 난 예쁘잖아.”
“…….”
-주인이 예쁘기는 하지.
농담했더니 긴장이 풀어졌는지, 홍유화의 입가에 웃음이 감돌았다.
그런데 흑천이 괘씸했다.
‘집으로 돌아가면 1시간 동안 검신만 쓰다듬어야겠군.’
주종관계를 한번 되새겨 줄 필요가 있었다.
홍유화는 마법에 집중했다. 태양과도 같이 찬란하게 불타오르는 불꽃은 늑대에게 향했고, 늑대를 집어삼켰다.
“끝났네.”
늑대는 그것으로 시체를 찾을 수 없을 만큼 불타버렸다. 애초에 마인인 놈이라서 시체도 찾을 수 없었지만.
나는 특수 스탯 영(影)으로 놈의 영혼을 집어삼켰다.
그림자 기사도 이제 조금 쓸만한 수준으로 올랐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홍유화의 트라우마를 집어삼켰지만, 악마는 아직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다음은 난가?’
나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신비의 힘을 가지고 있다면 읽을 수 있겠지만, 이 세계로 뚝 떨어진 나인데 그걸 볼 수 있나?
그런 생각이 무섭게 주변의 풍경이 바뀌기 시작했다.
“…….”
“…….”
그리고 건물 사이에서 내가 보였다. 더 정확하게는 전생의 내가. 그리고 그 옆에는 전 여친이 같이 있었다.
“저거…….”
“여친이었어.”
홍유화가 무어라 말을 하자 나는 가볍게 일축했다.
나는 잠깐 여친과 전생의 내가 있는 모습을 바라봤다. 여자는 뭐가 그리 좋은지 헤실헤실 웃고 있었고, 남자는 삭막하게 대하고 있었다. 꽤 잘생겨서 그림이 나오기는 했지만.
‘후회인가.’
나는 가볍게 손을 들었다. 흑염이 응축된다.
“잠깐……!”
쿠르르르르릉!
주변의 모든 것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흑염이 내 의지에 따라서 주변의 공간을 뒤틀고, 불사르기 시작한다.
같잖다.
고작 이딴 걸로 내가 흔들릴 거라 생각했나?
‘잡을 수 있으면 부려 먹으려고 했는데.’
입이 절로 비틀렸다.
불쾌했다. 그것도 굉장히.
-서, 서하 님! 자, 잡아 왔어요!
그때 영천의 덜덜 떨리는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곳을 바라봤다.
영천의 꼬리 끝에는 한 놈이 창백한 안색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어, 어찌 인간이 이런 말도 안 되는 힘을……이건 천의 마도사보다 더하잖아!!
거의 비명을 지르는 듯한 목소리였다.
천의 마도사보다 더하다니. 우스웠다. 초월자와 내가 동격이라고?
“너, 이거 어떻게 재현한 거야?”
-이, 이 세계는 사용자의 심상을 이, 읽어서 가, 가장 후회하는 장면을 보, 보여줍니다!
놈이 비명을 지르듯 외쳤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놈을 바라봤다. 성신안으로 보는 마기가 거세게 흔들렸다. 보통 성신안으로 마력이나 마기가 흔들리면 거짓을 고하는 건데 놈은 두려움에 떨어서 거세게 흔들리고 있었다. 흑염휘성신이 세차게 돌아서 주변을 불사르고 있는 것도 한몫했다.
“시스템에 간섭하는 신비인가?”
-네, 네! 여, 여기 인간들은 그, 그렇게 부르고 있습니다. 아, 악마는 태어나면서부터, 태, 태초의 의지에 기대서 사, 사용하는 힘은 하나씩 타, 타고 납니다.
나는 다차원상점을 열었다. 그리고 재능 하나를 샀다.
[거짓 간파(B)-300,000]B등급 주제에 더럽게 비싸서 사는 걸 미뤘는데, 안 되겠다. 나는 놈에게 말했다.
“방금 거 진실이지?”
-네, 네! 지, 진실입니다.
놈이 말하자 자연스레 진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악마의 서는 어떻게 홍유화에게 흘러간 거지?”
-우, 우연입니다. 저, 저는 그저 추, 충실한 하인을 얻으려고…….
진실이었다.
“그러고 보니 묻지 않았군. 너, 몇 위지?”
-7, 71위 단탈리안 입니다!
진실.
나는 놈을 노려봤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좀먹으려 했다.
지금 당장 놈을 갈기갈기 찢어버려라. 마치 그렇게 말하는 듯했다.
‘아냐.’
나는 그것을 속으로 부정했다.
가장 고통스럽게 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내가 가장 잘하는 일이었다.
‘사도화.’
역천의 힘으로 놈을 구속한다. 흑염휘성신이 강제 종속을 바탕으로 한 흑염을 단탈리안에게 밀어 넣었다.
“살고 싶지 않으면 거부해도 좋아.”
-바, 받아들이겠습니다! 저 71위의 악마 단탈리안! 처음 봤을 때부터 당신을 흠모했습니다! 당신의 종으로 받아들여 주십시오!
눈치가 빨랐다.
놈은 사도화를 거부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악마의 서 사건은 이걸로 끝.
허무하기 짝이 없는 결말이었다.
*
단탈리온을 수하로 넣은 이서하는 길드로 출근해버렸다.
홍유화는 그를 보내고 이서하에 대해서 생각했다.
‘여자친구라.’
홍유화는 그 광경을 떠올렸다.
이서하의 그런 모습은 처음이었다.
지금이 더 잘생겼지만, 좀 덜 잘생긴 이서하. 그리고 그 옆에서 웃고 있는 여자.
홍유화는 단번에 여자를 스캔했었다. 꾸민 듯 안 꾸민 듯 명품으로 치장하고 있었다.
어떤 명품인지는 모르겠지만, 상류층에 있는 홍유화는 그녀가 입은 옷들이 상류층에서나 입을 옷이란 건 알았다.
이서하는 상류층의 여성과 교류하고 있었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헤어진 모양이고.
‘고자는 아니라 다행이긴 한데.’
가장 걱정했던 문제가 사라졌다.
그러나 다른 문제가 있었다. 여자친구가 있었다는 것. 그리고 이서하가 지독하리만치 후회하고 있다는 것.
홍유화는 눈을 감고 생각했다.
그런 후회를 갖고 있다면 이서하가 가만히 있을 리가 없다.
‘그러고 보니.’
이서하는 마인에 대한 증오심을 갖고 있다.
빌런도 그 손을 피해 갈 수 없었다. 이서하는 마인과 빌런을 증오했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슨 이유인지 모르지만, 이서하의 여자친구가 마인에게 죽었다면?’
그렇다면 그 지독하리만치 후회하는 감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고자가 아니라, 그냥 순정을 지키는 것이었나.’
홍유화는 헛다리를 짚으며 깊은 밤을 새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