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25)
“도움이요? 무슨 일인데요?”
칠죄종 이후로 따로 부탁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상우가 갸우뚱했다.
“혹시 아프리카에 분노의 상징이 나타난 건가요?”
“아닙니다. 그보다는 다른 일입니다. 최근에 이슈 주에 가장 큰 사건이 있었죠? 바로 트론 사 때문에 부탁을 드리고자 찾아온 겁니다.”
“아.”
얘기를 듣자 무슨 일인지 상우는 이해가 되었다.
그도 뉴스를 통해 트론 사 연구소 앞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해서는 충분히 알고 있었으니까.
“그, 네바다 주에 있는 연구소 때문에 그런 거군요.”
“예. 그곳의 입구를 뚫으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S급 헌터들을 대상으로 인력을 모집하고 있는데, 마땅치 않거든요.”
상우는 잘 이해가 되질 않았다.
무력진압을 헌터들로 한다니?
군사력을 동원하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그런데 꼭 저 같은 헌터들이 나서야 하는 일인가요? 그냥 입구 부수는 건 멀리서 미사일 같은 거 날리면 될 거 같은데.”
“잘 아실지는 모르겠지만, 트론사의 전력은 거의 웬만한 국가에 맞먹습니다.”
“예? 국가에 맞먹다니요.”
상우는 깜짝 놀랐다.
일개 회사가 국가에 맞먹는 전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무슨 터미네이터에 나오는 스카이넷도 아니고….”
“거의 그 정도 수준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그 영화에 나오는 스카이넷이 트론 사를 모티브로 만들어졌다는 얘기도 있으니까요.”
“진짜 대단하네요. 근데 그 트레버 론이라는 회장은 진짜 시간여행자인가요?”
상우는 예전에 보았던 트론사에 대하여 인터넷과 세간에 떠도는 루머를 꺼내들었다.
바로 트론 사를 설립한 초대 회장, 트레버 론이 시간여행자라는 이야기였다.
그 말에 살짝 표정이 굳은 루카스.
“혹시 트레버 론이 참여했다는 필라델피아 실험에 대해 얽힌 루머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예. 제가 그 루머 글을 읽은 기억으로는 그 실험 당시 다수의 사람들이 실종되었었는데, 그 중 하나가 트레버 론이었다는 이야기였어요. 그리고 얼마 뒤 실종되었던 그가 돌아왔는데, 몰라보게 변했고, 이후 다수의 연구를 성공시켜 트론사를 설립했다고요.”
필라델피아 실험.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에서 진행했던 소칭 레인보우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실험이었다.
주제는 선체에 강한 자기장을 적의 레이더 탐지 감지를 회피하는 스텔스 기술을 만들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1943년 10월 28일, 미합중국 해군 호위구축함 엘드리지 호에 테슬라 코일을 실어서 필라델피아 실험을 진행했다.
결과적으로 이 실험은 실패했고, 당시에 아무런 사상자도 없었다.
하지만 웬걸.
시간이 지나자 당시에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고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구축함 주변으로 자기장이 발생했을 때 푸른 안개층이 생겼다느니, 배가 사라져 저 멀리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해안에서 나타났다든지, 당시 배에 탑승해 있던 승조원들이 대부분 사망하였고, 일부는 선체와 융합하여 녹아내리고 있었다든지 하는 루머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 건 바로, 공간이동과 시간이동이 구현되었다는 소문이었다.
“글쎄요. 저는 이성적으로 봤을 때 그 소문이 사실이라고 믿지는 않습니다. 당시 작전과정과 실험에 대한 정부 문건이 공개되었는데 전혀 그런 내용이 없었거든요.”
루카스는 믿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러나 한 마디 말을 덧붙였다.
“물론 트론사의 초대 회장 트레버 론의 업적을 보면… 그 루머가 사실이라고 믿고 싶어질 정도죠. 그는 20대 초반에 벌써부터 폰 노이만, 아인슈타인, 테슬라와 더불어 여러 가지 연구에 참여했었던 불세출의 천재긴 하지만, 과거에 그가 개발한 기술은 아직도 분석이 안 될 정도로 고차원적인 오버 테크놀로지인 게 많거든요. 그래서 저도 감정적으로나마 그 소문을 일부 지지하고 있습니다. 문건이라는 건 조작이 가능하니까요.”
충격적이었다.
세계 1위의 기업, 인라이튼 그룹의 회장이 루머를 지지한다니.
“그럼 진짜 트레버 론 회장이 시간 여행자일 수도 있다는 말씀이신가요?”
“뭐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겠지요. 그보다 중요한 건, 현 트레버 론 회장을 잡아내는 겁니다. 초대 회장은 아니지만, 손자인 그를 통해서라면 상우 씨의 궁금증도 해결할 수 있겠죠.”
루카스는 본인 역시 궁금하다는 이야기는 하지는 않았다.
‘이전에 트론 사는 쥐죽은 듯이 조용한 행보를 보였어. 그리고 최후의 날, 군사력을 동원하여 크라니드와 싸우는 데 집중했지. 그런데 지금, 강준영이라는 돌발 변수가 나타남과 동시에 이해할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너무 파격적이야. 트레버 론… 너는 대체 무슨 생각이냐.’
루카스는 현재 트론 사의 행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모르쇠로 일관했어도 트론사에 미칠 영향은 적었을 터였다.
그런데 전세계를 등 돌리는 듯한 행보를 보이다니.
그가 잠깐 생각에 잠긴 사이 상우가 물었다.
“결국 그를 만나 봐야 모든 걸 알 수 있겠군요. 그리고 그만큼 대단한 집단이기에 일반적인 군사력으로는 돌파가 어려우니 소수 정예로 돌파를 하시려는 거고요. 그럼 목표는, 트론 사 회장 구속입니까?”
“예. 신변 확보만 되면 바로 중단할 계획입니다. 그래서 지금 정예들을 모으고 있는 겁니다. 바로 상우 씨 같은 분을요.”
전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이슈에서 발탁되다니.
상우는 감회가 새로웠다.
세계의 내로라하는 헌터들 가운데 당당히 자신도 그 후보를 올렸다는 셈이니까.
“근데 공권력도 없는 제가 거기 가도 되는 건지….”
“괜찮습니다. 미국에는 유사시 자국 및 해외 각성자들을 초빙하여 작전에 투입할 수 있다는 조항이 있거든요. 이번에도 마찬가지입니다.”
대격변 이후 몬스터 레이드 등의 이유로 각 나라에서 각성자들 간의 교류와 제휴가 활발해지면서 여러 가지 조항이 생겨났는데, 이것도 그때 만들어졌었던 것.
따라서 상우만 승낙하면 일을 진행하는데 아무 문제없었다.
“승낙만 하시면, 바로 계좌로 착수금 천만 달러를 쏴드릴 겁니다.”
“천만 달러요?”
우리 돈으로 약 백억 원.
상우가 못벌만한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쉽게 벌 수는 없는 금액이었다.
‘할까. 어차피 할 것도 없는데. 그리고 트론 사에는 별의별 신기한 것들 많다고 했으니….’
좀 괜찮은 거라도 눈에 띈다면 글러트니나 엔비를 이용하여 능력을 빼앗을 기회가 생길 수도 있었다.
상우는 그런 떡고물(?)에 신경이 쏠렸다.
“흠, 좋습니다. 저도 참여할게요.”
“하하, 승낙하실 줄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바로 가실까요?”
“예? 지금요? 아직 계약서나 이런 거 작성하지도 않았는데요.”
“예. 지금 모두 기다리고 있습니다. 계약서는 지금 바로 JM에이전시 통해서 진행하겠습니다.”
이미 모두가 준비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다는 뜻.
상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러세요. 근데 이 분신으로 가면 되나요?”
“아, 이건 아리아 씨 전용이라고 들었습니다. 따로 분신 보내주실 수 있으신가요?”
“물론이죠.”
상우는 국내에서 사냥 중이던 분신 하나를 아리아의 옆으로 아공간을 통해 불러들였다.
스으으윽-
아공간이 열리며 튀어나온 분신.
“얘 데려가시면 될 거 같아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갑니다.”
루카스가 새로 나온 분신의 손을 잡았다.
그러곤.
팟!
순식간에 주변 환경이 변화하였다.
그리고 나타난 루카스와 분신.
“루카스 씨네.”
“저 애송이는 누구지?”
“아바타다!”
그곳은 최첨단 인테리어로, 마치 SF우주 영화에서나 볼 법한 멋들어진 회의실이었다.
그 안에는 이미 헌터들로 보이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들이 나타난 루카스와 상우를 보면 웅성거렸다.
“자, 다들 모여 계셨군요. 마지막 멤버, 아바타 정상우 씨가 무사히 합류했습니다.”
상우의 세간에 알려진 별명은 ‘아바타(Avatar: 화신化身)’.
그렇기에 모두들 웅성거렸다.
차기 S급 헌터가 유력한 인사였으니까.
“저 사람이 아바타….”
“어머, 잘생겼다.”
“생각보다 비리비리하게 생겼는데.”
“…….”
이렇게 도떼기 시장처럼 웅성거려도, 이들 역시 S급이거나 S급 헌터의 준하는 A급 헌터들인 강자들이었다.
그렇게 제각기 한 마디씩 하는 가운데.
상우는 익숙한 얼굴을 발견했다.
최강의 힘을 지녔다는 헤라클레스, 엄청난 쾌검을 사용하는 프랑스의 샤를 데옹, 일본에서 보았던 비전(Vision) 버디 핀, 그리고 기적의 남자라 불리는 만능 치료술사 블레스였다.
샤를 데옹은 그와 별로 친하지는 않았고 그저 얼굴을 익힌 수준이었고, 버디핀 역시 대화를 제대로 나눠보질 못했지만, 블레스는 여동생을 치료해준 일과 케이너스 길드원들을 구해준 일로 꽤나 인연이 깊었다.
물론 상우가 거의 일방적으로 도움을 받기는 했지만.
‘블레스 씨.’
상우가 블레스를 보며 눈짓했다.
하지만, 블레스는 피곤한지, 아니면 만사가 귀찮은 건지 상우를 쳐다보지도 않고, 테이블에 고개를 처박은 채 허공에 손가락질을 하고 있었다.
아마도 스마트 고글을 조작하면서 딴짓하는 중인 모양.
‘나중에 얘기해야지.’
상우가 그렇게 결심하는 사이.
루카스가 어느새 정장에서 헌터 슈트로 옷을 갈아입고는 모두의 앞에 섰다.
그리고 회의실 최정면에 떠오른 홀로그램 스크린.
거기에는 작전 계획이 시간 별로 명료하게 정리되어 떠올라 있었다.
“현 시간부로 저희는 네바다 주 사막에 위치한 트론사 연구소의 입구를 뚫고, 트레버 론 회장의 신변을 확보하러 나설 것입니다. 현재까지 트론사의 연구소 설계도는 확보하지 못했고, 안에 들어간 순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무엇도 예상할 수 없습니다. 다만, 그들이 사용하는 무인로봇과 무인 드론의 내장 무기, 화력 수준 등을 고려하여 방어와 공격이 가능하도록 팀을 나누었습니다. 기존에 드러난 여러분의 능력과 상성을 고려하여 짠 최적의 팀이니 이를 고려해주시고, 혹시라도 마음에 안 드신다면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지금 스마트고글로 각자 누구와 팀이 되었는지 보내드렸습니다. 확인해주십시오.”
그러자 상우의 스마트고글로도 메시지가 떠올랐다.
[4조]
[Avatar / 정상우]
[Vision / 버디 핀]
[Illusion Samurai / 히무라]
총 3명인 팀원들.
다른 팀을 보니 2명인 곳도 있었고, 4명 또는 5명인 조도 있었다.
‘버디 핀 씨는 아는 얼굴이고. 히무라? 아, 일본의 히무라 길드 단장이구나.’
상우는 얼굴들 면면을 살피다가 딱 봐도 ‘나 히무라요’라고 새긴 듯한 얼굴의 일본인을 찾았다.
냉기가 풀풀 날리고 무심한 표정의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다가가기 어려워보였다.
‘친해지기 어렵겠는걸.’
이후 루카스는 짜인 조원들이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설명했는데, 탱킹, 딜링, 서포팅 측면에서 각자 조화를 이루도록 짰다는 거였다.
그 얘기를 들으며 상우는 자신의 조의 면모를 살폈다.
‘그럼 나는 만능이고, 버디 핀 씨는 딜링과 서포팅 쪽이고, 히무라 씨는 딜링 쪽인가보네.’
한 마디로, 자신의 조에서는 상우가 핵심이었다.
“…플랜 A는 연구소 내에 갈래길이 없다는 가정하에 흩어지지 않고 뭉쳐서 쭉 최심층으로 돌파하는 것입니다. 플랜 B는 갈래길이 있다는 가정하에 조별로 흩어지게 되고….”
이후 작전 계획까지 어느 정도 설명을 들은 헌터들.
“이렇게 한번 숙지하시면 되겠습니다. 어차피 자세한 건 실전에서 요거.”
루카스가 스마트고글이 끼워진 귀를 톡톡 두드렸다.
“스마트 고글로 소통하면서 작전 진행할 거니까, 지시에만 잘 따라주시면 별문제 없을 겁니다.”
“끝났으면 빨리 갑시다. 끝나고 파티 예약해놔서 가야 된단 말이오.”
수염을 덥수룩하게 기른 아랍계 혼혈로 보이는 백인 남성이 투덜거렸다.
그는 미국의 S급 헌터이자 플레이보이로 유명한 댄 빌레리안이었다.
금장으로 장식된 헌터슈트를 입은 그는 유난히 튀어보였다.
‘와, 저 사람도 왔구나. 신기하네.’
상우는 맨날 SNS를 통해서만 보던 그도 같은 자리에 있자 신기했다.
물론 딱 그 정도까지만이었다.
척 보기에도 성격이 마이웨이인 그가 동료가 되었다면 짜증이 났을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바로 이동하겠습니다. 모두 준비해주십시오.”
그 말에 모두 각자의 장비들을 한 차례 살피고.
준비를 마친 그들이 루카스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모두 준비를 마친 걸 확인한 루카스.
“출발합니다. 좀 어지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가 한 마디를 내뱉었다.
그러자,
팟-!
순식간에 환경이 뒤바뀌었다.
그들이 나타난 곳은 갈색과 노란빛 모래와 흙이 펼쳐진 널따란 사막.
그리고 그 눈앞에 보이는 사막 한가운데 서 있는 네모난 콘크리트 건물.
‘저게 트론사 연구소….’
루카스는 수십 명의 헌터들을 단번에 공간이동시킨 거였다.
상우가 건물을 보면서 긴장을 하는 가운데.
아직까지 몇몇 이들이 공간이동의 후유증으로 적응하지 못하고 어지러워하고 있었다.
“루카스… 어지러우면 어지럽다고 제대로 얘기하라고.”
“어우 토할 거 같아.”
그렇게 그 약간의 공백이 생겼을 그때.
연구소의 천장 부분이 열리더니 일련의 로봇들과 드론들이 튀어나왔다.
그러곤 그 로봇들과 드론들의 장갑 일부가 열리면서 무기들이 튀어나왔다.
그 모습을 제대로 지켜보고 있던 헌터들은 소수.
상우도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저건, 공격이다!’
뉴스에 나왔던 위성 영상을 떠올리며 상우는 곧장 긴장하였다.
“피해요!”
그러곤 강하게 발을 박찼다.
팟!
순발력 100의 힘으로 튀어나간 신체가, 고레벨 윈드워크 스킬과 맞물려 엄청난 속도로 로봇들을 향해 쏘아졌다.
동시에,
[돌풍참]
상우의 손에 들린 풍혼에서 무지막지한 검기의 회오리가 튀어나갔고,
[배리어]
로봇의 앞을 가로막으며 배리어가 생겨났으며,
[아공간]
아공간이 열리며 또 다른 분신들이 튀어나오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