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196
Chapter 196 – 연합(7)
쿵.
산양의 형태를 한 괴물이 한 발자국 움직였다. 그것만으로도 땅이 흔들린다. 마치 지진이라도 난 듯이 말이다. 질량 자체로도 압도적인 파괴력을 낳는다.
하물며 저 질량을 유지하려면 육체는 얼마나 단단할까.
-이것은 너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다.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히틀러가 말을 이었다.
툭, 하고 하늘에 먹물이 떨어졌다.
핏빛의 하늘에 떨어진 먹물이 핏빛의 하늘을 검게 물들이기 시작한다. 이내 그것이 검은색의 산양을 감싼다.
-보라.
히틀러의 음색은 지금까지와는 달랐다. 흥미로운 기색으로 나를 찬찬히 살폈다. 그의 시선이 느껴진다.
먹물이 산양을 감싸며 그 힘을 북돋는다.
지금까지 상대해볼 만했다면,
이제 우리 앞에 있는 괴물은 상대하기 힘들지도 몰랐다.
[쿠오오오오오오오────────!!!]비명을 내지른다.
그저 그 행위로도 어마어마한 힘이 동반되어 우리를 막아선다.
검은색의 산양은,
아돌프 히틀러라는 제사장이 검은 태양으로 부터 하사받은 힘이다.
검은 태양을 받들어 모신다. 나치 제국의 수장은 제국의 수장이라기 보다는 제사장(祭司長)의 성격에 가깝다. 그리고 저 검은 산양은 검은 태양의 권속.
히틀러가 한 행위는 간단하다. 외우주에 존재하는 검은 태양이 갖고 노는 장난감을 현세에 불러오는 것.
그것은 고작 우리 수준에서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초월자가 나와야 싸워볼 만한 존재라는 뜻이다.
“저, 저걸 어떻게 이기라는 거야…….”
“후, 후퇴한다. 저건 이길 수 없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다른 이들이 혼비백산하거나, 냉정하게 후퇴를 구상하는 와중에. 에르실은 나에게 그렇게 물었다.
마치 나라면 이길 수 있다는 듯이.
“나라도 저건 좀 힘든데.”
“그래요?”
“……뭐, 최대한 노력해야지.”
잡을 수 있으면 잡는 게 좋지만, 나라도 힘들다.
“……가능, 아니, 사자왕 때문이겠군요. 그를 인질로 잡았으니까.”
에르실은 신음을 흘리며 산양을 바라봤다.
얘는 도대체 무슨 소릴 하는 걸까. 아마 내부에 있는 멜라니가 헛바람을 넣는 것 같은데.
‘사자왕은 탈출했을 거고.’
사자왕은 탈출했다.
아돌프 히틀러가 저렇게 떠벌리는 것부터 무언가 문제가 생김을 의미했다. 히틀러는 저렇게 흥분하는 인물이 아니다.
역사에는 그랬지만, 이곳에 있는 이는 검은 태양의 제사장이다. 감정의 동요가 거의 없다. 전 세계를 적으로 돌리고도 살아남은 제국의 수장은 그것을 의미한다.
하물며 검은 태양의 분신이나 다름이 없는 존재가 흥분할만한 사건을 찾기는 쉽지 않다. 그러니 우연히 얻은 사자왕의 실종 사건 정도 되겠지. 사자왕에겐 그 정도의 능력이 있으니까.
-흐하하하하! 나의 숙적, 가면남! 나의 선물이 어떤가.
라고 생각했지만, 히틀러는 감정을 숨기지 않은 채, 나만을 주시하고 있었다.
……왜 저래?
나는 당황했다. 히틀러가 나에게 집착하는 정도가 이상했다.
아무리 내가 슈츠슈타펠의 수장인 하인리히 힘러를 죽이고, 양동 작전을 위해 초월자인 황제의 시선을 끌어 반파 당한 장교무리를 죽인데다가, 면전에서 그들을 죽이며 히틀러를 도발하기라도 했나.
‘……집착할 만하군.’
호흡을 가다듬는다.
이곳에서 흑염을 내보낼 수는 없다. 지금의 내 신분은 가면의 남자니까. 그렇기에.
[특수 스탯 투쟁이 상대를 투쟁할 대상으로 인식합니다.]다른 힘을 사용한다.
파앗!
그림자가 길쭉하게 늘어진다. 이것으로 끝나면 안 된다. 가면의 남자가 가진 힘은 황금의 불꽃이다. 그러나 황금의 불꽃을 만든 「염상의 불꽃(S)」과 신앙이라는 힘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다른 힘으로 대체한다.
개념 스탯 연금.
연금의 힘이 흑염을 황금의 불꽃으로 바꾼다. 모든 것을 부정하는 힘이 바뀐다.
‘원래대로라면 절대 불가능한 일이지.’
이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천의 기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힘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역천의 기는 흑염휘성신에 종속되면서, 다른 성질들을 품었다. 거기에 개념 스탯 역천이 100이 되면서 나는 역천의 기가 가진 성질을 바꿀 수 있었다.
불꽃이 피었다.
황금의 불꽃이었다. 핏빛의 하늘, 말라비틀어진 대지. 그곳에서 검은 산양과 대치하는 황금의 불꽃.
[세계의 의지가 당신을 주시합니다.]나는,
검은 산양을 바라봤다. 검은 태양의 장난감. 그러나 그 장난감은 절대 만만한 존재가 아니었다. 우리가 힘을 합쳐도 죽일 수 있을 거라 장담하기 힘든 존재다.
하얀색의 빛이 내려앉았다.
그것은 나에게 깃들어 모든 것에 힘을 보태준다.
-……그 힘은?
아돌프 히틀러의 목소리가 차분해졌다. 본능적으로 이 힘이 심상치 않은 것임을 감지한듯했다.
나는 정면을 바라봤다. 검은색의 산양이 나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할 건가요?”
“해야지.”
다만, 승산은 여전히 없다.
그렇기에 나는 에르실을 바라봤다.
“사자왕은 아마 탈출했을 거다.”
“……어떻게 알아요?”
“사자왕은 그만한 인물이니까. 나치 제국에 납치 당했다는 말보다는, 아마 졸다가 나치 제국에 발견해서 그들과 드잡이하다가 길을 잃었을 확률이 더 높은 인물이야.”
“이미지가 확 이상해지는데요?”
“원래 그런 사람이니까.”
그런 존재였다.
사자왕은.
“먼저 사자왕의 행방을 찾아라. 그라면 안전하게 데려다줄 테니까.”
“다, 당신은?”
첫 만남에서 나에게 참견했던 여성이 나에게 말했다.
“싸워야지.”
“저, 저 존재는 나치의 마도병들을 갈아서 만든 존재야. 시, 심지어 아돌프 히틀러가 끔찍한 외계의 존재를 불러서 강령시킨 존재라고!”
“그래서?”
“저건, 거, 걸어 다니는 사도와 비슷해.”
“사도를 제대로 본 적이 없군. 사도였으면 우린 이미 다 죽었어.”
“뭐?”
루이스가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저건 사도가 아니야. 생각보다 싸워볼 만한 상대기도 하고.”
물론 내 기준에서 한 이야기다. 여기 있는 이들 모두가 에르실을 제외한다면 상격에 이른 존재.
그러나 나는 좀 다르다. 싸움의 밀도가 높았고, 재능이나 기예의 숫자가 다르다. 상격임에도 최상격과 싸워서 최상격을 죽일 수 있는 존재.
그게 바로 나다.
나는 천천히 걸어갔다. 많은 힘이 있지만, 많은 힘을 쓸 수 없다. 왜냐면 저 존재는 잔재주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허몽의 탑에서 얻은 건 쓸 수 없지만.
쿠웅!
검은 산양이 움직인다. 나는 있는 힘껏 도약했다.
[이명, 구원자가 당신의 힘에 깃들기 시작합니다.]백색의 힘이 내 몸에 내려앉았다. 마(魔)를 적대하는 힘. 외계의 존재와 싸운다면, 내게 힘을 건네주는 이명.
이명 중에서도 어마어마한 효능을 발휘한다. 나는 팔을 뻗었다.
검은 산양이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마치 파리를 잡듯이 천천히. 나는 피하지 않았다.
「수르트의 괴력(S)」.
대파괴를 상징하는 거인의 거력이 내 팔에 깃들었다.
여기에 황금의 불꽃을 더한다.
콰아아아아아앙──!!
주먹과 주먹이 마주쳤다. 지면이 뒤집힌다. 어마어마한 파공음이 동반하며 산양이 조금 밀렸다.
-뭣?
어처구니없어하는 소리가 들렸다. 재빠르게 허공에 발판을 만든다. 팔을 타고 뛰었다.
타닥!
한순간에 돌파하며, 팔에 힘을 주었다. 특수 스탯 용이 반응하면서 피부 위에 흑색의 비늘이 올라왔다. 여기에 그림자를 휘감는다. 투쟁이 더해진다.
그림자의 기사를 소환한다. 그림자 기사에게서 느껴지는 힘은 이제 상격보다 조금 아래.
지금은 꽤 쓸모 있어 졌다.
스르륵.
그림자의 기사가 내 팔에 깃든다.
‘영천.’
-넵, 준비되었습니다.
영천이 허공에서 나타났다.
「수르트의 괴력(S)」을 사용하고 싶지만, 저것은 아직 좀 버겁다. 연달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스릉.
아공간에서 검을 꺼냈다. 봄의 검이었다.
생명의 힘이 검에 넘실거렸다. 짙푸른 초목의 향기가 코끝을 스친다.
‘여기에 개념 스탯 연금으로 마력을 한 번 더 정제하고 싶지만…….’
그래서야 내가 진리라는 것을 눈치챌 우려가 있다.
안 그래도 나치 제국은 현재 나를 주시하는 상태다. 내 모든 신분이 현재 나치 제국을 위협하는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생명의 마력을 념으로 정제한다. 초록빛의 검기가 검은 산양의 팔에 상처를 남긴다.
‘얕네.’
내 모든 힘이 아니다. 내 모든 힘을 부어야 할 상대인데 모든 힘을 쏟아부을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다만, 다행이라고 할만한 점은.
끼이이익.
무언가 한계까지 잡아당기는 소리가 들렸다.
─────!!
섬전 같은 속도로 무언가가 팔에 박혔다. 내 몸보다 몇 배는 큰 빛의 창이 검은 산양의 팔을 꿰뚫었다. 루이스가 이를 악물고는 세검을 들어서 산양을 향해 뛰어갔다.
-쿠오오오오!
동시에 내가 남긴 상처들이 아물기 시작한다.
‘최소 1시간 정도…….’
자연스럽게 견적이 잡힌다. 10분을 싸우는 것도 벅찬데, 이놈을 잡으려면 여기서 1시간 정도 이놈과 드잡이해야 잡을 수 있다고.
‘아깝지만…….’
나는 에르실을 바라봤다.
적당히 하다가 루이스와 록산느를 죽이고 후퇴하는 게 맞았다.
‘어찌 보면 한 대 맞은 격인가.’
나는 히틀러를 바라봤다.
*
“흐음, 연합이라.”
사자의 갈기를 연상시키는 새하얀 털. 한 점의 빈틈조차 보이지 않은 풀 플레이트 메일을 입은 존재가 자기 턱을 쓰다듬었다.
“상격의 전력 이상들로만 한다고 해서, 상격만 올줄 알았는데…….”
그의 시선은 어느새 산양에게 도달했다.
자신조차도 경시할 수 없는 산양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연합의 일원들이.
그들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다. 상격 쯤 되면 그 수가 굉장히 적다. 당장 영국을 뒤져도 10명이 채 나오지 않는 것이 상격이니까.
그러나 그 존재들이 대단한 것은 인정하지만, 고작 7명 정도 되는 인원으로 저 산양을 밀어붙일 수 있냐고 묻는다면 자신은 고개를 저을 자신이 있다.
심지어 한 존재는 환술의 특화된 존재.
마기에 물들어 날뛰고 있는 저 괴물은 환술이 통하지 않음을 떠올린다면 상황은 더욱 암담하다.
그러나 연합은 오히려 검은 산양을 밀어붙이고 있었다.
단 한 존재 때문이었다.
가면의 남자.
“저거 생각보다 더 물건이잖아?”
“그런데 이대로 지켜봐도 돼?”
“아니, 슬슬 도와주러 가야지. 프랑스 놈들이 수상해서 조금 지켜보려고 했는데…….”
사자왕은 거기까지 말하다가 슬프게 웃었다.
인류는 서로를 믿지 못한다. 연합이라는 형태로 뭉뚱그려서 나치 제국을 멸하겠다고 협회는 천명했지만, 사자왕은 연합을 별로 믿지 않는다.
그 전력이 대단하다는 것은 안다. 온전히 나치 제국을 처리하고자 한다면, 나치를 멸망시킬 수 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인류는 어리석다.
인류가 진심으로 화합되기를 바라지만, 그렇기에 인류가 절대로 화합될 수 없음을 알았다.
스릉.
황금색의 검이 뽑혔다.
“그래도 저걸 잡으면 빌어먹을 콧수염 새끼가 좋아서 죽을게 보이니 좋기는 하네.”
“그런데 보면 볼수록 저거 가웨인 경이 지닌 검과 비슷하지 않나?”
“아, 태양의 검이라고 했나? 확실히 비슷하긴 하군.”
그 말과 동시에 빛의 마력이 주변으로 퍼진다.
엑스칼리버(Excalibur).
이 세상에 이것과 비견되는 무기는 많다. 멀리 가지 않아도 신들이 가진 무기들은 이것보다 월등한 성능을 자랑하는 것이 많다.
그러나 엑스칼리버의 진정한 의의는 이 별에서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신들은 제약을 갖고 있다. 그들이 가진 무기 역시 마찬가지. 이것은 마의 힘을 받아들였든, 아니든 평등한 제약이었다.
그렇기에.
이 무기는 모든 이들이 탐을 내었다. 별다른 힘이 없어도, 신을 죽일 힘을 품었기 때문이다.
태초의 창조신이 만들었다고 전해지는 제약을 풀 수 있는 존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자왕은 인류의 최고 전력 중 하나로 평가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이서하가 평가하는 Ex 등급에 해당하는 무기이기도 했다.
“그럼 도와주러 가보자고. 연합에게 빚을 지워주고, 아돌프 히틀러에게 엿을 먹여주고. 한국말로 이걸 도랑치고 가재 잡고 비둘기 먹고 알 먹는다고 하나?”
“한국인들은 비둘기를 먹나?”
“뭐, 암만 그래도 저 프랑스 놈들보다는 낫겠지.”
“맞는 소리군.”
두 존재가 검은 산양을 죽이기 위해서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