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61
Chapter 61 – 찬탈자(4)
시험기간이 다가왔다.
기말 평가.
중간 평가도 중요하지만, 으레 그렇듯 기말 평가가 한 학기 평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에 학생들은 열심히 자기 단련을 하고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결과가 좋은 것은 아니다.
“이번 이론 개 망했네, 진짜.”
“넌 육체파잖아. 나는 이론 쪽인데 내 전공 두 개나 틀렸어.”
“뒤질래?”
이론 시험쪽에서 망했다던가.
“실기 시험 다른 걸로 대체 한다던데.”
“와 다행이다. 이번 기수들 진짜 미쳐 날뛰어서 대련은 좀 그랬는데.”
“바보냐? 그럼 그만큼 어려운 과제들로 나오겠지.”
실기 시험에 관해 이야기를 듣고 낙담하거나.
“표정 좋네요. 기말 평가 잘 보셨나요?”
퉁명한 목소리로 에르실이 말했다.
‘왜 이러지.’
주말 이후, 홍유화가 찬탈자를 어느정도 각성하자마자 에르실이 이렇게 변했다.
“나야 항상 잘 하지.”
“…….”
에르실이 재수가 없단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중간평가때는 순위가 낮은 서가연하고 팀을 맺어서 어마어마한 가산점이 붙었다.
실기 평가때는 나 혼자 괴수를 사냥해서, 점수가 좀 깎이긴 했지만, 서가연의 성장세가 미쳐 날뛰어서 꽤 아슬아슬하게 1위를 지켰다.
‘이번엔 그런 실수는 안 해야지.’
“근데 홍유화 씨랑 요즘 잘 지내시는 것 같네요.”
“응, 내가 유화를 좀 단련시켜주느라. 이번에 유화 조심해야 될걸? 성장세가 가팔라.”
“홍유화 씨가요?”
의아한 어투로. 눈이 묘하게 반짝이며 에르실이 물었다.
“둘이 사귀고 있던 거 아니에요?”
“아닌데.”
나랑 홍유화가 사귄다라. 나야 좋기는 하다. 홍유화 정도면 예쁘지 몸매 좋지, 능력도 출중하지.
승부욕이 좀 강하기는 하지만, 그녀 정도면 그게 매력으로 작용하고.
하지만.
“지금이 연애할 때가 아니라서.”
“……그렇죠.”
에르실이 고개를 끄덕였다.
“할 게 많지.”
정말로 많다.
난이도가 지옥이라는 것은 스토리가 진행되면 될수록 체감될 것이다.
아직 초반부인데도 칠악 중 한 명인 흉악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위에 있을 사도의 진행도 빨라질지도 모른다.
세력을 모으고, 그들을 견제하면서 인재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진리로 활동했던 것도 그 일환 중 하나.
“아마 당분간은 연애 쪽으로 눈도 돌리지 않을 것 같은데.”
“야망 있는 남자네요.”
“……그런가.”
“네, 야망. 좋죠. 저도 응원할게요. 아, 그리고 이번에 보상 건으로 이야기할게 있는데 괜찮으세요?”
“보상?”
“네.”
에르실이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그리고 이건 계약서에요.”
“계약서?”
나는 계약서를 바라봤다. 계약서에는 마법의 흔적이 있었다. 이서하라는 부분에.
‘뭐지.’
에르실이 했으니, 뭔가 이유가 있을 거다.
달칵.
성신안을 키고 보니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이서하(진리).
이름 칸에 마법을 지우고 보니 그런 이름으로 되어 있었다.
“……눈치챘어?”
“강의 잘하시던데요. 원래 여자들은 그래요. 관심 있는 남자를 주의 깊게 바라보거든요.”
“…….”
에르실의 눈이 반달을 그리며 나를 바라봤다.
“벌써 인턴을 제안하는 거야? 인턴 제안 기간은 아직 안 됐는데?”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니 홍유화가 보였다.
“그런거 아니에요. 서하 씨의 연금술 능력이 너무 뛰어나서 미리 영입 제안을 하러 온 거죠.”
“서하는 아직 학생인데?”
“서하 씨가 학생이지만, 학생으로 취급하면 안 되는 인물이잖아요.”
“흐음.”
홍유화는 묘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붉은색의 편지 봉투를 주었다.
“이거 선물이야. 우리 할아버지가 너 한 번 보고 싶다더라. 오고 싶으면 와.”
“파티야?”
“응. 기말평가가 끝나고 생일이시거든.”
홍유화는 그대로 몸을 돌리고 자기 추종자들을 향해 걸어갔다.
“엄청 인기시네요. 사교회에 얼굴을 잘 안 비추시는 적탑주 님이 직접 초대할 정도라니.”
“그런가.”
나는 적탑주에 대한 정보를 떠올렸다.
나에 관한 관심이라기 보다는 역천의 기, 혹은 홍유화 때문에 관심이 많을 거다.
그쪽도 살짝 패왕과니까.
‘홍유화를 엄청 아끼지.’
마법사답게 가끔 광기가 엿보이지만, 그 광기에 맞먹게 홍유화를 사랑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가시려고요?”
“가야지. 적탑주께서 나를 직접 언급했으니.”
초대 안해도 가야 했다.
왜냐하면 위천의 여단들이 그의 목을 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 저랑 가는것은 어때요?”
“너랑?”
“네, 드레스 코드 맞추고 파트너로.”
에르실이 턱을 괴고 나를 바라봤다.
“……보통 연인들이 하는 거잖아.”
“저는 좋은데.”
“…….”
“표정을 보니 싫으신 것도 아닌것 같네요.”
히-하고 웃고 에르실이 종이 하나를 더 꺼냈다.
“그때 말했죠? 빌런들이 침입 했을 때, 저희 가문 대신해서 나서서 빌런들 퇴치에 도움을 주신거 꼭 보답한다고. 거기에서 필요한게 있으면 말만 해요. 제가 다 드릴테니.”
에르실은 그렇게 말하고, 바깥으로 나갔다.
“아, 그리고 조금 전에 한 말 진담이니까, 마음속에 담아두셔도 돼요.”
-강적이군.
-강적이네~.
에르실은 그 말을 남기고 교실을 나갔다.
***
기말평가 중, 이론 부분이 끝이 났다.
그리고 실기 부분 첫날, 서우주 교관이 학생들을 모아두고 말했다.
“이번 실기 시험에 대해서 말이 많은 건 알고 있다. 원래대로라면 시험 한 달 전부터 공지해야 하지만, 이번 시험은 저번 중간평가 때 있었던 사건도 있고, 학생들의 ‘적응력’을 평가하기 위해 너희에게 비밀로 했다.”
교단 위에서 서우주 교관이 말했다.
“이번 실기 시험은 ‘시험의 탑’에서 진행된다. 다만 이번 시험은 길게 가져갈 것이다. 서바이벌이기 때문이다.”
“……서바이벌이요?”
“설마 닷새 동안?”
학생들이 아우성을 쳤다.
“그리고 다들 알다시피, 한국영웅학교에서는 외부에서 방송할 수 있다. 시험의 탑에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너희를 평가할 수 있는 요인이니 주의하도록.”
서우주 교관은 그 말을 끝으로 우리를 훑어봤다.
“질문 있는 사람?”
“탑 내부에서 그걸 진행할 수 있나요?”
“탑은 하나의 세계가 있는 공간이다. 그 면적만을 따지자면, 한국보다도 넓으니 걱정하지 말도록.”
여기서 말하는 한국이란 북한까지 통일되고 중국의 면적 일부를 먹은 한국을 뜻한다.
왜냐하면 중국은 차원이 무너진 초반에 모든 곳에서 공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바이벌 형식에서 도구같은 것은 지원되나요?”
“외부에서 반입을 한 것은 안된다. 다만, 연금술, 대장장이, 요리같이 자신이 직접 만든 것들이나 무기 선별 때, 얻은 무구. 그리고 교장 선생님이 특별히 하사한 선물을 사용하는 것은 가능하다.”
서우주 교관이 나를 보며 말했다.
“서바이벌은 어떤 형식으로 진행되나요?”
“괴수를 사냥해서 포인트를 모은다. 그 포인트를 측정해서 순위를 나눌 거다. 그리고 만약 ‘학생’을 사냥한다고 한다면 학생이 모은 포인트 중, 절반을 가져갈 수 있다.”
서우주 교관의 말에 학생들이 서로를 바라봤다.
“조원은 어떻게 정합니까?”
“조원은 기본적으로 2인 1조다. 자신의 파트너와 같이 움직인다. 일시적으로 다른 조원과 협력하는 것도 괜찮다.”
“보급품은 따로 없습니까?”
“없다. 그곳은 야생동물들도 살아가니, 그곳에서 직접 채집하고, 살아야 한다.”
“맙소사.”
서우주의 마지막 말에 모두 안색이 어두워졌다.
대부분의 학생은 어렸을 때부터 오냐 오냐 키워진 학생들이기 때문이다.
재능있는 학생들은 그나마 괜찮았지만, 홍유화나 에르실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하고 있었다.
서우주 교관은 그 표정을 보면서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자고로 학생들이란 안 좋은 환경에 몰릴수록 잠재력을 개화한다고 믿는 교관이기 때문이다.
“다들 질문은 더 없나 보군. 그럼 다들 강당으로 이동하도록.”
학생들은 어두운 표정으로 강당으로 이동했다.
“같이 움직이죠.”
이동 도중, 에르실이 김아라를 데리고 말했다.
“솔직히 서바이벌이면 같이 움직여야 되는 게 맞아요. 밤에 경계를 서야 하는데 아무리 서하 씨라도 5일 내내 밤을 새우실 수 없으실 테니까요.”
“그렇지.”
애초에 이 서바이벌은 기본적으로 다른 조와 협력을 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학생들이 서로 ‘사냥’을 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그런데 나는 이미 조원을 점 찍어뒀거든.”
“누군데요?”
“쟤.”
나는 홍유화를 가리켰다. 홍유화는 동그란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홍유화 씨요?”
“응. 가연이 넌 어때?”
“난 서하가 정한 거면 상관없어.”
서가연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유화, 넌?”
“왜 나야?”
홍유화는 내가 자신을 정한게 궁금한 표정으로 물었다.
“그야 너니까.”
이번 서바이벌 섬에는 틀림없이 ‘보스’가 숨어있다. 그리고 높은 확률로 나무 형태의 보스일 거다.
찬탈자를 가졌으며 불 속성의 마력을 지닌 홍유화는 어마어마한 공격력을 보여줄 수 있으니까.
“어머, 어머.”
어젯밤에 봤던, 홍유화의 부하 A가 얼굴을 붉히며 나를 바라봤다.
“무슨 뜻이야?”
“이번 시험에서 네가 필요할 것 같거든. 그리고 이래 보여도 내가 요리랑 캠핑도 꽤 해봐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걸?”
서바이벌만 수백 판을 해봤다.
초반에 각만 어느정도 있다면 별장 하나를 만들 수 있다.
재능, 손재주는 그 정도의 잠재력이 있으니까.
요리야 뭐, 기본적으로 탑 내에 있는 풀이나 고기등은 마나를 머금어서 굉장히 맛이 좋다.
요리는 실력보단 재료가 50%니까.
“좋아.”
홍유화는 미소를 머금으며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 미소는 뭔가 달랐다.
뭐라고 해야 될까. 이제야 나를 바라보구는 구나. 나를 인정해주는구나. 그런 표정이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손을 잡았다.
***
“……나, 두 번째로 까였어.”
첫번째는 파트너를 정할 때였다.
자신이 먼저 지명했거늘 이서하는 서가연을 골랐다.
김아라는 조용히 이서하를 불타는 눈으로 바라봤다.
“아라 씨.”
“응.”
“우리 반드시 저 조를 잡죠.”
“좋아.”
에르실과 김아라는 조용히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