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298
“사느냐 죽느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 때 읊어보았던 대사를 한 번 더 입에 담아본다.
쫘악 하고 유명의 대사를 빨아들인 무대가, 그것을 객석 끝까지 전달해 채우고, 조금의 손실도 없이 자신의 귀로 되돌아온다.
{좋은 무대당.}
‘…그래. 너와 함께 연기하기에 손색이 없는 무대.’
유명과 미호가 마주보고 씨익 웃었다.
*
전석 매진.
당일에 공연 소식이 알려졌는데도, 혜전당에 티켓은 고작 1시간만에 완전 매진되었다.
그리고, 한 발 늦어 표를 사지 못한 관객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하고 혜전당 앞에서 맴돌고 있다.
PM 6:40
관객이 입장하기 시작했다.
공연 직전까지도, 정말 공연을 하기는 하는건지 불안해하던 관객들은, 이제야 정말 실감하고, 설렌 표정으로 자리잡기 시작한다.
‘와아…이 동네 살기 정말 잘했어!’
그 중에는, 똥손이라 유명의 공연을 한 번도 보지 못했었는데, 혜전당 근처에 살아 운좋게 기회를 낚아챈 팬도 있었고,
‘진짜 초대해줬네, 짜식.’
유명과 오랜 인연 끝에, 이번 공연의 의상을 제작하게 된 한 코디네이터도 있었으며,
‘휴…아슬아슬하게 세이프했네. 내일 우정일보 헤드라인은 내 거다!’
유명에 대한 기사로 수습기자 타이틀을 벗고, 이후에도 많은 특종을 건졌던 기자도 있었고,
‘이 공연이 그렇게 중요했던 이유가 뭘까. 공연을 보면 알 수 있으려나?’
유명을 내내 백업해 온 기획사 대표도 있었다.
그리고,
‘신유명. 이번에는…또 어떤 연기를···’
칸 영화제에서 유명이 펼친 공연을 영상으로 본 후, 참지 못하고 한국으로 날아온 영국인도 한 명 있었다.
영국의 유명한 영화잡지, 의 편집장인 아처 켈러.
그는 이번 칸 영화제 이후 세계적인 파장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신유명의 단독 인터뷰를 따 내기 위해, 직접 한국까지 왔다. 그리고 운 좋게도 이번 공연을 보게 된다.
‘급조한 공연같은데, 인격살인만한 퀄리티는 기대하지도 않지만…여기까지 급하게 온 보람은 있었으면 좋겠군.’
그렇다.
오늘 공연은,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갑작스런 것이었다.
그럼에도 이 자리의 모든 사람들은, 같은 마음으로 신유명의 공연을 기대한다.
연기로 단 한 번도 자신들을 실망시킨 적이 없었던 배우이기 때문에.
‘미호, 시작할까?’
{그랭.}
보름달이 뜬 밤이었다.
환한 달빛이 휘영청해, 별들은 숨을 죽이는 밤.
별들과 함께 관객들이 숨을 죽인 채, 무대의 서막이 열린다.
어느 아라비아의 달빛아래 들려올 것 같은 신비로운 음악소리가 은은히 깔리고, 무대의 막이 천천히 올랐을 때,
짤랑-
방울 소리가 들려오고, 날아오르듯이 높게 점프한 형체 하나가 어스름하게 깔린 조명 아래 등장했다.
세상을 모두 중독시킬, 치명적인 모습으로.
292 살로메(1)
안개 자욱한 달밤처럼, 어둑한 푸른 빛이 무대를 옅게 밝히고 있다.
그 곳으로 바람 한 자락이 날아들었다.
무대 위를 살랑살랑 나부끼는 은빛의 바람은 누군가의 입술을 뜨겁게 스치고, 또 어떤 이의 목을 살짝 조였다 풀어낸다.
현실일까 환상일까. 숨이 턱 막히도록 아름답다.
풍성한 은발이 느슨하게 하나로 묶여, 등 뒤에서 출렁인다.
푸른색의 반투명한 천이 가느다란 팔을 휘감고, 온몸을 부드럽게 감싼 은색 공단 천 아래 드러난 보얀 발목에는, 방울 하나가 발을 딛을 때마다 소리를 냈다.
짤랑-
짤랑-
눈을 감았다가 가늘게 뜬다.
흐르는 듯한 눈매에 맺히는 것은 매혹인가 마력인가.
‘누구…지?’
겪어보지 못한 아름다움의 충격에, 관객들은 자동으로 그런 의문을 떠올렸다.
그녀가 무릎을 살짝 굽힌 상태에서 몸을 길게 늘여 뻗는다.
점점 빨라지는 음악에 맞추어 발이 한시도 머물러 있지 않는데도, 방울소리는 점점 잦아들고 있다.
그리고 어느 순간, 방울소리가 뚝 그쳤다.
음악 소리마저도 옅게 의식 아래로 가라앉는다.
그녀의 뒤편으로 사락사락 흰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요요한 달빛아래 대지가 희게 뒤덮이고, 그 위에서 인간일지 정령일지 모를 무희는 소리없이 눈을 밟으며 춤을 춘다.
꿀꺽-
새어나오는 탄식을 내뱉지 못하고 삼킨다.
아마도 저 무희의 이름이 ‘살로메’.
차가운 대지 위에 내려앉는 눈은 그 순간에는 대지를 포근하게 감싸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곧 허상처럼 녹아 없어지거나, 혹은 얼음이 되어 대지를 더욱 차갑게 만들거나.
하지만 그것을 알지 못한 채, 대지는 첫 눈을 만나 그 아름다움에 눈이 멀었다.
그리고 눈의 색깔로 새하얗게 물이 든다.
la….
음악이 잦아들고 그녀가 마지막 동작을 멈추었을 때, 무대의 뒤편에 불이 들어왔다.
그제야 관객들은 그 곳에 누군가가 계속 자리하고 있었다는 것을 눈치챘다.
‘신유명···!’
기다리던 배우는, 화려한 왕의 의상을 입고 의자에게 기대어 앉아 있었다.
무희와 왕의 눈빛이 마주치는 순간, 그들의 뒤에는 왕궁의 연회장이 펼쳐진다.
탄신연회.
재상이 준비한 무희의 축무, 그 독보적인 아름다움에 연회장의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녀에게 붙박혀 있을 때, 가장 지엄한 자의 시선이 그녀에게 떨어진다.
그 시선은 나른하게 침잠해 있었지만, 보다 깊은 곳에 깔려있는 것은,
분명 자극에 반응한 남자의 눈빛.
“…아름답구나. 네 이름이 무엇이냐?”
“살로메.”
농도가 짙은 목소리가, 고막을 계시처럼 뒤흔든다.
“훌륭한 춤을 보여주었으니 상을 주마. 무엇을 원하느냐, 살로메.”
“저는 폐하의 머리를 원합니다.”
관객들은, 그녀의 당돌한 말에 흠칫한다.
그녀가 말도 안 되게 아름답기는 했지만, 왕의 분위기에는 칼같이 날카로운 부분이 있었다. 조금 망가진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수틀리면 상대를 간단히 찔러버릴 것 같은 느낌.
아주 짧고 예리한 침묵 끝에, 왕이 입꼬리를 한 번 더 올린다.
“내 머리를 가져다 무엇에 쓸 생각이더냐.”
“지엄하신 분을 감히 제가 어찌할 수 없으니, 폐하의 머리라도 가져 키스할 것이에요.”
남자의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도발적인 유혹.
왕의 눈빛에 불길이 달아올랐다.
보는 이들의 마음 속에도.
*
‘하아···’
기운이 주욱 빨려나갔다.
그리고 벅찬 고양감이 빠져나간 기운을 대신하여 온몸을 휘감아돈다.
‘이것이…진짜 연기를 하는 느낌.’
남의 몸을 빌려서 연기할 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그 때 관객들이 보았던 것은 자신의 영혼이었으되, 타인의 몸이라는 매개체를 한 번 거친 것이었으니까.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고 있다는 배덕감과 함께, 자신이 천 년을 바라온 것을 정말로 하고 있다는 데서 오는 성취감. 카타르시스. 자신을 눈으로 씹어먹고 싶어하는 삼천 오백명의 집요한 시선.
‘상상했던 것보다 더.’
그래 더.
그 순간 유명의 기분을 더욱 이해할 수 있었다.
15년간 아무도 봐 주지 않았지만 열심히 연기하던 녀석이, 새로운 삶을 살며 이런 느낌을 처음으로, 그리고 계속해서 느껴왔다면···
‘내가 은인이 맞긴 하네.’
자신이라도, 은인으로 모셨으리라.
방금 1막 1장의 연기가 끝났다.
무대 밖으로 나가는 순간, 자신의 몸에 꽂히듯 서걱거리던 수많은 시선들의 느낌이 생생하다. 손 하나를 들어올리는 순간,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손 끝에 몰렸고, 살짝 눈을 내리까는 순간, 다들 안달이라도 난 것처럼 자신의 시선을 찾아 헤멨다.
이 모든 사람들을 도취시키고 있다는 것에서 오는 극상의 도취.
그것이 연기, 관객, 그리고 무대.
‘생각보다…생기의 소모가 극심해.’
각오는 하고 있었다.유명과 연습하면서도 느꼈으니까.
유명과 자신은 계약 관계이다. 그러므로 유명의 앞에서는 현신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덜 힘들어야 하는데도, 연습과정에서 이미 꽤 많은 생기를 소모했다.
생기가 소모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현신’ 때문일 것이다. 심지어 현신한 상태에서 존재감을 크게 내뿜을 수밖에 없는 ‘연기’를 하고 있으니 더 부작용이 심할테고.
하지만…그걸 감안했는데도, 예상 이상으로 소모가 빠른 이유는 아마도…
‘감정…때문인가.’
자신이 인간의 감정을 이해했기 때문.
살로메의 감정도, 재상의 감정도 더 이상 ‘흉내’가 아니기 때문.
귀鬼가 인人의 마음을 이해하고 표현하는 것 자체가, 순리에 맞지 않기 때문.
‘버텨줄 것인가···’
꼬리 하나가 벌써 절반쯤 사라졌다.
끝까지 연기를 할 수 있을지도 문제지만, 도중에 힘이 떨어져서 유명이 눈치채지 않을지도 문제다.
그가 눈치챈다면 분명 공연을 도중에 중단하려 하겠지.
안 된다. 이번 공연이 지나고나면 자신은 힘이 부족해져서든, 선계의 처벌을 받아서든, 다시는 지금같은 기회를 얻지 못할 것이다.
자신이 키워내고, 자신이 감탄한 배우와의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
‘해 낸다. 반드시.’
혜호의 눈빛에 단호한 기색이 서렸다.
*
2장에서 등장한 것은, 1장의 무희와 매우 닮은 아름다운 남자였다.
독을 품은 꽃같은 느낌의 살로메와는 달리, 그는 누구나 좋아할 수밖에 없을 정도로 환하고 서글서글했다. 그런 그는 왕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다.
“아덴.”
“네, 전하.”
“둘만 있을 땐, 이름을 부르라니까.”
“…레오도.”
“살로메가…네 동생이라지?”
“그래.”
“어떻게 동생이 무희가 된 거야?”
“우리 집은 가난했으니까. 나는 궁의 하인으로 팔려왔고, 살로메는 무관에 팔려갔어. 내가 전하의 배려로 궁정일을 보기 시작하면서 다행히 살로메를 찾아올 수 있었지만…이미 춤을 추지 않고는 견딜 수가 없다고 하더라고.”
“흐음…네가 주말마다 자리를 비운 건, 동생을 보러가기 위해서였나···”
왕의 표정은 1장에서보다 훨씬 느긋하다.
날카롭게 발톱을 세우던 맹수가 주인앞에서 기분좋게 그르렁거리는 듯한 미소에, 관객들도 살짝 미소를 띄웠다.
말을 놓으라는 얘기에 장난스럽게 ‘전하는’이라는 호칭을 쓰면서 말끝은 놓아버리는 아덴의 화법은 애교가 있었고, 그것을 받아주는 왕의 시선은 그만은 예외로 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풀려 있었다.
두 미남의 우정어린 모습은 무척이나 보기가 좋았다.
“그럼 살로메를 내게 주지 않겠어? 내가 잘 돌봐주지. 아름다운 곳에서 춤도 마음껏 추게 하고.”
“안 그래도 전하를 위한 선물이었어. 전하는 우리 남매의 은인이니까.”
“벗끼리 은인은 무슨.”
그렇게 살로메는 왕의 곁으로 온다.
그리고 어머니의 죽음 후 언제나 염세적이었던 왕은 조금씩 변해간다.
“지금 제가 그리하고 있사옵니다. 눈을 뜨지 마셔요.”
“이러시면 전하의 패배입니다···?”
그의 마음 속 바닥이 보이지 않던 빈틈은, 아덴과의 오랜 우정으로 조금씩 살이 차오르고 있었다. 거기에 살로메가, 우정으로는 모두 채울 수 없었던 애정을 흩뿌린다.
왕의 눈빛이 점차 또렷해지고, 목소리에 힘이 실린다.
그러면서 그는 자신이 늘 원했지만 하지 못했던 일을 적극 도모하기 시작한다.
바로 카타니아 공국과의 전쟁.
-전하- 카타니아 공국과의 전쟁은 아직 시기상조로···
-전하. 군수물자 모집으로 인한 각지의 원성이–
왕이라고 국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원하는 바는 신료들의 반대에 부딪혀 자꾸 난항을 겪었고, 자신을 믿고 지지해주는 것은 아덴과 살로메 뿐.
“내게 위안이 되는 것은 너희 남매뿐이야···”
지친 음성인데도, 왕의 목소리는 예전처럼 허무하지 않다.
분명히 손에 쥔 것이 있는 자의 음성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빈 곳을 무언가로 채우려하고, 그것을 채워준 무언가에게는 관대할 수밖에 없다.
“전하, 가만히 계셔보시옵서. 잠자리가 전하의 뺨에 앉았습니다.”
그 순간 관객들이 흠칫 몸을 떤 것은, 살로메의 손아귀에서 날개를 찢기고 고통스럽게 꼬리를 꿈틀거리는 잠자리가 정말로 보였기 때문은 아니었다. 이미 사람들은 넋이 빠진 것처럼, 이 무대에 홀려 진짜와 연기를 구분하지 못하고 있었으니까.
그들이 놀란 이유는, 살로메의 변한 표정.
아름답고 매력적인 그녀의 겉껍질 속에 선연하게 일그러진 부분을 발견했을 때, 왕과 느낀 것과 같은 종류의 놀라움.
하지만 사람은 호의와 애정을 가진 상대에게 이렇게 너그러워지고 마는가.
“만인지상의 위에 앉았으니 대역죄이옵고, 제 남자의 뺨을 훔쳤으니 간통죄입니다. 능지처참에 처할 죄가 아니겠습니까.”
결국 왕은 웃어버린다.
‘조금 잔혹한 성정이라 한들 어떠한가. 저 모습조차 저리도 귀여운데. 내 마음을 이렇게 채워준 것은 살로메 뿐이거늘.’
그렇게 그는 완전히 아덴과 살로메 남매에게 물들었고,
아덴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
1막이 끝났다.
객석은 어둠속에 잠겨들고, 장과 장의 사이보다 조금 긴 텀이 흐르는 동안, 유명은 무대 뒤에서 물을 들이켰다.
‘하아…엄청나다.’
미호와 함께 연기할 때의 중압감은, 연습 중에 많이 떨쳐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대에 서보니 또 다르다.
살짝 흘리는 미소나, 갑자기 만드는 무표정만으로도 관객들은 살로메에게 놀아났고, 그 긴장감을 아덴이 등장해 느긋이 풀어주었다.
관객의 호흡마저 조절하는 신기에 가까운 연기.
그 연기의 격에 맞추기 위해, 자신은 모든 힘을 다 끌어다써야 했다. 고작 1막의 연기에 이렇게 진이 빠질 정도로.
“미호, 괜찮아?”
그러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미호 스스로가 감수하겠다고 한 역리逆理의 대가.
지금 그의 꿈은 그저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 연기하고 싶은 것이라고 했다.
자신 또한 미호와 한 번이라도 연기할 수 있다면 어떤 값이라도 치를 수 있을 것이기에, 그의 마음을 이해하고 따를 수밖에 없었지만···
힐긋-
자신은 희생할 수 있어도, 소중한 상대를 희생시키지 못하는 사람의 마음이라는 것이, 이토록 유명을 불안하게 한다.
그는 자신의 눈에만 보이는 푸른 형체의 꼬리를 세어본다. 다행히 아직 아홉 개 모두 온전하다.
“괜찮다. 뭘 그렇게 걱정이냐.”
“걱정이 되니까···”
“인간 따위에게 걱정 들을 정도로 한심하진 않다. 네 연기나 신경써라.”
틱틱대는 말투에, 조금 걱정이 덜어졌다.
2막이 시작되었다.
“카타니아를 정벌한다. 전쟁 준비에 돌입하라!!”
“전하, 아직은 시기상조로···”
“듣기 싫다! 이에 반대하는 자는 역심이 있는 것으로 간주하고 사형에 처할 것이다!”
레오도는 자신감을 찾고, 반대하는 신하들을 강경히 제압해가며 전쟁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세 명이 모두 찬성하는 ‘전쟁’에 관객들은 심정적으로 동조하고 있었다.
관객들은 주요 인물에 쉽게 몰입한다.
살로메는 매혹적이고, 아덴은 아름답고 현명해보였으며, 1막내내 관객들은 그 둘로 인해 레오도가 결핍을 메워가는 과정에 몰입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빠의 계획이 뭐야? 이대로 전쟁을 하게 되면, ‘모국’이 위험해지잖아.
“이런…살로메.”
문 뒤에 숨은 듯한 살로메의 음성과 아덴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
그의 부드러운 웃음이 경멸로 가득찬 냉혹한 웃음으로 거짓말처럼 바뀌었고,
관객들은 한 대 맞은 듯이 눈을 흡떴다.
“전쟁은 이루어지지 않을 거다.”
-어째서?
“내 어여쁜 동생. 왕의 눈을 멀게 한 요부 살로메여.”
그가 광대처럼 연극적인 제스처로 손을 들어올린다.
“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것이 뭔지 아느냐?”
-……
“한 번 가졌다고 생각했던 걸, 빼앗기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