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82
Chapter 182 – 흑염용제(2)
우리는 안내원이 안내해준 회의장으로 향했다.
회의장은 넓었다. 거대한 원 형태의 방 안에, 의자 역시 원 형태로 감싸는 모양새.
모던한 방식의 회의실 안에서는 120명쯤 되는 이들이 제각기 다른 이들이 제각각의 방식으로 앉아있었다. 다리를 꼰 채 있다거나, 책상 위에 발을 올렸다거나, 시큰둥한 표정으로 핸드폰을 바라본다거나.
들어서자마자 시선들이 꽂혔다.
누구지-하는 눈빛부터 시작해서 흥미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는 이들이 있었다.
“어머, 웬일로 뉴 페이스들이 왔네. 앞에 있는 애 누구지? 완전 뽀송뽀송한 아기같이 보이는데?”
“네 나이를 생각하면 누가 아기가 아닐까. 그나저나 기도가 장난이 아닌데? 완전히 갈무리했어.”
“뒤에 있는 놈들이 장난 아닌데? 전부 새로 보는 애들인데…….”
내가 그들을 가늠하자마자 그들도 나를 가늠한다.
“안녕, 신입. 반가워.”
나른한 음성으로 여성이 내게 방긋 웃으며 손을 흔들어 줬다.
상격의 영웅, 뇌령(雷靈) 이아람이었다.
“또 꼬리를 치는 건가?”
“뭐래. 아, 신입. 여기 있는 아저씨는 무시하고 일로 와.”
이아람이 나긋나긋하게 손짓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아저씨라 불린 이가 발끈한 표정을 지었다.
그 옆에 있는 이는 상격의 영웅, 섬광(閃光) 손한길. 이아람을 남몰래 짝사랑한다는 설정이 있었다.
나는 회의장을 한번 바라봤다.
‘대부분이 아는 얼굴들이네.’
이름이나 성향, 능력까지는 몰라도 일러스트로 본 적이 있는 이들이었다.
“이서하 님은 이쪽으로 오시면 됩니다.”
협회에서 나온 안내인이 나를 안내했다.
내게 배정된 자리는 맨 앞줄이었다.
‘맨 앞?’
협회에 많은 이들이 오는 만큼, 순위를 매기기 좋아하는 인간들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 있는 이들 모두가 자신의 실력에 자신이 있는 인물들이다.
전 세계를 뒤져도 1,500등 안에 무조건 들어가는 실력자들이기에 앞에 있는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서 보통 맨 앞에 앉는 이들이 대부분 지휘를 맡기 마련인데.
‘협회가 골탕을 먹이는 건가? 아니면, 제대로 파악한 건가?’
뭐가 되었든 상관없다. 우리 전력이면 맨 앞자리에 앉아도 이상할 게 없으니.
“뭐야, 왜 맨 앞이야?”
“이봐. 저놈들 정보를 빨리 찾아와.”
소란이 잠깐 일었다. 맨 앞에 앉으니 옆에 있는 이가 친근한 어투로 나에게 다가왔다.
“오랜만이군.”
20대 초로 보이는 남자였다. 중절모를 쓰고 지팡이를 들고 있는 모양새. 마치 신사라는 단어를 형상화 시킨 듯한 모습이었다.
누가 나를 이쪽으로 초대했는지 알겠다.
하긴, 협회라도 이 정도의 인물이 나를 데리고 오라고 했으면, 맨 앞에 앉혀놓는 게 맞다.
“……당신이 여기에는 왜?”
“그대의 힘을 관찰하고 싶어서 말이지.”
“그때와는 힘이 많이 달라서 참고가 잘 안되실 텐데……그나저나 부상은 괜찮으십니까?”
“허허, 내가 나이가 좀 있어서 아직 많이 낫지 않았네.”
초월자, 천견이 허허 웃으면서 말했다.
그나저나 초월자가 직접 움직일 정도로 큰 이벤트라. 역시 용이 나오는 건 확정인가.
“저놈 누구지? 어찌 천견 님하고 같이 대화를 나누는 거야?”
“말하는 걸 보니 둘이 친한 것 같군. 정보기관은 뭐 하는 거야? 초월자와 친하게 지내는 인맥이라면 미리미리 파악해두는 게 인지상정이 아닌가?”
고아한 말투로 뒷자리에 앉은 이들이 성질을 내었다.
나는 편하게 자세를 잡으며, 배치된 물을 마셨다.
“처음부터 보고 있었네만, 자네 성장 속도가 정말 어마어마하군?”
“운이 좋았습니다.”
“겸손도 그 정도면 오만일세. 운이 좋아서 1년 만에 그 정도 수준으로 오르긴 힘들어.”
천견이 내 주변을 보며 얘기했다. 정확하게는 내가 지금까지 쌓아놨던 격들을.
“격이란, 이야기지. 자네가 지금까지 세계에 새겨놓은 업적들이 힘으로 화한 것이야. 지금은 상격이지만, 자네의 힘을 보니 어지간한 최상격들도 자네 앞에서 힘을 못 쓰겠구먼.”
“보이십니까?”
“내 이명이 천견(天見)일세. 하늘의 비밀마저 엿본 이지. 자네 생각보다 더 많은걸 볼 수 있고.”
천견이 그러면서 나를 바라봤다.
“그런데 자네는 아직도 볼 수 없어. 보통 이 정도쯤의 힘을 품는다면, 그것이 바깥으로 나오기 마련인데, 어찌 된 게 약해졌을 때보다 더욱더 보기 힘들어. 터무니없는 제어력이야.”
“이 정도면 대충 어떤 정도입니까?”
“글쎄. 마력마저 지배하는 황제도 자네 정도는 아니겠지.”
황제 이상이라.
생각보다 평이 후하군.
“그런데 천견 님. 이곳에는 어떤 이유로 오셨습니까?”
“이번에 이곳에 오는 놈이 꽤 위험한 놈이라 그래. 자신을 마룡이라 칭하는 놈이 괴수들을 끌고 이쪽으로 오고 있거든.”
“마룡이요……?”
‘염작룡(炎炸龍)이나 영정룡(影征龍)일수도 있고. 암흑염룡……일리는 없겠군.’
여러 가지 이름이 스쳤다.
다행히도 용은 그 수가 극히 적어서 쉽게 유추할 수 있다. 아마 염작룡이나 영정룡 중 하나겠지.
염작룡이라면 불꽃 재능이 다발로 있는 나는 괜찮다. 영정룡은 특수 스탯 영(影)으로 어떻게든 묶어보는 식으로 싸운다면 해볼 만 할 것 같은데.
“흑염을 다루는 마룡이라더군.”
“……흑염 말입니까?”
“그래. 내가 멀리서 잠깐 지켜봤는데, 자네와 같은 힘은 아니었어. 아, 그러고 보니 미국에서부터 흑염을 주로 쓴다고 들었는데…….”
천견은 그리 말하면서 동시에 내게 언어를 보냈다.
-자네의 이명이 바로 구원자로군?
뇌리에 새겨지는 언어. 천견이 보내는 메시지에 나는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과연 구원자라는 건가.
천견은 그 칭호에 잠시 생각에 잠긴 표정을 지었다.
“어찌 되었든 조심하게. 용종은 위험하니. 자신과 비슷한 힘을 지닌 존재가 있다면 불쾌해하면서 자네를 죽이려 할지 몰라.”
-다른 뜻은 없네. 그저 자네에게 어울린다고 생각했을 뿐.
“그렇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생각에 잠겼다.
재능, 「흑천용혈(S+)」이 반응했다. 용혈을 가진 이 힘이 반응했다는 것은 상대도 어떤 식으로든 나를 눈치챘을 거라 생각한다. 재능과 재능이 공명하는 건 가끔이지만 있으니까.
거기다가 특수 능력치인 용(龍)도 있는 상황. 상대가 나를 눈치채지 못했을 확률은 지극히 낮았다.
‘뭐가 되었든 만나봐야 해.’
스스로 마룡이라 칭했다면 그 성정을 짐작하기가 쉽다.
분명 포악하고, 자기 멋대로인 형태겠지.
‘암흑염룡인가 설마?’
설마 그럴 리는 없다. 그 존재는 정말 말도 안 되게 강해서, 지금 등장하면 천견이 죽을지도 몰랐다.
아니, 차라리 암흑염룡이라면 다행이다. 그건 어떤 방식으로 공략한다면, 다른 이들을 살릴 수 있을 테니까.
‘처음 시도가 어려워서 문제지.’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전자 마녀에게 필요한 물건들을 구비해달라고 전했다.
[전자 마녀]-Ok. 알겠어. 최대한 빠르게 준비해볼게.
[나]-잘 부탁할게.
핸드폰을 껐다. 회의실 중앙으로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꼈기 때문이다.
노쇠한 노인이 보였다.
노쇠한 노인은 협회를 상징하는 하얀 제복 위에 온갖 훈장이 걸려있는 모습이었다.
“사람들은 흔히 협회를 썩었다고 표현하지. 그러나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네. 사람은 욕망의 동물이니까.”
“…….”
“협회장을 너무 안 좋은 눈으로 보지 말았으면 해서 한 조언 이네만 자네는 생각보다 편견이 더 없군?”
“뭐, 욕망만 있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저분은 능력도 뛰어나지 않습니까?”
“그래, 협회장이 인정욕구나 권력욕의 화신이긴 하지만, 그는 꽤 능력이 있는 존재야. 거기다가 선을 굉장히 잘 지키는 편이지.”
“지킬 수밖에 없지요.”
“허허.”
천견을 바라보며 말하자, 천견이 웃었다.
사실 이 시대의 정치인들은 굉장히 힘들다. 이전과는 다르게 초월자들이 지배하는 세계. 신이라 불려도 모자람 없는 무력을 가진 이들이 사회에 간섭한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이 귀환자에게 간섭받았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깨끗할 수밖에 없는 이유. 초월자들이 개입해서 그들이 의견을 모으고 청렴한 자들을 뽑는다. 그리고 선을 넘는 순간…….
‘그냥 죽는 거지.’
어쩌면 죽는 게 더 편할지도 모른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저는 협회장을 맡고 있는…….”
왜소한 노인이 유난히도 더 왜소해 보이는 것은 착각이 아니리라.
*
북한 백두산이 위치한 곳.
마룡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일부 헌터와 영웅들이 저지선을 만들었다. 건축가의 재능을 지닌 이와 마법사들이 괴수들의 진격을 조금이라도 늦추기 위함이다.
영웅들이 바로 집결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민간인들이 많다.
북한이 한국에 편입된 지 얼마 안 되었기에 산속 생활을 하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을 모두 안전 구역까지 보내는 것이 바로 그들이 맡은 임무.
그렇기에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했다.
“이봐, 뭐 하는 거야! 빨리 안 움직여?”
“…….”
그렇기에 멍한 표정으로 어딘가를 응시하는 길잡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봐, 도대체 뭘 멍하니 보고 있는 거야! 지금 이럴떄가 아니라…….”
길잡이가 응시하는 곳을 보았다. 그곳에는 광활한 하늘이 보였다.
그리고.
그 광활한 하늘을 뒤덮는 무언가를 바라보았다.
흑색의 비늘이 햇빛에 반짝거린다. 피막이 있는 날개. 덩치가 어마어마했다. 100m는 훌쩍 넘을 것 같은 검은색의 마룡.
파충류 특유의 샛노란 눈동자를 보자마자 깨달았다.
자신들은 이곳에서 목숨을 잃을 것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