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81
Chapter 181 – 흑염용제
흑천이 신음을 흘리다가 멈칫했다. 영천이 흑천마검을 핥아도 반응이 별로 없었다.
-뭐, 뭐지? 주인이 할 때랑 기분이 다르다. 주인이 할때는 천국을 가는 기분이었는데, 지금은 그냥 멍멍이가 핥는듯한……기분이 나쁘군.
-…….
영천이 어이없다는 눈으로 흑천을 흘겼다.
나는 어처구니없어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흑천은 흥-하고는 내 곁에 착 달라붙었다.
-그러니까 흑천은 서하 님의 손에 개조당했다는 뜻이죠?
-무슨 소릴! 주인은 그러니까, 그러니까……스승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흑천마검을 닦는 것뿐이다. 그 과정에서 주인의 손놀림이 예사롭지 않기는 하지만.
-주인한테만 느끼는 변태.
-이익!
만담을 보고 있자니, 문 앞에 인기척이 느껴졌다.
똑똑.
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가도 될까요?”
“전자 마녀? 들어와.”
문이 열리면서 푸른색 머리의 여인이 들어왔다.
새하얀 블라우스에 검은색의 타이트한 스커트. 비서를 연상케 하는 오피스 룩을 입은 채였다.
“무슨 일이야?”
“협회에서 공문이 떨어졌어요. 일정 수준 이상의 길드는 전부 모여달라고 하는군요.”
“그래? 무슨 이유인데?”
“괴수의 준동이라고 하네요.”
전자 마녀의 말에 떠오르는 스토리는 없었다. 그러고 보니 메인 퀘스트가 요즘 안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벤트인가?’
성한별을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올랐다.
그녀와 만났을 적, 이벤트가 일어났었다.
이벤트는 보통 괴수들의 침공이다.
어마어마한 숫자의 괴수들이 출동하며, 보스격으로 있는 존재가 있다. 그러니 이번 이벤트도 그렇겠지.
“소집되는 길드는?”
“많아요. 대한민국 3대 길드부터 시작해서, 어지간한 규모의 중소길드들까지.”
“그런가…….”
골똘히 생각하면서도, 나는 아까부터 신경 쓰였던 것을 말했다.
“그런데 답지 않게 왜 존댓말이야.”
“그, 그게 길드장이니까? 사, 사실 저번부터 새, 생각하고 있던 건데, 아무래도 사회적인 시선이 있다 보니까.”
“됐어. 우리가 남도 아니고.”
나는 이 말을 하자마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처음 취직했던 중소기업에서 사장이 이런 말을 했었지. 그리고 정말 가족같이 온갖 곳에서 다 부려 먹었었다. 분명 기획팀인데 온갖 잡무는 기본에다가 컴퓨터 파일 관리에…….
‘끔찍하군.’
생각해보니 전자 마녀에게 하는 짓도 비슷했다.
전자 마녀가 없으면 길드가 굴러가지 않을 정도다. 월에 깔끔하게 1억씩 주고 있지만, 상대는 전자마녀. 전자의 세계를 지배하는 그녀에겐 부족한 돈일지도 모른다.
“남도 아니고…….”
전자마녀의 얼굴이 발그레하게 있었다. 기분이 나빠 보이지는 않았다.
“혹시 부족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고.”
“응, 응. 내가 은하 길드를 내 길드처럼 키울게!”
존대에서 다시 반말로 돌아왔다. 나는 화이팅-한번하고 바깥으로 떠났다.
‘진짜 중소기업 사장이 된 것 같은데.’
소름 돋는 기분을 느끼면서 말이다.
*
협회가 길드들을 소집한 당일이 되었다.
협회의 건물로 들어가기 전부터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들고 있었다. 과장을 조금 해서 말하자면 개미 한 마리도 지나가기 힘들 만큼의 인파였다.
“우와, 화랑 길드도 왔네?”
“삼대 길드는 물론이고, 그에 준하는 길드들까지 다 집결했군.”
“파악된 상격만 100여명이 넘어. 다들 보통 상격 쯤 되면 거들먹거릴 텐데 이곳에서는 보이는 게 대부분 상격이라니.”
감탄어린 목소리로 여기저기서 말한다.
상격.
전 세계를 뒤져도 극히 드문 이들이 이곳에 결집했다.
그들의 일면이라도 찍고자 온갖 군상들이 모였다. 공중파 방송국에서는 아예 헬기를 띄웠고, 케이블이나 100만이 넘는 너튜버부터 시작해서 아무것도 없는 너튜버들까지.
그들 모두가 이곳에 당도하는 이들을 찍으려고 계속해서 카메라나 동영상 따위들을 찍고 있었다.
“천의 마도사는 나오지 않는 건가?”
“별세계의 사람이야. 그분들은 어마어마한 혜택을 누리지만, 그만큼의 책임 역시 따르지. 오히려 이런 데에 나오지 않는단 것이 그분들이 자신이 맡은 영역을 지키고 있단 뜻이니까.”
“과연…….”
영웅들이 길드 마크가 새겨진 휘장이나 갑옷 등을 입으면서 길드에 들어서던 중, 한쪽에서 크게 소란이 일었다.
100만 너튜버인 한소라 역시 그것을 감지했다.
‘뭐야? 이렇게 소란이 있는 거 보면 엄청 유명한 사람 같은데.’
한소라는 재빠르게 움직였다. 사람이 많은 공간이지만, 그녀에게는 드론이 있었다. 드론으로 카메라를 확대해서 소란이 이는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뭐야.”
절세의 미남자가 있었다. 용이 새겨진 흑포를 두른 채, 무심한 표정으로 걷는 남자였다. 목덜미를 덮는 덥수룩한 머리카락. 그러나 지저분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그것조차도 하나의 매력으로 다가왔다.
취향마저 뒤바꾸는 압도적인 매력이었다.
‘와, 쟤는 외모 하나로 놀아도 평생 먹여 살리겠단 여자가 줄을 서겠네. 나이는 20 초반으로 보이는데.’
허나 판단하기에는 너무 일렀다. 영웅들은 마력을 타고난 존재들이다. 50대, 60대라도 20대 초중반의 외모, 혹은 10대 초반의 외모까지 유지하는 이들이 있으니까.
“어? 저분 이서하씨 아니에요?”
“뭐야, 너 알아?”
한소라는 고개를 획 돌려 자신을 보조하는 이에게 물어봤다.
“네, 제 사촌이 한국 영웅학교에 다니잖아요. 이번 1학년 생중에 진짜 역대급 애들이 다 모였는데, 그 역대급 애 중에서도 역대급인 애가 한 명 있다고요. 모든 길드가 눈에 불을 켜고 어마어마한 대가를 제시했다고 했는데, 결국 자기가 길드를 만들었네요.”
“아, 저도 기억나요. 외모 때문에 너튜브에서도 알음알음 퍼져 있었고, 팬클럽도 있잖아요. 지금 그 숫자가 30만이 넘는 거로 알고 있는데?”
“쟤, 학생이라며.”
“에이, 외모가 너무 독보적인 것도 있는데, 실력이 역대급이라고 하더라고요. 한국 영웅학교의 모든 기록을 갈아치웠다고 하던데.”
“흐음.”
한소라는 이서하의 사진을 찍으며 생각했다.
‘얘, 무조건 뜬다.’
안 뜰 수가 없다. 저 외모 하나만으로도 온갖 화제를 몰고 올 거다. 거기다가 오늘 온 것을 보니 실력도 있는 것 같은데.
‘인터뷰라도 따놔야겠군.’
거울을 보면서 복장을 점검했다.
이서하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 반, 그 뒤에 따라다니는 여자들에게 외모로 조금이라도 덜 꿀리고자 하는 마음이 절반이었다.
그리고 한소라가 다가가기 직전.
“꺄아아아악! 오빠 너무 멋있어요!”
여고생들로 추정되는 이들에게 튕겨서 다가가지도 못했다.
*
‘속이 메스꺼워.’
나는 울렁거림을 억지로 참으며 안쪽으로 들어갔다.
사람이 너무 많다.
인파, 인파, 인파.
온갖 냄새나 청각들이 나를 위협했다. 감각이 너무 좋은 것도 있지만, 새롭게 얻은 기예, 「무예의 원(S)」이 계속해서 원 형태의 존재들을 느꼈기 때문이다.
“무언가 불편한 것이 있으신지요.”
“아니, 사람이 너무 많아서…….”
“치울까요.”
“아니, 됐어.”
치우기는 뭘 치워.
저들도 나쁜 감정은 없다. 나에게 향하는 호의가 부담스러울 정도긴 한데. 이 정도면 버틸 만 했다.
“은하 길드의 이서하 님이시군요. 안쪽으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협회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자 늘씬한 여성이 우리를 안내했다.
주변을 둘러보니 협회 직원들이 다들 나서서 안내하고 있었다.
“어, 서하야!”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김서현이었다. 김서현이 환하게 웃으며 반갑다는 듯 손을 흔들고 있었다.
“안색이 안 좋아 보이시네요.”
“아, 인간이 너무 많아서…….”
“……무슨 초인이 인파에 멀미하고 그래요?”
어느새 다가온 에르실이 헛웃음을 지었다.
“뭐야, 다들 벌써 온 건가?”
“오, 운혁이도 있었구나.”
“소문이 진짜였네요. 은하 길드에 들어가실 줄 몰랐는데.”
“뭘, 여기서 배울 것도 많아. 생각보다 강자들도 많고.”
박운혁이 일장로와 하성휘, 마공녀를 힐끗 보고는 말했다.
“뭔가 이상하다. 학교에서 보던 얼굴이 여기에 다 있으니까.”
“당연한 말이죠. 학교에서도 최정상에 있는 저희가 사회에서도 최정상에 있는 거니까요.”
“에르실, 조금 재수 없어.”
“그런데 다들 협회가 무슨 이유로 길드를 소집했는지 아시는 분 계시나요?”
“비상사태라고 들었다. 협회가 이 정도로 난리 난 거면 진짜로 심각한 일이지.”
박운혁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협회는 썩었다.
라고 표현했지만, 사실 그렇게까지 부패한 세력은 아니다.
영웅이라는 존재들을 모으는 협회가 온갖 부정부패를 일삼는 걸 영웅들이 보고 있지 않을 것이며, 각 영역에 있는 초월자들이 개입이라도 하는 순간 자기들 목이 그대로 날아가기 때문이다.
‘아마도 무슨 이벤트 같은데.’
솔직하게 말하자면 기대가 된다.
이정도의 전력을 모았다. 어지간하면 쉽게 쉽게 버스를 탈 수 있을 것이다. 그 기회에 은하 길드를 좀 홍보하면서 인재들을 모을 수 있으니까.
“어차피 다들 조만간 알 건데, 일단 알고만 있어요. 용(龍)종이 나타났다는 것 같아요.”
“……용?”
“네, 용이요. 동양에서 나타나는 신령한 존재인지, 혹은 서양에서 일컬어지는 드래곤인지 모르겠지만, 그것 때문에 국가 재난 사태를 선포한다고 그래요.”
“심각한 문제로군. 드래곤이라면 어지간한 도시는 삽시간에 무너질 테니까.”
에르실의 말에 박운혁이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내 옆에 슬쩍 다가온 김서현도 마찬가지였다.
“설마, 드래곤이 나타나겠어?”
“역시 그렇죠? 아무래도 이번엔 협회가 잘못 안 것 같은데.”
둘이 나누는 대화를 보면서 나는 생각했다.
‘무조건 드래곤이 오겠군.’
일종의 플래그였다.
두근.
‘어라?’
심장이 고동쳤다.
내 피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흑신무로 혈액의 속도를 늦추며 나는 원인을 파악했다. 내 안에 잠든 재능이 반응했다.
‘「흑천용혈(S+)」이 왜……?’
[「흑천용혈(S+)」이 주변에 자신의 동족이 있음을 확인합니다.] [특수 스탯 용(龍)이 반응합니다.]……진짜로 왔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