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70
Chapter 70 – 겨울의 검*수정
챵.
흑색 천으로 둘러싸인 존재가 창문을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
“뭐, 뭐야?!”
“빌런이다! 당장 협회에 연락해!”
한 순간 정체를 알아챈 이들이 모두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콰아아앙!
동시에 아래에서 폭음이 울렸다. 출입구만을 차단한 폭발이었다. 이제 여기에 인원은 이곳에 다 갇혀버렸다고 봐도 좋다.
사내는 우묵한 눈으로 기를 두르고 감각을 끌어올렸다.
“흠.”
흑색의 천으로 싸인 존재는 주변을 둘러봤다. 딱히 거슬리는 존재는 없다. 있어봐야 고작 중격의 애송이들 정도.
그러나 중격의 애송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어려 보였다.
‘호오?’
그러다가 한 존재와 눈이 마주쳤다.
절세의 가인같은 남자였다.
대충 기른듯한 진한 흑색의 머리카락이 목을 덮었고, 마치 심연과도 같은 눈동자가 자신을 바라봤다.
눈동자가 참으로 신기했다.
저런 짙은 색은 자연적으로 발생할 수 없을 텐데.
“네놈, 이름이 이서하인가?”
“내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지?”
“의뢰가 있다. 위천의 여단에게 특급으로 들어온 의뢰가 말이지.”
흑색 천으로 둘러싸인 존재의 말에 사방이 경악에 빠졌다.
“위, 위천의 여단!”
“맙소사, 그 빌런 집단들이 왜!”
그들은 유명하지 않다.
민간인들은 그들의 이름을 한 번이라도 들어보지 못한 게 대부분.
그러나 영웅의 업계에 발을 들이밀고, 상류층이 되거나 정계에 머물게 된다면 그들의 이름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들의 정체는 그야말로 악몽이나 다름없다.
전원 상격.
상격은 영웅과 마인, 빌런들을 모두 합치고, 세계 전체를 뒤져도 1,000여 명이 채 되지 않는다.
소수정예라고는 해도 그들 전원이 상격인것은 정말 말이 안되는 집단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빌런집단이다.
스스로의 욕망을 위해서 사회의 질서를 무너트리고 자신만의 쾌락을 우선시하는 존재.
“도, 도망쳐!”
“어, 어디로?”
“젠장! 협회 놈들! 내가 얼마나 많은 돈을 세금으로 냈는데, 언제 오는거야!”
“자, 잠깐만! 흐, 흑천으로 감싸인 자는…….”
“설마 부단장이란 소린가?!”
경악하는 소리가 들렸다.
흑천으로 둘러싸인 존재, 부단장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그래, 맞다. 내가 바로…….”
콰아앙!
불꽃이 피어올랐다. 정장을 입고 한 남자가 눈을 번뜩이며 들어왔다.
“이제 곧 죽을 놈이지.”
“적탑주로군.”
그들은 많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부단장은 손잡이에 손을 올렸고, 적탑주는 지팡이를 꺼냈다.
“마인에게 빌어먹는 버러지야. 오늘 여기가 네놈의 무덤이 될 것이다.”
“글쎄.”
부단장은 킥-하고 웃었다.
스릉.
동시에 서늘한 철 소리가 울려 퍼졌다. 푸른빛의 검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겨울의 검.
쩌적! 쩌저저적!
겨울의 검이 모습을 드러내자 부단장 발아래가 얼어붙기 시작한다. 모든 것을 얼리는 절대빙결의 힘을 자랑하는 무구.
그것이 부단장의 손에서 해방되었다.
“부탁한다, 샐러맨더.”
-키에엑!
적탑주 어깨에 불꽃형태의 도마뱀이 나왔다.
정령.
그것이 불길을 뿜으며 적탑주에게 힘을 보태줬다.
번쩍!
적탑주 뒤로, 적색의 마나가 응축되며 수십개의 구체 형태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일촉즉발의 상황!
에르실은 마나 실로 주변에 있던 사람들을 모두 끌어모았다. 이서하랑 김서현이 앞에 섰다.
-수라나찰修羅羅刹
-영겁지옥永劫地獄
인간의 탈을 쓴 두 괴물이 시동어를 읇고.
콰앙!
일격으로 부딪쳤다.
***
‘진짜 살 떨리네.’
일격.
두 사람은 고작 한 번 부딪쳤지만, 그 파장은 장난이 아니었다. 호텔의 최상부. 3층의 면적을 남겨둔 곳이 그 여파로 사라졌고, 하늘이 열기에 일그러지고, 얼어붙어 버렸다.
“최상격들의 싸움은 언제봐도 괴물 같네~.”
느긋한 어조로 말하는 여인이 보였다. 몸에 착 달라붙는 옷을 입은 푸른 머리의 여성이 나에게 다가왔다.
“와, 너 진짜 장난 아니다. 그 사진이 정말 보정이 하나도 없었다고? 이건 국보급 외모인데.”
느닷없이 내 얼굴을 칭찬했다. 그러나 빈틈은 보이지 않는다. 김서현과 에르실도 조용히 그녀를 경계했다.
‘파랑.’
그녀의 주특기는 암살자에 가깝다. 다만 물의 마력을 개화해서 혼란을 일으키는데 능하다. 굳이 말하자면 마법사와 암살자 사이에 있는 존재.
터벅터벅.
피같은 눈동자를 가진 남성이었다. 상체에 아무것도 입지 않고 검은색 바지를 입은 채, 대검을 어깨에 지고 맨 발바닥으로 걸으면서.
“뭐야. 저 놈이 여기에 있었어? 일이 수월하겠는데.”
“나, 진짜 얘 주면 안 돼?”
“제발 지랄 좀 처하지 마, 창년아.”
하룬은 쯧-하고 혀를 차면서 나를 봤다.
“그나저나 애송이들이네.”
“두 놈은 중격이야. 거기다가 두 명 다 건드리면 귀찮은 애들인데.”
“흥, 우리가 언제 그런 걸 신경 썼다고?”
“저 하얀 머리 남자애, 천의 마도사의 제자야.”
“그럼 어쩔 수 없군.”
장난스럽게 말하지만, 둘은 우리의 움직임을 한치도 놓치지 않고 집중하며 보고 있었다.
콰아아앙!
쩌적쩌저적!
기온이 내려가고 올라간다. 빙결을 다루는 암살자와 불꽃의 마도사가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시간대는 밤하늘이었지만, 불꽃과 얼음이 파도치듯이 흩어져서 마치 낮이었다가 밤이었다가를 반복하는 느낌이었다.
‘장소가 좋지 않아.’
둘의 경지차이는 명확하다.
적탑주가 위.
그러나 부단주는 적탑주의 상성인 힘을 갖고 있고, 더군다나 지금은 음의 힘이 강한 완연한 보름달이 떠 있다.
그렇기에 부단주가 저렇게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거다.
시간은 많지 않다.
하룬과 파랑을 여기서 묶어둬야 한다.
‘최소한.’
내가 마련해둔 안전장치가 이곳으로 오기 전까지.
“호오, 싸울 셈인가? 투지가 좋다. 내가 상대해 주지.”
“꺼져. 네가 그러다가 죽인놈이 한 두 놈이냐? 족히 50은 될걸?”
“흥, 무인으로 태어나서 무인으로 죽는 게 행복인지도 모를 년.”
“진짜 지랄났다.”
동시에.
둘이 도약했다.
“안녕.”
파랑이 환하게 웃으며 나에게 왔다. 하룬이 사납게 웃으며 김서현을 향해 도약했다.
“에르실! 홍유화! 김서현을 도와줘!”
나는 흑천을 휘둘렀다.
역천을 흑천에 둘렀다. 끼익-검은색의 경파가 흑천에 둘러졌다.
까아아아아아앙!
충격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파랑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벼운 몸놀림으로 뒤로 물러났다.
“우와, 장난 아닌데? 가볍게 몸을 풀려고 했는데, 손이 덜덜 떨리는데?”
장난스러운 목소리.
그러나 눈은 아니었다. 깊어진 눈이 경계를 둘렀다.
“야. 고놈, 내가 맡으면 안되겠냐.”
“꺼져. 저거 내 거야.”
파랑이 나를 보며 눈이 반달을 그렸다.
파앗!
한번더 도약. 파랑이 단검을 들었다. 스스슷! 날카로운 기가 그녀의 단검에서 솟았다.
‘검기!’
온 감각이 경종을 울렸다. 저건 위험하다고.
흑천에 역천을 불어넣었다. 스멀스멀. 검은색의 기가 경파를 이루며 흑천을 감쌌다.
쩌어어어어어엉!
충격파를 동반하며 부딪친다.
‘큽!’
밀리는 건 나였다. 역천의 기. 그것이 부정의 힘을 담고 있지만 이제 막 중격이 된 놈과 이제 막 상격이 된 사람의 차이였다.
“너, 이것도 한 번 막아봐!”
파랑이 흥분하면서 말했다. 그녀의 머리색이 파랗게 변했다. 기파가 달라진다. 파동. 그녀가 가진 힘이었다. 그것이 허공에 물결치더니.
“어……?”
그대로 사라졌다.
“버러지들. 우리 할아버지 생일 잔치에 이딴 짓을 하고 몸 성히 나갈 줄 알았어?”
사나운 말투로.
홍유화는 머리를 거칠게 뒤로 넘겼다. 홍련의 왕관이 그녀의 머리 위에 나타났다.
동시에 그녀의 옆에 공간이 물결치며 파동을 그리고 있었다.
“너, 감당 가능해?”
“하루 종일이라도 할 수 있지……라고 하고 싶은데 빨리 좀 도와줘라.”
“어쩔 수 없지. 다치지만 마.”
홍유화는 그렇게 말하고, 뒤로 물러났다.
“무슨 힘이지? 내 재능을 복사했어? 아니, 그것보다는 강탈에 가까운 힘인데? 이, 이건 섭리를 벗어난…….”
기파랑의 눈이 흔들렸다. 지금이 기회 같지만 나는 호흡을 돌리며 반격할 준비를 했다.
기파랑은 재능은 뛰어나지만, 전투 경험이 일천하다. 전투중에서도 멘탈이 자주 나가는 모습을 보이지만.
‘난이도가 높고, 저 상태에서도 반격할 수 있다.’
천천히 그녀를 몰아세워야 한다.
다행히도 적탑주는 그럭저럭 버텨주고 있다.
찬탈자의 재능을 개화한 홍유화랑 에르실, 김서현이면 하룬을 상대로 버텨야 하고.
“한 눈 팔 때야?!”
파랑이 사납게 웃으면서 내쪽으로 뛰어왔다. 빠름보다는 물이 흐르는듯한 움직임으로 단검을 날렸다.
‘남 걱정할 때가 아닌가.’
창창!
단검을 쳐낸다. 손이 아리다. 그녀는 단검에 검기를 불어넣을 수 있는 역량의 소유자다.
‘틈을 만든다.’
흑검을 꺼내 파랑에게 던졌다. 역천은 최대한 아낀다. 그녀의 공격을 맞부딪치는 것으로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역천을 불어넣어야 하기 때문이다.
유수연살검.
단검에서 푸른빛의 검기가 솟았다. 기파랑이 섬뜩한 웃음을 지으며 그것을 양손으로 휘둘렀다.
창창창창창!
물 흐르듯이 이어지는 검격들. 나는 이를 악물고 역천을 끌어모았다. 흑천의 경파를 두르면서 모조리 쳐낸다. 흑섬보를 사용해서 최대한 뒤로 물러나며 범위에서 벗어났다.
‘검기는 위험해!’
검기는 치명적인 부상을 일으킨다.
모든 개념을 절단시키는 위력도 위력이지만, 문제는 검기에 당하면, 그 상처가 쉬이 치료되지 않는다.
역천의 기를 가져 회복력이 낮은 나는 부상을 입으면 안 된다.
검격을 모조리 쳐내며 뒤로 물러서자 기파랑의 입이 찢어지듯이 벌어졌다.
검귀의 감각이 소리쳤다. 보이지 않는 곳, 뒤에서 검격이 날아온다고.
이를 악물고, 발을 놀렸다.
흑천일보.
일 순간 시야가 암전되면서 검은색의 공간이 만들어진다. 그곳에서 단 한 걸음을 걸었다.
화아악!
한 순간에 3m 밖으로 빠져나오자 기파랑의 놀란 표정이 보였다.
“와우, 우리 미소년 요리조리 피하는 게 장난 아닌데?”
“그럼 한 번만 봐주면 좋겠는데.”
“안되지. 난 네가 너무 탐나는걸.”
그럴것 같았다.
상대는 빌런이다. 나에게 호의를 보이면 좋아할 수 없다. 기파랑은 남자에 미친것같이 보여도.
‘실제로는 더 미쳐있지.’
남자를 좋아하고, 사랑에 빠지게 되면, 기파랑은 그 남자를 죽인다. 그리고 특수한 약물로 처리해서 그 시체를 영구적으로 박제한다.
괜히 빌런의 일원이 아니다.
-주인, 온 것 같다.
‘그래?’
흑천의 말에 나는 반색했다.
다리에 힘이 조금 풀릴 뻔했지만, 이를 악물었다. 최소한 한 방은 먹여주고 싶다.
역천을 모조리 흑천에 때려 박았다.
우우우우웅!
부정한 마나가 모든것을 부정하기 시작한다.
흑천과 영천은 내가 중격에 들어도 그리 큰 무위를 발휘할 수 없을거라 말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가 중격에 들면서 할 수 있는 한번에 역천을 사용할 수 있는 용량이 늘었다.
쩌적.
역천이 모든것을 부정한다.
상격에서나 쓸 수 있을 줄 알았던 힘을 중격에 가져올 수 있었다. 개념스탯 역천의 힘으로.
흑신무, 흑경.
흑천에 모든것을 부정하는 칼날이 솟았다.
기파랑이 나를 바라봤다. 하수가 아닌 동격의 상대로. 경계를 끌어올렸다.
“크하하핫! 저게, 저게 고작 중격이라고!”
웃음소리가 들리며 하룬이 기파랑에 옆에 섰다.
“창녀. 네놈 상대가 아니다. 저리 꺼져.”
하룬이 대검을 들었다.
화악!
핏빛의 불길한 불꽃이 솟았다. 검기의 진화단계, 검화劍火. 상격의 끝자락에게 허락된 기예. 그가 살벌하게 웃으며 나를 봤다.
“애송이. 아니, 너. 이름이 이서하라고 했나. 내 이름은 하룬이다.”
“그래서?”
“너에게 내 이름을 알려주고 싶었다. 역사에 새겨질지 모르는, 어쩌면 위대하고 위대한 대영웅의 발끝에 도달할지도 모르는 놈에게 죽음을 선사한 무인이라고.”
하룬이 돌격자세를 취했다.
“저승에 염라를 만나거든 전해라. 나, 하룬에게 죽었다고.”
그대로 하룬이 나에게 도약했다.
나는 몸에 역천을 둘렀다. 나 역시 도약.
정면승부였다. 하룬이 기꺼운 듯 웃음이 진해졌다.
-잘 가 라.
념으로 하룬이 말했다.
나는 허몽의 각인을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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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몽의 각인(A+)】
허몽의 탑에서 얻은 증표.
문신처럼 몸에 새긴 다음 그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정신 10 추가.
:내장 스킬 「진실 속의 환상」
:???(허몽의 탑 10층을 클리어하면 개방.)
:진실의 자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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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속의 환상.
원래. 하룬이라면 걸리지 않는다. 그러나 나는 지금 에르실이 준 코트를 착용하고 있다. 허몽과 현실이 교차하는 악몽의 코트.
그것이 하룬의 감각을 어지럽혔고.
검귀의 감각이 하룬의 감각보다 높아 그를 농락시켰다.
하룬의 초점이 순간 무너지며 그가 검을 휘둘렀다. 핏빛으로 타오르는 검화劍火의 움직임이 바뀐다.
나는 재빠르게 안으로 파고들었다. 하룬의 초점이 뒤늦게 돌아왔다. 그리고 경악하는 감정이 느껴졌다.
검화가 재빠르게 사그라진다. 핏빛의 기가 그의 육체를 둘렀다.
기갑氣鉀.
검기를 쓸 줄 아는 무인이 경지가 낮아 호신강기의 형태를 빌려 쓴 힘.
나는 웃었다.
촤아아악!
흑경은. 역천의 기는 이능을 부정하는 힘이다. 흑경이 기갑을 부정하고 새까맣게 탄 육체를 그대로 베어내었다.
-그건 안 된다.
파직.
순간 오한이 들었다. 검귀의 감각이 반 박자 빠르게 경고했다. 이대로 가면 양패구상. 나도 죽는다고. 뭐, 아쉽지도 않다. 이대로 갔으면 하룬이 날 죽였을지도 모르니까.
나는 흑천을 들고 그대로 물러섰다.
“크아아아아악!”
가슴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른 곳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직후 천으로 감싼 존재가 앞에 섰다.
부단장이었다.
“너, 상상이상으로 위험한 놈이었군. 하룬 놈이 자만감에 찌들고 얕봤다고 해도……. 재능과 기예. 그리고 뭔지 모를 부정한 힘과 도구를 다루는 능력. 최소로 잡아도 상격의 힘인가?”
부단장의 눈이 뒤바뀌었다.
내 뒤로 적탑주가 나타나며 나를 뒤로 물렸다.
“자네, 어떤 수를 써서라도 살아남게.”
-정 뭣하면 여기에 있는 정계의 존재들을 방패로 삼게. 유화랑 에르실. 김서현만 어떻게든 살리고.
적탑주가 마법으로 뇌리에 말을 새겼다.
자세히 보니 정장의 배 부분이 피로 흥건했다. 무언가 얼어붙고, 그것을 다시 지져버린 듯한 모양세.
“적탑주. 지금이라면 살려주마.”
“살아도 산게 아니겠지. 이 소년을 내 목숨을 주고서라도 살리면 이득이 아닌가.”
그렇게 말하며 적탑주가 말했다.
-지금 바로 도망치게!
나는 도망치지 않았다.
“도망칠 필요 없어요.”
“뭐……?”
쿠웅!
무언가가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다. 순간 기파가 흔들렸다.
“뭣?!”
“어, 어째서 저 자가!”
적탑주와 부단장이 경악했다. 파랑과 하룬의 눈이 흔들렸다.
“뭐, 뭐야! 바, 조금 전에 섬뜩한 느낌은!”
“이런 씨발! 당장 도망쳐!”
부단장이 욕을 내뱉으며 품에서 구슬을 꺼냈다. 그리고 그것을 아래에 던졌다. 검은색의 구름이 뭉게뭉게 퍼졌다.
감각의 혼란을 일으키는 연기.
나는 픽-하고 웃었다.
뭐,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지만.
학교에서 마인과 빌런들의 습격을 받고, 갑작스레 검귀 나박천이나 그런 놈들을 맞닥트린 내가,
아무것도 준비 하지 않을 리가 없지 않은가.
“애송이. 기척을 느꼈다. 설마 상격의 끝에 있는 놈에게 한 방 먹인 건가?”
“죽일 수 있었는데 아깝네요.”
“흥, 맘에도 없는 소리. 상격은 상격이다. 저놈들은 모두 목숨이 위험해지면 한 수가 있어. 그게 동귀어진이든, ‘법’으로 탈출하든. 저놈의 꼴을 보아하니 동귀어진의 한 수다. 그리고 네놈은 그걸 파악하고 일찍감찌 목숨까진 노리지 않았군.”
“……근데 제가 왜 애송이입니까?”
“그럼 사위라고 불러주리? 뭐, 나야 그게 좋지만.”
그 거대한 존재가 나에게 친근한 어투로 말했다.
주변은 이미 경악에 찬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뭐, 그건 좀 그렇네요. 아직 제가 연애에 한 눈을 팔 처지가 아니라서.”
“쯧. 뭐 걱정마라.”
패왕은 그렇게 말하면서.
우묵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봤다.
“최상격이라고는 하지만 빌런. 질서를 무너트리며, 마인에게 협력한 놈을 내가 살려둘것 같나.”
압도적인 기세를 풍기며 패왕이 한 발짝 앞으로 걸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