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80
268 미호가 돌아왔다
11월 말.
인격살인의 제작사인 밍기뉴의 내부시사회에서, 유석과 유명은 오랜만에 만났다. 지난 3개월, 두 사람 다 눈코뜰 새 없이 바빴던 것이다.
1차 내부 시사회에 모인 사람들은 딱 넷이었다. 유명, 유석, 위고, 니사.
블루 라벨의 시사에 1시간 50분, 옐로 라벨의 추가본이 10분. 약 2시간의 시간이 흐른 후···
[와…이거 조정이 더 필요없겠는데요.]유석이 먼저 감탄을 내뱉었다.
1차 시사라고는 하지만 원본자체가 워낙 정교하게 찍힌 필름이었는데다, 국내에선 최고로 손꼽히는 최승태 편집감독이 가편집을 맡았고, 세계에서 최고로 손꼽히는 니사 펄스가 VFX를 만졌다. 그리고 위고 비아드가 편집을 총괄하기까지 했으니···
[위고 씨. 아까 38분 55초에서 대사간 간격 조금 더 붙여야 할 것 같고요, 42분 내면의 집에서 외부로 빠져나올 때 화면이 좀 뜨고···]하지만 유명은 보면서 내내 체크한 메모지를 보면서 추가조정이 필요한 부분을 얘기하기 시작했다. 유석은 입을 꾹 닫았다.
위고와 니사가 다시 편집의 늪으로 빨려들어간 후, 유석과 유명은 마주 앉았다.
“잘 지냈어요?”
“네. 대표님도 좋아 보이시네요.”
“연극 준비는 몇 퍼센트 정도?”
“무대는 85%, 의상과 소품은 95%, 전반부 배우들은 준비완료입니다.”
“전반부라 함은, 유명씨 버전 말하는 거죠?”
“네. 함께하는 후반부는 전반부 공연 중에도 계속맞춰갈 예정이에요.”
초반 한 달의 전반부 공연은, 신무성 역의 유명과 고다인 역의 설수연, 그리고 몇몇 엑스트라 배우들이 함께 무대를 만들어 나간다.
그리고 후반 한 달은, 신무성의 여러 인격을 각각 다른 배우들이 맡아 연기해나갈 예정이었다.
“그럼 12월 19일까지 무난히 완료 가능하겠죠?”
“네, 염려마세요.”
“이미 전달했었지만, 공연티케팅은 오픈하고 수 초만에 매진됐습니다.”
며칠 전 개시했던 의 연극 티켓팅은 세계적인 화제였다.
1700석의 뮤지컬 전용극장을 빌려 셋업한 연극무대는 주에 4회씩 총 32회의 공연, 총 54,400명에게 기회가 있었지만, 말 그대로 수 초만에 매진되었다. 유명의 네임밸류에 데렉 맥커디의 출연 소식까지 겹쳐, 해외에서도 서버접속율이 어마어마했다고 한다.
“영화는 12월 19일 정오가 첫 타임인가요?”
“맞아요. 예매 개시하면 그것도 경쟁률이 어마어마하겠죠. 예상대로 태원 시네마에서는 받아주지 않아서, 초반 스크린 점유율은 아주 높진 않아요. 게다가 윤성 엔터에서 같은 날 신작을 개봉하는데 푸시가 어마어마합니다. 메가X나 시네스타에서도 스크린을 상당수 뺏길 거예요”
“대표님 예상대로네요?”
“유명씨는 연기가 재능이지만, 나는 그게 재능이라서.”
유석이 자신만만하게 싱긋 웃었다.
“그럼 예상대로 스크린수가 올라오는지 지켜볼까요?”
“물론. 내기라도 할까요?”
“대표님이랑 내기는 안 한다니까요···”
유명이 단호하게 거부하자, 유석은 아쉽다는 듯이 입맛을 쩝쩝 다셨다.
*
2009년. 영화 관람료 인상으로 반발이 많았던 해이다. 그 반발심리를 인격살인으로 연결하려는 듯이, 가장 비싼 주말요금 9천원에 2배를 하여 18000원이 든다고 주장한 헤드라인은 명백한 악의를 내포하고 있었다.
그리고 태원시네마의 전무 문도석은 그 기사들을 보며 이맛살을 찌푸리고 있었다.
‘왜 팍팍 위로 안 올라가냐···’
많은 기자들을 불러 접대를 했지만, 수 년 전 신유명을 물고 뜯다 된통 당한 기억이 있는 언론들은 꼬리를 내리며 거부했다. 결국 반응한 곳은 찌라시 몇 군데 뿐이었다.
그래도 다행이다. 인터넷 기사의 특성상 언론사의 네임밸류가 아닌 조회수와 댓글 수에 비례해 기사 순위가 올라가니까.
도석은 부하 직원들에게 최대한 많은 아이피로 기사를 클릭하라는 지시를 내리는 한편, 자신도 댓글을 하나 달았다.
imtheking / 신유명 돈독 올랐네요. 오래 못가겠네 ㅉㅉ
그렇게 새로고침을 반복하던 중이었다.
‘이건 또 뭐야?!’
도석의 눈에 다른 기사가 하나 걸렸다.
그가 신경질적으로 기사를 클릭하자, 곧 본문이 떠올랐다.
-의 한미 동시개봉을 앞두고, 미국에서는 최고의 영화평론가들을 초청한 시사회가 열렸다.
독설의 대가 배넷 스미스, 영화평 전문사이트 ‘sour cabbage’의 편집장 짐 게녹, 평론가인데도 팬덤이 형성되어 있기로 유명한 메릴 하우어 등 화려한 참석진들은 엔딩 크레딧이 한참을 올라갈 때까지도 조용했다. 메릴의 손수건은 이미 푹 젖어 있었다.
‘인간의 연기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군요.’ 짐 게녹이 먼저 탄성을 터뜨렸다. ‘영화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이런 연기가 가능하다는 것 자체가 놀랍습니다. 저런(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므로 자세한 내용은 언급하지 않겠다) 화면을 어떻게 합성했는지도 궁금하네요. 제가 봤을 땐 족히 수 년은 걸릴 작업 같은데, 신유명씨가 분명 작년 말까진 미국에 있지 않았었나요?
‘인간의 존재의미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메릴은 그 때까지도 손수건으로 한 번씩 눈을 훔쳤다. 그녀는 초반부, 영화의 기술적인 면에 시선을 빼앗겼지만, 갈수록 주인공이 겪는 고뇌와 갈등에 몰입했다고 한다. ‘이건 다중인격 영화라기보단 차라리···’ 그녀는 말을 아꼈다.
‘버전 2개가 신의 한 수군요.’ 한참을 침묵하던 배넷 스미스가 마지막에야 말을 뱉었다.
‘엔딩 버전을 구분해 상영한다는 말에, 재미있긴 하지만 위험한 시도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두 가지 버전을 모두 보고 나니 납득이 갑니다. 아니, 하나만 개봉하고 다른 하나를 감독판에서 봤다면 화가 났을 것 같아요. 이걸 영화관에서 못 보다니…하고. 개인적으로 블루 라벨을 먼저 보고 옐로 라벨을 보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둘 다 멋지지만, 옐로 라벨의 마지막 장면이 강렬한 잔상으로 남았거든요. 그걸 마지막 기억으로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에 대한 기타 다양한 평론가들의 영화평은 ‘sour cabbage’의 ‘개봉예정영화’ 탭에서 만날 수 있다.
-우정일보 윤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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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악, 빨리 보고싶어요ㅠㅠ
-다중인격 영화라기보단 차라리··· 차라리 뭐요! 으악, 갑갑해.
-그래도 110분짜리 영화에 100분이 똑같고 10분이 다른 건 상술 아닌가?
└반대쪽 엔딩도 관람할 수 있게 코드 준다잖아요! 너는 하나만 보면 되잖아요. 왜 두 개 다보고 싶은 사람들도 많은데 초를 치나.
-배넷 스미스…그 독설의 대가 배넷 스미스가 저렇게 온건한 칭찬을 했다고?
도석이 기사를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때 저 아래쪽 순위권에 있던 기사는, 기사에서 빠져나왔을 때는 중위권으로 올라왔고, 1시간 후엔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그러자 다른 언론들도 ‘sour cabbage’나, 참석한 평론가들의 SNS 멘션 등을 바탕으로 기사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쾅-
도석은 책상을 내리쳤다.
“으악!”
아픈 건 자신의 손이었다.
*
12월 18일 밤.
미국발 기사의 영향으로 메가X에서 에 첫 날 스크린 개수를 더 늘렸다더라.
윤성에서 제작 배급하는 한국식 판타지 가 홍보에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다더라.
태원시네마는 상영관의 거의 절반을 수라도에 몰아줬다더라.
이런저런 소문과 우려들이 귀를 적시는 것도 하릴 없어진, 개봉 하루 전 날 밤.
미호가 돌아왔다.
샤아아-
눈 앞에서 익숙한 푸른 빛무리가 번지자, 유명은 처음에는 눈을 비볐다. 이번에도 착시인가 싶었다. 이전에도 미호가 궁금하고 그리웠던 날이면 꽤나 여러 번 눈 앞에 저 푸른 빛이 아른거리는 듯 했으니까.
하지만,
{잘 지냈냥.}
귀가 아닌 심장으로 바로 전달되는 것같은 이 목소리의 울림과 독특한 말투까지 환청일 수는 없다.
“미호야!!”
유명은 자신도 모르게 벌떡 일어나서 육성으로 소리를 내뱉었다. 그리고 그 푸른 빛무리는 어느새 형체를 갖추어 귀여운 은색 여우의 모습을 드러냈다.
‘너 어디를 이렇게 오랫동안···!’
{오래? 얼마나 됐는뎅?}
‘8개월이야. 내가 얼마나 걱정을-’
{8개월? 얼마 안 됐넹.}
순간 유명은 말문이 턱 막혔다.
하기야, 천 년이 넘게 살았다는 연귀에게는 8개월이 찰나같은 시간일지도 모른다. 예전에 화를 낼 상황인지 아닌지 판단이 안 설 때는, 100년 후에 다시 떠올려도 빡칠만한 상황인지 생각해 보면 된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니까.
어안이 벙벙하고 조금 억울해 보이기까지 하는 유명의 표정에 미호가 킥킥 웃었다.
{장난이당. 8개월이라…꽤 오래됐넹. 근데 선계의 시간은 훨씬 느리게 간당. 한 열흘 정도 걸린 것 같은뎅···}
‘그 정도로 시간이 다르게 가?’
{응. 개봉 전에 돌아오려고 애썼당.}
미호가 돌아오니 알겠다.
가족과 어느 때보다도 사이가 좋고, 최고의 동료 배우들과 매일같이 보람찬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도, 가슴 한 켠이 빈 것 같이 허전하던 이유.
자신의 스승이자, 벗이자, 이제는 가족같은 존재를 느낄 수 없었기 때문에.
유명은 보드랍지만 무게는 느껴지지 않는 자그마한 형체를 손에 받쳐 덥석 안았다.
{으악! 왜 이러냥!!}
‘걱정했잖아. 진짜 무슨 일이라도 있는 줄 알았다고.’
그렇게 한참을 꼭 안은 후에야, 유명은 미호를 놓아주었다.
미호가 캑캑거리더니, 관심없는 척 무심히 물었다.
{영화랑 연극 다, 무사히 준비했냥?}
‘그럼. 너한테 보여주고 싶어서, 무척 기다렸어.’
{호오, 자신있나 보징?}
‘많이 늘었거든.’
유명은 한 점 그늘없이 갠 얼굴로 자신있게 말한다.
그 표정에 연귀는 가슴이 살짝 뛰었다.
이미 자신이 인간의 한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했던 배우. 그는 어떤 성취를 이루었기에 저렇게 자신감 넘치는 표정을 하고 있을까.
{좋아. 내 마음에 든다면 좋은 선물을 준당.}
‘선물···?’
바스락-
연귀의 꼬리뭉치 속에서 종이 소리가 났다.
*
태원시네마 영등포점.
“인격살인 티켓 2장이요!”
“죄송합니다. 인격살인은 상영하지 않습니다.”
“네? 12월 19일 개봉이라던데, 혹시 개봉 연기됐어요?”
“아, 그게 아니고, 태원시네마에선 인격살인을 상영하지 않습니다.”
“네? 왜요?”
시네스타 잠실점.
“인격살인 티켓 2장이요!”
“매진입니다.”
“네? 현장판매분 따로 있다던데요? 오늘 아무 때나 괜찮은데···”
“마지막 타임까지 전석 매진입니다, 죄송합니다.”
전국 어디에서나 벌어지고 있는 흔한 풍경이었다.
유명은 오늘 극장에 최종 리허설을 하러 갔지만, 연귀 혜호(미호의 진명. 미호는 유명이 붙여준 애칭)는 주변의 극장을 찾았다. 영화를 먼저 보고, 연극 공연을 보러 갈 생각이었다.
12시 정각. 상영 첫 타임에 혜호는 한 상영관에 들어갔다.
타입은 블루 라벨(새드 엔딩).
관객들은 각각 기대감 가득한 표정으로, 혹은 비판할 준비를 마친 표정으로 자리에 깊숙이 몸을 묻고 있다.
바스락-
소근소근-
쭈욱-
팝콘을 깨물고 콜라를 빨아들이고 주변인과 작게 속삭이는 영화관의 익숙한 작은 소음들 속에 혜호는 오랜만의 영화관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었다.
그가 처음에 유심히 본 것은, 배역들 간 연기의 타이밍.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그렇게 찍은 건가···’
그가 떠나기 직전, 유명은 타이밍을 재서 여러 배역을 연기하는 것에 성공한 것을 확인했었기는 하다.
하지만 그것을 계속할 수 있을지는 의문스러웠다. 연귀조차도, 을 연기할 때 꽤나 신경을 곤두세워야 했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집중력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이다.
‘했겠지. 저 녀석이라면.’
초반인데도 알 수 있다.
혼자 연기해 합성한 것인데도, 마치 네 명의 톱배우가 한 무대에서 서로를 존재를 온 감각으로 느끼며 연기한 것처럼 딱 맞아 떨어지는 호흡.
대사가 쉬어가는 타이밍에도 감정은 여백없이 맞물려 긴장을 놓지 못하게 한다.
어느 순간 혜호는 작은 위화감을 느꼈다.
지나치게…고요하다?
“갑자기 새로운 방이 하나 생길 때까지는, 우리의 삶은 적당히 평화로웠다.”
스피커에선 현성의 독백이 흘러나오고 있다.
그 공백 사이사이로, 언제나 익숙하게 끼어 있던 작은 노이즈들이 뚝 멈춰있다.
혜호는 순간 섬찟한 기분이 들어, 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객석을 가득 메운 인간들은, 단 한 명도 콜라나 팝콘에 손을 대지 않고 못박힌 듯 화면에 시선만을 두고 있었다.
완벽한 정적이었다.
269 유한하기에 발전하는 존재
“아니, 이번 타임은 왜 이렇게 쓰레기가 많아.”
청소 아주머니가 투덜대는 가운데, 관객들은 멍한 표정으로 상영관을 빠져나간다.
나가서도 한참 동안이나,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나연아···”
“응 지현아···”
“너, 오늘 저녁에 이거 연극으로 보러 간다고 했지?”
윤지현과 강나연은 룸메이트였다.
지현은 평소 시니컬한 성격으로, 사실 이번 의 엔딩별 개봉에는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그런데도 오늘 두 가지 라벨을 다 보기로 한 것은, 나연이 자신이 티켓을 사줄테니 제발 같이 보자고 읍소해서였다.
-나 영화 두 가지 버전 다 보고 연극 보러 가고싶단 말야…같이 보자, 응?
-넌 그럼 하루에 같은 걸 세 번을 보겠다는 거야?
-그게 왜 같은 거야. 하나는 해피엔딩, 하나는 새드엔딩, 하나는 연극인데. 같이 가자잉~ 뒤에 건 내가 보여줄게.
-쯧쯧.
못 이기는 척 나연의 뜻을 따랐지만, 지현은 상영관에 앉은 순간 정신없이 영화에 빠져들었다. 끝날 때까지 옆에 두었던 콜라를 마시는 것을 잊었을 정도로, 화면 속의 배우는 시선을 흡입하고 온몸을 꽁꽁 묶어두는 연기를 했다.
‘이거, 어디서 비슷한 느낌을 받은 적이 있는데···’
“앗···!”
“어? 왜왜?”
“연극제! 향수!”
매사에 비판적인 그녀도 입을 닥치게 만들었던 공연이 하나 있었다.
2003년 전국 연극제.
당시 중학생이던 그녀는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소설을 무척 좋아했고, 그래서 기대작이 아니라는 평에도 불구하고 극단의 [향수]를 보러 갔었다.
그리고···
-엄마. 진짜 그 시대로 빨려들어갔다가 다시 나왔다니까?
-아유, 우리 딸. 아직 네가 어려서 상상력이 풍부하구나. 부럽다~
-그게 아니라니까!!
자신이 어려서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연극제 게시판이 뒤집어지고, 자취를 감춘 배우에게 최우수연기상이 수여되었을 정도로 엄청난 반응을 불러 일으켰으니까.
하지만 못 본 사람들은 코웃음을 쳤다. 잘 하기야 했겠지만, 너무 오버하는 것 아니냐며.
그 때의 ‘천상연’같은 배우가 또 있을까 하는 마음에, 그녀는 대학생이 된 후 몇 번 연극 공연장을 찾았지만, 그런 연기를 다시 볼 수는 없었다.
“천상연…그 때 그 배우…설마 신유명이었나?”
“뭐?”
나연은 영문 모르고 되묻기만 했고, 지현은 계속 생각에 빠져 있었다.
‘동일인인가? 분위기가 조금 다른 거 같은데. 하기야 연기 중에 분위기가 달라지는 배우는 많으니까. 그래도 그 때는 더 강렬한 느낌이었는데?’
하지만 7년 전이라 그녀의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다만 연기를 보고 있으면 모든 것을 잊고 그 세계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것 같은 몰입감에는 분명 비슷한 점이 있었다.
“천상연? 그게 뭔데?”
“아니…아니야. 고마워, 나연아.”
“응? 뭐가?”
“네 말대로, 둘 다 볼 가치가 있는 것 같아. 하나만 예매했으면 후회할 뻔 했네.”
“그치그치?”
“연극티켓 진짜 부럽다···”
“이건 못 줘, 미안해. 히잉.”
두 여대생의 머리 위로, 방금 전 지현이 떠올렸던 ‘천상연’이 휘익 날아가고 있었다.
‘신유명···’
그 표정은 조금 심각했다.
*
‘저렇게 늘었다고?’
연기의 술術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는 사람이 모든 걸 잊고 연기에만 빨려들 정도로, 집중을 강요하는 몰입감이라…
그 전에도 인간치고는 대단한 몰입감을 주었지만, 지금의 그는 한 단계가 아니라 한 차원을 성장한 것 같다. 다른 차원으로 관객들을 끌고 갈 정도로.
‘어떻게···’
처음으로 살짝 몸이 떨린다.
그것은 압도적인 재능에 대한 흥분.
그리고…
‘넌, 그런 마음으로···’
신유명이란 인간에 대해, 물꼬가 터지는 듯이 쏟아져 내린 이해의 폭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