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ttorney Kang Tae-hoon RAW novel - Chapter 59
59
변호인 강태훈 059화
“거짓말하시면 잡혀가요. 저는 어린 왕자 님을 증인으로 신청할 것이고 형사사건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어린 왕자 님께서는 정당한 사유 없이 증인으로 불참석하실 경우 위법의 처분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
“그, 그게 무슨…….”
태훈은 그가 든 리모컨을 빼앗았다.
진작 계단에서의 웨이터가 그라는 것을 알아챘다.
그리고 더 결정적인 것이 있었다.
태훈은 주차장을 주시했다.
되감기를 한 후 다시 재생하면서 그는 어느 한 부분을 가리키면서 정지시켰다.
“이래도 발뺌하실 건가요?”
주차장에 설치된 둥그런 반사경은 두 사람의 모습을 분명히 비추고 있었다.
20분 정도가 지났을 때 대호가 들어오는 모습과 곧 유유히 나서는 모습 역시도 포착되었다.
“또 웨이터분 중에 목격한 분이 아무도 없다고 하셨는데, 계단에서 여성 부축하고 가는 사람도 웨이터잖아요. 또 본인이시고요. 정말 아무도 못 봤어요?”
“……저한테 왜 그러세요.”
어린 왕자는 이젠 울먹이기까지 했다. 자신도 증인이야 서고 싶다.
그러나 그 작자들은 너무 무서운 사람들이었다.
세상이 세상인지라 쥐도 새도 모르게 묻히지는 않겠지만 무서운 건 어쩔 수 없었다.
태훈은 그의 울먹이는 표정과 푹 숙인 고개에 쓰게 웃었다. 괜히 미안하다. 그렇지만 밝혀져야 할 것은 밝혀져야 한다.
“그놈들 어린 왕자 님 절대 털끝 하나 못 건드립니다.”
태훈은 빙긋 웃으며 번호를 적어서 그에게 건넸다.
“저하고 친한 이범현 검사님 연락처입니다. 개꼴통이라는 이름으로 서울 일대에서 유명하다던데. 들어본 적 없으세요?”
“응? 개꼴통이요?”
웨이터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고 보니 들은 것 같기도 하다. ‘거성’ 조직이 지금 하나둘 몇 사람씩 차근차근 검거되고 있다.
분명 거성이란 조직은 검찰에도 손이 뻗어진 조직이다. 그러나 그것을 무시한 젊은 검사. 이범현.
고작 일개 웨이터도 들어본 적이 있기까지 한 검사다.
“호, 혹시 다른 사람 번호…….”
“저하고 고등학교 동창이고 단짝 친구입니다. 믿으셔도 돼요.”
태훈은 자부심 있게 말했다. 가끔은 정말 친구인 범현이가 자랑스럽다.
웨이터는 그가 준 번호가 적힌 종이를 서둘러 품에 넣었다.
증인 안 서면 법으로 처벌되고, 증인을 서면 조폭들한테 당할 지경이다. 그나마 조폭을 막아줄 단단한 빽이 생긴 거다.
“제 이름 말하고 연락하면 정말 털끝도 못 건드릴 겁니다. 아니면 그 조폭들한테 그 이름 대셔도 되고요.”
“근데 정말 친구예요? 이범현이라는 검사 덩치가 최옹만 급이라던데…….”
최옹만은 2m가 넘는 장신의 전 씨름 선수이자 이종 격투기 선수다. 덩치가 커서 사람들이 위압감을 느끼게 한다.
그를 실제로 본 적이 없는 사람들한테는 조폭 네다섯 명과 싸운다는 소문이 들리는 범현이 그런 식으로 유언비어로 퍼질 법도 하다.
“최옹만은 무슨 저보다 키도 작고 또 결정적으로.”
태훈은 작게 속삭였다.
“제가 한 3% 정도 더 잘 생겼습니다.”
‘뭐지? 이 병신은?’
웨이터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장난스레 웃는 태훈을 봤다.
* * *
조진원 검사 측은 6개월 형을 구형하고 있었다. 반대로 태훈은 역시나 정당방위로 ‘무죄’를 주장한다.
“갑 1호 증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피해자들은 주먹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쓰러졌습니다. UFC 선수인 피의자의 주먹은 정말 흉기와도 마찬가지였거든요.”
갑 1호 증의 경우 SNS에 떠돌고 있는 CCTV 화면이 담긴 동영상이었다. 확실히 그들은 큰 대항 한 번 하지 못하고 픽픽 추풍낙엽(秋風落葉)처럼 쓰러지고 있었다.
검사 측이 증인으로 참석시킨 이는 다름 아닌 원대호에게 한 대 맞고 픽 하고 쓰러진 조직 폭력배였다.
그는 당장 죽을 것 같다는 표정으로 앉아 있는데 그 모습이 정말 가관이었다.
“증인. 사건의 정황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가 덩치가 조금 있는 편입니다. 그런데 화장실을 가려고 나오다 보니 여성분과 부딪쳤습니다. 죄송하다고 말씀드렸는데 다짜고짜 욕을 하는 거 아닙니까.”
‘저 새끼를 그냥.’
그는 말도 안 되는 거짓을 말하고 있었다. 그러나 판사가 보았을 때는 태훈 측이 주장하는 바가 진실인지, 혹은 조직 폭력배가 말하는 것이 사실인지는 모르는 것이었다.
‘합의금 뜯어내려고 별 지랄을 다 하는구나. 쓰레기 새끼.’
정말 둘 중 하나다. 합의금을 받으려고 이 짓을 하거나.
혹은 자신을 이렇게 때린 녀석을 실추시키겠다는 독한마음을 품고 덤벼드는 것이거나.
“정말 당황했습니다. 요즘 아가씨들 무섭다는 말은 들었지만. 또 저도 욱하는 성질이 있잖아요. 그래도 참았습니다. 마음 바로잡고 살아보려고요. 근데 거기에서 원대호 씨가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욕을 하는 거 아닙니까. 같이 있던 동생들이 놀라서 다 나오고 원대호 씨가 절 죽이겠다며 따라 나오라고 협박을 하는 겁니다.”
그는 순진무구하다는 표정이었다. 그의 남우주연상 연기에 박수를 보낸다.
태훈이 나섰다.
“증인은 분명 현재 피의자의 여자친구분이 신체의 접촉으로 화를 내며 욕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네.”
그는 눈빛 하나 흔들리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재판장님. 현재 자신이 피해자라고만 주장하는 증인의 경우 폭력 전과 4범에 성폭행 전과 1범입니다. 또한, 그 일대에서 유명한 ‘한판파’의 행동대장이기도 합니다.”
“전 손 씻었습니다. 아주 오래전에요.”
그는 너무나 능청스럽게 고개를 저었다. 태훈은 헛웃음이 절로 나왔다.
“계속 증인은 거짓말을 하고 있습니다. 갑 3호 증을 제시합니다.”
태훈이 확보했던 CCTV 속 자료였다. 처음으로 지나가는 장면은 계단에서 웨이터가 민지를 부축하여 데려가는 장면이었다.
두 번째는 주차장이었다.
“주목해서 보시면 반사경을 통해서 웨이터가 그녀를 차량에 태우는 장면이 나타납니다. 성희롱을 당해 놀란 그녀를 서둘러서 피의자가 웨이터에게 부탁하여 부축받아서입니다. 이런데도 아니라고 하실 겁니까?”
증인은 답이 없었다.
그리고 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재판장님. 이렇게 추측해 볼 수도 있을 거라고 사료됩니다.”
조진원은 날카로운 눈으로 태훈을 한 번 보고 실소를 흘리고는 재판장을 보았다.
“보시면 첫 번째 동영상 속에서 여성은 계속 뒤를 돌아보며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화를 참지 못한 ‘욕’이라고 판단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주차장을 보시면 그녀는 계속해서 다시 클럽 안으로 들어가려고 하고 웨이터가 흥분한 그녀를 제지합니다.”
“그건 추측일 뿐입니다. 또한, 화가 나서 다시 돌아가려는 것이 아니라 남자친구인 피의자가 걱정되어서 돌아가려는 것입니다.”
조진원은 빙긋 웃으며 책상 위에 양손을 짚고는 그를 보았다.
“피의자 측 변호인은 현재 추측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태훈은 순간 자신이 그가 파놓은 덫에 걸렸음을 알 수 있었다.
“맞습니다. 저도 변호인도 추측입니다. 어떤 식으로든 유리하게 추측이 가능한 동영상입니다. 즉! 어느 쪽도 인정될 수 없는 변호인이 제출한 갑 3호 증의 증거자료는 이 재판에서 아무런 효력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인정합니다. 현재 피의자 측 변호인이 제출한 갑 3호 증의 경우 진실공방에서 큰 효력이 없다고 사료됩니다.”
재판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태훈이 그나마 얻었던 자료가 송두리째 흔들리는 순간이었다.
이번에는 태훈이 신청한 증인 어린 왕자가 나왔다.
증인 박대성에 대한 자잘한 절차가 끝났다.
“증인. 그때의 상황을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태훈의 물음에 그는 조직 폭력배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했다.
“평소처럼 일하고 있었는데…… 원대호 씨가 저에게 여성분을 차까지 안내해 드리라고 말했습니다.”
분명 처음부터 끝까지 목격했지만, 대성은 여전히 태훈에게 그 사실을 말하지는 않고 있었다.
아무리 빽을 얻었다고 해도 자신이 그 피해를 감수할 필요는 느끼지 못한 것이다.
이 사건이 승소한다고 해서 자신에게 돌아오는 것은 없지 않은가.
“그때 여성분이 많이 흥분한 상태였나요? 욕을 하면서 뒤를 돌아보았나요?”
“……그건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무서워서 벌벌 떨고 있었지요?”
“그, 그것도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박대성은 갈팡질팡하고 있었다. 전혀 일관성이 없는 것이다.
증인이 마음을 바로잡지 못하고 있었다.
태훈으로서는 머리가 아득해지는 순간이었다.
결국, 크게 얻은 것이 없었다.
힘들게 얻은 증인. 증거자료가 무산되는 순간이었다.
태훈은 힘없이 털썩 자리에 앉았다.
* * *
“피의자 원대호에게 본 법원은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는 바이다. 피의자 원대호는 UFC 선수로서 그 신체가 일반인들과는 다르게 속하는 편이다…… 생략 무기력한 그들을 폭행한 점에 대하여…… 이만 법정에서 퇴정하셔도 좋습니다.”
떨어진 판결문에 순간 태훈으로서는 가슴이 덜컹할 수밖에 없었다.
함께 앉아있던 원대호의 경우도 가슴이 싸해지는 순간이었다.
두 사람이 바깥으로 나왔다.
법원이 판결문에서 무죄가 아닌 유죄를 선고한 가장 큰 핵심적인 요인의 경우 원대호가 주장하는 여자친구의 ‘성희롱’에 관련하여서 사실 확인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즉, 그들의 시선은 원대호가 조직 폭력배 세 사람을 때려눕히는 것만 인정이 된 셈이다.
법원 밖으로 나왔다.
실상,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것이 법정 공방이라지만 태훈은 할 말을 잃었다.
그에게 미안했다. 자신을 믿고 일을 맡겨주었지만, 자신은 그에게 ‘무죄’를 선고받게 하지 못했다.
더 억울한 것은 지금의 원대호가 스스로 이유 없이 주먹을 휘두를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형이 은퇴할 때가 됐나 보다.”
태훈의 심정을 이해한 대호는 애써 웃었다. 자신이 아끼는 동생 놈이 자신 때문에 상실감이 커 보였다.
“우리 민지하고 술집이나 하나 차려서 운영할까.”
그는 쓰게 웃었다. 태훈은 그를 돌아봤다.
“형, 항소해요. 선고는 선고일 뿐이고 아직 확정은 아니니까요.”
“난 무식해서 법은 잘 모르겠다. 태훈이 네가 하란 대로 해야지.”
그는 쓰게 웃었다.
* * *
원대호가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보도는 빠르게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법정에서의 판결이 곧 ‘진실’이라고 판단한다.
원대호는 한순간에 여자친구를 팔아먹고 사람들까지 폭행한 무도인의 정신이 없는 남성으로 전락해 버린 것이다.
상황은 너무 안 좋았다.
소속사 측은 으르렁거렸고, 대호는 일단은 항소할 것이라며 그 입막음을 했지만, 항소의 경우 그 판을 뒤집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핵심적인 증거가 있어야 그나마 판결을 뒤집을 수가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나이트클럽은 손님이 붐볐다.
어린 왕자 박대성은 룸에 들어가 양주를 깔고 과일 안주를 세팅했다.
“어린 왕자. 이름 멋져요.”
그와 비슷한 나이 또래로 보이는 남성이 빙긋 웃었다. 그의 지갑 옆에는 벤츠의 삼각별이 그려진 차 키가 놓여 있었는데, 그는 지갑에서 5만 원짜리를 꺼내 건넸다.
“예쁜 애기들로요.”
“감사합니다! 형님! 열심히 모시겠습니다!”
“참 얼마 전에 여기에서 원대호가 사람들 폭행했다면서요.”
“아, 그 나이트가 여기야?”
“그래. 하여튼 원대호 그 사람도 운동했다던 사람이. 쯔쯧.”
서로가 이야기하며 혀를 찼다.
어린 왕자는 바깥으로 나왔다.
‘사람 하나 병신 되는 거 순간이네.’
그는 괜히 씁쓸해졌다. 그 상황을 목격했던 자신이다. 또한, 자신이 남자라고 하였을지라도 자신의 여자가 그런 상황에 처했다면 덤벼들었을 것이다.
누가 나쁜 놈이고 좋은 놈인지 세상은 참 어이없게 돌아간다.
물론 자신이 제대로 된 증언만 섰다면 이런 일도 없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든다.
“몰라 X발, 나하고 뭔 상관이야.”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어차피 더 이상 불려 나갈 일은 없을 것이다. 그는 다시 일하기 위해 발걸음을 떼려다 계단을 밟고 올라오는 익숙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휙 돌렸다.
‘씨, X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