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106
106. 흰색 차원문 (5)
현장에서 제법 익숙해졌을 즈음, 그때의 나는 매일매일 꽤 비장했다.
오늘 반드시 이 일에 종지부를 찍겠다고 다짐을 목구멍으로 삼키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일을 끝내지 않으면 돌아가지 않겠다고 마음을 먹곤 했다. 계속 그렇게 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큰 불만 없이 차곡차곡 쌓아가는 삶을 살면서도, 분명히 나는 그 삶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싫어했다. 혐오하고 있었다.
오히려 처음 현장에 나갈 때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나가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걸 하지 않으면 살 수 없었으니까.
배고픈 게 싫었고, 배만 불러도 행복했다. 그때의 내 삶은 훨씬 단순했지만, 꽤 만족스러웠다.
삶을 살아가면서 쳇바퀴를 굴리는 것에 비유한다. 매일매일 똑같아서 지긋지긋하고 괴로운 삶.
누구도 쳇바퀴를 굴리는 다람쥐의 의견을 물어볼 생각은 하지 않는다.
사실 다람쥐는 생각 이상으로 행복할지도 모른다.
아니, 아마도 행복하다.
숲에서 천적들을 피해 고단하게 살며 먹이를 걱정하는 것보다는, 쳇바퀴를 굴리고 싶을 때 굴리며 적당한 운동과 풍족한 먹이를 먹으며 사는 게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다람쥐가 자신이 굴리는 게 쳇바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는 어떨지 모르겠다. 다람쥐에게 그 지능이 있다면 말이다.
현장일에 익숙해졌던 나는 쳇바퀴를 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다람쥐였다.
그 무렵의 나는 모든 게 재미가 없었다.
살면서 포만감으로 행복감을 착각하며 만족했지만, 즐거웠던 적은 없는 듯하다.
“후우.”
나는 전보다 겁이 많아졌다. 잃을 게 많아진 탓이었다.
너무너무 행복하면 그와 동시에 약간의 불안감도 떠안게 된다.
그 행복이 깨졌을 때를 감당할 수 없는 탓이다.
그렇기에 내가 가진 행복을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게 된다.
“무오오오오오오오오오!”
헌터 여럿이 공격을 퍼부어도 타우로스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저 왱왱대는 날파리들을 상대하듯 거칠게 팔을 휘두르며 돌진했다.
타우로스의 목적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흉포함과 파괴본능으로 가득한 마력은 분명했다.
타우로스 정도 되는 마수를 적당히 봐주면서 제압할 수는 없었다.
바다에서 보트 하나를 날려 버렸을 때를 떠올렸다.
마음 같아서는 타우로스도 그렇게 날려 버리고 싶었지만, 단순히 무게를 떠나서 괴력을 지녔기에 쉽지 않겠지.
여기서 날렸다가 사람이 있는 건물 위로 떨어졌다가는 대참사였고.
나는 짓누르기로 결정했다.
타우로스에게만 중력을 더하듯 바람으로 짓누르면, 구정석과 조여진이 마무리를 할 수 있겠지.
“무오오오오오오오오오!”
타우로스가 돌진해왔다.
쿵! 쿵! 쿵! 쿵! 쿵! 쿵!
놈이 발을 내디딜 때마다 콘크리트 바닥이 쿠키처럼 부서지며 들렸다.
“대, 대표님……!”
구정석이 옆에서 다급한 목소리를 냈다.
“다 왔어요! 지금, 아니, 일단 제가……!”
조여진은 뭐라도 하려는 듯 마력을 끌어올렸다.
“일단 결계 펼칩니다!”
구정석이 양팔을 넓게 펼쳤고, 결계가 펼쳐지며 공간이 분리됐다. 그렇다고는 해도 실제 공간에 장막을 치는 것이었지만.
나는 이미 힘을 쓸 준비가 돼 있었다. 평소에 머리칼 변색을 막으면서도 어느 정도 광합성을 충분히 했다. 휴도에서야 항상 충만하게 힘을 채웠다.
마력이 느껴지지 않으니 다른 이들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멀뚱멀뚱 서 있는 걸로 보인 듯했다.
“흠!”
나는 힘껏 양팔을 아래로 휘둘렀다. 거센 바람이 번개처럼 타우로스의 위로 떨어졌다.
쿠아아아아아아아아!
그 순간 타우로스의 몸이 이상하게 뒤틀렸다.
“어?”
거센 바람이 지면을 때리는 순간 타우로스의 턱이 바닥에 닿았다.
쿠쿵! 쿠구구궁! 쿠쿠쿵!
더 이상 타우로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바닥에는 끝을 알 수 없는 커다란 싱크홀이 생겨 있었다.
전부 내가 만들어낸 구멍은 아닐 듯했지만, 생각 이상으로 위력이 강했다.
싱크홀 주변으로 다가간 조여진은 고개를 쭉 빼고 살폈다.
“어…….”
그녀는 내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헛웃음을 쳤다.
“안 보이는데요?”
구정석 역시 싱크홀을 살피다가 헛웃음을 쳤다.
“말도 안 되네요, 진짜.”
나는 두 사람의 눈치를 살피다가 웃어 보였다.
“대충 아시겠지만, 이건 비밀로 부탁드려요. 피곤해지는 게 싫어서.”
구정석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건 걱정하지 마세요. 문제없습니다.”
조여진도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애초에 저는 대표님의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고용된 거잖아요. 그나저나 이 정도면 제가 필요 없는 거 아닌가요? 무슨 능력이죠? 중력? 아무튼…….”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지만, 상황을 해결하긴 했다.
모로 가도 서울로 가기만 하면 되지 뭐.
* * *
“절미야.”
현백이는 아기 고양이랑 눈을 마주치며 목소리를 냈다.
아기 고양이는 새로운 이름이 마음에 든다는 듯이 울음소리를 내면서 꼬리를 살랑거렸다.
“미야아앙.”
옆에 있던 지율이가 웃으며 말했다.
“이름이 마음에 드나 봐! 대답 잘하네!”
“그러게. 대답하는 거 맞겠지?”
“응 맞아! 내가 잘 알거든.”
“진짜? 어떻게?”
“난 고양이 전문가야.”
현백이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고양이 전문가?”
“응! 고양이랑 같이 살거든. 이름은 무룩인데 대답을 엄청 잘해.”
“그렇구나. 여태까지 잘 몰랐네.”
지율이는 양손 검지를 기울여 눈썹 쪽에 가져다 댔다.
“이렇게 눈썹이 조금 웃기긴 한데, 가끔은 일자로 되기도 해. 그리고 엄청 똑똑해.”
“그럴 거 같아.”
“다음에 보여줄게!”
“응, 기대할게. 보고 싶다.”
“무룩이가 고양이들 대장이라서 아기 고양이도 잘 봐줄 거야.”
둘의 알다가도 모를 대화를 들으며 흐뭇하게 지켜보고 있던 조민택은 노크 소리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어, 들어와.”
JMT 글로벌의 직원 중 하나가 인절미와 설탕, 버너와 프라이팬을 가지고 왔다.
“어어, 수고했어. 다들 떡 먹고 있나?”
조민택의 물음에 직원은 웃으며 대답했다.
“이따 먹을 것 같습니다.”
“아직 떡 따뜻하니 맛있겠네. 다들 바로 먹으라 그래, 그래야 맛있지. 그리고 괜히 내가 사준 떡 먹느라 뭐 일이 늦어졌다느니 그런 소리 하면 안 되니까, 오늘은 무조건 야근 없어. 다들 시간 되면 바로 퇴근하라고 해.”
“예?”
“들었으면서 뭘.”
“아, 예……! 전달하겠습니다!”
“응, 들어가.”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조민택은 스스로가 유능하면서도 좋은 고용주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다른 직원들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조민택은 스스로도 자화자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게 원동력이기도 했고.
“자, 준비됐다! 이게 인절미야!”
조민택은 랩에 예쁘게 포장된 인절미를 내밀었다.
현백이는 먹어본 적만 없을 뿐, 당연히 인절미 자체가 신기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인절미에 대해 아예 모르고 있던 지율이에게는 새로운 마수를 보는 것만큼이나 신기했다.
“맛있어요?”
“그럼! 말했잖아.”
“우와…….”
“랩 위로 만져봐. 느낌이 재밌을 거야.”
지율이는 랩 위로 인절미를 만졌다. 말캉말캉하면서도 탄력이 있는 떡의 느낌이 재미있었다.
“히히히히, 이상하다.”
“재밌지?”
“또 만져도 돼요?”
“그래, 안 될 거 있나.”
지율이는 검지로 몇 번 더 떡을 콕콕 찌르다가 랩에 구멍을 내고 말았다. 손가락 끝에는 고운 콩가루가 묻었다.
“앗…….”
지율이가 눈치를 살피는 찰나, 조민택이 눈을 크게 뜨고 말했다.
“맛있는 거 챙겼네!”
“맛있는 거?”
“응! 손에 묻은 거 먹어봐.”
마치 지금과 같은 상황을 예견한 듯 조민택은 미리 지율이의 손을 깨끗이 닦아준 상태.
지율이는 조심스레 검지에 묻은 콩가루를 입으로 가져갔다. 특별히 아주 맛있지는 않았지만, 고소한 게 나쁘지 않았다.
“괜찮아요.”
지율이의 냉정한 평가.
“어어?”
조민택이 당황한 목소리를 냈고, 지율이는 생긋 웃으며 말했다.
“나쁘지 않아요.”
이어지는 냉정한 평가에 조민택은 당황을 금치 못했다.
‘아니, 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맛이 없어도 맛있다고 하지 않나? 솔직해도 너무 솔직하네. 아주 평가도 차가운 게 아이스맨도 울고 가겠어.’
조민택은 애써 웃으며 말했다.
“하하, 하하하하하. 하지만 그건 아주 일부분만 맛을 본 거지. 진짜는 인절미 전체를 제대로 먹어봐야 진가를 알 수 있단다.”
그는 미리 준비한 접시에 인절미들을 옮겼다. 예쁘게 정렬을 시키는 것은 물론, 인절미들이 차례대로 몸을 포개고 있어 보기가 좋았다. 거기에 남은 콩가루도 소복하게 뿌렸다.
“우와아, 예쁘다!”
지율이가 말하자 조민택이 콧수염 끝을 어루만지며 씩 웃었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은 법이지.”
조민택은 지율이와 현백이에게 포크를 주고는 말했다.
“자, 하나씩 먹어보렴.”
지율이는 조금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생애 첫 인절미를 먹었다. 쫄깃하고 고소하면서 탄수화물의 압축인 떡 자체에서 조금씩 우러나오는 단맛이 조화로웠다.
“우와! 먹을수록 맛있어요!”
지율이의 반응에 조민택은 속으로 안도하면서도 겉으로는 으스댔다.
“그렇지? 그게 인절미의 맛이야.”
조민택은 현백이를 보며 물었다.
“어때? 입에 맞아?”
현백이는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맛있어요.”
지율이는 아기 고양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얘도 줘도 돼요?”
조민택이 어색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무래도 걔가 먹기에는 무리일 거야. 아저씨가 아기 고양이도 먹을 수 있는 고양이용 우유를 사서 오라고 할게. 아, 맞다. 아까 데려온 애라고 했지? 그럼 필요한 것들을 전부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구나.”
당황한 현백이가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그렇게까지 하실 것 없어요.”
“뭐 별거라고. 괜찮다. 그냥 ‘고맙습니다’하고 받으면 돼. 네가 길 잃은 아기 고양이를 데려온 예쁜 마음 덕분인 거니까. 대신 앞으로 아기 고양이를 더 예뻐해 줘야 해.”
“네. 꼭 그럴게요.”
* * *
같은 시각.
강척 드래곤 연구소 인근 시내.
또각또각또각또각.
경쾌한 구두 소리가 울렸다.
발걸음 소리의 주인은 바로 도라경.
“으흐흠. 흐흥.”
도라경은 기분이 좋은지 콧노래까지 불렀다.
삐삑.
그녀가 자동차 리모컨 키를 조작해 트렁크를 열었다.
“여기에 다 실어주시면 돼요.”
“예, 알겠습니다.”
카트를 밀고 온 남자가 트렁크에 무언가를 잔뜩 옮기기 시작했다.
고양이 사료, 고양이 화장실, 고양이 화장실 모래, 간식, 이유식, 장난감 등 전부 고양이 관련 용품들뿐.
처음에는 혹시 모를 변수가 두려워 반대했지만, 정작 데려오기로 결정한 다음에는 가장 기뻐하고 있는 도라경이었다.
* * *
JMT 글로벌 건물에 도착했다.
나와 조여진, 구정석은 곧바로 조민택의 사무실로 향했는데, 이상하게 고소하고 달달한 냄새가 퍼졌다.
“삼촌, 저희 왔…….”
조여진이 문을 열며 목소리를 낸 순간이었다.
“어? 다들 오셨네? 와서 좀 드세요.”
조민택이 웃으며 손짓했다.
고소한 냄새의 정체는 프라이팬에 구워져 죽죽 늘어나는 인절미였다.
“이대로 그냥 먹어도 맛있고, 아니면 이렇게.”
조민택은 팔을 코브라처럼 굽히고, 엄지와 중지만으로 설탕을 집어 솔솔 뿌렸다.
“이렇게 설탕을 뿌려서 먹어도 기가 막히지.”
지율이가 포크로 인절미를 푹 찍어서 내밀었다.
“빠아! 먹어!”
“응, 고마워.”
나는 곧바로 인절미를 한 입 먹었다.
웃음과 행복을 먹는 느낌.
살면서 먹어본 떡 중에 가장 맛있었다. 떡이라는 것 자체를 많이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 * *
조민택의 사무실에서 간식 타임이 끝났다.
현백이와 아기 고양이는 구정석과 함께 돌아갔다.
조여진도 다음부터 내가 강척에 올 때마다 깔끔한 일 처리를 돕기로 결정이 났다.
“혹시…….”
조민택은 나의 눈치를 살피다 물었다.
“여진이 걔가 뭐 실수하거나 그런 건 없습니까?”
“네, 괜찮았습니다.”
“당연히 일을 일 처리가 확실한 애라서 대표님께 추천을 드린 겁니다.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이기도 하고요. 그래도 아직 어리다 보니 이리저리 통통 튀지 않습니까? 그래서 혹시나 거슬리는 게 있지는 않았을까 해서요.”
나는 웃으며 손을 저었다.
“그런 말씀 마세요. 다 괜찮았습니다.”
“그나저나 이번에는 처리할 것들이 굉장히 많아졌네요. 아마 그 싱크홀로 빠졌다는 타우로스도 건지는 대로 어느 정도 돈이 될 겁니다.”
“알아서 처리해 주세요.”
“네, 다 되면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부탁드릴 것이…….”
“말씀하세요.”
마음속으로는 ‘일단 들어는 볼게요’라고 중얼거렸다.
“밀크본 열매 있잖습니까.”
“아, 네. 아직 안 드셔봤죠? 끝내줍니다. 슈퍼허니포켓처럼 슈퍼를 붙여야 되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말이죠.”
“아, 겉으로만 봐도 특상품인 게 티가 납니다.”
“그런데 밀크본 열매는 왜요?”
“아, 그, 안 그래도 방금 슈퍼허니포켓 얘기를 꺼내주셨잖아요? 그때 슈퍼허니포켓처럼 밀크본 열매도 광고를 찍을 수는 없을까 해서요.”
나는 얘기를 듣자마자 씩 웃었다.
“당연히 가능하죠.”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107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