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academy, I became the only magician RAW novel - Chapter 99
Chapter 99 – 신앙의 의미(2)
무한정력이라.
잠깐 고민에 빠졌다.
정력.
보통 남성의 성기능에 관해서 쓰이는 게 대부분이지만, 일상에서 쓰일 때는 활력이란 뜻을 가진 의미로 쓰이는 것이 대부분이다.
다르게 말하자면 무한활력이라고 보기도 좋다.
‘으음.’
그러나 《에픽 월드》에서는 무한정력은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 문자 그대로 무한의 활기와 무한의 성기능.
나는 이게 단점일지 장점이 될지 저울질을 하다가 장점이라는 것에 저울이 기울었다.
‘나쁘지는 않아.’
무한정력의 단점은 시도때도없이 발정상태에 걸리는 것이지만, 나는 재능 정심이 있다.
정신력을 올려주며 마음을 평정하게 만들어주는 정심이 있으니. 다른 이라면 모르겠지만, 나에게는 확실히 이득이었다.
‘일단 가지고 있어야겠군.’
무한정력은 우선 킵 해둬야겠다.
나는 침대에 앉아서 명상했다. 몸을 관조하자, 육체를 구성하는 모든 것이 느껴졌다. 혈액과 뼈. 근육의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간섭함을 느낄 수 있었다.
흑신무의 끝에 달하면 세포의 움직임마저 다룰 수 있다는데, 아직 나는 그 경지는 먼 것 같다.
어쨌거나. 나는 단전 쪽에 자리를 잡은 힘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특수 스탯 신앙.
이 힘은 굉장히 특수한 힘이다. 순수한 의지에 따라 반응하며, 자신의 힘을 세계의 법칙에 녹아들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내가 이걸 어떻게 알고 있느냐면, 이 세계에 미리 선지자처럼 이 힘을 깨우친 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신앙을 개념 스탯으로 전환해 사용하는, 백신전에 거주하는 이들.
지상에 강림한 신들 덕분이었다.
우웅!
신앙이 움직인다. 믿음이라는 힘이 구현화 된 이 힘은 다루기가 까다롭다. 역천의 기가 움직인다. 그것이 신앙을 꺼림칙하다는 듯, 움직이고 있었다.
신앙을 움직이자 그것이 몸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믿음이라는 힘이 구체화 되면서 내 몸을 감쌌다.
그리고 신앙이 역천의 기에 닿자 역천의 움직임이 거세진다.
그리고 점점 합쳐지면서.
휘우우우웅──.
역천의 기와 신앙이 사라졌다.
‘……아직 다루기가 좀 까다롭네.’
개념 스탯까지 성장한 역천의 기에 관한 제어 능력은 상상이상이다. 전대 천마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을 정도니까.
다만, 신앙은 아니다. 신앙에 관한 보정은 「영웅의 심화 영력 강화술(B)」이나 「손재주(B+)」 정도밖에 없으니까.
나는 몸을 일으켰다.
에르실과 만나기 직전, 시간이 잠깐 나서 연습한다는 게 생각보다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빠르게 몸을 씻고, 외출 준비를 했다.
후드티를 입으려다가, 성한별을 만나야 하니, 깔끔한 차림으로 스타일을 맞췄다. 슬랙스에 셔츠를 입었다.
-복잡한 마음이네요.
-이게 아들을 둔 엄마의 마음인가. 그렇게 갈궈도 후드티를 고집하던 주인이…….
영천과 흑천이 나를 보며 중얼거렸다. 누가 아들이란 거지. 어처구니가 없네.
바깥으로 나가니 시선이 쏠렸다. 평소보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나는 얼마 전, 황제에게 따로 건의해서 만든 공방으로 향했다.
‘연금술사는 공방이지.’
공방을 만드는 것쯤이야 쉬웠다.
황제가 인력을 대주고, 나는 돈을 대준다. 서예빈은 돈까지 전부 내주려고 했지만, 거기까지는 부담스러웠기에 나는 거절했다.
‘내가 돈이 궁한 것도 아니고.’
지부와 공방을 빠르게 만들 수 있는 인력. 그리고 최고급 연금 키트와 관련 물품들을 얻을 수 있는 인맥.
그건 금방 해결했다.
내 입으로 말하기 정말, 정말 그렇지만, 나는 진리교의 수장이어서 슬쩍 언급하니까 연금술 길드의 일원들이 전부 최고급품으로 맞춰줬다.
이게 권력?
신앙 나쁘지 않을지도…….
***
어둑한 방이었다.
하얀색 제복을 입고, 검은색 태양이 가슴팍에 그려진 집단이 그곳에 일렬씩 정돈되게 서 있었다. 순백의 제복 모자를 가지런하게 착용한 이들이 넘쳐났다.
그들은 총 따위의 무기를 들고 정렬하고 있었다.
이 세계는 1999년을 기점으로 모든 것이 붕괴하고, 합쳐졌다.
세계에서 분기점이라 불리는 곳에서 끝없이 나아가, 신화를 현실로 끌어온 이들이 등장했다.
아무튼 세계가 겹쳐지는 현상이 일어나면서, 화기는 그 효용을 많이 잃었다.
화기가 쓸모 없는 것은 아니다. 중격 아래의 존재들은 화기를 써도 충분히 이길 수 있으니까.
그러나 중격에 올라가고 상격에 오르고, 최상격이 된다면.
그것들은 정말 아무것도 소용이 없다.
초월을 이룬 자들은 핵폭탄을 맞아도 살 수 있는 방도들을 다 하나씩 가지고 있으니까.
심지어 괴수들도 마찬가지. 좀 방어력이 있는 괴수들은 어지간한 화기를 맞아도 꿈쩍도 안 하고, 인류를 위협한다. 고작 하격의 괴수가 말이다.
탄을 개조하고 총을 개조하는 것으로 그 격차를 줄일 수 있지만, 현대 사회의 대부분은 자본주의 사회다.
돈이 안 된다는 이유로 그들은 화기의 이점을 꽤 많이 포기했다.
그러나 이 지구에서 화기를 주력으로 쓰는 이들이 있다. 단일 세력으로는 가장 사악하다고 평가받으며, 같은 인간을 인간으로 보지 않는 이들이 있었다.
마인들을 통합한 칠악이라 불리는 괴물들과 동등한 위치에 설 수 있는 몇 안 되는 악의 집단이 있다.
“그래서 나를 부른 이유는?”
오만한 말투로 회색의 남성이 말했다. 입에 담배를 꼬나문 채였다. 왼쪽 허리춤에는 권총이 달린 특이한 형식의 제복.
“이 소년을 죽여라.”
“……그런 임무를 이 내가?”
회색의 말투는 어이없다는 듯 웃음을 흘렸다.
“회색 늑대. 너이기에 받는 임무다. 그는 어쩌면 우리 ‘제국’을 위협할지 모르는 존재이기 때문이지.”
삑.
중년의 남성이 허공을 향해 리모컨을 켰다. 허공에서 화면이 켜지며 한 영상이 나타났다.
“저건 뭐야?”
“극비리에 입수한 영상이지.”
굉장히 흐릿한 영상이었다.
한 소년과 인어 괴수가 싸우는 모습. 그 모습을 회색의 남자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꽤 하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다. 저 소년이 쓴 힘이 문제지. 몇몇 이들은 항마(抗魔)의 성질을 지닌 마력을 깨우쳤다고 하지만, 칠악들이 가장 경계하는 소문도 있지.”
“그 예언의 존재라는 놈인가.”
회색머리의 남자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언의 존재는 모든 마를 멸절시킬 힘을 가졌다고 전해진다. 그건 신을 넘어선 어떤 권능과도 비슷한 힘이다.
그러나 저 소년에게는 그 힘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검은색의 마나가 신경에 거슬렸다. 마인의 것도 아닌, 검은색의 마나가.
“그 정도는 아닌 것 같지만……뭐, 이 몸이 나서주지.”
“그럼 지시를 내리겠다, 회색늑대. 너는 지금부터 위천의 여단과 이 지점에서 합류해라.”
“뭐야, 위천의 여단도 같이 움직여?”
“그래. 저 소년을 제압해서 패왕과 거래를 하고 싶다고 하더군.”
“그래서 제압할 방법은 있나?”
“그쪽에서 알아서 하겠다는군. 아마 위천의 여단이 사용하는 마력을 단절시키는 도구를 쓸 거다.”
“그럼 나는?”
“소년을 관찰해라. 만약 그 소년이 예언의 존재. 혹은 그 존재와 맞먹는 위험도를 가지고 있거나.”
중년인은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글거리는 검은색의 태양형태. 그 위에 떠 있는 역만(卍)자.
“우리 나치 제국에 위험을 줄 존재라 판단되면 죽이거나 정보를 캐내라.”
중년인은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
***
나는 공방으로 들어갔다.
깔끔한 건물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내부는 약 100평 정도 되는 공방. 이 건물을 짓는 데 생각보다 큰돈이 들어갔다.
‘200억 정도 들었나.’
공방을 짓는 데 200억이라. 정말 미친 듯이 돈을 퍼부었지만, 후회는……후회는…….
‘내 200억…….’
가슴이 아려오지만, 나는 속으로 한숨을 쉬며, 털어냈다. 어차피 이 세계를 살아가면서 돈에 구애받는 일이 굉장히 적어졌기 때문이다.
공방으로 들어가니 온갖 재료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전자마녀에게 뜯은 재료와 황제에게 포션을 공급하는 대가로 얻은 재료들이 나를 반겨주었다.
포도당 사탕을 입에 넣고, 작업을 시작했다.
가면을 쓴 채, 영상을 남기며 핸드폰으로 자료를 작성했다.
왜냐하면 이 공방은 나뿐만 아니라, 비랩실도 쓸 것이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내 제자니까.’
비랩실은 연금술사들을 육성해야 한다. 내가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이 세계에게 살아남기 위해서, 정해진 배드 엔딩을 피하기 위해서는 내 일신의 무력 또한 중요하다.
연금술사들을 키우는 데에만 신경을 쏟아부을 수 없다.
그렇게 이것저것 작업하기를 잠시. 익숙한 인기척이 느껴졌다. 동시에 띵동-소리가 울렸다. 나는 정문으로 걸어갔다.
문을 여니, 에르실이 방긋 웃으며 있었다. 검은색 니트. 갈색 바탕에 검은 줄무늬가 그려진 체크무늬 치마. 니트 위에는 코트를 걸친 채였다.
“안녕하세요. 진리 님의 파트너, 에르실이 왔어요.”
쾅.
나는 나도 모르게 문을 닫았다.
‘…….’
후우.
속으로 심호흡을 하고 다시 문을 열었다. 문을 여니 에르실이 뾰로통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그 말이 그렇게 싫어요?”
“얼굴도 모르는 이들이 신앙을 인증하겠다며, 진리님 진리님 하는 걸 몇 번 보면 너도 나처럼 반응할걸.”
“오히려 좋지 않아요? 막 저보다 못한 것들이 저에게 지식을 조금이라도 얻으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악질이야.”
“헤헷.”
내 말에 에르실이 혀를 살짝 내밀며 윙크했다. 귀여운 척하기는. 귀여우니까 봐준다.
나는 에르실을 안쪽으로 들였다.
“여기가 서하 씨의 공방이에요?”
“그렇지.”
“……잠깐, 저거 연금술 길드에서 제르맹이 엄청 애지중지하는 물건 아니에요? 가격만 20억이 넘어가는 것도 넘어가는데, 만들기 힘들어서 어지간한 마탑도 구하기 힘들어 하는 물건이에요…….”
“아, 그래?”
“하긴, 당연한 걸지도 모르겠네요. 요즘은 진리 하면, 새로운 신으로 추앙하는 분위기라.”
에르실이 나를 슬쩍 바라보고는 말했다.
“물약 볼래?”
“아뇨, 괜찮아요. 서하 씨가 주는 물약이니까요.”
에르실은 그렇게 말하며, 내가 꺼내는 물약을 확인도 안하고, 아공간에 넣었다.
“그리고 이건 비약. 색깔마다 올려주는 능력치가 다르니까 주의해서 복용하고. 설명서는 여기.”
에르실이 슬쩍 설명서를 보다가 나를 바라봤다.
“연금술이란 학문에 전환점을 만든 사람이라 그런지 진짜 대단하네요. 이거 비약 하나에 1억에 판다고 해도 살 사람이 넘쳐날 텐데.”
“그럼 그 값에 살래??”
“네, 이 정도 비약이라면 그만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안 줘도 괜찮아. 고객을 위한 서비스 같은 거니까.”
“이렇게 서비스를 줘버리면 착각할 것 같은데.”
“…….”
에르실이 야릇한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저 이대로 착각해도 돼요? 계속 착각하고 싶은데.”
입꼬리 한쪽을 올리면서. 요망한 표정으로 에르실이 나를 올려다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