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299
299. 시원해요 (2)
나는 좀처럼 놀라지 않는다.
김밥 연근을 먹은 이후로 언제나 침착한 마음을 유지할 수 있다.
불가항력이 하나 있다면 지율이와 관련된 것.
지금도 그렇다.
지율이와 함께 있을 때 뭔가 의심스러운 게 있다면,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심장이 RPM을 올리듯 쿵쾅거린다.
하지만 찰나에 지나지 않는다.
김밥 연근의 효과로 금세 안정을 되찾고는 최상의 답을 찾아 상황에 대처한다.
내가 언제나 최상의 답을 내놓는 것은 아니겠지만, 가능한 그에 가까우려 노력을 쏟는다.
휴도에 온 이후로, 지율이를 만난 뒤로 얻은 수많은 능력들.
본래도 특화돼 있던 마력 감지는 감정을 읽는 수준으로 상승했다.
마력을 떠나 어떠한 기 같은 것을 느끼기도 하고.
신체능력 자체도 강해졌는데, 지율이의 알껍데기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현백이의 알껍데기 덕분에 바람을 다루고 강철의 몸을 지닐 수 있었는데, 아마 이것도 신체능력에 영향을 미쳤을 듯했다.
강철 몸을 더 단단하게 만든 것은 쇠삼.
달리기가 빨라지게 만든 약삼, 완전한 해독을 가능케 하는 약삼의 열매, 고무처럼 몸을 늘일 수 있게 된 싹이가 건넨 열매까지.
원래도 신비로웠지만, 안드리엘을 만난 이후 그 존재가 더욱 무언가가 있음을 느끼게 하는 싹이.
싹이로부터 얻은 힘은 더 있다.
물방울 같은 초록잎 덕에 광합성이 가능해졌다.
광합성 덕분에 모든 능력을 몇 단계는 더 강하게 발휘할 수 있는 듯하다.
용왕을 만나서 받은 산호초 덕에 정화도 하고, 광합성도 강해지고, 산소도 발생시킬 수 있다.
하늘나라의 구름 덕분에 물을 쏠 수도 있다. 스펀지처럼 물을 머금을 수 있는 셈이다.
부섬에서 화삼을 먹은 이후 불도 뿜어낸다.
활용할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듯한 소 치는 능력.
하지만 그림자 관련 능력은 생각보다 강력한 힘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능력이든 쓸 곳이 있기 마련이었는데, 이번에는 안드리엘 덕분에 요정의 가루로 상처를 치료할 수도 있게 됐다.
최고의 능력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직접적으로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은, 돕고 나서는 생각 이상의 보람이 차오른다.
이것도 나의 멍청한 실수 덕분에, 필요할 때 쓰라고 준 것을 그냥 먹어버린 덕분에 능력이 생겼다.
이렇게 능력을 가질 수 있게 된 것도 다 지율이가 준 알껍데기를 먹고 약발이 죽이게 잘 받는 체질이 돼서 그랬지만.
결국 나에게 생긴 모든 좋은 일은 지율이를 통하게 된다.
말 그대로 세상의 빛깔이 달라졌다.
지금도 긴장감에 얼굴을 굳혔다가도 지율이의 한마디에 풀어지고는 웃음을 지었다.
하긴, 휴도에 위험한 게 있을 리가 없지.
그런 듯하다가도 결국은 아니다.
만약 그러한 존재가 있다면 내가 알아챘을 것이다.
내가 아니어도 곰곰이, 삐삐, 핫도그, 무룩이가 알려줬을 가능성이 높다.
지율이가 먼저 무언가를 알아차렸겠지.
휴도에서 한참 떨어진 곳까지 투명장막을 펼치고 있는 싹이가 모를 리 없다.
무엇보다 휴도는 그저 행복한 곳이니까.
방금 놓친 그림자의 주인은 누구인지, 혹은 무엇인지, 어떤 새로운 친구일지 기대된다.
“탐험 시작!”
내가 주먹을 쥐고 들어 올리자 지율이는 이에 질세라 두 주먹을 쥐고 만세를 했다.
“시작!”
“시작이다!”
“시작한다!”
“예에에에!”
“아하하하핫!”
그렇게 우리끼리 신나던 와중이었다.
“뽥?”
그림자가 사라졌던 곳에서 꼭꼭이가 고개를 내밀었다.
“아, 뭐야? 꼭꼭이였어?”
내가 피식 웃으며 물었고, 이내 꼭꼭이는 몸 전체를 드러냈다.
“뽥뽥.”
“꼭꼭이도 여기 오는구나.”
나의 말을 들은 지율이가 고개를 돌려 팜독 대장에게 말을 걸었다.
“팜독아, 꼭꼭이 여기 자주 찾아와?”
“프앙?”
“여기 꼭꼭이 자주 와?”
“프앙프앙.”
팜독 대장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랬구나.”
동물들의 말도 전부 알아듣는 지율이를 보면 신기할 따름이다. 아직도 신기하다. 그러다 주변에 있는 아이들 모두가 시야에 들어왔다.
무언가를 신기하게 느끼는 것이 전부 새삼스러운 것일지도.
“아니다.”
처음에 그림자 쪽을 보고 목소리를 냈던 레오가 말했다.
“내가 본 그림자는 저 녀석이 아니다.”
레오의 말대로라면 꼭꼭이 말고 다른 그림자의 주인이 있다는 것.
“진짜아? 어떻게 생겼어?”
지율이가 묻자 레오는 미간을 잔뜩 좁히고 대답했다.
“나도 제대로 본 것은 아니라 모른다. 하지만 두 날개를 지니고 있었다.”
“날개?”
“그렇다. 워낙 빠르게 움직이는 그림자라서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찾으러 가자!”
지율이가 곧장 그림자가 사라진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나도 바로 뛰었다. 지율이보다는 조금 앞장섰다.
“엇? 시합이야?”
내 속을 모르는 지율이는 더 빠르게 달렸다.
“멍멍멍멍!”
그때 신난 핫도그가 가장 먼저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래, 네가 앞장서면 안심이지.
빠르게 달려가던 핫도그가 속도를 멈추고는 킁킁 바닥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핫도그! 뭐 발견했어?”
지율이가 쪼르르 달려가자 핫도그가 고개를 틀고 ‘멍’ 짖었다.
“아앗! 빠아! 이거 봐!”
“뭔데? 뭔데?”
지율이의 자그마한 손가락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바닥에는 기껏해야 손끝 크기의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
사족보행을 하는 동물로 보였다.
작고 가느다란 발가락이 선명하게 찍혀 있었는데, 앞발은 네 개 뒷발은 다섯 개였다.
“무슨 동물이야?”
지율이의 물음에 나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그러게? 잘 모르겠네? 심지어 날개가 있다고 했으니…….”
지율이는 레오를 홱 돌아보며 물었다.
“진짜 날개가 있었어?”
“그렇다.”
“컸어? 발은 작은데.”
“그림자는 크게 비칠 수도 있는 법이다.”
지율이가 다시 앞을 향해 손을 뻗엇다.
“발자국 주인 만나러 가자!”
* * *
“어…?”
퀸을 보고 놀란 고성우의 눈은 뒤통수를 톡 건드리면 빠질 것 같았다.
“퀸… 씨?”
“성우… 씨.”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스러웠지만, 퀸이 반가운 고성우가 씩 웃으며 다가섰다.
“여기까지는 웬일이에요? 어떻게 여기 있어요? 찾아왔어요? 그런데 괜찮은 거예요?”
고성우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언제 사람이 올지 모르니까 일단 자리를 뜨죠.”
“손 대지 마세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퀸의 태도.
자신의 얼음보다 차가운 퀸의 반응에 당황한 고성우가 물었다.
“갑자기 왜 그래요? 저한테 뭐 화난 거 있어요?”
잠시 생각하던 퀸이 말했다.
“아니에요. 제가 실례했습니다. 저는 그럴 자격이 없는데, 혼자서 이게 무슨 짓인지 모르겠네요. 실례했어요.”
곧바로 자리를 뜨려는 퀸.
고성우가 퀸의 손목을 잡았다.
“잠깐만요.”
퀸은 자신의 손목을 쳐다봤다.
얼음 능력을 쓰는 고성우의 손은 따뜻했다.
퀸은 천천히 고성우와 눈을 마주치며 입을 열었다.
“……놓으세요.”
“그러지 마시고, 무슨 일인지 말씀을 해주세요.”
“……아니에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네?”
“……아까 그건 누구죠?”
“네? 누구요?”
“귀가 길고 날개가 있는 여자요.”
“아…….”
상황파악이 된 고성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안드리엘이요?”
“그게 그 여자 이름입니까?”
조금 전까지는 슬퍼 보였던 퀸.
하지만 이번에는 뒤로 번개라도 치는 듯했다.
번뜩이는 눈에는 한기를 넘어 살기가 서렸다.
퀸은 안드리엘을 찾아내서 없애버릴 기세였다.
“뭔가 오해가 있는 것 같아요.”
“오해요?”
“네네네네. 안드리엘은 그냥 서로 돕는 사이입니다.”
“도와요? 뭐를요? 제가 도울 수 있어요.”
고성우는 피식 웃으며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이야기를 듣고 난 퀸은 얼굴을 붉혔다.
“어떡해…….”
양손으로 뺨을 감싼 퀸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미안해요. 제가 혼자 지레짐작하고는……. 사실 어떻든 이렇게 몰래 따라와서 이러면 안 되는 건데……. 미안해요, 제가 처음이라서, 이런 건 처음이라서, 죄송합니다.”
고성우가 웃으며 양손으로 퀸의 양쪽 손목을 가볍게 잡았다. 그리고 뺨을 감싸고 있는 손을 내리게끔 천천히 당기며 눈을 마주쳤다.
“저도 전부 처음이에요. 같이 조금씩 알아가는 거죠.”
“제가 이래서 정 떨어지지 않았어요?”
“아니에요, 오히려 좋았어요.”
“……좋았어요? 그럼 계속 이럴까요? 성우 씨가 좋아한다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고성우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퀸 씨가 맨날 속상한 건 싫어요. 그냥 저를 믿어줬으면 좋겠어요. 저도 지금 호감을 가지고 알아가고 싶은 건 퀸 씨밖에 없으니까요. 뭔가 궁금한 게 있으면 저한테 물어봐요. 그럼 다 말할 테니까.”
“……네.”
“같이 한국으로 갈까요?”
퀸이 고개를 끄덕거렸고, 고성우가 손을 뻗어 전방으로 빙판을 만들었다. 그리고 옆에는 얼음으로 된 썰매를 만들어낸 다음 손짓을 했다.
“타시죠.”
그렇게 둘은 얼음썰매를 타고 바다 위를 미끄러지며 한국으로 향했다.
* * *
한참 동안 발자국의 주인을 찾던 중이었다.
“못 찾겠다 꾀꼬리!”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 우리가 찾는 것이 꾀꼬리인 것이냐?”
레오가 물었다.
“아니?”
지율이의 대답에 레오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런데 왜 꾀꼬리라고 외친 것이냐?”
“숨바꼭질할 때 이렇게 하는 거래.”
못 찾겠다 꾀꼬리라니.
나도 살면서 실제로 외친 적은 한 번도 없는 말인데.
“이해가 안 되는군.”
레오가 팔짱을 끼고 나지막이 말했다.
“뭐 어때! 나는 못 찾겠어! 못 찾겠다 꾀꼬리!”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이자 핫도그가 옆에서 멍멍 짖더니 헥헥거리며 꼬리를 흔들었다.
“찾을 수 있어?”
지율이의 물음에 핫도그는 멍멍 짖더니 몸을 돌렸다.
우리 모두 핫도그의 뒤를 따라나섰다.
얼마 지나지 않아 핫도그가 다다른 곳은 한 나무 앞.
“멍멍!”
핫도그는 나무를 한 번 쳐다보고는 우리를 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여기야?”
지율이의 물음에 핫도그는 다시 ‘멍’하고 대답했다.
나는 나무를 둘러보았지만 특별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레오의 말대로라면 날개가 달린 동물이니 어디로 갔을지 모르는 거였고.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모두 고개를 들어 나무 위를 쳐다봤다.
하지만 나뭇잎만 무성하지, 특별한 점은 발견할 수 없었다.
“뽥?”
꼭꼭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무를 빤히 쳐다봤다.
“왜 그래 꼭꼭아?”
지율이의 물음에 꼭꼭이는 부리로 콕콕 찌르듯 기둥을 가리켰다.
“뽥뽥!”
나무에 있는 구멍이었다.
“저기?”
지율이가 구멍을 가리키자 꼭꼭이가 ‘뽥’하고 대답했다.
그때 나무 구멍에서 새까만 털이 삐죽삐죽 뻗친 무언가가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손가락보다도 작은 날개처럼 보였다.
다리가 네 개에 앞발은 발가락 네 개, 뒷발은 다섯 개 그리고 날개까지?
대체 어떤 생물인지 감을 못 잡고 있던 상황이었다.
“쨉쨉. 쨉쨉쨉쨉. 쨉.”
울음소리가 들렸다.
작은 새소리 같았다.
날개가 있다고 했는데, 역시나 새인가?
그런데 다리가 네 개?
“앗! 나온다!”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였다.
천천히 날개의 뿌리 쪽이 드러나는 듯했다.
두 날개 사이로 진회색 털이 보였다.
지율이는 헤―하고 웃으면서 주시하고 있었다.
나도 유심히 쳐다보는데, 뭔가 이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슬같은 검은색 눈이 보였다.
“잉?”
“음?”
“우와!”
나와 레오, 지율이가 거의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
날개인 줄 알았던 것은 기다란 검은색 귀였고, 진회색 털이 난 곳은 머리였다.
나무 구멍에서 얼굴을 빼꼼 내민 것은…
“다람쥐?”
지율이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고,
“아니야.”
내가 웃으면서 정체를 알려줬다.
“청설모라고 하는 애야.”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30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