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95
Chapter 195 – 연합(6)
“안녕하세요~.”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한 소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별빛을 담은 듯한 황금의 눈동자. 어깨까지 내려오는 금빛 색의 단발. 에르실이었다.
“처음 뵙네요. 저는 메르헨 가문의 장녀이자, 소가주. 에르실 메르헨입니다.”
치마 양 끝을 살짝 올리며 에르실이 인사한다.
고풍스러운 인사에 자연스레 귀족이 떠올랐다.
그녀는 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대했다. 하긴, 이 신분으로 만나는 것은 처음이군.
그러나 눈동자에는 자그마한 의심이 있었다.
……생각해보면 그녀는 내가 가르쳐주지 않았음에도 내 다른 신분을 맞출 정도로 영민한 여자였다.
“반갑군.”
잠깐 고민했다.
다른 이들이 나를 다크 나이트니, 가면남이니 부르지만, 아직 내 이름을 정식으로 밝힌 적이 없다.
그저 가면남이라고 부르기에 이름을 대지 않았을 뿐이다.
“네, 알고 있답니다. 서울의 밤을 지키시는 분이시죠?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에르실은 생글생글 웃으면서 넘어갔다.
서울의 밤을 지킨다고. 낯간지러운 말이었지만, 틀린 말은 아니어서 넘어갔다. 에르실은 나 말고 다른이들에게 인사를 하러 갔다.
“봉주르. 저는 프랑스의 리슈몽 가문의 루이스 리슈몽이라고 합니다.”
“록산느 슈나이더라고 합니다. 사자왕은 유럽 연합에서도 위대한 인물이었던 바, 저희 프랑스의 일원은 사자왕의 생환을 위해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습니다.”
나는 조용히 한 풍경을 바라봤다.
프랑스.
는 복잡한 나라다. 신이 존재하지만, 그 영향력은 백신전에 존재하는 최상위급 신과 비슷한 힘을 갖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약한 것은 아니지만, 다른 신화나 전설에 비하자면 부족한 것이 사실.
그런데 옆 동네가 바로 검은 태양이라는 외우주의 존재에게 생명을 바치고, 인신공양으로 세계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주역이다.
‘그래서.’
전쟁이 발발했다.
무차별적으로 주민들을 납치해 마인으로 만드는 그들의 방식으로부터 자신을 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상대는 나치 제국이다. 전 세계를 상대로,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고도 지금까지 생존하고 있는 그 나치 제국이다.
아무리 프랑스가 대단한 나라라고는 하지만, 나치 제국이 숨은 힘을 꺼내서 프랑스를 정벌하고자 마음을 먹었다면 프랑스는 그것을 버틸 힘이 없다. 프랑스는 현재 외교의 힘으로 살아남았다고 하지만, 사실 그것도 아니다.
그래서 프랑스는 금지된 법(法)에 손을 내밀었다.
생존을 위함이었다.
“아, 혹시 나중에 사인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사인……?”
에르실이 어느새 다가온 채, 내게 말했다.
“네, 제가 아는 친척이 팬이거든요.”
“그렇군.”
나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나 에르실은 나를 빤히 바라봤다.
“다른 용무가 있나?”
“아, 죄송합니다. 제가 아는 사람하고 닮아서요.”
“……그런가?”
“네, 이상적인 체형이라던가, 뼈의 모습 같은 게 좀…….”
뼈의 모습은 대체 뭔데.
왠지 모를 소름이 돋았다.
“슬슬 출발해 볼까요.”
에르실의 말에 다들 일어나고 있다. 누군가는 좀 더 쉬고 싶어 했지만, 구출 작전이다.
하물며 상대는 나치 제국.
조금이라도 빨리 움직여야 사자왕의 생환율을 높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작전을 이루는 주축의 일원들은 사자왕에게 어떤 식으로든 은혜를 입은 이들이 있었다.
우리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현세의 지옥을 향해서.
*
어두운 대지였다. 핏빛의 하늘과 말라비틀어진 나무들.
마치 지옥을 연상시키는 대지였다. 지옥과 다름이 없는 곳이기도 하고.
이곳에 시체는 없다.
사람이었던 것들만이 존재한다. 외우주에서 나온 마기에 침식되어, 타인의 의지대로 조종되는 마인병. 그리고 그들을 죽이려고 왔던 영웅, 이었던 마인병. 그들을 조종하는 장교들.
‘끔찍해.’
이곳에 터를 잡은 이들은 무분별하게 납치당한다. 그들은 마인들에게 충성하는 병사로 강제로 개조당했다.
마인들은 외계로부터 ‘마기’를 받아들인다.
마기는 생명체를 오염시킨다. 무분별하게 적의와 살의를 들어내게 되며, 그것은 더 이상 생명체라고 볼 수 없다. 살인병기가 된다. 오롯이 살아있는 것들만을 적대하는 병기.
이곳에서 있던 이들은 그렇게 개조당했다. 이곳에서 시체를 남긴 이들은 그들에게 ‘연구’되고 좀 더 강한 마인으로 개조당한다.
살아 숨 쉬는 지옥.
그것을 알자마자 전 세계는 나치를 향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모든 차원이 융합되는 초기 시절이었다.
괴수는 끊임없이 밀려오고, 음식들이 사람의 목숨만도 못한 시대였다. 영웅들이 힘을 합치며 사회를 건설하기도 벅찼고, 외부에서, 내부에서 정치질하는 악인들이 존재했다고 존재한다.
자연스레 자신의 생존이 우선시되었다. 아시아나 미국은 괜찮았지만, 유럽은 나치 제국이 활개 치는 것을 제대로 막지 못했다. 많은 나라가 그 과정에서 무너져 내렸다.
자연스레 나치 제국은 강대해졌고.
그 국경에 닿은 곳은 지옥도로 변했다. 나치는 그들을 향한 공세를 멈추지 않았다.
프랑스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그리고 그들은 생존을 위한 선택을 했다.
화악!
황금색의 빛이 뿜어진다. 그 안에서 느껴지는 힘은 신성함이었다.
첫 만남에서 내게 조언하려던 남자였다.
우리 팀은 현재 세갈래로 나뉘었다.
가장 먼저 나치 제국의 영토를 종횡무진으로 움직이며 그들의 시선을 이끌 ‘미끼’.
그리고 ‘미끼’가 위험에 처하면 그들을 도륙할 진짜 전력인 ‘그물’.
그리고 두 개의 팀이 날뛰고 있을 때, 사자왕을 찾으려는 ‘눈.’
에르실은 나와 같은 팀에 배정되어 있었다. 그녀는 ‘미끼’ 팀에 들어가서 활약하고 있었다. 마인병들이나 장교에게 환술을 걸어 그들이 자기들끼리 싸우도록 부추긴다.
“대단한데, 어리다고 얕볼 수 없네?”
“과연 환술의 대가, 메르헨 가문의 소가주. 메르헨 가문의 기린아라는 소문은 허명이 아니었군요.”
다른 이들이 칭찬했다. 루이스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그러나 에르실은 그것에 대꾸하지 않았다. 지금 환술을 거는 것으로도 힘이 드는 척하는 중이기 때문이다.
‘역시…….’
나는 그 광경들을 지켜봤다.
영토에 들어온 지 2시간. 수많은 마인 병들을 만났다. 그러나 그들 중에 전력이라고는 거의 없는 수준이었다. 이들 대부분이 민간인들을 징집해서 개조한 마인 병들이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고 있다.’
본능적으로 나는 이들이 우리를 위협하는 게 아니라 시간을 끄는 것임을 깨달았다.
적들도 그렇지만, 프랑스에서 온 두 명이 수상했다.
록산느와 루이스.
그들은 힘을 비축하고 있었다.
“메르헨 가문의 장녀에게 관심이 있으신가요?”
“……유창한 한국어시군요.”
어느새 다가온 록산느가 나에게 말을 걸었다. 그녀는 살랑살랑 미소를 지었다.
“네, 제가 가장 존경하시는 분이 위대하고 위대한 영웅이시거든요. 그런데 루이스가 마음에 안 드시나요?”
“…….”
나는 침묵했다.
“하긴 루이스가 저래뵈도 나이는 50대가 훌쩍 넘어가니…….”
나는 록산느를 바라봤다.
프랑스에 대해서 생각했다.
프랑스는 원래대로라면 생존할 수 없다. 성기사의 전력이 나치들이 제작하고 개조한 마인병들에게 특화된 힘이라고는 하나, 그들의 숫자와 강함은 비정상적이다.
그래서 그들은 뒤에서 나치와 손을 잡았다. 국경선을 침범하지 말라. 대신 강한 영웅들을 던져 주겠다.
히틀러는 그것을 웃으며 받아들였다. 언젠가는 이 사실을 폭로해서, 유럽 연합을 한 번에 밀어트릴 속셈이었다.
많은 영웅이 그렇게 죽어 나갔다.
전쟁터에서 시민을 지키고자, 참전했던 영웅들의 목숨이 덧없이 스러졌다. 이 사실을 밝히는 것은 바로 성한별이었다.
프랑스의 영웅들이 그녀의 목숨을 위협했지만, 그녀는 그에 굴복하지 않았다. 그 덕분에 성한별은 37번째 데스 엔딩을 이루었지만, 아무튼.
‘그렇다고 프랑스가 사자왕을 보내버렸다기엔 너무 이상해.’
아마도. 사자왕이 실종된 건 그들로서도 사고일 거다. 그 전력은 홀로 나치의 전력 30%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사자왕이 이 시기에 실종된다면, 가장 큰 피해를 보는 건 프랑스니까.
“어머, 여기서 무슨 이야기를 나누세요?”
“호호, 잠깐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사자왕께서 혹시 큰일을 당하지 않았나, 불안해서.”
“걱정하지 마세요. 그분의 심상은 성역이니까요. 거기서 버틴다면 삼일은 거뜬하실 테니. 그런데 가면남 씨는, 신기하네요. 서울의 밤을 지키시지만, 다른 곳에 등장한 것은 처음인데.”
에르실의 눈동자가 반달로 휘었다.
……아무래도 눈치를 챈 것 같다.
“사자왕께서 은혜를 입은 게 아닐까? 이곳에 있는 이들 대부분 목숨이 위험하지만, 작전에 참여한 것은 그분에게 은혜를 받은 거니까.”
“아니면 공명심도 있지 않을까요.”
에르실이 나를 바라봤다.
“혹은 저처럼 명예나 재물을 원하는 이도 있을 테고.”
에르실은 명예와 재물을 탐함에도 당당한 태도를 유지했다.
나는 한곳을 응시했다. 저 멀리서.
성신안이 반응했다. 마력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마기가 뭉치면서 현상을 일으켰다.
한 번.
눈으로 저것과 비슷한 현상을 일으킨 것이 떠올랐다.
중국에 있었을 때였다.
사도. 죽음의 씨앗인 그 존재가 탄생했을 때와 비슷한 광경이었다.
‘그것과 비슷한 것은 아니겠지만.’
위험한 존재임은 확실했다.
“명예와 제물을 탐하는군요. 역시 영국인이라서 그런가.”
“어머, 명예만 탐하다가 자빠진 슈나이더 가문의 일원에게 듣고 싶지는 않네요.”
“당신……!”
“조용. 온다.”
나는 록산느의 말을 일축하고 한쪽을 바라봤다.
거대한.
거대한 무언가가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놈의 덩치는 산만 했다. 어지간한 산만한 크기의 산양의 뿔을 갖고 있었다. 생김새는 이족 보행하는 산양같이 생겼다.
몸이 온통 근육질에다가 흉흉한 마력을 지니고 있었고, 붉은 눈이 번쩍거리고 있었다.
“……뭐야.”
록산느가 당황했다.
지금까지의 분위기와는 달랐다. 어딘가 여유가 있던 몸짓과 표정. 남들은 위험하더라도 자신이 살 수 있다는 기묘한 자신감.
그것들 모두가 사라졌었다.
“자, 잠깐만. 저, 저 괴물은 뭐야?!”
“야, 약속이랑 다르잖아!”
록산느가 말하고 루이스가 절규했다.
나는 몸을 풀면서 일으켰다.
느껴지는 격은 최상격. 그중에서도 상위권에 있는 힘이다.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생각했다가 미소를 지었다. 언제는 할만했나.
나는 개념 스탯 연금을 발동했다.
흑염휘성신이 불꽃을 토했다. 흑염이 황금의 불꽃으로 변화했다.
-잘 왔구나, 나의 숙적.
말이 울려 퍼진다. 유창한 독일어였다. 재능, 열람(-)이 자연스럽게 그것을 해석한다.
나는 허공을 응시했다. 하늘 전체에 제복을 입은 콧수염 남자가 투영되었다. 그것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지난번에 너는 나에게 패배라는 모욕을 심어줬다. 그러니 이번에는 우리가 너에게 패배라는 글자를 가르쳐주지.
아돌프 히틀러는.
-사자왕은 우리가 데리고 있다. 그 존재를 구하고 싶다면 이곳으로 와라.
자신만만하게 선언했다.
그리고 나는 확신했다.
‘사자왕은 탈출했군.’
나는 무장을 점검했다. 여기까지 온다면 굳이 싸울 필요는 없겠지만.
‘적당히 싸우는 척을 한다.’
그리고 프랑스의 어둠을 도려낸다.
그저 그뿐일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