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 the first day of my life in living alone, a portal opened RAW novel - Chapter 303
303. 시원해요 (6)
레드 드래곤이니 빨개도 괜찮은가?
빨간 게 당연한 걸지도?
나는 일단 전노희의 반응을 살피고자 고개를 돌렸다.
“너무 걱정 마세요. 레드 드래곤이라서 그런가 원래 잘 빨개… 어!?”
화랑이의 얼굴을 본 전노희가 화들짝 놀랐다.
“화랑아! 화랑아?”
전노희는 부리나케 화랑이에게로 다가섰다.
“왜 이렇게 빨개? 괜찮아? 괜찮니? 괜찮은 거야?”
“난 아무렇지도 않다.”
화랑이가 인상을 찡그리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전노희는 아랑곳하지 않고 손을 뻗어 화랑이의 이마와 뺨을 짚어보고는 불안감을 드러냈다.
“아무렇지 않기는! 어우, 뜨거운 거 봐. 너무 뜨거운데?”
“괜찮다고 하지 않았느냐.”
화랑이가 인상을 찡그리며 전노희의 손을 뿌리쳤다.
“네놈… 밥은 먹었냐?”
갑작스러운 레오의 질문.
화랑이도 조금 당황했는지 얼굴색의 붉기가 조금 덜어졌다.
“……먹었다. 그런 건 왜 묻지?”
레오는 화랑이를 무시하고 전노희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그쪽이 먹였을 것 같은데, 맞는가?”
“그렇… 죠?”
전노희의 대답을 들은 레오는 인상을 구기며 화랑이에게 쏘아붙였다.
“네놈은 고마운 줄도 모르느냐?”
“무슨 소리냐?”
“밥을 얻어먹었으면 최소한의 성의는 보여야 할 것이 아니냐? 너를 걱정하는 인간에게 그런 태도를 보일 필요는 없지 않은가?”
“아니, 그건…….”
나는 마음속으로 몇 번이나 중얼거렸다.
레오야, 평소에 너나 잘해라.
그러면서도 화랑이를 다루는 데는 레오가 최고임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느새 평소의 얼굴색으로 돌아온 화랑이.
“얼굴빛 돌아왔네? 이제 괜찮은 거야?”
전노희가 이리저리 살피며 물었고, 화랑이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다시피.”
“괜찮아?”
“그렇다.”
찰나에 불과한 순간이었지만, 화랑이가 곁눈질로 현백이를 쳐다보는 걸 봤다.
현백이와 친해지면 화랑이도 더 온순해지고 협조적이지 않을까?
“자, 그럼 같이 가서 놀자!”
지율이의 말에 현백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얼른 가서 놀고 싶다.”
지율이가 화랑이에게로 시선을 옮겼다.
“너도 가서 같이 놀 거지?”
“워, 원한다면 그렇게 해주마.”
화랑이는 못 이기는 척했지만, 이미 걸음을 떼고 있었다.
나는 웃으면서 지율이를 쳐다봤다.
그래, 지율아. 그거야. 잘했어.
* * *
“와, 요즘은 이런 곳도 있구나.”
내가 중얼거리는데 지율이가 신난 목소리를 높였다.
“우와아아아! 빠아! 이것 봐! 여기 되게 좋다!”
100평은 될 듯한 대형 카페였다.
의외로 테이블 수는 그리 많지 않았는데, 놀이시설과 수영장 덕분이었다.
“흥, 어린애들이나…….”
화랑이가 짜증 섞인 목소리로 구시렁거리는 찰나였다.
“와, 수영장도 있네.”
현백이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이자 화랑이는 괜히 중얼거렸다.
“물에 들어가면 시원하고 좋기는 하지.”
피식 웃으며 쳐다보고 있는데, 전노희가 손을 뻗으며 입을 뗐다.
“그럼 저쪽에 앉으실까요?”
그때 레오가 터벅터벅 걸어가 다른 곳에 자리를 잡았다.
“이곳에 앉도록 하지.”
전노희는 생긋 웃으며 레오의 맞은편으로 향했다.
“그러시죠 그럼.”
그렇게 테이블에 둘러앉았고, 카페 사장이 와서 주문을 받았다.
음식은 조금 넘치도록 주문했다.
그렇게 주문해도 넘치지 않을 것이 뻔했으니까.
메뉴는 다양한 샌드위치와 파스타 그리고 주스 등을 주문했다.
“이것들하고 같이 먹기 좋은 거 몇 가지 부탁드릴게요.”
전노희의 말에 카페 사장이 환하게 웃어 보였다.
“예, 그럼 몇 가지는 제가 알아서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음식들이 테이블 위를 채우기 시작했다.
눈길을 사로잡는 음식 두 가지.
하나는 슈가파우더가 예쁘게 뿌려진 팬케이크였다.
“눈 내린 것 같다.”
지율이의 말에 현백이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러게. 먹기 아깝다.”
“저건 더 예뻐.”
지율이가 팬케이크 옆에 있는 음식을 가리켰다.
에그 베네딕트.
잉글리시 머핀 위에 루꼴라와 아보카도, 베이컨이 올라가 있었다. 그 위에 장식처럼 동그란 수란이 올라가 있는 모습이 예뻤다.
달걀 노른자, 레몬즙, 버터, 홀그레인머스타드로 만드는 홀랜다이즈 소스의 향도 새로운 듯 익숙한 듯 입맛을 돋웠다.
“이건 어떻게 먹는 거야?”
지율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물었다.
“음식이라는 게 그냥 먹으면 되는 것 아닌가.”
화랑이가 퉁명스럽게 말하자 현백이가 타이르듯 목소리를 냈다.
“보통은 그냥 먹으면 되지만, 먹는 방법이 다른 음식들도 있어. 그리고 방법에 따라 더 맛있게 먹을 수 있기도 하고.”
“……그, 그런가?”
“응. 나도 이건 먹어본 적이 없지만, 아마 방법이 있을 것 같아.”
현백이는 방법을 알려달라는 듯이 나와 전노희를 바라봤다.
어느새 레오는 양손에 포크와 나이프를 쥔 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어……. 그러니까 이건…….”
나도 에그 베네딕트를 먹어본 적은 없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본 적은 있다.
“이렇게 해서…….”
내가 조심스레 나이프를 수란 위에 가져다 대려는 순간이었다.
“빠아! 먹어본 적 있어?”
지율이가 깜짝 놀란 듯이 나를 쳐다봤다.
“나 빼고 혼자 먹은 거야?”
왠지 모르게 배신감을 느낀 듯한 지율이의 반응에 나는 피식 웃었다.
“아니야, 아빠도 먹어본 적 없어. 그냥 다른 사람이 먹는 거 본 거야.”
“진짜?”
갑자기 시무룩해진 지율이의 모습에 나는 당황하며 물었다.
“왜 갑자기 시무룩해?”
“아빠가 불쌍해서.”
“응? 아빠가? 갑자기? 왜?”
“다른 사람이 먹는 건 봤는데, 먹지는 못했잖아.”
지율이는 금세 시무룩한 기운을 떨쳐냈다. 그리고 무언가 결심했는지 입술을 앙 다물더니 눈을 부릅뜨고 나를 쳐다봤다.
“빠아, 걱정하지 마. 내가 나중에 잘해줄게.”
예상치 못한 전개에 나는 한참을 웃었다.
지켜보고 있던 전노희도 입을 가린 채 웃음을 참지 못했다.
현백이도 생글생글 웃으며 지율이를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봤다.
반면에 레오는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다가 무언가 깨달았다는 듯이 지율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내게도 잘해라.”
지율이는 눈을 몇 차례 깜빡거리며 생각하는 듯하더니 밝게 웃었다.
“그래! 레오도 맛있는 거 사줄게!”
레오는 흡족스럽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씩 웃었다.
“이렇게 되면 앞으로 수십 년은 식사 걱정이 없겠군.”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을 치는데 화랑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 와중에 조용히 있는 화랑이는 무엇이 재미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화랑이는 이쪽에서 음식 많이 먹어봤어?”
내가 말을 건네자 화랑이는 조금 경계하는 듯하다가 대답을 내놨다.
“몇 번.”
“이쪽 세상으로 온 지 얼마 안 됐구나?”
화랑이는 뭔가 불만 있는 얼굴을 한 채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이제 일주일째예요.”
전노희가 내 쪽으로 몸을 기울이고 목소리를 낮추며 말했다.
“처음에 사흘 동안은 물도 안 마신 모양이에요. 그 다음에도 날고기만 좀 먹었던 것 같고요. 이제 어느 정도 마음을 열고 같이 지내기로 하고, 제대로 된 식사는 이제 처음 하는 거예요. 다른 또래 아이들 그리고 드래곤들과 함께면 좀 낫다고 해서요.”
화랑이가 인상을 찡그리며 말했다.
“그렇게 해도 다 들려.”
전노희는 웃음으로 말을 대신했고, 화랑이는 툴툴거렸다.
의외로 둘은 처음부터 잘 맞는 것처럼 보였다.
전노희는 포용하듯 웃었고, 화랑이는 어린아이처럼 툴툴거릴 뿐이었으니.
“빠아! 이거! 에그 베네통? 먹어보자!”
지율이가 손가락질을 했고, 나는 웃으면서 다시 나이프와 포크를 들었다.
“에그 베네딕트. 그래, 먹어보자.”
조심스레 나이프를 수란 위로 가져다 댔다.
수란이 갈라지면서 노른자가 소스처럼 주르륵 흘렀다.
“와아아아아, 되게 멋지다.”
지율이는 눈을 크게 뜨고 현백이에게 물었다.
“현백이는 이런 거 먹어봤어?”
“나도 처음이야.”
현백이가 말하자 레오가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연구소의 식사는 맛은 제법 있지만, 단조로운 편이지.”
나는 나이프로 에그 베네딕트를 썰어서 아이들 접시에 하나씩 올려줬다.
“포크로 찍어서 먹어봐.”
지율이가 가장 먼저 포크로 에그 베네딕트를 푹 찍었다.
“다들 준비!”
현백이와 레오도 포크질을 했고, 눈치를 살피던 화랑이에게는 전노희가 도움을 줬다.
“잘 먹겠습니다아아아아.”
지율이가 목소리를 높이고는 에그 베네딕트를 입에 넣었고, 아이들도 맛을 봤다.
“어때? 맛있어?”
나의 물음에 지율이는 꼭꼭 씹어서 넘기고는 활짝 웃으며 말했다.
“행복한 맛이야.”
“그래? 그 정도야?”
“행복한 맛인데 평범해.”
“잉?”
“맛있어. 근데 굉장하지는 않아. 그래도 맛있어.”
의외로 냉철한 지율이의 평가.
“저는 괜찮았어요.”
현백이가 말하자 레오가 피식 웃으며 말을 더했다.
“그렇지. 괜찮았다, 그 정도 수준이었다. 괜찮은 수준.”
나쁘지는 않았으니 괜찮다 싶었다. 다른 메뉴들도 많았고.
나도 에그 베네딕트를 한 입 먹어봤다.
꽤 맛있지만,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그럭저럭이라는 느낌이 강하기는 했다.
사실 샌드위치와 비슷한 느낌의 조합인데, 이런 종류는 맛있어도 한계가 있는 것 같다.
샌드위치는 맛있어도 샌드위치라는 느낌.
신경 쓰이는 것은 화랑이.
이쪽 세상에서 제대로 된 식사는 처음이라고 했는데.
가능하면 좋은 기억을 심어주고 싶었지만, 실망했을 것 같아서 아쉬웠다.
처음인 줄 알았다면, 가능하면 휴도로 초대해서 내가 요리를 해줬어도 좋았을 것 같고.
“나도 괜찮았다…!”
화랑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양 말했다.
하지만 표정은 그렇지 않은 표정.
화랑이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괜찮은데…? 그럼 다른 것을 먹어볼까…?”
아닌 척을 하고 있었지만, 이쪽 세상에 와서 처음 한 식사가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이다.
“주스도 마셔봐.”
나는 화랑이에게 딸기주스를 내밀었다.
아무래도 레드 드래곤이니까 빨간 것을 좋아할 것 같았다.
너무 선입견인가?
“색깔은 마음에 드네.”
바로 선입견이 옳았음을 보여주는 화랑이.
“거기에 입을 대고 빨아들이면 돼.”
지율이가 빨대로 오렌지주스를 먹으며 시범을 보였다.
화랑이는 눈치를 살피다가 빨대에 입을 가져갔다.
“으으으음?”
딸기주스를 먹은 화랑이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화랑이는 입을 떼지 못하고 그대로 딸기주스를 한 번에 다 마셨다.
“나쁘지 않았다…!”
나와 전노희는 애써 웃음을 참았는데, 화랑이가 수박주스에 관심을 보였다.
“그, 그건 다른 건가?”
나는 웃으면서 수박주스를 내밀었다.
“응, 달라. 이것도 먹어봐.”
화랑이는 수박주스도 단숨에 해치웠다.
어느새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과 단것에는 장사가 없는 듯하다.
* * *
“이 소스가 굉장히 마음에 든다!”
화랑이는 식사를 하면서 케첩 한 통을 다 비웠다.
빨간색 음식이면 다 좋아하는 듯하다.
식탁 위의 접시들은 깨끗해졌다.
식사를 마친 아이들은 바로 놀고 싶어 하는 듯했다.
“빠아!”
지율이가 목소리를 내자마자 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갯짓을 했다.
“같이 놀아. 다치지 않게 조심하고.”
“응!”
지율이는 곧바로 현백이의 손을 잡았다.
“가서 놀자!”
“그래.”
화랑이는 애써 다른 곳에 시선을 두고 있었다.
신경 쓰이면서 억지로 모른 척하는 게 보였다.
그때 지율이가 화랑이의 어깨에 손을 탁 얹었다.
“같이 놀자.”
귀촌 첫날 차원문이 생겼다 30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