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ra of a Genius Actor RAW novel - chapter 322
유명이 웃음을 터뜨렸다.
[오늘 드디어, ‘실마리’가 드러나겠네.] [네. 이제 종반으로 흘러가는 거죠.]{마지막을 향해 달리는 거당!}
언제나 끝나고 나면 ‘다음편!!’ 소리를 듣는 미싱차일드이지만, 지난 화는 평소보다 몇 배 더했다.
-미싱차일드라는 제목이 은유인 줄 알았더니, 진짜 유아납치를 말하는 거라고?
-와…양부 초반에 나오던 자상하고 달달한 모습 떠올리니까 소름 쫙 끼치네요.
-못 기다리겠어…살려줘…누가 나를 이 늪에서 꺼내줘요.
하지만 이 곳에는, 다음편에 목말라하는 사람들은 없었다.
스토리는 꿰고 있다. 다만, 자신의 연기가 스스로 의도한대로 나왔는지, 그리고 에피 전체의 완성도가 어떠한지가 궁금한 사람들.
유명과 데렉이 쇼파에 앉아, 영화관을 방불케 하는 거대한 TV를 켰다. 그 중간에 미호가 폭 주저앉았다.
{시작한다앙-!}
16화가 시작되었다.
[1989년, 네바다주, 5세 소년 실종. 발견되지 않음.] [1993년, 노스다코타주, 7세 소년 실종. 발견되지 않음.] [1991년, 버몬트주, 4세 소녀 실종. 발견되지 않음.] [1998년, 메릴랜드주, 8세 소년 실종. 발견되지 않음.]실종된 아이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방대한 실종아동 목록중에서, 입양아들의 나이와 고아원에 입소한 년도를 근거로 데이터를 걸러내고, 그 아이들이 영재 교육을 받은 데이터가 있는지를 살폈다.
머리에 쥐가 날 정도로 방대한 작업.
그리고 걸러져 나온 데이터들이 셀리의 입에서 판결처럼 읊어질 때마다, 보는 사람들은 소름이 끼쳤다.
[릴…네 가설이 맞는 것 같네.] [미쳤어. 이건 말도 안 되는 범죄예요.] [대략 이렇게 매칭이 되는군요.]셀리가 개중 가장 확실해 보이는 데이터를 정리해서 내밀었다.
그 중에는 데카르도 자신으로 추정되는 기록도 있었다. 그는 1989년 네바다주 5세 소년, 이라는 항목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보다 못한 셀리가 종이를 뺏었다.
[정신차려요.] […미안.] [문제가 한 가지 더 있어요.]그녀는 자료들에 동그라미를 친다. 붉은 색의 동그라미와 푸른 색의 동그라미를 유심히 들여다보니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납치된 달과 고아원에 입소한 달 사이에, 약 두 달 간의…공백?] [하아. 이게 뭘 의미하는지는 뻔하군요.] […기억 삭제.]고아원 내에서 그 작업을 했을 리는 없다.
아이들은 납치된 후 어딘가에서 ‘기억 삭제 작업’을 당하고 온 것이다.
[셀리, 당신이 5년간 일했다는 연구소. 거기는 아닌가요?] [아뇨. 그럴만한 공간은 없었어요. 시내 중심의 출입이 확실히 통제되는 빌딩이었거든요. 그러고보니 기억 조작에 관한 연구를 하던 팀은 정기적으로 출장을 다녔는데.] [거기겠군. 짚이는 데는 없어요?] [전혀요. 그쪽 팀원들은 이름도 몰라요.] [데이터를 캐낼만한 곳은?] [연구소에 대해서는 보안이 엄청나게 철저해요. 해킹으로 뚫는 건 불가능해요.]여기서 막혔다.
고민을 거듭하던 데카르도가, 오랜만에 셀리와 눈을 마주친다.
[셀리.] […데카르도.] [저 쪽의 데이터를 뒤질 수 없다면, 이 쪽의 데이터를 뒤지면 돼요.] [그게 무슨…] [락이 걸려있는 데이터베이스도 있고, 솜씨좋은 해커도 있잖아. 당신이라면 할 수 있을 것 같은데.]데카르도가 자신의 관자놀이를 톡톡 두들긴다.
그 말의 뜻을 알아들은 셀리의 눈이 얼굴의 반만큼이나 커진다.
데카르도가 말하는 데이터베이스란, 그의 머리.
해커란…셀리 자신.
그는 지금, 자신의 머리 속에 눌려 있는 기억을 되살려보자고 제안한 것이다.
[그건 너무 위험-] [지금 또 어느 곳에서 아이가 납치되고 있을지 몰라. 이 방법밖에 없어. 셀리도 알잖아요.]오랜만에 시선을 맞춰주는, 그녀의 마음을 달래는 듯한 그의 눈빛.
그와 예전처럼 눈을 마주보고 싶었다. 갈증이 날 정도로.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아니었다.
[이미 락이 좀 풀렸어. 양부의 집에서 방치되었던 그 날 밤에. ‘여기를 집중해서 바라보렴, 데카르도.’ 그 목소리는 분명 그 곳에서 들은 것이었겠죠.] [……] [그 곳이 어디인지를 찾아야 해요. 이게 그들이 대비하기 전에 공격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야.]셀리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그리고 그녀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
어두운 방에서, 데카르도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셀리의 목소리를 따라, 의식을 이동한다.
하아-
그녀의 목소리를 따라, 그는 점점 과거로 되돌아간다.
자주 볼 수 없는 양부를 그리워했던 기억, 세상에 신뢰할 수 있는 건 오직 그 뿐이라고 자신에게 재차 다짐했던 기억, 처음 양부를 만났을 때, 세상이 온통 환해보였던 기억.
벽을 하나 넘어간다.
데카르도의 얼굴이 괴롭게 찌푸려진다. 고아원이다.
축축함과 어두침침함. 식어빠진 수프를 한 번이라도 양껏 먹고 싶었던 기억. 언제나 화가 나 있는 원장 선생님. 그리고…
턱-
막혔다. 그 다음으로 넘어가는 것은 쉽지 않았다. 바늘이 수백개, 수천개, 길이와 굵기가 모두 다른 뾰족함으로 관자놀이를 쑤시는 것 같았다.
으으- 데카르도가 신음을 흘리자, 셀리의 목소리가 주춤했다.
그 장면을 보며 데렉이 감탄했다.
[마일리도 엄청난 집중력이네.] [저 때 대단했죠.] [너와 함께 연기하면, 평소보다 집중력이 올라가. 같이 하는 사람들을 그렇게 만드는 쪽이 대단한 거지. 그보다 네 연기는…하아…아니다.]셀리는 여기서 멈추는 것이 더 위험하다는 판단을 내리고, 더욱 힘을 주어 그를 이끌었다.
이제 데카르도는 어린 벌레같이 바르작거리고 있었다. 칠흑같은 어둠 사이로, 목소리 하나에만 의존해 길을 걷고 또 걸었다. 어느 순간 머리를 찌르던 고통이 시원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빛이 보였다.
아아-
하늘이 새파랗게 개었다.
언제나 바라보던 하늘인데도, 마치 처음 보는 것처럼 선명했다.
그는 주변을 둘러 보았다. 거짓말처럼 다시 어둠이 찾아와 있었다. 예전같은 흐릿한 어둠이 아닌 선명한 어둠이었다.
눈을 가리고 있던 천이 벗겨졌다.
-네가, 그 ‘천재’라는 아이로구나. 망가지지 않아야 할텐데.
감흥없는 얼굴이 자신의 턱을 우악스럽게 쥐고, 뭔가를 강제로 먹였다.
헉-
데카르도가 눈을 떴다.
깨어난 그는 한참이나 숨을 몰아쉬더니, 물을 찾아 벌컥벌컥 마시고 셀리와 릴을 돌아보았다.
그 때 그의 눈빛.
이전과 같으면서도 달라진 명정한 눈매를 보고 그들은 눈치챘다. 데카르도의 기억이 돌아왔다는 것을.
[…기억이 났나요?] [응. 제법 끔찍하네요.]그가 서글픈 미소를 짓는다.
그리고 꺼내는 이야기. 그 곳에서 당한 일들. 좁은 방에 함께 있던 친구들과 정기적으로 투약되던 약물. 그리고…그 장소의 특징.
[다는 아니에요. 끌려가기 전의 기억은 어렴풋하고, 내부에서 있었던 일도 모두 기억나진 않네요. 아무래도 시간이 오래 지났기도 하고.]셀리는 상상한다.
혹시 그는 모든 걸 기억하면서도, 릴과 자신을 위해 가장 끔찍한 부분은 편집해서 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이 특징에 부합하는 장소를…찾아보죠.]그 때 라디오에서 뉴스가 들려왔다.
-속보입니다. 공화당의 유력한 대권 후보인 조던 버크셔 의원이 급사한 상태로 발견되었다는 소식입니다. 버크셔 의원은 전일 당회의에 참석할 때까지는 건강한 모습이었으나, 다음날 아침, 자택에서 사망한 채 발견되어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정확한 사인은 알려지지 않은 상태로…
셀리의 심장이 쿵- 떨어졌다.
[버크셔라면 누나 양아버지라고 했던-] [큰일났어.]그녀가 두려움에 잠식된 목소리로 말한다.
[브레이크가…망가졌어.]*
16화가 끝났다.
데렉이 앞으로 당겨앉았던 몸을, 쇼파 등받이에 늘어뜨리며 말했다.
[하아…너는 진짜.] [이미 보셨던 내용이잖아요.] [다시 봐도 또 놀랍네.] [저도 데렉 연기 볼 때 똑같이 느끼는데요.]데렉의 입꼬리가 참지 못하고 삐죽 올라갔다.
321 외전21.코멘터리 방송
크리스마스가 다가왔다.
LA의 크리스마스는 따듯했다. 외부온도 뿐 아니라 유명의 마음 또한, 그 어느 때보다도.
유명은 이번 크리스마스를 대비해 준비한 것이 있었다.
포옥-
{뭐냥, 안 보인당!}
‘와…너무 귀엽다…’
유명은 미호의 머리에 어린이용 산타모자를 씌우고, 바둥거리는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은색으로 반지르르한 털 위에 새빨간 산타모자가 씌워지니, 세상에 있을 법 하지 않은 귀여운 모습이 연출되었다.
{외국의 잡신따위…}
‘산타는 신이 아닌데?’
{그래서 선물은?}
‘짠-‘
{뭐냥. 진짜 준비했냥.}
실제로 유명은 미호의 선물을 준비했다. 아니 본인이 아는 모든 사람들의 선물을. 이게 마지막 선물이 될 거라는 마음으로 준비한 것이었지만, 물론 미호에게 내색하지는 않았다.
유명이 감춰 두었던 커다란 박스를 꺼내자, 미호가 컁- 하고 소리를 지르더니 작은 앞발로 리본 끝을 부여잡고 당겼다.
사락-
상자를 여는 것은 유명이 도와주었다. 미호는 자신의 체구보다 커다란 상자에 무엇이 들어있는지가 궁금한지, 연신 귀를 쫑긋거렸다.
{크앙…맥주 종합 선물세트냥!}
집에서도 시원한 생맥주를 뽑아 먹을 수 있는 맥주 디스펜서. 작은 맥주병 따개에는 꼬리 아홉개의 여우 문양이 귀엽게 각인되어 있었고, 맥주잔 세트에도 그 문양이 은색으로 박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다.
맥주 애호가라면 환장할만한 선물.
{한 잔 뽑아봐랑.}
디스펜서에서 뽀얀 거품과 함께 시원한 생맥주가 뽑아져 나왔다. 유명은 그것을 새 맥주잔에 따라 미호 앞에 대령했다.
{나는 준비한 게 없는뎅.}
‘너는 내 두 번째 삶을 선물해 줬잖아. 그걸로 충분해.’
{…흠흠. 너는 안 마시냥.}
‘운전해야 돼. 그거 한 잔만 마시고 같이 가자.’
{어디 가는뎅?}
‘선물주러 가야지!’
그렇게 선물 순회가 시작되었다. 유명은 데렉의 신작 촬영장을 방문했고,
[어…선물?] [메리 크리스마스, 데렉. 이건 피비 건데 좀 전해 주세요.] [뭐야. 나 지금 좀 감동한 것 같은데…]그 때, 감독이 슬쩍 끼어들었다.
[헉…신유명씨 아니세요? 혹시 작품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꿈 깨요, 감독님. 저 친구 매니지먼트 대표가 보통이 아니야. 슬쩍 어떻게 될 리가 없지.] […쩝.]마일리와 에르히에겐 함께 잠시 차를 마시며 선물을 전해 주었다. 둘은 어느새 친구가 되어 있었다.
[오빠. 설마 이건 이제 저의 마음을 받아 주겠다는 뜻?] [마일리…나도 똑같은 거 받았는데…] [이런 젠장.]나탈리와 프리야같은 당장 만나기 힘든 벗들에게는 우체국에 가서 선물을 소포로 보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밸론토.
매니저 호철과 박진희, 다른 직원들에게도 선물을 전달하고, 유명은 사장실로 올라갔다. 요즘 유석은 Agency W보다 밸론토로 출근하는 날이 잦았다.
유석은 유명이 내민 상자를 한참 바라만 보다가, 상자끈을 천천히 풀었다.
그 안에는…
[…이걸 왜…] [사실 선물이라긴 뭐한데, 이건 대표님이 받게 해 주신 거니까, 대표님께 드리고 싶어서요.] [유명씨가 연기를 잘 해서지, 내가 뭘 했다고-] [그러니까요. 제가 연기만 할 수 있게 해주셨잖아요.]상자 안에 들어있는 것은, 바로 황금종려상의 트로피.
락크리스탈 위에 황금으로 된 종려나무 가지가 달려있다.
[제가 얼마나 감사한지 마음을 꼭 전하고 싶은데, 드릴만한 게 이거밖에 안 떠올라서요. 돈은 대표님이 저보다 많으시고.] [그래도 이건…]유명이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고 미국으로 돌아왔을 때, 유석은 이 트로피를 멍하게 한참 들여다보았다. 그는 배우를 키우는 걸 취미로 삼을 정도로 광적인 영화팬이었으니까, 자신의 배우가 타 온 이 트로피가 무척 감격스러웠던 모양이다.
그 때 유명은 생각했다. 자신의 몸을 내어주기 전에, 이 트로피를 유석에게 선물하고 싶다고.
‘미호라면 이런 상은 얼마든지 탈 수 있을 테니까.’
[꼭 받아주셨으면 좋겠어요.] […고맙습니다.]유석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유명이 따뜻하게 웃었다.
모두가 행복한 메리 크리스마스였다.
*
2008년 12월 31일.
매년 마지막 날이면 뉴욕 타임스퀘어에서는 전 세계에서 100만명 이상이 몰리는 유명한 행사가 열린다.
볼드랍(Ball Drop).
1907년에 처음 시작된 이 행사는, 원타임스스퀘어 건물에 위치한 볼 모양 장식물이 새해 카운트다운을 마치는 순간 43m 아래로 내려가며 폭죽과 함께 볼이 터지는 행사이다.
[와아아아!!] [마틴! 마틴 챈들러!!] [꺄아아악! 사랑해요!]물론 사람들이 모이는 것은 카운트다운만을 위해서는 아니다.
이번 해 미국을 빛낸 최고의 뮤지션들이 이 자리에 참석하여 라이브 공연을 선보인다.
“아침 10시부터 기다린 보람이 있다, 그치?”
“모자! 모자 온다. 이번엔 받아야 해!”
“김밥 좀 꺼내봐. 아까 한인타운 갔을 때 더 넉넉히 사올걸.”
“안 되면 도너츠도 있잖아.”
그 중 꽤나 앞자리에 서 있는 한 무리의 남녀들은 한국인들이었다. 뉴욕의 한인 민박에서 만난 배낭여행객들로, 볼드랍에 함께 참석하게 된 것이었다. 그들은 볼드랍에서 나눠주는 커다란 보라색 모자를 쓰고 다시 재잘재잘 떠들기 시작했다.
“A.flat은 순서가 언제야?”
“다음 다음인가? 아까 저 너머로 지나갈 때 얼핏 보니까 대박 예쁘더라.”
“지금 Run wherever가 몇 주째 빌보드 1위지?”
“4주!”
이 미국에서 방영된 이후 웬만큼 히트를 친 데다, 가 초대박까지 치고 나자, Run wherever의 뮤직비디오는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기존에 없었던 목소리라고 불리는, 애나 플랫의 청량하고도 애절한 목소리 또한 한 몫을 해서, 결국 11월 중순부터 Run wherever는 빌보드 차트 1위를 달성한 것이다.
한국에서도 외국곡인데도 불구하고 이미 9월부터 차트 상위권을 유지했으며, 빌보드 차트 1위를 석권한 후에는 자몽차트 1위를 하기도 한 엄청난 인기곡이었다. 그들이 볼드랍에 참석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 하나가 A, flat.이 이번 행사의 게스트로 나온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A.Flat 진짜 여신…”
“유명 오빠는 남신…”
“아, 미국까지 왔는데, 우연히 신유명 마주치는 행운은 없을까?”
“꿈깨시죠. 같은 나라에 있다고 같은 세계에 있는 줄 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