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23)
“역시 트론사, 뭔가 있군요.”
원시 마법 영상을 통해 트론사에서 저지른 짓을 보고는 아리아가 복잡하다는 듯 말했다.
“예. 꿍꿍이속을 알 수 없는 집단입니다.”
루카스는 한숨을 쉬었다.
트론 사.
외계 종족 크라니드를 상대함에 있어서 큰 힘이 되어주는 강력한 군수업체.
그들이 실질적으로 보유한 군사로봇과 병력만 해도 웬만한 나라를 씹어 먹을 수준일 것이다.
‘역시 없애버렸어야 했나.’
인라이튼 그룹을 세우면서 미래에 큰 악이 될 만한 기업이나 범죄자들은 대부분 처단했다.
하지만 건들지 못한 두 가지가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트론사였던 것.
‘인류 전체를 놓고 보면 과학 기술이 엄청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집단이다. 하지만… 인륜을 생각하면 미친놈들이라서 이대로 두기도 애매하고… 골치 아프군.’
그는 트론사의 수장과 한 번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그는 만나주지 않겠지만.
‘트레버 론… 현재 나이 34세라고 했던가.’
트론사의 창립자인 트레버 론, 그의 손자인 트레버 론 주니어 2세.
아버지인 트레버 론 주니어는 할아버지인 트레버 론에 의해 존재감이 묻혀서 대외활동을 거의 하지 않았고, 그의 아들인 현재의 수장 트레버 론 주니어 2세 역시 마찬가지였다.
다만, 아버지와 다른 점은 어려서부터 그 과학 분야에서 천재성을 드러냈고, 결국 천재성을 인정받아 아버지를 건너뛰고 트론사의 진정한 후계자가 되었다는 점이었다.
‘절대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없지. 만약 내가 직접 찾아간다면….’
하지만 루카스는 고개를 저었다.
현재 트론사가 보유한 수많은 건물들과 토지들 중에서 트레버 론 주니어 2세의 위치를 전혀 알 수 없을뿐더러, 막상 찾아간다해도 문전박대 당할 게 분명했기 때문이다.
‘암살 위협 때문에 사람을 만나는 걸 극도로 꺼린다고 했지. 그래서 모든 걸 온라인으로만 해결하고 있고.’
그는 별 수 없이 메일로 연락을 구해야함을 깨달았다.
“아리아 씨, 원시 마법 감사했습니다.”
“아니요. 뭘요. 또 필요하시면 말씀해주세요.”
“예. 그럼 이만.”
루카스는 아리아에게 인사를 전하고는 순간이동으로 자리를 떠났다.
팟!
사무실로 돌아온 루카스.
그는 앞으로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현재 그가 정보팀을 통해 알아낸 사실은,
1. 트론사에서 DEP-001이라는 무허가 신체 강화 약물을 판매했다.
2. 구매자 수는 정확히 모르지만, 아직까지는 부작용이 발견되지 않았다.
3. 하지만 이번에 부작용으로 추정되는 살인마, 강준영이 나타났다.
이 세 가지였다.
그리고 그 중 하나의 샘플이 그의 손에 들어와 있었고, 지금 그의 눈앞에서 에메랄드 빛 색깔을 뿜어내고 있었다.
‘구매자 수를 특정하기 어렵다라…. 특히 각국 고위층이 많이 구매했다지.’
만약 강준영의 건으로 미루어 추측되는 ‘분노조절장애’와 같은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질 수도 있는 상황.
루카스는 샘플 약병을 만지작거리며 고민에 빠졌다.
‘앞으로 나서서 트론사가 벌인 일을 전세계에 고발할 것인가, 아니면 최대한의 혼란을 막기 위해 트론사와 협상하여 이 일을 뒤에서 수습할 것인가.’
그에게 따로 세계 평화를 수호하라는 완장이 있는 건 아니지만, 세계 최대 그룹인 인라이튼 그룹의 힘이라면 그런 여론을 만들어내는 건 아무것도 아닐 터였다.
그리고 그는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준비가 되어 있는 상태였다.
‘… 일단 트론사와 먼저 접촉해본다. 안 된다면… 그때 터뜨린다.’
결정을 내린 루카스.
그는 곧장 트론사로 보낼 메일을 작성해나갔다.
* * *
경국대 앞 고깃집은 점심시간에다가 대학가라 그런지 사람이 바글바글거렸다.
“21살이라고? 알았어. 우현아, 앞으로 오빠라고 불러.”
“……?”
“지랄은.”
상우가 토실토실한 볼살을 애써 말아올리며 미소를 띤 채, 우현이에게 느끼하게 말하는 경도를 한심하게 쳐다봤다.
그러곤 이내 주문했다.
“아줌마, 여기 생삼겹살 6인분 갖다주세요!”
“예~”
마음대로 주문한 상우.
경도가 타박했다.
“야, 뭐 먹을지 물어보지도 않냐.”
“너 삼겹살 좋아하잖아.”
“어, 그치. 역시 내 마누라야.”
“병신. 크크큭.”
“크크크큭.”
그런 둘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던 우현이 입을 열었다.
“둘이 엄청 친해보인다.”
“별로 안 친해.”
“응. 웬수지. 그리고 얘가 친구가 없어서 내가 만나주는 거야.”
경도가 으스대면서 말했다.
“그건 알아 나도. 그럼 두 사람 얼마나 오래 안 거야?”
서스름 없이 상우를 왕따(?)로 만들어버리곤 태연히 묻는 우현이었다.
“어디보자… 초등학교 5학년 때였나? 그때 알았을 걸.”
“맞아. 아마 그때쯤이었을 거야.”
그 말에 눈이 동그래지며 놀라는 우현.
눈이 땡글땡글 커지니 퍽이나 귀여웠다.
“우와, 그럼 거의 10년 안 거네?”
“그치. 그 뒤로 계속 쟤랑 같은 학교였어. 대학교도 같이 맞춰서 온 거야.”
“진짜? 어쩐지 같은 대학교라더니. 신기하다.”
그 뒤로 경도는 상우와 있었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얘기하면서 신나게 떠들었다.
그리고 우현은 그 이야기가 퍽이나 재밌는지 고기가 구워지는 것도 먹지도 않고 그 얘기를 집중하여 듣고 있었다.
“… 그래서 상우 점마가 울 반의 게임 다 평정했다는 거거든. 그리고 쟤 고등학교 때 게임으로 돈을 엄청 벌어가지고, 내가 그때 용돈이 한 달에 100이었는데 그것보다 많이 벌었다니까?”
“대단하네. 근데 고등학생 용돈이 한 달에 100만원? 너 금수저야?”
“야, 너라니 오빠한테. 오빠라고 해. 그리고 이 오빠님은 금수저는 아니야. 은수저 정도랄까. 움화하하하핫.”
병신 같이 웃는 경도를 보면서 우현이가 부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100만원… 난 그 돈 없어가지고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는데.”
갑자기 분위기가 싸해지고.
어두운 표정의 우현이를 보며 상우가 입을 열었다.
“뭐 과거는 과거로 두고. 지금 너도 돈 잘 벌잖냐. 그때 내가 포션으로 능력치 올린다고 엄청 사재꼈잖아. 그때 번 돈만 해도 수억 원은 될 텐데 그럼 됐지 뭐.”
그렇다.
우현이가 사실 티를 안내서 그렇지, 그녀 역시 상당한 부자였던 것.
그리고 수억 원을 벌었다는 말에 주변 테이블에서 상우가 있는 테이블을 힐끔 쳐다보았다.
놀란 건 경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수억? 얘도 헌터였어?”
“말했잖아. 나랑 같은 에이전시 소속인 내 동료라고.”
“이야… 21살에 수억이라니 대박이네. 너 엄청 잘나가는구나?”
“아니, 그냥 뭐…. 쟤한테 비하면 난 아무것도 아니야.”
우현이가 난처하다는 듯 상우를 팔았다.
확실히 지금 이 자리에서 그 누구도 상우에게 비할 바는 못 되었으니까.
그리고 그런 그들을 보던 사람들 중에 하나가 자리에서 일어나 상우에게로 다가왔다.
“저, 혹시 정상우 헌터님 아니세요?”
“네, 맞아요.”
“아! 진짜였네요. 와 정말 잘생기셨어요. 저 팬입니다.”
“아, 예. 감사합니다.”
“혹시 사인 좀 부탁드려도 될까요?”
“예. 해드릴게요. 종이랑 펜 있으세요?”
“잠시만요.”
그렇게 한 명을 사인해주기 시작하자, 가게 안의 사람들이 상우에게 집중하기 시작했다.
“저 사람 누구야? 연예인?”
“어, 정상우다!”
“정상우? 아, 그 A급 헌터?”
“대박, 잘생겼다.”
“오빠, 저 팬이에요. 저도 사인 좀 해주실 수 있나요?”
“형, 저도 팬입니다. 저도 좀….”
순식간에 고기를 먹는 상우의 테이블 주변으로 모여든 사람들.
상우는 초인적인 스피드로 순식간에 그들의 사인을 모두 해주었다.
찰칵!
사인을 하는 와중에 셀카 역시 완료.
오버마인드 덕분에 멀티태스킹은 자신 있었고, 덕분에 무사히 끝낼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바탕 폭풍이 휘몰아친 후.
경도가 혼이 나간 얼굴로 말했다.
“친구야. 너 진짜 잘나가는구나.”
“내가 좀 잘 나가. 이제 알았냐.”
“그만 좀 해. 고기 다 탔어.”
하지만 주변에 팬들이 둘러 싼 사이 고기를 제대로 먹을 수 없었고, 고기는 벌써 다 타버린 상황.
상우가 멋쩍은 듯 웃었다.
“그래도 팬들이라기에 돌려보낼 수도 없잖냐. 고기는 다시 시키지 뭐. 저기요!”
그렇게 다시 고기를 주문하여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식당 밖으로 나온 세 사람.
“이제 뭐 할래.”
“우현이도 왔는데 캠퍼스 구경도 시켜줄 겸 투어나 할까?”
“좋지. 콜.”
“나도 좋아.”
“그래, 일단 IT관으로 가자.”
그렇게 목적지를 정하고 세 사람은 캠퍼스 안으로 향했다.
그리고, IT관 입구.
상우는 거기서 생각지도 못한 얼굴을 마주쳤다.
“어, 오빠!”
상우는 갑자기 옆에서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그곳을 바라봤다.
거기에는 놀란 표정의 여학생이 서 있었다.
갈색으로 물들인 긴 생머리에 하얗고 청순한 얼굴.
머리색은 달라졌지만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바로, 자신이 과외하던 여학생, 장하연이었다.
“어? 하연아.”
상우도 아는 체를 했다.
그러자 반가운 듯 다가오는 하연.
그녀는 상우의 앞에 섰다.
“오빠. 오랜만이에요.”
“그래, 오랜만이네. 하하. 너 근데 여기 어쩐 일이야.”
반가운 재회의 순간.
하지만 그녀의 표정이 순식간에 뾰로퉁해졌다.
“어쩌긴요. 여기 학생이니까 있죠?”
“응? 리얼리?”
“네. 저 경국대 컴공과 학생이에요.”
경국대 컴공과 학생이라니.
겨우 1년 만에 그녀는 하위권 성적에서 인서울 대학에 입학에 성공한 거였다.
“와, 진짜로? 하하, 진짜 잘됐다.”
“그쵸. 저 엄청 노력했거든요. 누구 때문에.”
“누구?”
“있어요. 연락 안 되는 사람.”
그 말에 상우가 뜨끔했다.
사실 여동생 치료 때문에 사냥에 너무 몰두하느라, 하연이의 연락을 받을 시간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점차 읽씹(?)을 시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연락이 멀어졌던 것.
이후 여유가 생긴 이후에 다시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도 염치란 게 있었기에 그렇게 연락하지 못하고 있었던 거였다.
그런데 이렇게 재회할 줄이야.
“하하, 미안. 내가 그땐 사정이….”
“알아요. 여동생 때문에 바쁘셨다는 거. 그래도 너무한 거 아니에요? 늦게라도 봤으면 답장 1번 쯤 해줬어도 좋았을 텐데.”
째려보는 하연.
A급 헌터에 아주 강한 남자인 상우지만, 지금 상황은 몹시 난처했다.
“하, 하하하. 이해해줘. 대신 내가 다음에 맛난 거 살게.”
“그건 당연하구요. 앞으로도 점심은 오빠가 사주세요.”
“내가? 그, 그래.”
상우가 이 상황을 끝내기 위해 서둘러 고개를 끄덕이는 순간.
하연의 얼굴이 옆에 있던 우현이에게로 돌아갔다.
“근데 오빠, 이 분은…?”
경계 어린 눈초리.
아마도 예쁘장하게 생긴 우현이를 보고 경계하는 듯했다.
“응, 여기는 내 친구 우현이. 우현아 인사해. 얘는 내가 작년에 과외해줬던 하연이라고, 너보다 한 살 아래야.”
“안녕하세요. 언니. 장하연이에요. 반가워요.”
그 말에 하연이를 뚱한 표정으로 쳐다보던 우현이 마지못해 한 마디 했다.
“안녕.”
그리고 두 여자 사이에 흐르는 묘한 기류.
‘수, 숨이 막힌다.’
그리고 어색한 기류 속에서 병풍처럼 서 있던 경도가 한 마디 했다.
“아~ 맞다! 나 오후에 수업 있었지! 수업 가야겠다! 상우야, 나 먼저 간다!”
“어, 그래. 잘 가라!”
기계적인 연기톤으로 대사를 마친 경도는 후다닥 자리를 피했다.
그리고 그건 상우 역시 마찬가지였다.
“아, 맞다. 그러고 보니까 우리 집에 제사가 있었네? 제사 지내러 가야겠다. 하연아, 그럼 다음에 보자. 우현아 가자.”
“어? 네. 오빠 저 연락처 그대로니까 연락해요!”
후다닥 사라지는 상우와 우현.
그리고 그런 두 사람을 복잡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하연이 서 있었다.
‘아이씨, 원래 내 껀데! 경쟁 상대가 생겨버렸잖아.’
그래도 하연은 마음을 다잡았다.
‘이렇게 다시 만났으니 절대 놓칠 수 없어.’
하연인 불끈 주먹을 쥐었다.
* * *
그리고 며칠 뒤.
루카스는 트론사로부터 답변 메일을 받았다.
메일 내용은 자신들은 이번일과 무관하다고 딱 잡아떼는 말이었다.
그 답변을 본 루카스는 플랜B를 실행해야 함을 깨달았다.
‘잡아떼기라… 그럼 공론화하면 어떻게 나오는지 봐볼까.’
루카스는 곧장 UN으로 몸을 순간이동하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