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uto Hunting With My Clones RAW - Chapter (133)
피와 살점이 사방으로 튀려 했지만, 마치 보이지 않는 공에 가둬놓은 듯 멀리 나아가지 못하고 허공에 머문 상태로 몸통과 함께 회의장 바깥으로 날아갔다.
털썩-
무언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바깥에 대기 중이던 부하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
“말이 많아.”
무심코 중얼거리는 마스터의 말에 안색이 굳어지는 ‘회원’들.
몇몇 이들의 이마로 땀 줄기가 흘러내렸다.
그런 그들의 상태를 아는지 모르는지 마스터의 말이 이어졌다.
“손해라… 이 정도면 손해일 수도 있지. 하지만, 내가 기대한 대답은 아니었다. 어차피 모두 똑같이 받은 손해라면, 적절히 잘 방어한 이들에게는 오히려 이득이다. 다른 이들과 차이가 벌어졌다는 의미니까.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꽤나 잘 방어하고 있다고 본다.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그 차이는 더욱 벌어지겠지. 자, 이제 세 살짜리 아기들도 알만한 질문을 해보지. 내일이 되면 주가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마스터가 입가에 미소를 띠운 채 모두를 둘러보았다.
모두 입을 열고 싶은 듯 몸을 달싹이며 입술을 씰룩거렸다.
‘주가는 폭락할 겁니다!’
‘쏟아지는 매물을 주워 담아야 합니다.’
‘또다시 우리는 승리하게 됩니다! 질 수가 없는 싸움이에요.’
하지만 그들은 나서지 않았다.
그들의 마스터인 저 남자는 자신의 명령 없이 움직이는 걸 매우 싫어했으니까.
즉, 아직 누가 대답할지 명령하지도 않았는데 나서는 것 역시 죽기 딱 좋았다.
그리고, 역시나 그들의 생각대로 마스터는 한 남자를 지목했다.
“어이, 거기 로스차일드의 후계자 중 하나라고 했던가. 말해보게.”
마스터가 지목한 사내는 멀끔한 차림의 백인 청년, 제임스 로스차일드였다.
그는 긴장한 얼굴로 대답했다.
“물론 주가는 대폭락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이전부터 그래왔던 것처럼 폭락한 매물을 쓸어 담으면 되지요. 이후 시스템이 정상화 되었을 때 막대한 차익을 노릴 수 있을 겁니다. 지금의 손해는 아무것도 아니게 될 거구요.”
너무 뻔한 전형적인 대답이었다.
하지만 그게 바로 마스터가 원하던 대답이었는지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다. 지금 우리가 위기랍시고 이렇게 모여 있지만, 이건 위기가 아니다. 중국에서 위기(危機)는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다. 즉, 위기는 일종의 기회라고 볼 수 있는 것이지. 우리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또다시 승리할 기회를 말이야. 그리고 우리의 부와 힘을 더 늘릴 수 있게 되겠지.”
마스터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여기 자리한 이들 역시 수천만, 수억 달러가 오고 가는 상황에서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던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말 그대로 하나의 나라를 사고팔 정도의 어마어마한 자산이 증발했기 때문에 그들 역시도 당황하고 패닉에 빠질 수밖에 없었던 것.
그러나 마스터란 인물은 이 와중에도 평정을 유지하고 있었다.
오히려 평소엔 만사가 귀찮은 듯 보이던 그가 재미난 일을 발견한 듯 흥분에 차 있었다.
“그러니, 모두 내일을 대비하라. 앞으로 꽤나 바빠질 테니까. 총알을 두둑이 장전하고 적들의 숨통을 끊어놓아라.”
총알은 현금, 적들은 기업들.
아마도 이번 기회를 통해 그들은 더욱더 많은 기업들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마스터의 말이 덧붙여졌다.
“아차, 그리고 무엇보다 인라이튼의 행보를 주시해. 이번에 녀석들도 타격이 없을 수 없겠지. 될 수 있으면 인라이튼이 흔들릴 때 파고들 수 있는 여지를 마련해 두도록.”
“예. 마스터.”
그렇게 일방적인 대책 회의가 끝나고.
회원들이 우르르 나간 자리에 로스차일드 가문과 록펠러 가문을 비롯한 소수의 회원들만이 자리했다.
이들이야말로 마스터를 위시한 그들의 집단을 통괄하는 실질적인 지배계층이었다.
물론 모든 권력과 결정권은 최고 지배자, 마스터에게 달려 있었지만.
“마스터, 이 기회에 전면에 나서는 것은 어떠신지요? 나라 하나를 통째로 점령하는 겁니다. 아니면 이 기회에 세계 전체를 지배하는 것도 좋을 거 같습니다.”
입을 연 이는 로스차일드의 가주, 벤자민 로스차일드.
그는 나이가 꽤 있는 가주임에도 자신의 후계자인 제임스 로스차일드와 그리 나이 차이가 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그는 마스터에게 ‘세계를 지배하자’고 요청하고 있었다.
한 집단이 세계를 지배한다니?
농담 같은 소리였지만, 진지한 표정의 마스터가 고개를 저었다.
“지배라… 세계 정복을 말하는 거군. 예전에도 말했지만, 난 세계 정복에 관심이 많다. 아주 말이야. 그래서 이미 난 세계 정복을 이뤄냈다. 그리고 지금도 충분히 잘 지배하고 있지.”
마스터가 하는 말은 놀라웠다.
이미 세계가 그의 지배하에 놓여 있다고 말이다.
그러자 옆에 있던 록펠러 가의 가주가 입을 열었다.
“마스터, 하지만 음지에서이지 않습니까. 그것도 경제를 이용한 간접적인 방법으로 말이지요.”
그렇다.
이들 집단은 세계 경제의 부를 대부분 잠식한 상태.
그들은 경제력을 휘둘러 한 나라의 경제를 좌지우지하고, 일부러 전쟁을 일으키며, 식량과 자원을 독점하여 더욱 많은 부를 끌어모으고 있었다.
결국 이런 일련의 행위들로 세계 전체의 경제 흐름과 더 나아가 세계의 미래를 그들이 결정해 나가고 있었던 것.
그런데 지금 회원들은 마스터를 향해 아예 대놓고 지배하자고 종용하고 있었다.
마스터가 눈살을 찌푸렸다.
“도를 넘지 말라. 잊었는가. 소수의 권력층은 전면에 드러나는 순간 반드시 무너진다. 무지몽매한 무민들을 지배하는 건 뒤에서도 충분하다. 그리고 아직 이르다. 나는 세계 전체를 상대로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순간, 그때 나설 것이다. 알겠는가.”
마스터의 목소리가 회의실 전체를 짙게 내리눌렀다.
딱히 어떤 기운이 서린 것도 아닌 거 같은데 회원들은 마스터의 말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며 수긍했다.
“예. 알겠습니다. 마스터.”
“마스터의 의견을 따르겠습니다.”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그들은 테이블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이고는 회의장을 벗어났다.
텅 빈 회의장.
홀로 남은 마스터는 터벅터벅 걸어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화려한 문을 들어가자 나타나는 정사각뿔 구조의 기묘한 방.
마치 피라미드의 내부인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 자리한 푹신한 바닥에 좌정하고 앉는 마스터.
그의 감긴 두 눈이 공간을 뛰어넘어 한 곳을 비추기 시작했다.
그의 심상에 수많은 보물들과, 황금, 마나석, 은행 계좌에 찍힌 자산액 수치, 시스템에 떠오른 그의 힘, 인라이튼 그룹의 건물들, 세계 헌터 협회 본부 등 쉴 새 없이 많은 곳들의 모습이 떠오르고 사그라들어갔다.
마치 앉아서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천리안처럼.
그리고 그의 심상에 잠깐 떠오른 한 남자의 모습.
탄탄한 체격에 잘생긴 얼굴.
바로 상우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분신들이랄까.
국내와 미국에서 사냥 중인 분신들의 모습을 보면서 마스터의 눈이 번쩍 뜨여졌다.
파앗!
두 눈에서 순간적으로 빛이 뿜어져 나왔다가 사그라들었다.
‘분신술이라… 역시 탐나는군.’
맛있는 먹잇감을 기다리는 듯, 그는 자신의 입술을 혀로 낼름 핥았다.
* * *
상우와 루카스, 그리고 트레버 론은 엘리사를 만나기로 한 접견 장소로 향했다.
블레스는 추후 도움이 필요하면 바로 부르기로 얘기를 해놓고 그는 자리에 남은 상태였다.
접견 장소는 미국 실리콘밸리에 위치한 트론사 건물이었다.
“트론사가 소유한 건물이 도대체 몇 개인가요?”
“글쎄, 나도 정확하게는 모르네. 최근에 모든 건 엘리사가 관리하게 해서.”
트레버 론이 자기도 모른다는 듯 답했다.
트론사는 압수수색과 비난 여론이 일고 있어서인지 건물 안은 한산했다.
상우와 루카스는 단 한 사람도 발견할 수 없었다.
“다 회사 그만뒀나. 사람이 없네요.”
“원래 거의 없네. 최고 엔지니어 정도만 인력으로 뽑고, 나머지는 로봇으로 자동화하고 있던 추세라서 말일세.”
대답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대답해주는 트레버.
그의 말을 들으며 텅 빈 로비를 지나 엘리베이터를 통해 지하로 향했다.
상우 일행의 방문 사실은 이미 감시카메라 등으로 엘리사에게 전달되었는지 그들이 향하는 족족 저절로 문이 열리고 움직였다.
그리고 마침내, 도착한 지하 연구실.
네바다사막에 있는 연구실과 비슷한 구조였다.
다만, 다른 점은 가운데 자리하여 앉아 있는 인물이 트레버 론이 아닌 어떤 여성이었다는 점이었다.
“…Hello?”
연구실에 들어서자마자 등을 보이고 있는 그녀를 향해 루카스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자 몸을 돌려 그들을 맞이하는 여자.
그녀의 모습은 이전에 보았던 복제인간의 모습이었다.
“…엘리사.”
트레버 론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엘리사라 불린 복제인간은 생긋 웃으며 입을 열었다.
“박사님, 살아계셨군요.”
억양과 어조가 완벽에 가까운 영어를 구사하며 엘리사는 뚜벅뚜벅 걸어 상우 일행 앞에 섰다.
그녀는 트레버가 진짜인지 확인할 필요도 없다는 듯 그가 진짜라고 확신하고 있는 듯했다.
“조지 루카스, 그리고 정상우 헌터. 박사님을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중하게 말하는 그녀.
상우도 얼떨떨하게 대답했다.
“아, 예. 뭘요.”
대답하고는 아차 했다.
‘이게 아닌데?’
자기도 모르게 페이스에 말려드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엘리사는 말을 이어갔다.
“박사님을 통해 들으셨겠지만, 박사님을 돌려주시면 대혼란 시스템 가동을 완전히 중지하겠습니다.”
그녀는 인공지능 엘리사가 일으킨 대혼란 시스템을 멈추겠다고 하였다.
그렇다.
지금 상우의 앞에 선 이 여자가 바로 인공지능 엘리사였던 것.
“…당신이 인공지능 엘리사라고요?”
“예. 박사님께서 만들어주신 엘리사가 바로 접니다. 지금 이 육체는 ‘엘리사’의 최신형 복제 클론인 클론 272번의 육체에 제 데이터를 인스톨한 것입니다.”
게다가 복제인간에 인공지능을 우겨넣다니.
마치 SF 영화를 보는 듯 상우는 비현실감을 느꼈다.
하지만 반대로 소름이 살짝 돋았다.
‘나중에 가면 복제인간이 인간을 지배하는 거 아니야?’
생긴 건 완전히 사람과 똑같았고 억양도 어색함이 전혀 없었으니까.
복제인간인 걸 모르고 봤으면 그냥 사람으로 여길 정도였다.
거기에 복제인간에 인공지능의 뛰어난 지능이 더해진다면?
인류의 설자리는 없어질 터였다.
그런 상상을 하니 소름이 돋았던 것.
‘…신경 쓰지 마. 지금 중요한 건 대혼란 시스템을 막느냐 못막느냐니까.’
상우는 마음을 다 잡으며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루카스 역시 상우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엘리사의 요구에 대한 대답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좋습니다. 트레버 론 씨를 지금 바로 넘겨드리겠습니다. 그러니 대혼란 시스템 가동을 중단하여 주시고, 파괴된 데이터의 복구를 하여 주십시오.”
끔찍한 범죄자인 트레버를 넘겨줘야 하는 게 안타깝지만, 지금 당면한 문제는 그보다 더욱 컸고 복구하더라도 엄청난 피해를 봐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피해를 최소화하거나 없던 일로 만들려면 트레버 론을 넘기는 게 최선.
‘어차피 블레스가 없으면 다 죽어가는 노인네니까.’
벌써 블레스가 성천포를 쐬어주지 않은 지도 꽤 시간이 흘렀기에 이미 트레버 론은 상당히 무너져가고 있었다.
헌데 웬일인지, 트레버는 그 모습을 티를 내지 않았다.
‘무슨 꿍꿍이속이지.’
어찌 보면 옆집 할아버지처럼 푸근한 노인네 같기도 하고, 어찌 보면 광기에 휩싸인 매드 사이언티스트 같기도 하고 종잡을 수 없는 남자였다.
상우는 불안감을 감추며 트레버를 재촉했다.
“트레버 씨, 이제 저쪽으로 가세요.”
“음… 알았네.”
왜소한 체구의 트레버가 저벅저벅 걸어 엘리사의 앞에 섰다.
감격 어린 표정으로 트레버를 바라보는 엘리사.
그녀가 갑자기 트레버를 껴안았다.
“박사님!”
“…엘리사.”
갑작스러운 포옹에 트레버 역시 당황한 눈치였지만, 이내 엘리사의 몸을 푸근히 감싸 안아주었다.
그렇게 잠시 껴안고 있는 그 둘.
‘쟤 인공지능 맞아? 그냥 여자 같은데. 감정 표현이 뭐 저리 자유로워.’
상우가 그 둘의 신파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할 정도로 엘리사의 표정 변화는 다채로웠다.
눈물 줄기마저 흘러내릴 정도였으니까.
또르르-
이윽고, 두 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닦아내며 엘리사가 트레버를 밀어내더니 상우와 루카스를 보며 말했다.
“대혼란 시스템은 가동을 멈췄습니다. 그리고 삭제한 경제 자산 데이터는 제가 따로 보관 중이었기에 복구 중입니다. 8시간 뒤에 복구가 완료될 예정이니 참고하세요.”
그 말을 들으며 상우는 순간적으로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휴, 다행히 복구가 되는구나. 내 돈 4천억 증발하는 줄 알았네.’
그리고 감사의 말을 전하려다가, 문득 이들이 범죄자임을 깨달았다.
“알겠습니다.”
“차차 확인해 보도록 하지요. 그보다, 엘리사. 트레버의 상태는 좋지 않습니다. 저희가 트레버의 신변을 인도한 상태에서 책임은 없지만, 그의 생명은 곧 끊어질 것으로 보이네요. 그래도 대혼란 시스템을 다시 가동하지 않겠다고 약속해줄 수 있습니까?”
루카스가 조심스레 얘기했다.
누가 봐도 팍 늙어버린 트레버의 모습.
그는 곧 죽고 말 것이었다.
근데 이미 트레버가 죽음으로 인해서 미쳐 날뛰었던 엘리사가 다시 혼란을 일으키지 않을 것이라고 어찌 장담할 수 있겠는가.
그렇기에 루카스는 지금 엘리사에게 묻고 있는 것이었다.
진짜 괜찮겠냐고 말이다.
“박사님이 죽는다고요? 안됩니다.”
그리고 엘리사의 입에서 흘러나온 대답은 루카스가 기대하지 않았던, 하지만 어느 정도 예상했었던 부정적인 대답이었다.
“하지만….”
“괜찮아. 엘리사. 그만 멈춰.”
루카스가 입을 열어 반박하려는 순간, 트레버가 대신 입을 열었다.
그는 엘리사의 손을 잡으며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되었다. 넌 할 만큼 했어. 그리고 나 역시도. 난 지금 이렇게 내가 사랑하던 엘리사의 모습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 만족하고 있단다. 그러니 이제 멈추렴.”
“하지만 박사님… 저는 진짜 엘리사가 아닙니다.”
인공지능 엘리사.
그녀의 이름은 트레버가 사랑했던 연인 엘리사의 이름을 따온 것이었다.
“괜찮다. 이렇게 살아 숨 쉬는 엘리사의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나는 만족하고 있으니까. 그리고… 이상하리만치 너는 예전의 엘리사의 모습을 빼닮았구나. 마치 그녀를 처음 봤을 때처럼….”
트레버의 눈이 아련해지더니 엘리사의 볼을 쓰다듬었다.
그러자 발그레해지는 엘리사의 얼굴.
그녀의 손이 트레버의 손을 붙잡았다.
“박사님….”
그렇게 말없이 두 사람, 아니, 한 사람과 한 명의 인공지능은 가만히 서 있었다.
죽기 직전의 미라처럼 보이는 늙은 남자와, 꽤나 빼어난 젊은 백인 미녀.
전혀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상우는 뭔가 오글거리는 느낌과 함께 왠지 모르게 슬프다는 느낌을 받았다.
한편 루카스는 복잡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고.
그의 머릿속은 실제로 복잡했으니까.
‘다행히 대혼란 시스템도 중지되었고 잘 해결되었어. 염치불구하고 오라클을 찾아가서 얻은 부탁은 다행히 필요 없게 되었군. 그보다 일의 발단이 문제인데…. 대격변의 원인이 트레버 본인이라…. 그는 곧 죽으니 반드시 그 이유를 전해 들어야만 하겠군.’
루카스는 트레버에게 왜 그가 대격변의 원인인지 그 이유를 정확하게 알고 싶었다.
프로젝트 레인보우로 포탈을 만들어냈다는 얘기를 말이다.
하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언제 얘기해야 할지 타이밍을 못 잡고 있었다.
그러나 늙어버린 트레버에게 이제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
결단을 내려야 했다.
‘잠깐의 망설임으로 평생의 후회를 만들 수야 없지. 후회는 한 번으로 족하다.’
루카스가 결심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저기, 분위기를 깨서 정말 미안합니다만, 트레버 씨에게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프로젝트 레인보우에 대해서 말입니다. 아까도 계속 물었었는데, 이제는 대답을 듣고 싶군요. 거의 70년 전의 일이 왜 대격변의 원인이라는 겁니까?”
그 말에 트레버가 침중한 표정으로 루카스를 바라보았다.
끝