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06
헐리우드의 메인 거리.
진성은 지나가는 미국인들을 붙들고 인터뷰를 따고 있었다.
어제 저녁, 진성은 문화부장과 통화했다. 한국은 아직 새벽인데도, 부장은 정신이 번쩍 든 목소리로 캐스팅보트 8회의 후기를 종용했다.
-부장님…8회 후반 30분간 신유명씨만 다뤘습니다.
-중간중간 섞은 게 아니고 아예 통으로?
-아예 ‘신유명이란 참가자를 7회동안 감춰둔 이유’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다큐처럼 뿌려버렸습니다. 지금 미국 현지 인터넷 반응도 어마어마합니다.
-뭐? 사실이야?
진성의 믿을 수 없는 보고에 문화부장이 황당한 음성으로 소리를 왁 질렀다.
-데렉 맥커디와 나탈리 카센이 극찬을 하다못해, 같이 연기해보고 싶다고 무대 위로 올라왔습니다. 참가자들 중에 오직 신유명씨, 단 한 명한테만 그랬어요.
-하…미치겠네. 도효준은?
-도효준씨는…이번엔 엄청나게 까였습니다. 그런데 하필 하나의 대본으로 두 팀씩 연기를 하는데 도효준씨 조와 신유명씨 조가 딱 맞붙어서···
-와…나 지금 소름 돋을라 그래. 신유명이 이긴 거야?
-이겼다 정도가 아니라, 공 울리자마자 KO급으로 박살을 냈습니다.
부장이 잠시 침묵한다.
-기사 타이틀 몇 개나 뽑았어?
-작게는 수십 가지도 넘겠지만, 급한 건 이 정도입니다. 온라인 반응 올라오기 시작하면 추가로 더 생길 거구요.
-시드 거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아 방송 중간에 나왔는데, 원래 신유명씨에게 시드 참가 제안이 갔었는데, 1차부터 참가하겠다고 본인이 거절했다고 합니다.
부장은 목이 타는지 침을 꿀꺽 삼켰다.
-와…진짜…후. 너 일단 오늘 고생 좀 해라. 매끄럽게 만질 생각 하지 말고, 일단 초고본으로 무조건 써서 날려. 이쪽에서 교정 봐서 인터넷에 먼저 속보로 띄우고, 석간에는 헤드라인으로 꽂을 테니까.
-넵. 부장님.
-온라인 쪽은 우리 쪽에서 해외부랑 협조해서 빽업할 테니까 신경쓰지 말고, 내일부터는 미국 현지 반응 취재해. 길가던 시청자 반응도 좋고, 관계자 취재할 수 있으면 더 좋고. 필요한 지원 있으면 뭐든 얘기하고.
-알겠습니다!
-녹화파일 딴 거부터 메일로 보내 놓고 바로 작업 시작해!
-옙!
그렇게 진성은 어제 밤 십여 개의 기사를 써서 보냈다. 열 시간 넘게 비행기를 타고 온 상태에서 바로 방송을 보고 기사작성에 돌입했건만, 유명의 활약을 보며 펌핑된 아드레날린이 넘쳐흘러 졸리지도 않았다.
‘쓰면 쓰는대로 조회수 예약이다!’
신입기자, 초연으로 운좋게 첫 헤드라인을 따낸 후, 다시 신유명 때문에 기회가 돌아왔다.
진성 입장에서 유명은 로또나 다름없었다.
그리고 오늘, 헐리우드 대로변에서 무턱대고 거리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에,
진성은 또 한 번의 로또를 만나게 된다.
‘저거…굿엔터 문유석 실장 아냐?’
다양한 인종들이 넘쳐나는 LA의 길거리. 서양인들과 비교해도 비율이 뒤지지 않고 남다른 패션 센스가 눈길을 끄는 남자는 분명, 굿 엔터의 수완가로 유명한 문실장이었다.
‘그가 지금 여기에 와 있는 것…신유명 때문인가?!’
진성은 사람들을 헤치고 그를 향해 정신없이 달렸다.
*
“안녕하세요. 혹시 문유석 실장님 아니신가요?”
유석은 LA 거리에서 불릴 거라 예상치 못한 자신의 이름에,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 서 있는 건 폴로 스타일에 안경을 쓴, 평범 그 자체의 한 남성이었다. 이제 막 사회 초년생이 된 것으로 보이는 젊은 남자.
‘누구지···?’
유석은 기억에 없는 얼굴에 어리둥절하면서도 여유로운 태도로 그의 인사를 받는다.
“네. 맞습니다만, 누구시죠?”
“저는 우정일보 문화부 기사인 윤진성이라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뵌 적은 없습니다만…예전 초연 때 우정일보에서 단독 보도한 것 기억하시나요? 그 기사를 제가 썼습니다.”
“아…남희도 선생님 인터뷰와 함께 나왔던…좋은 기사 감사합니다.”
유석이 그의 얼굴을 신기한 듯이 훑는다.
어린 나이대나 관록이 부족한 분위기를 보면 아직 신입기자 같은데,
프레스 티켓을 풀지 않았던 피터팬 초연 티켓을 구한 것이나 남희도같은 거장과의 인터뷰를 따낸 걸 보면 꽤나 수완이 있는 것일까.
이 시점에 미국에 와서 현지 반응을 따고 있는 행동력이나 선견지명도 그렇고.
“아닙니다. 피터팬 공연 정말 인상 깊었습니다. 그런데 실장님, 혹시 미국엔 신유명씨 때문에 와 계신 건가요?”
“신유명씨와 도효준씨요. 도효준씨도 저희 소속사입니다.”
“아···”
맞아. 그랬었지. 진성의 얼굴이 더욱 다급해진다.
도효준이 캐스팅보트 초반을 휩쓴 후, 기자들은 경쟁적으로 도효준의 과거에 대해서 파헤쳤다. 이상할 정도로 과거 행적이 조회되지 않았지만, 한 가지 드러난 것은 굿엔터에 소속된 배우라는 사실이었다.
“실장님, 조금만 시간 내주시면 안 될까요? 제가 캐스팅보트 취재 때문에 어제 비행기 타고 넘어왔습니다. 한 번만 도와주시면 정말 좋은 기사로 보답하겠습니다.”
유석은 고개를 90도로 숙이는 기자를 보며 생각에 잠긴다.
며칠 전 호철이 보내온 리스트가 있었다.
한참 한국에서 신유명의 행보에게 대한 비판이 난무할 동안, 각 언론사들의 스탠스를 표기해둔 리스트.
-실장님. 절대 봐주시면 안 됩니다···
호철이 이를 북북 가는 것을 감추지 못하며 말했었다. 거기에서 별이 쳐진 곳들은 앞으로 모든 취재를 보이콧해달라고.
그 중 우정일보는…좋은 평가를 받았었지.
그리고, 이 시점에 미국에 와 있을 정도로 감각이 예민한 기자라면, 어릴 때부터 은혜를 입혀두는 것도 나쁘지 않다. 분명 앞으로 중요한 인물이 될 테지.
유석이 야릇한 미소를 감추며 동행을 권하자, 어린 기자의 얼굴에 커다란 기쁨이 맺힌다.
“감사합니다 실장님!”
“혹시 LA Times에 인맥 있어요? 요즘 같은 때, 한국 자료와 미국 현지 자료를 교환하면 서로 도움이 될텐데 소개해 드릴까요?”
“저…정말요?”
기자는 누구의 마수에 걸렸는지 알지 못한 채, 행복한 표정으로 그의 뒤를 따랐다.
*
시작은 인터넷 반응이었다.
갓네임드 회원들은 생방 시간에 맞춰 새벽에 일어나 대기를 타고 있었다. 직접 방송을 보지 못하는 안타까움에 허벅지를 찌르며.
특히 id ‘태종러버’가 운영하는 실시간 중계방은 새벽부터 이미 만실이었다.
-(방장) 아프리카로 실시간 중계라도 해드리면 좋을텐데…미국은 인터넷이 너무 느려요ㅠㅠ
-아니에요. 이렇게 전달해주시는 게 어딘가요.
하지만 그녀는…방송 30분 전부터 갑자기 채팅을 뚝 끊었다.
마침 도효준이 데렉에게 제대로 까인 후였고, 유명의 조가 시작하기 직전이었어서 채팅방은 불안함에 휩싸였다.
-도효준…같은 한국인으로서 응원하는 마음도 있는데, 언론에서 우리 유명이랑 자꾸 비교해서 유명이 깎아내리다 보니 괜히 정이 안 가네요.
-오늘 보니까 정 안 갈 이유 확실한데요? 연기에 진지함이 없는 듯.
-그나저나 우리 유명이는 안 까여야 할텐데···
-뭐야뭐야 태종러버님 어디갔어요! 채팅 안 친지 한참 되셨는데?
-무슨 일 생긴 거 아니죠···
그리고 거의 방송이 끝날 시간이 되어서야, 그녀가 돌아왔다.
-(방장) …어..유며ㅏ런,비ㅏㄷ루ㅡ
-태종러버님, 왜 그래요…바이러스 먹었나?
-(방장) 유명…유명이가…아 미쳤네. 어떻게 한번 치이고 또 치이지…유명아 유명아ㅠㅠ
-으악! 말을 해요 말을, 갑갑해 미치겠네.
-(방장) 죄송해요. 제가 살짝 정신을 놓았었네요. 30분간 신유명 특집방송했어요.
-네??? 깜빡 졸다 꿈꾸신 거 아니에요?
-오디션 프로에서 어떻게 특집방송을 해요!
-(방장) 정말이에요. 7회까지 유명이가 조명 안 된 게 다 설정이었대요. 말도 안 되는 천재 참가자가 나타났다고…나탈리도 유명이와 연기하겠다고 무대 위로 올라오고···
-뭐라고요?!!
-농담하시는 거 아니죠? ㅠㅠ 유명아 ㅠㅠ 나 지금 미국갈래 ㅠㅠ
-(방장) 데렉도 막 자기한테 영감을 주는 배우라면서, 무대 위로 올라와서 유명이 했던 역할 교대해서 연기하고···극찬에 극찬을…
-데…데렉 맥커디가요? 아움낭ㄹ;ㄹ인ㄴ
-아…떨려…떨려서 타자를 못치겠네···
-(방장) 그리고 1차 2차때 연기도 다시 보여줬는데, 일부러 편집을 그렇게 했던 거였고 실제로는 연기력으로 그냥 압살했더라구요. 본선진입과제에서는 팀원들 다 멱살끌고 최고의 작품을 만들었어요. 대본 해석한 게 말도 안 되게 대단했는데 어떻게 설명이 안 되네. 하여간 심사위원들이 다 뿅갔어요.
-……
그것을 필두로, 해외의 SNS에 ‘신유명’이란 배우에 대한 찬사가 도배되기 시작했으며,
우정일보가 최초의 보도를 끊음과 동시에, 온갖 매체에서 신유명의 활약에 대한 특보를 내보내기 시작했다.
3주 넘게 비판과 우려로 점철되었던 여론이 반전되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172 그래도 도망치진 않았네
[캐스팅보트, ‘CaseX’ 신유명 30분 특집방송 내보내] @우정일보 윤진성기자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미국 시간으로 2월 27일 저녁. 캐스팅보트 8회가 방영되었다.
논란이 분분했던 7화 예고편, 그 의문은 ‘한 참가자’에게 30분의 방송시간을 배당하는 것으로 시원하게 해소되었다.
‘수상한 참가자가 나타났습니다!’
오디션과 어울리지 않는, 마치 추적60분같은 미스테리어스한 배경음을 깔고, 연출진 회의가 열리는 장면으로 이 기상천외한 쇼가 시작되었다. 그들은 오디션에 등장한, 단순한 참가자라기에는 너무 과도한(?)실력의 참가자에게 당황을 금치 못한다.
‘이 친구의 의도를 파악할 때까지, 방송에서 집중 조명하는 건 유보할 필요가 있겠어.’
그래서 그들은 신유명을 일부러 감추어 두었다고 했다. 이것이 실제인지 핑계인지, 정확히 어떤 의도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제대로 드러낸 신유명의 1,2차 예선 연기들은 놀라움을 넘어 경악스러울 정도였다.
‘테스트라뇨, 함께 연기해보고 싶을 뿐이에요.’ -나탈리 카센
‘같은 배우로서 상상력을 상당히 자극받는 무대였습니다.’ -데렉 맥커디
헐리우드 최고의 배우들이 입을 모았다. 실제로 그들은 심사위원석에서 벌떡 일어나 무대로 내려갔고, 신유명과 함께, 혹은 신유명이 했던 배역을 다시 연기했다. 놀라웠던 점은, 신유명의 연기가 그들에 비해 결코 꿀림이 없었다는 점이다.
지금 미국은 혜성같이 등장하여 캐스팅보트를 점령한 이 배우로 들끓고 있다. 지난 한 달간 국내에선 신유명의 헐리우드 진출에 대한 비난수준의 비판이 난무했지만, 결국 이 배우의 진정한 가치를 알아보지 못한 이들의 어리석은 속단이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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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유명, 시드 제안을 거절하다?
-미국에 몰아치는 ‘신유명 리더십’, 감동한 스타들의 멘션 행렬.
-데렉 맥커디 vs 신유명? 다음 스테이지 액션스쿨, 그의 선택은?
-신유명의 급부상과 도효준의 추락, 극단적으로 대비되는 두 배우의 행보.
-현지반응, 한 미국인 시청자의 눈물. ‘올해 최고의 드라마였습니다.’
우정일보 사이트가 트래픽 폭주로 잠시 다운될 정도로 반응은 격렬했다.
그의 실력을 의심한 것에 대한 사과와 응원, 빨리 영상을 내놓으라는 아우성.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뭔가 조작같다는 의심어린 반응들.
모든 의심은 익일 풀린, 자막달린 영상으로 말끔히 해소되었다.
-소름…이거 예능 맞습니까? 히어로 영화 아니구요?
-초반에 못 내보낸 이유가 있네요. 이 배우 사이즈를 못 재서 각 보고 있었던 듯.
-이 맛이야! 짜릿해! 살아 있다는 걸 느끼면서 무한 재생 중. 신유명 화이팅!
-엊그제까지 즐비하던 악플러들 다 어디 갔나요?
우정일보의 첫 특보를 시기하는 매체들은 많았다.
그들은 재빨리 녹화본을 구해서 기사를 뽑아내고, 미국으로 기자를 파견보냈지만, 특파원들이 현지에 채 도착하기도 전에 우정일보의 새로운 독점 특종이 떴다.
[캐스팅보트 Next stage는 액션 연기? 신유명의 액션 연기 화보.] @우정일보 윤진성기자사진은 역동적이고 화려했다.
매트를 박차고 몸을 날릴 때, 그 속도감에 팔다리가 살짝 번져있는 사진에는, 미션에 임하고 있는 요원의 사명감과 실력에서 오는 여유가 함께 담긴 살아있는 표정이 선명히 포착되어, 홀린듯이 눈을 뗄 수 없게 했다.
그리고 그 사진을 찍은 사람으로 표기된 것은 무려 ‘앤디 랜서’.
세계적으로 이름난 스포츠 전문 포토그래퍼였다.
“뭐야, 도대체 우정일보는 어디서 이런 자료들을 구해오는 거야!!”
“…LA Times 오늘 기사에 같은 사진이 쓰인 걸 보니, 제휴를 맺은 것 같습니다.”
“도대체 너희는 뭐하는 거야!! 저 기자는 심지어 신입이라면서! 그러고도 밥이 처넘어 가냐?”
“……(아니 지난주까진 신유명 이제 끝났다고 했으면서···)”
약간의 떡밥은 향후의 내용을 더욱 기대하게 한다.
유명이 어느 클래스에 들어갔는지, 스턴트 액션은 원래 배웠던 것인지, 사진만 봐도 멋있는데 영상은 얼마나 멋질 것인지에 대한 네티즌들의 반응이 파도같이 웹을 휩쓸었다.
그렇게 한국이 뒤집혔을 때,
속이 뒤집힌 사람이 하나 있었다.
*
[한 배우의 노력과 재능에 찬사를 바치며] @영화평론가 신응수시대에 한 번 나올까말까한 재능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무모한 선택으로 커리어를 망치는 것이 아닐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았던 배우는, 그 걱정을 양분삼아 더욱 화려하게 날아올랐다···.(중략)
└이게 뭐라고 짖는 건가요?
└사과부터 하시죠. 안타까움? 걱정? 하…어이가 없네.
└아니 이 가위손으로 쎄쎄쎄를 해버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신응수는 초조하게 손톱을 물어뜯었다.
예전 평론 후 그는 팬들의 항의와 보이콧으로 매거진 Q에서 짤렸고, 이후 평론가로서의 그의 평판은 바닥에 떨어졌다.
칼럼의 단가가 떨어진 것은 물론이거니와, 쏠쏠하게 들어오던 강연이나 방송출연도 영 들어오지 않았다. 체면불구하고 이 쪽에서 먼저 전화해서 일감이 없나 떠 보아도, 예전보다 영 시큰둥한 기색이었다.
그래서 유명이 미국 오디션 프로에 출연한다는 선택을 했을 때가 그에게는 기회로 다가왔다. 에서 출연 제의가 왔을 때 그는 유명을 신나게 까댔다.
‘헐리우드 뽕’이라는 자극적인 단어와 함께, 그의 몸값은 다시 뛰어올랐다.
그는 물 들어올 때 노젓자는 마음으로, 유명을 까내리는 평론을 여러 매체에 부지런히 써댔고, 그 여파는 지금 폭풍이 되어 밀어 닥치고 있었다.
전화를 건다.
에서 한 단계 낮은 로 고정칼럼을 옮긴 것도 짜증나는데, 의 편집자도 오늘 벌써 여러 통 그의 전화를 씹고 있다.
“이런 ㅆ-”
“여보세요.”
욕이 튀어나오는 와중에 전화가 연결된다. 그는 잽싸게 억양을 바꾸고 납작 엎드렸다.
“아이고 편집자님, 왜 이렇게 전화가 안 되십니까. 저 신응숩니다.”
“캐스팅보트 때문에 내내 바쁜 거 아시잖아요. 안 그래도 전화 드리려고 했습니다. 할 얘기가 있어서.”
“어…무슨···”
“칼럼 앞으로 빼야할 것 같습니다.”
“예?!!”
매거진Q에서 짤린 이후 일회성의 자극적인 칼럼 청탁은 여러 번 들어왔지만, 고정 칼럼 자리를 내준 것은 뿐이었다. 아직 연재를 시작한지 한 달이 채 되지 않았는데···
“갑자기 이러시는 게 어딨습니까.”
“후…저희 오늘 하루종일 항의전화 받고 있습니다. 오늘자 칼럼에 항의댓글 수천 개 달린 거 보셨죠? 오전에 저희 사장님이 본사에 불려가서 본사 이미지까지 말아먹겠다고 한 소리 듣고 오셨습니다. 평론가님과 계약한 거 때문에 저도 징계먹을 상황입니다.”
“그…그럼 제가 사과칼럼이라도 쓰면···”
“그걸 시도해 보려면 오늘 하셨어야죠. 지금은 다 같이 죽게 생긴 상황입니다. 오늘자 고료까지 방금 전에 입금해 드렸습니다. 그럼 이만.”
무자비하게 끊긴 전화기를 내려다보다 얼굴이 시뻘게진 신응수는 핸드폰을 벽에…내던지려던 걸 참고 침대에 내던졌다.
퍽- 하고 핸드폰이 이불 속에 처박혔다.
그리고 그 날, 온라인에는, 평론가 신응수의 칼럼이 계약해지 되었다는(짤렸다는) 소식과 함께 장문의 사과문이 올라왔다.
갓네임드 회원들은 집요했다.
유명을 매도하던 논조가 언제였냐는 듯이 안면을 싹 갈아엎은 매체들에게, 캡처해둔 자료들을 들이밀며 사과를 요구했고,
결국 여러 매체들이 경솔한 보도를 사과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지만, 이후에도 그들은 그 매체들을 끝까지 기억했다.
무서운 팬심이었다.
*
오늘은 졸업미션을 치르는 날.
액터스 하우스에서 나와서 스튜디오로 이동하는 동안, 숙소 앞에 진을 치고 있던 기자들이 들러붙는다.
[신유명씨, 이 쪽 좀 봐주세요!] [사라 로즈가 유명씨를 꼭 만나고 싶다고 밝혔는데, 따로 연락온 바가 있습니까?] [캐스팅보트 우승을 내정받았다는 설이 있는데, 해명 좀 해주시죠!]플래시가 팡팡 터진다.
유명은 따로 답변없이 고개를 살짝 숙인 후 걸어갔다.
주변 참가자들이 부러움섞인 눈빛으로 그를 힐긋힐긋 쳐다본다.
오늘 LA Times의 1면을 차지한 것은, 스턴트 액션을 연기하던 유명의 사진.
이것으로 멈추지 않고 LA Times는 한국에서 신유명이 구가했던 인기와 출연작들에 대한 자세한 분석 기사를 냈는데, 여기에는 우정일보의 협력이 있었다.
문유석의 소개로 LA Times와 미팅한 윤진성 기자는, 앤디 랜서의 사진을 포함한 LA Times쪽의 자료와 신유명의 한국에서의 활동 자료를 교환하는 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부럽다…카이 누넨···’
같은 출발선상에서 시작했지만 신유명은 어느새 차원이 다른 존재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오히려 그보다는 그의 옆에서 걷고 있는 카이가 부러웠다. 이럴 줄 알았으면 초반에 친해져 놓는 건데.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는 법!]스튜디오에 도착하자 바로 녹화가 시작되었다.
조촐하게 모여 있는 24명의 인원 앞에서, 제리 하이는 하이 피치로 진행을 시작한다.
[입학을 했으면 졸업을 해야 하는 법이죠. 하지만 저희 캐스팅보트의 액션스쿨의 졸업은 결코 쉽지 않습니다. 벌써 절반이 유급해 버렸군요. 그리고 이 중 또 절반이 졸업하지 못합니다.]졸업생의 정원은 12명.
각 클래스별로 3명씩이다.
[졸업 미션은 입학 미션을 다시 한 번 연기하는 것입니다. 이미 여러분들은 여기 3명씩 2팀의 기성배우들과 어제 인당 30분씩 호흡을 맞춰보셨습니다.]무대의 왼쪽, 오른쪽, 그리고 뒤쪽에 의자가 설치되어 있다.
그 곳에는 세 명의 기성배우들이 앉아 있다.
그들은 사전준비시간에 참가자가 주문한 방식에 맞추어, 대사만을 읽어 준다. 가운데 서서 쳐 주는 대사들을 받아내며, 몸으로 연기하는 것은 참가자 한 사람 뿐.
시선을 나누어 받던 진입과제 때와 비해, 묘하게 부담이 가는 환경이었다.
이윽고, 한 명씩 그 무대에 불려 올라간다.
[고작 2주간 짧은 호흡이 많이 안정되었고, 캐릭터를 훨씬 잘 살리게 되었군요. 자잘하게 눈에 걸리는 부산스런 몸동작들은 더 줄였으면 좋겠어요.] [여전히 pause(*멈춤)를 대사 사이에 너무 많이 사용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네요. 보다가 하품이 나올 것 같아요.]절대 평가로 내놓는 감상이 아니었다.
이번 과제에서 비교 대상은 오직, 2주 전의 자기 자신.
발전이 있었던 참가자들은 칭찬과 격려를 받고, 지지부진한 참가자들은 비판을 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