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7
Chapter 7 – 던전탐사(2)
한국영웅학교는 대학교처럼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택할 수 있다.
보통 대부분은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지만, 이곳은 한국영웅학교.
자기가 무엇을 잘하는지 모르는 애들이 천운이 닿아 입학시험을 볼 수 있다고 해도, 대부분 입학시험에서 걸러진다. 몇몇 특이한 예외는 빼고 말이다.
“첫 번째 합동 수업 전에, 우선 전공 선택을 하겠다.”
전공은 간단하다.
마법, 연금술, 혹은 이능개화나 검술 같은 등의 과목이 있고, 자기 적성에 맞는 것을 택하면 된다.
서우주의 발언에 아이들이 의자에 일어나면서 삼삼오오 모여서
“서하, 넌 뭐 할 거야?”
“나는 근접전투 쪽으로 갈 것 같은데.”
“근접전투?”
김서현이 의아해했다.
“……이번에 체력 좀 길러보려고.”
“아, 육체가 약하니까 단련하려는 거구나. 강점으로 약점을 메꾸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약점을 단련해서 약점이 없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
김서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주억거렸다. 마치 내 선택이 옳다는 듯이.
“그럼 근접박투에 대한 이해를 듣겠네?”
“그렇지.”
나는 떨떠름해하며 답했다.
김서현이 눈을 반짝이고 있다. 근접박투에 대한 이해는 이론 수업을 어느정도 병행하지만, 실기 부분이 강하다.
나랑 그렇게 싸우고 싶나.
“그럼 나랑 서현이만 근접박투에 대한 이해인가?”
“아니, 나도 있다.”
갑자기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리니 거기엔 큼직한 체격에 남자가 있었다. 남자답게, 잘 생긴 녀석.
박운혁.
홍유화 다음으로 입학시험을 통과한 전사 직업군이다. 특기는 창을 다루며, 선민사상이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알고보면 꽤 좋은 녀석이다.
알고보면이라는 말이 달리면, 대부분은 그저 선민사상에 찌든 사람처럼 본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원래대로라면 김서현에게 수석을 받아가겠다─라고 선언하는 인물이지만, 이번에는 나한테 엉기는 걸 보니, 나한테 승부욕을 느끼는 것 같다.
‘아니, 그건 아닌가.’
수석을 받아가겠다고 하지만, 그건 김서현이었다. 나한테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다. 아마, 나를 내심 자기보다 훨씬 위라고 생각해서 그런가.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몇 과목을 더 적어넣었다.
마법 파훼에 대한 이론, 연금술의 기본 지식, 고대 언어에 대한 이해.
마법 파훼에 대한 이론은 역천 지체로 실기 점수를 얻는 용도다.
연금술의 기본 지식이야, 물약을 만드는거니 문제없다. 조합식은 머릿속에 다 들어있으니까.
고대 언어에 대한 이해는 김아라와 친해지기 위한 용도고.
“그렇게 많이 들으려고?”
“뭐, 다 쉬운 것들이니까.”
시간도 겹치지 않고, 반에서 실행하는 ‘합동수업’에 영향이 갈 정도로 빡빡한 수업은 근접 박투에 대한 이해뿐이다.
“그럼 나도 마법 파훼에 대한 이론을 들어야겠다.”
“어쩔 수 없군. 너희가 그렇다면 이 몸도 같이 가주지.”
나는 일어나서 서우주에게 종이를 제출했다.
“음, 근접 박투에 대한 이해?”
서우주가 나를 보고 잠깐 의아해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은 생각이다. 너는 다 완벽하지만, 육체 단련을 너무 게을리했다. 그러나 보완하려고 하는 의지 자체는 좋군.”
대체 언제 봤다고, 내가 다 완벽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모르겠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옆에서 서가연이 서우주에게 가는게 보였다.
“흠, 근접박투에 대한 이해와 마력을 활용한 검의 기초 강의라. 검술 쪽을 파고들려는 건가?”
“네, 네. 거, 검술쪽이 저에게 마, 맞는 것 같아서요.”
“그런가?”
나는 잠깐 멈칫했다.
서가연은 검술을 배우려고 하지만, 그것은 반쯤 자포자기 한 것에 가깝다.
저주에 가까운 제약.
서가연은 어떤 마인으로부터, 그런 저주를 받았다. 마인들이 보기에 그녀가 갖춘 능력은 너무나도 위험하기 때문이다.
나는 잠깐 고민했다.
서가연의 능력은 출중하다. 그러나 그녀는 제약 때문에 처음부터 삽질하다가, 중반부터 빛을 발휘하는 케이스가 된다.
“넌 검술보다 마법쪽이 더 어울리는 것 같은데.”
지나치듯이 이야기한다.
최대한 관심없는 척하면서.
“어, 어? 내, 내가 마, 마법?”
“어, 잘 할 것 같은데.”
내 말에 주위 사람들이 서가연을 바라봤다. 여리여리한 체형. 표정은 안절부절 해하고 있고, 자신감은 결여되어 있다.
다른 이들의 눈에서 도대체 제가 누구길래 이서하가 신경을 쓰는 걸까-라는 눈빛이었다.
“싫으면 말고.”
나는 어깨를 으쓱거리곤 다른곳으로 향했다. 천천히 끌어들이면 된다.
무기를 선별과는 달리 전공은 훗날 바꿀 수 있다. 다만 그 과정이 복잡해서 굉장히 귀찮아지겠지만.
내가 바깥으로 향하자 김서현과 박운혁이 내 뒤를 따랐다.
*
“그럼 첫 번째 합동 수업, 던전 탐사를 시작하겠다.”
그에 학생들이 기대 어린 표정으로 서우주 교관을 바라봤다.
“다들 표정들이 괜찮군. 뭐, 설레 하는 것도 당연한가.”
서우주 교관이 음산하게 웃었다.
“한국영웅학교라는, 세계에서 제일 뛰어난 아카데미에 온 것에 설렜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영웅학교는 오로지 학생들의 ‘능력’만을 본다. 능력이 뒤떨어지는 학생을 끌어올릴 정도로 이 학교는 상냥하지 않다.”
맞다.
이 학교는 정말 냉정하게 학생을 ‘성적’으로만 평가한다.
뒤쳐지는 학생은 그대로 낙오. 낙오인 상태로 계속 있다면 그대로 퇴학. 그 결정에 번복이란 없다.
“한국영웅학교는 문자 그대로 최전선에서 괴수와 맞서고, 마인을 죽이며, 빌런들을 잡는 역할이다. 우리는 적이 아주 많다. 실수를 해도 죽고 운이 좋아야, 평생 떠안을 부상이 있다. 내 실수가 아니라고 해도 마찬가지.”
학생들의 표정이 점점 겁에 질렸다. 이러니저러니해도 아직은 아이들이니까.
“뭐, 겁을 주는 건 여기까지 할까. 그럼 합동 수업에서 임시로 짤 조를 만들겠다. 조는 입학시험에서 봤던 성적을 우선으로 한다. 그리고 최상위권은 조를 이끄는 조장이다.”
서우주가 그 말을 하며 나를 바라봤다.
역시 처음은 수석인가.
“그럼 먼저 조장을 호명하겠다. 이서하.”
“네.”
“조원은 이렇게 구성했다.”
서우주의 말에 허공에 홀로그램 같은 것이 떴다. 과학과 마법을 접목한 마도공학으로 만든 홀로그램이었다.
[이서하(1)/백설기(357), 김아라(457), 한우성(575), 서가연(999)]“……오우.”
나는 나도 모르게 감탄해버렸다. 조원 구성원이 정말 괜찮았다. 폭탄이 좀 있단걸 빼면.
“다음 조장은 김서현.”
“네.”
“조원은…….”
그 뒤로 시간이 흘렀다. 총 20개의 조가 만들어지고, 서우주 교관이 말했다.
“그럼 이 조로 던전을 향하겠다. 다들 나를 따라오도록.”
서우주가 움직이자 우리는 그를 뒤따라갔다.
학교를 나서니 버스 몇 대가 대기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 버스를 타고 간다.”
세대의 버스를 타자, 얼마 지나지 않아 버스가 출발했다.
학교 안을 달리기를 10분. 우리는 으스스해 보이는 동굴 앞에 도착했다.
서늘한 느낌을 주는 동굴 입구가 보였다.
“여기가 바로 인공던전 ‘둥지’다. 너희들은 실습 시간에 이곳에 자주 올 것이니, 기억하는 게 좋다.”
둥지.
한국영웅학교가 만든 던전이다. 이 인공던전이 한국영웅학교를 세계적인 학교로 만들었다.
게임 상에서는 매번 들어갈 때마다 길이 달라진다. 내부 던전의 종류만 15가지.
물론 나는 15가지의 던전을 모두 머릿속으로 외우고 있다.
“출발하는 조는 아까전에 뒤에서부터 호명한 조부터 시작하겠다.”
우리 순번은 마지막이다.
나는 조원들을 불렀다.
“그럼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볼까.”
서글서글한 인상을 가진 한우성이 말했다. 자기소개라니. 끔찍한 짓을 하네.
“안녕하세요! 저는 백설기라고 해요! 특기는 길 찾는 거랑 함정 해제에요!”
귀여운 인상의 여자가 꾸벅-인사하며 말했다.
“나는 김아라. 특기는 검.”
김아라가 아공간에서 거인의 칼을 들며 말했다.
검날만 2m가 넘고 손잡이 길이만 70cm가 넘는다. 사람이 드는 게 아니라, 문자 그대로 거인이 들 법한 검.
“……안 무거워?”
“생각보다 가벼워. 그리고 칼에 아공간도 있어서 은근 편하고.”
한우성의 말에 김아라가 말했다.
“저, 저는 서, 서가연이라고 해, 해요! 트, 특기는 검, 검이에요!”
서가연이 말을 더듬으며 말했다.
“나는 한우성이라고 해. 특기는 요거.”
한우성이 능글맞게 웃으며 버클러를 들었다.
“나는 이서하. 다들 잘 부탁해.”
인사를 마치고 나는 주저앉으며 생각했다.
나름 괜찮다.
전사 4명에 궁수 한명. 전사 비율이 높지만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마 내가 마법사라고 생각해서 짠 것 같은데.’
“그런데 서하랑 가연이는 원래 아는 사이야?”
“응? 나, 나랑 서하가?”
서가연이 당황해 하며 물었다.
“아까전에 이서하가 마법쪽을 추천해서 말이야. 혹시 둘이 아는 사이인가 해서~.”
백설기가 말을 늘어트리며 말했다.
백설기, 백설기 하니까 갑자기 백설기가 먹고 싶어졌다.
“그냥 마법에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말한 거야. 별 뜻은 없어.”
속내를 숨기며 말했다. 서가연은 마법사다. 이 세계에서 해피엔딩을 보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퍼즐이다.
그러나 그걸 굳이 말할 필요는 없다. 자존심이 결여되어있고, 자기 스스로의 생각보다는 남에게 의지하는 서가연은 그런 관심을 부담스러워할 테니까.
“다음 조는 박운혁 조다.”
시간이 느릿하게 흘러간다. 5분 단위로 새로운 조를 넣고 있지만 할 게 별로 없다.
“흐암.”
“……하품이 나와?”
느긋하게 하품을 하니 옆에서 한우성이 어이없다는 투로 말했다.
뭐, 어쩔 수 없다.
다른 이들은 동굴을 보고 겁을 먹었지만, 나는 15개의 던전 구조를 모조리 꿰고 있으니, 긴장감이 없을 수밖에.
“다음 조는 이서하 조다.”
“그럼 가볼까.”
서우주 교관이 호명하자 나는 느긋하게 일어섰다.
동굴 입구로 다가갈수록 으스스한 느낌이 강했다. 누군가 침을 꿀꺽-하고 삼켰다. 겁이라도 먹은 듯이.
동굴 안쪽으로 들어서자 갈림길이 나왔다.
‘오, 운이 좋네.’
소위 말하는 스피드 런이 가능한 던전이 당첨되었다.
“갈림길이네. 어디로 갈까?”
“흠.”
나는 갈림길 쪽으로 가지 않고 오른쪽 벽면으로 갔다. 여기 어디쯤 있을 텐데.
툭 튀어나온 돌 하나가 보였다. 나는 손으로 가볍게 두들겼다. 통통. 묘하게 바람이 새는 소리가 들렸다.
벽을 부수면 길이 나오는 구조. 그러나 이 벽은 꽤 두껍다. 김서현이 작정하고 몇 대를 쳐도 안 부서지는 벽이니까.
나는 김아라를 불렀다.
“아라야. 이리 좀 와봐.”
“……왜?”
“이 벽 좀 부숴봐.”
“……이걸 나보고 부수라고?”
“어.”
“나, 이런거 잘 못하는데.”
김아라가 곤혹스러워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런 걸 잘 못한다는 게 아니라, 자기를 콕 집어서 말해서 그럴 거다.
뭐, 그럴만하다.
여기에는 꽤 호전적인 놈들이 많으니까.
젊은 혈기에 자기 스스로를 과대평가해서 김아라에게 도전했다가, 그녀가 눈에 띄기라도 한다면 그녀가 바라는 학창 생활과는 많이 달라질 거다.
나는 김아라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여기라면 네가 바라는 평온을 즐길 수 있겠지만, 패왕이 그걸 모를 것 같아?
내 말에 김아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보랏빛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봤다. 온갖 감정이 뒤섞인 눈.
어떻게 나와 패왕과 관련이 있단것을 알았을까. 떠보는 건가? 아니, 그럴리가 없다. 그렇다면 패왕을 굳이 콕 집지 않았을 테니.
라는 생각을 하고 있겠지.
“여기 부수면 가르쳐 줄게. 패왕에게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나는 살짝 웃으면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