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79
“저기···”
“응?”
“데렉 씨…안 무서워?”
“안 무서운데?”
효준이 씨익 웃었다.
“자랑은 아니지만, 나는 셋 다에게 갈굼당해 본 경력자잖아?”
어…그러고보니 그렇다.
“그래서 괜찮아. 데렉보다 류신 형이 훨씬 무섭거든.”
“그래? 나도 류신 오빠랑 연습해 봤지만 데렉 씨가 더 무서운 거 같은데.”
“데렉은 포기할 마음은 없잖아. 그런데 나는 워낙 꼴통이라서, 류신 형이 자기도 손 놓겠다고 하면 갈 데가 없는 상황이었거든.”
의외의 솔직한 말에 수연이 합- 하고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류신 형보다 유명 형이 더 무서워.”
“그래···?”
“유명 형은, 내가 못 하는 걸 뭐라고 하진 않겠지만, 할 수 있는 데 안 하는 건 귀신같이 알아채고 실망할걸? 원래 온화한 사람이 실망하고 등돌리는 게 대놓고 까는 것보다 백 배 무섭지 않아?”
그 말에 수연은 예전 어느 날을 떠올린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배우를 가능성만으로 무대에 올릴 수는 없어.
자신에게 다정하고 따뜻하게 손 내밀었던 오빠가, 선배 배우로서 선언했던 말.
그 때 자신은, 결코 그를 실망시키지 않겠다고, 실망시키느니 죽는 게 나을 거라고 생각했었다.
저 아이도 저렇게 가벼워보여도, 같은 절박함을 느꼈던 것일까.
“그러게. 그건 상상만 해도 숨이 막히네.”
“그렇지?”
효준의 말을 듣고 보니, 갑자기 데렉이 별로 무섭지 않게 느껴진다.
수연은 싱긋 웃는 효준을 보며, 처음으로 그가 귀엽게 생겼다는 생각을 한다.
“아참, 계속 사과하려고 타이밍을 봤었는데, 미안해.”
“뭐가?”
“나 예전에 엄청 재수없게 굴었었잖아. 철이 안 들어서 그랬어. 미안.”
그가 조금 쑥쓰럽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수연도 밝게 웃으며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사람은 잘 변하지 않지만, 계기가 있으면 변하기도 하는구나, 나처럼.’
그런 생각을 하며.
*
10월 초.
유명이 처음으로 연습에 합류했다.
[1인극의 얼개가 거의 잡혔는데, 다들 한 번 보시겠어요?] [좋죠.] [물론입니다.]유명은 컴퓨터를 가져와, 스피커와 연결해서 파일을 재생했다.
그리고 연기를 시작한다.
유명이 현성일 때는, 녹음된 목소리로 은성과 민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유명이 유성일 땐 대치하는 현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정해진 파일의 빈 공간마다 퍼즐 조각처럼 목소리를 채워넣는 유명의 연기는 신기에 가까웠고, 그런 와중에도 감정의 몰입도는 어마어마했다.
‘이걸 대신해야 하다니···’
‘내가 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연기하는 걸까.’
100분에 걸친 1인극.
물론 대사는 녹음 파일과 번갈아 읊는다지만, 그 타이밍을 계산하는 것이 대사를 모두 치는 것 이상의 정신력을 소모할 것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살짝 땀에 젖은 것 외엔 목소리도 동작도 끝까지 흔들리지 않는다.
연기력은 당연하고, 체력도 어마어마하다.
[어떠세요?]극이 끝난 후, 데렉은 말없이 박수를 쳤고, 효준과 수연은 넋이 나가 있었다.
그리고 류신은, ‘저 텐션을 따라잡아야 한단 말이지.’하고 작게 중얼거렸다.
[합을 맞춰야 할 테니, 우리도 연습해 온 걸 보여주지.] [좋죠.] [도효준, 준비해.]가장 먼저 이름이 불리자, 효준이 긴장한 듯 뻣뻣이 걸어나갔다.
그리고 걸터앉은 유명의 옆에서, 류신이 낮게 속삭였다.
(놀라지 마요.)
(네?)
(옛날의 도효준이 아닙니다. 사실 유명씨 빼곤 저런 놈 처음 봤어요.)
효준은 연습장 한 가운데 서서 지그시 눈을 감고 집중했다.
깊이 깊이 내면으로 가라앉는다.
그리고 두 눈을 번쩍 떴을 때, 유명은 움찔했다.
‘···!’
그의 표정은, 분명히 현성과 닿아 있었다.
267 꿈도 꾸지 마라
도효준의 외양은 따지자면, 귀여운 편에 속한다.
끝이 살짝 올라간 눈매에 붉은 입술. 예리한 턱선은 아이돌 가수같이 미려하다.
눈은 총기가 어려 반짝반짝거리는데, 언제나 서려있는 장난기가 싹 지워지고 나니 의외로 지적이고 예민한 느낌이 들었다.
마치 현성처럼 말이다.
“신유성.”
효준이 유명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도발했다.
유명은 그가 원래 대본을 연기하려는 게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잠시 그를 쳐다보다가 그의 장단에 맞춰주기로 한다.
“응?”
“너는 왜 깨어났을까.”
그 한 마디에 유명은 효준의 의도를 눈치챘다
아마도 지금의 상황은 유성이 깨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 현성과 유성이 둘만 남아 있을 때의 에뛰드(*즉흥 연기).
유명은 단숨에 그 시점의 유성이 되어 시선의 초점을 흐린다.
“나…왜, 무엇을 원해서···?”
유성이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띄엄띄엄 말을 뱉자, 효준이 역시- 하며 속으로 안도했다.
첫 마디만 듣고도, 신유명은 자신이 어느 시점 어떤 상황을 의도한 것인지를 알아주었다.
믿을 수 있는 배우 앞에서는 안심하고 연기할 수 있다. 자신이 어떻게 연기해도 그는 맞춰줄 테니까. 상대역을 신뢰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몰입은 더욱 깊어진다.
“이건 심리학자로서의 의견인데, 이 신체의 무의식은 너의 욕망이 이 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은성이도, 민성이도, 너와 달리 어느 정도는 스스로의 욕구를 인지하고 태어났거든.”
“…그래? 나만···”
유명이 살짝 흠칫했다. 효준은 매우 정확하게 자신의 마음을 짚고 있었다.
연기라는 화려한 세계는 자신과 어울리지 않는다는 무의식, 그래서 계기가 생길 때까지 스스로도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마음을 말이다.
게다가 예리하고 딱딱 떨어지는 말투. 인간을 분석하는 습관. 모든 것을 이론에 끼워맞추는 습성은 분명 현성답다.
‘굳이 에뛰드를 들이댄 것은, 자신이 현성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지 봐 달라는 걸까…’
확실히 대단한 재능이다.
약 2년 반 상간에 이 정도로 연기가 발전하다니.
자유분방한 효준에게 현성이라는 캐릭터는 쉽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는 한 쪽으로 쏠린 욕망이 자아내는 금욕적인 분위기마저 훌륭히 재현하고 있다.
물론 유명이 연기했던 현성과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그리고 그 다른 분위기가 색다른 조합을 만들어내리라.
“심리학적으로, 스스로의 욕망을 관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야. 하지만 욕망이 뭔지 알기도 전에, 거기 매몰되어서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벌여선 안 된다.”
“감당할 수 없는 일···”
“…솔직히 네가 잠들어 있을 때, 어떤 인격일지 모르니 미리 없애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네게도 이 시간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서, 우리는 너를 받아들인 거야. 그 뜻을 이해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줬으면 한다. 그럼 우리도 네가 원하는 것을 찾도록 도울 테니까.”
교수인데다 심리학자인 현성이다. 화면엔 등장하지 않았지만, 둘 사이에 이런 대화가 한 번쯤은 있었을 법 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유성이라면···?
그 생각에 유명은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내가 왜···?”
“…!”
“그건 너희끼리 합의한 질서잖아?”
목을 살짝 꺾고 올려다보는 유성의 무심한 눈빛에 현성은 흠칫 떤다.
아이처럼 단어를 짜집어 잇던 순하고 서툰 말이, 순식간에 조합되어 문장을 이루고, 그 문장은 현성을 압박했다.
왜? 그러게 왜···?
그걸 정할 때 그는 존재하지도 않았었는데?
에뛰드를 이어가던 효준은 불쑥 말문이 막혔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것이야말로 현성이 느낄 기분이었으므로.
*
[왜 에뛰드를 연기했지?]다소 날카롭게 질문한 것은, 혹시나 효준의 치기가 다시 발동한 것일까봐.
효준이 살짝 고개를 숙이고 대답했다.
[제가 대사와 지문 속에서만이 아니라, 온전히 현성 그 자체를 이해하고 있는지 확신이 안 서서요. 형이 자주 못 나오시니까, 나왔을 때 제대로 검증받고 싶었어요.]그리고 눈치를 보는 효준을 보며…
유명은 씨익 웃었다.
[잘 했어. 연기 많이 늘었네.] [휘유우~ 통과했네, 꼬맹이? 좋냐?] [도효준. 다음부턴 상대의 의사라도 확인하고 시작해. 무작정 그러는 게 어딨어.]데렉의 놀림과 류신의 잔소리를 들으며, 유명은 효준을 찬찬히 훑는다.
배우라면 저 정도 패기는 있어야 한다.
캐스팅보트 당시 크게 데였던 경험이 있기에, 효준이 사소한 것에도 쫄지 않을까 조금 걱정했었다.
그런데 그는 에뛰드를 훌륭히 해냄으로서, 유명의 걱정이 기우에 불과했음을 증명했다.
‘나를 시험하는 의도도 있었겠지.’
유명을 예전처럼 얕잡아봐서가 아니라, 지금의 유명이 자신보다 어느 정도 위에 있는지 확인하고픈 심산이 없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전히 맹랑한 녀석이다.
하지만 그렇게 튀는 점이 과감한 해석을 낳고 빠른 발전을 부른다. 괜히 천재라는 것이 아닌 것이다.
그리고 반대쪽에서 효준은 유명을 훔쳐보고 있었다.
‘진짜 굉장해.’
신유명이라는 배우는 정말 굉장했다.
마주보고 있을 때의 압박감도 어마어마했고, 자신의 첫 마디에 바로 상황을 읽고 태세를 갖춘 것도 대단했지만,
띄엄띄엄 아이같이 이어지던 말이, 조금씩 연결되고 부드러워지는 과정.
‘그 사이에 그걸 계획했다는 거지···?’
그리고 어느 순간 매끄럽게 연결된 한 문장이 자신의 말을 반박했고, 그 논리와 말의 유창함에 당황해 할 말을 잃어버렸다.
현성의 말문이 막힌 것은, 유명의 의도에 온전히 낚인 것이었다.
‘멋져!’
효준은 유명을 보며 두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알고는 있었지만 역시 멋지다. 빨리 저 연기를 따라잡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옆에서 데렉이 코웃음을 쳤다.
[꿈도 꾸지 마라. 아직 나도, 아니 서류신도 못 넘는 주제에 눈높이만 하늘이지.] […헤헷, 꿈은 높게 가지라고 했는데요.] [꿈이 높으면 그만큼 노력도 깊어야지. 앞으로 배로 굴려주마.] [히익…잘 부탁드립니다.]낯빛이 질려서도 데렉의 말에 수긍하는 효준을 보며, 유명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고 류신은 입술을 잘근 물었다.
아주 위에 치이고 아래에 치이고 맘 편할 날이 없지만···
‘이제 뭘 좀 제대로 하는 것 같네.’
바로 이런 분위기가 자신이 원하던 것이라는 것만은, 부정할 수 없었다.
*
깔깔깔-
청담의 한 룸싸롱.
여자들의 웃음소리와 지분거리는 남자들의 속삭임이 방문 밑으로 새어 나온다.
그 중 한 방에서는 양 옆에 여자들을 낀 두 남자가 양주를 들이키고 있다. 호칭은 친근했지만, 갑을관계는 분명해 보였다.
“형, 그래서 진짜 인격살인은 안 받을 거라고? 밑에 놈들 반발은 없어?”
“있었는데, 이 멍청한 놈들이 명분을 줬어.”
“무슨 명분?”
문도석에게 알랑대며 묻는 이 남자는, 도석의 외사촌 진고원이다.
윤성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아들이자 낙하산 상무.
태원그룹 자체도 윤성그룹보다 이름값이 높지만, 특히 태원시네마는 제작사이자 배급사인 윤성엔터에겐 갑이었기 때문에, 그는 이종사촌인 도석의 눈치를 부쩍 보는 입장이었다.
“영화의 엔딩에 따라서 버전을 두 개로 나누어 상영하길 요구하더라고. 그리고 따로 난수 번호를 티켓에 인쇄해달라는 요청도 하더라. 장난하나.”
“헐…정신이 나갔네. 그걸 딴 데선 해준대?”
“딴 데서 하고말고가 중요하냐. 어차피 우린 받으면 안 될 상황이었는데, 그럴 명분이 생겼다는 게 중요하지.”
“하긴. 그 새끼들 완전 개오반데? 오픈하고 쌍욕먹는 거 아냐?”
일반적으로 대형 시네마는 배급사에게 갑이지만, 배급사가 기대작을 쥐고 있는 경우엔 꼭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나 의 경우, 신유명이라는 세계적인 배우를 내세운 티켓 파워 때문에 대형시네마들도 눈치를 봐야 할 지도 모르지만···
‘태원 시네마가 아예 등을 돌린다면, 그 쪽도 타격이 클 거야. 어쨌건 한국 영화 시장의 1/3을 점유하는 태원이니까.’
한국의 영화관 점유율은 태원, 메가X, 시네스타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 중 태원은 30%에 달하는 가장 큰 시장석권업체이다. 태원백화점의 대부분의 지점에 태원시네마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그런 태원에서 버전이 두 개란 이유로 을 받지 않는다면?
박스오피스 순위에 타격을 받음은 물론이고, 버전이 두 개인 것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여론을 조성할 수도 있다.
‘물론 태원 쪽도 리스크가 있겠지만, 그건 태원의 리스크이지 윤성의 리스크는 아니니까.’
진고원은 여기서 자신들이 빨아먹을 단물은 무엇일지, 잽싸게 머리를 굴렸다.
“우리가 괜찮은 작품 하나 제대로 밀어줄까?”
“응?”
“딱 그 시기에 다른 대박작 하나 섭외해서, 프로모션 빵빵하게 하고 태원시네마에 그 작품으로 쫘악 도배해 버리면 어때? 그럼 다른 시네마에서도 관심을 가질 테니까, 인격살인의 스크린 수가 더 줄어들 거야.”
진고원은 머리 속에 떠올린 것은, 그때 즈음에 제작완료될 윤성의 자체제작 영화였다. ‘대박작 섭외’라고 말은 했지만, 밀 작품은 이미 정해져 있는 것이다.
“오···! 그거 쓸만한 생각인데!”
“오케이. 섭외해 볼게. 인격살인 따위는 압살할 만한 작품으로.”
“역시 너는 잔대가리가 잘 굴러가.”
짝짝-
도석이 박수를 쳤다.
두 남자는 챙- 하고 잔을 부딪히더니, 다시 옆의 여자들을 지분거리기 시작했다.
*
[안녕하세요, 니콜라스.] [잘 계셨습니까, 유석씨.]유석은 CRD의 니콜라스 판다스에게 전화를 걸었다.
요즘 그들은 많이 가까워져 있었다. 함께 기획 중인 사업이 있기 때문.
[모건 TY쪽 지분 의결권 위임받으셨다구요?] [네. 그리고 소액 주주들은 개별로 만나 의결권을 위임받거나, 매입을 하는 중입니다.] [28%…거의 다 왔습니다.] [이거 흥분되네요.]니콜라스가 만족스런 미소를 띠었다.
CRD는 여러 번 Agency W와 밸론토에 투자의사를 표했지만, 유석이 자금은 충분하다며 매번 고사했었다. 그런데 얼마 전 유석에게서 연락이 왔다.
-한국에서 엔터사 하나를 적대적 인수할 생각입니다. 영화 제작, 배급이 메인에 자회사로 매니지먼트도 가지고 있는 규모 있는 업체죠.
-시가총액이 얼마나 됩니까?
유석이 숫자를 말했고, 니콜라스가 고개를 갸웃했다.
-그 정도면 제 자본까지 필요합니까?
-늘 말했듯이, 투자하실 분들은 충분합니다. 다만 현재 제가 한국에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을 설득해서 매입하거나 의결권을 넘겨받을 수완이 있는 마땅한 인물이 니콜라스밖에 떠오르지 않더라구요.
-흐음…정확한 곳에 연락하셨군요.
유석은 니콜라스가 확보한 의결권 지분만큼, 향후 투자할 권리를 주겠다고 약속했다. 어찌보면 어이없는 조건이었지만, 어떻게든 Agency W와 엮이길 바라는 니콜라스에겐 솔깃한 제안이었다.
그리고 그는 지금 그 작업들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그 회장이란 사람이, 32%만 모으면 유석 씨 편을 드는 건 확실한 겁니까?] [다행히 욕심이 많으신 분이라서요.]자신이 탐낸 것이 태원의 계열사였다면 일이 이렇게 쉽게 풀리진 않았으리라.
하지만 지금 자신이 원하는 것은 윤성 엔터. 회장의 입장에선 타 기업의 일부를 떼내어 자신의 핏줄에게 소속시키는 일이다. 명분만 있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 4%는요?] [아직 간을 보시는 분들이 있죠. 영화를 띄우기만 하면 자동으로 넘어오실 분들입니다.] [역시 유석 씨는, 같은 편으로 남고 싶은 분입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동류의 남자들이 의미심장한 미소를 교환했다.
전화를 끊은 후 유석은 한 통의 전화를 더 걸었다.
[박진희 부장님.] [네, 대표님. 안 그래도 연락드리려고 했습니다. 워크브로더스 배급 루트 섭외 끝났고, 영화 평론가들 리스트업해서 시사 일정도 잡았습니다.]무릇 국내 시장은, 해외에서 잘 나가는 자국 상품에 더욱 너그러운 법.
유석은 얼마 남지 않은 개봉&개연 일정을 앞두고 부지런히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